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8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정영훈.김세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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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위대한 철학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글을 몇 년 전에 읽었다. <사람을 얻는 지혜>라는 책이었는데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들을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짧은 글로 소개하는 책이었다. 글이 어렵지 않아 아주 쉽게 읽지만 그 의미를 마음속에 담기 위해서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망치로 마음속을 ‘쿵’하고 세게 친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이번에 읽은 메이트북스의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도 이전에 읽은 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주 짧은 글들 속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6개의 장으로 나눠 소개한다. 삶의 의미, 내면 훈련, 현명한 사람, 명망, 말 내공, 인간관계 등 살면서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지혜를 소개하고 있기에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고, 친구나 연인과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들려주는 지혜는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아니, 우리가 생각하고 있지만 결코 드러내지 않는 생각들이기에 어쩌면 속으로 누구보다 더 깊이 공감하는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저자는 당신이 하는 일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라고 한다. 겸손을 삶의 미덕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말은 어쩌면 자기 과시 혹은 교만한 모습처럼 보이질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다른 이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따라가는 존재이기에 그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 우러러보게 하고, 널리 알려 호기심을 자극하고, 존경심을 야기하는 게 오히려 대단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글들이기에 쉽게 읽히지만 쉽게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를 지탱해온 커다란 삶의 한 축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길 원한다면 삶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상의 본질을 분명하게 알고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었을 때, 그 때가 바로 우리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이 책은 평생 읽어야 할 인생의 동반자이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그런 책이 아니다. 그러기에 지금 바로 서점으로 달려갈 것을 권한다. 너무 늦어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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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샤 페이지터너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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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여러 모습이 있다. 그렇기에 현실에서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 없다. 아니,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라면 다른 사람의 사랑에 대해 살짝 얘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뭐, 정답은 아니겠지만.

쇼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가 쓴 소설의 제목이자 작품 속 주인공인 아렐레가 사랑하는 여인이다. 쇼샤는 아렐레가 어릴 적부터 마음에 품었던 여인으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마음도 몸도 생각도 어린 시절 그대로인 여인이다.

아렐레가 그런 쇼샤를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지만 아렐레가 쇼샤를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나로서는 도저히 선택하기 힘든, 아닌 상상하기조차 힘든 결정이니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아렐레의 마음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너무나 흔하디흔한 한 마디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렐레의 마음이 조금은 보이는 듯했다.

아렐레가 쇼샤에게 사랑은 준 건 결국 쇼샤의 변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사람,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사람, 자신의 감정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사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잊은 채, 자신을 둘러싼 생각과 욕망과 감정에 사로잡혀 변해버렸지만 쇼샤는 어린 시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아렐레는 그의 사랑을 그녀에게 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가장 아픈 역사의 한 장면에서 아렐레의 선택은 가장 큰 고통을 넘어선 사랑이여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모든 것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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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 - 음악평론가 최은규가 고른 불멸의 클래식 명곡들
최은규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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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어렵다. 100%프로 공감한다. 들으면 들을수록 더 어렵다. 클래식 전공자들은 그게 뭐가 어렵냐고 하는 곡조차 들으면 어렵다. 어떤 감정과 의미를 표현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곡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 훨씬 많다. 

클래식은 지루하다. 100%프로 공감하던 때가 있었지만 어떤 경험으로 인해 클래식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클래식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유쾌한 장르라는 걸 알게 됐다. 그이후로 클래식이 무척 듣고 싶어졌다.

그런데 무슨 곡을 들어야할지는 여전히 어렵다. 클래식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음악평론가 최은규가 고른 불멸의 클래식 명곡들을 소개한 <들으면서 익히는 클래식 명곡>이라는 책을 통해서 말이다.

