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셜록 홈즈를 비롯해 유명한 추리 소설이나 만화를 좋아한다. 그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탐정이 되어 남들은 모르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해결하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지금 안녕 긴 잠이여라는 책을 읽고 난 뒤에 생각해보면 내가 읽었던 대부분의 추리 소설이나 만화는 탐정 자체보다는 그것을 풀어나가는 '극' 자체에 집중했던 것 같다. - 안녕 긴 잠이여가 말하는 하드보일드의 그 느낌


 그래서였을까. 안녕 긴 잠이여는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안녕 긴 잠이여의 장르인 하드보일드. 내가 받은 이 느낌을 하드보일드라고 하는 것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긴 하지만 문학적 이론이나 지식에 얽메이지 않고 그저 읽는 것을 좋아할 뿐이니까. 하드보일드를 설명할 수는 없어도 안녕 긴 잠이여에서 느낀 하드보일드트스러운 특유의 느낌은 아니까.


안녕 긴 잠이여는 11년 전의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코시엔에서 승부조작의 의혹에 휘말렸던 한 사내, 그리고 자살로 판명된 누나의 죽음. 사내는 주인공인 탐정에게 자신의 누나는 절대 자살햇을리가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사실 이 책은 사건의 주제보다는 주인공인 탐정이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그의 심리가 무척이나 재미있다. 말을 할 때, 결정을 내릴 대마다 꿈틀대는 그의 감정을 하나하나 면밀히 독자에게 보고하고, 독자는 탐정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 함께 생각하게 된다. 앞서 이야기한 기존에 읽었던 추리소설이 '극'에 집중했다면 안녕 긴 잠이여는 주인공 자체와 탐정이라는 직업에 대해 집중한 케이스다.


경쾌하거나 유쾌하다는 감성은 없다. 잔잔하지만 지루하다는 표현과는 다르다. 탐정의 감정과 판단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잔잔할 뿐 읽는 독자의 머릿속은 탐정의 감정과 생각들로 가득차게 된다. 세밀한 묘사 덕분이다.


특히 안녕 긴 잠이여는 탐정이라는 직업에 대한 근본이랄까, 그 직업의 특수성에 대해, 그리고 일반적으로 동경하는 부분에 대해 작가 나름대로의 개념을 제시한다. 탐정이라고해서 다 멋들어지거나 뭔가 이루고싶은 이상이 있다거나하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탐정은 일반적으로 판명된 사실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고 보는데, 책 내용 중에서 "당신은 모든 것을 의심하는군요."라는 대사가 생각보다 감명깊게 다가온 것도 책 자체에서 이런 부분들이 깊게 깔려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안녕 긴 잠이여는 결국 당연하게 여겨지던, 사실로 여겨지던 것들의 거짓으로부터 진행된다. 이 책을 읽다보니 탐정은 무엇을 찾아나가기보다는 사실들을 더 치밀하게 확인하고 추리해나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쨍하고 날카롭게 다가오는 느낌은 없었지만 추리소설을 읽을때면 항상 생각나게 되는 작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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