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직 상점 - 상 - 한국 자본주의의 첫발을 떼다
박상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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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거상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먼 길을 걸어다니면서 물건을 판매하는 일반 상인에서 바다를 넘나드는 거상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장애물들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 조차 없을 정도다. 소설 <박승직상점>은 박승직이라는 상인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거상보다는 보다 가까운 근대화 시기의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그의 어릴 적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변변찮은 자신의 땅 하나 없는 소작농의 자식으로 태어난 박승직은 소작농이 아니라 아버지와는 다른, 자신의 자식에게만은 이런 가난함을 되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더 큰 꿈을 갖게 된다. 아버지는 그런 그에게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야한다고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 <박승직상점>은 이렇게 시작한다.


소설 <박승직상점>은 상편과 하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번에 읽게 된 것은 그 중 상편으로 박승직이라는 인물의 어릴적 이야기부터, 그가 소설 <박승직상점>을 세운 것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상편에서는 박승직이 상인의 길을 걷게 된 것에서부터 상인의 도리를 배우고 행해나가는 과정을 주로 보여준다.


소설 <박승직상점>의 박승직이 배우는 상인의 도리, 좋은 상인이 되기 위한 방법은 비단 상인들을 위한 것일까? 아니다. 이 소설에서 좋았던 부분은 바로 고전 내용들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조언들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상인이란 무릇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다. 우리가 하는 그 어떤 일도 사람을 상대로 하지 않는 일이란 없다. 선생님이나 학생, 공무원, 음식점 등 누구나 사람을 만나 같이 일을 하거나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런 부분에서 소설 <박승직상점>의 내용들은 하나하나 너무나 좋은 명언들이 많다. 박승직이 종로로 돌아와 행수를 찾고, 그 행수가 박승직에게 상인이 되기 위한 계명들을 전수해주는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집이 세고 배짱이 두둑하다. 끈질기게 매달린다. 부지런하고 짜다 등의 20가지, 그리고 그것을 종합한 5가지 계명들은 굳이 상인이 아니라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아니 우리들도 지켜야 할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소설 <박승직상점>이 좋다. 단순히 소설이 아니라 상인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덕목을 실천해나가는 박승직이라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나 스스로도 배우고 깨우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박승직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의 특정 기업과 인물을 너무 지나치게 영웅화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소설 자체로만 보자면 근대 종로의 모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특히 상편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설 <박승직상점>의 주인공 박승직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그가 커 나가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고, 박승직상점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져 있었다면, 하편에서는 조금 더 갈등이 심화된 소설 <박승직상점>의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 된다. 상편 마지막에는 박승직과 그의 친구들이 상계에 들어서는 것을 암시하는 표현, 그리고 그들의 라이벌 구도를 보여주는데 보다 근대화 종로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풀어나갈 것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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