이 책은 총 5개의 PART로 이루어져있다.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등 악기의 매력적인 소리에 빠져 클래식에 입문하게 되는 PART1에서 다양한 악기들을 함께 연주하는 협주곡에 관한 PART2, 어느 정도 클래식에 익숙해진 이들이 감사할만한 관현악곡을 다룬 PART3,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가장 대규모 작품인 교향곡에 관한 PART4, 마지막으로 클래식의 종착역이라고 부를만한 실내악에 대해 설명한 PART5까지 클래식 전반을 훑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설명에 덧붙여 관련 클래식 곡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와 제1주제나 중요한 모티브를 들을 수 있도록 편집한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감상뿐 아니라 중요 부분을 따로 떼어내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누군가가 이 책에서 설명하는 곡들이 듣기 쉬운지 혹은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느냐고 묻는다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처음 소개하는 바이올린 곡부터 쉽지 않았다. 피아노처럼 익숙한 악기이기는 하지만 바이올린만 툭 떼어내 들은 적은 거의 없어서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설었다. 

처음부터 쉽지 않으니 그 이후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다. 저자가 설명하는 대로 따라가니 쉽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쉽게 포기하지도 않게 되었다. 다만 각각의 곡들을 들으면서 책을 읽다 보니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독서임에는 틀림없다.

클래식 이해하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평생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너무나 매력적인 과정이기에 클래식이 여전히 어렵고 지루하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한 번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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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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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퓌 리바넬리.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 이름에 눈길이 간 건 오르한 파묵 이후 노벨 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터키(이제는 튀르키예라고 해야 하지만) 작가라는 책 띠지에 적힌 한 줄의 글귀 때문이었다. 접하기 힘든 나라의 작가라는 점도 흥미를 끌었고 노벨상에 근접하다는 표현에도 궁금증이 강하게 일었다. 어떤 작가이기에, 어떤 작품을 썼기에 그런 평가를 받는지 직접 읽고 싶어졌다. 

쥴퓌 리바넬리는 사상범으로 군 형무소에서 복역, 11년간 망명 생활, 하버드와 프린스턴에서 교수로 활동, 파리 유네스코 명예 대사, 터키 국회와 유럽 의회에서 의원으로 활동했다. 간략한 이력이지만 그가 걸어온 길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주기에 작품에 담긴 그의 생각도 상당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나라의 작가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기에 결국 이야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장을 열었다.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아님 생각과는 다른 전개라고 해야 할까? 마지막 섬에 살던 나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은 너무 유토피아적인 배경으로 시작해 조금은 낯설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런 이상적인 세상과는 다른, 너무나 현실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라 바로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나 평화로운 낙원 같은 곳에, 전직 대통령, 그것도 독재자로 사람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는 이가 들어왔을 때 보인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과 너무 달랐다. 나 같으면 그런 사람이 들어온단 것 자체를 반대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마 소설가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들은 점점 변해간다. 변해가는 건지 원래 그런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소설가가 소설 첫머리에 던진 한 마디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잊지마, 자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제일 중요한 게 그거야.

지금 우리 사회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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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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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로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광고 카피를 보면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제품을 설명하는 단 한 줄의 글로 광고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하기에 카피라이터들은 제품 설명을 길게 쓴 후 수없이 줄여 쓰고 또 줄여 쓴다고 한다. 

단편 소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몇 페이지 혹은 길어야 몇 십 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글에 무언가를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이번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레이디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리플리 시리즈로 작가의 매력에 이미 빠져있는 상태라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았다.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 서스펜스의 대가, 불안의 시인이라는 표현들이 알려주듯이 작가의 작품들은 그저 놀랍다는 말로 밖에는 더 이상 어떤 찬사도 덧붙이기가 어려울 정도라 더욱 그랬다. 특히 이번 작품은 작가의 초기 심리소설 열여섯 편을 묶은 단편집으로, 청년 시절에 쓴 심리소설들만을 모아 선보이는 작품이라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기대감은 역시라는 말로 보답했다. 첫 작품인 세인트 포더링게이 수녀원의 전설에서부터 진가를 발휘한다. 금남의 집에 들어온 메리라는 남자아이. 그 아이가 수녀원에 가져온 건 행복일까, 불행일까? 짧은 글 안에서 여러 생각이 머물게 되는 작품이었다.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시드니 이야기>도 상당히 놀라웠다. 파리라는 어쩌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대상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나간 것도 흥미로웠고 시드니를 놀라게 한 초록색 괴물에 대한 궁금증도 책을 덮을 때까지 가시지 않았다.

이처럼 16편의 이야기들로 작가는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짧지만 그래서 더욱 강렬한 세상이라 결코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미지의 흥미로운 세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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