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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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은 대학교 다닐 때였는지 그 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한 번은 확실히 읽었는데 세월이 오래 지나서 그런지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당시 느낌만은 여전히 남아있는데 500년 전의 인물이 그렇게 도전적이면서 재미난 글을 썼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었다. 

현대지성에서 출판한 <우신예찬>을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그때 그 느낌이 더욱 깊어졌다. 한 마디로 에라스무스라는 인물이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그때는 그냥 그렇게 지나갔는데 성직자였던 그가 풍자라는 형식으로 당시의 교회, 교황 등 성직자들을 조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에라스무스와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가 친분 관계가 있어 에라스무스가 토마스 모어의 별장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서문은 토마스 모어에게 보내는 글로 시작한다. 

우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1장에서부터 68장의 결어에 이르는 짧으면서 강렬한 이야기들과 루뱅 대학교총장인 마르턴 판 도르프에게 보낸 편지, 박문재님의 해제가 실려있다. 본문 68장은 짧은 에세이 같은 느낌이라 각 장별로 따로 읽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고 해제를 읽으면 에라스무스의 삶과 그 시대를 지배했던 시대적 사상, 우신예찬에 관한 개략적인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어리석은 이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우신이 말하듯이 어리석은 현자들이 넘처 나는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들에게 에라스무스가 들려주는 우신예찬은 어떻게 다가갈까? 정말 궁금하다. 그들의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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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미래, 부의 흐름
곽수종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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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 중에 소위 금수저라고 불릴만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가 있다. 이 친구의 집안은 여러 가지로 재산을 모았지만 그 중에서도 부동산에서 큰 부를 이뤘다고 한다. 그래서 졸업을 하면 당연히 부동산 관련 일을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친구가 처음 입사한 회사는 증권회사였다. 너무 궁금해서 친구에게 물었더니 가족 어른들이 돈의 흐름을 먼저 배우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증권회사가 적당하다고 말씀하셔서 증권회사에서 입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 그 한마디가 세월이 흐른 지금에 돌아보면 부를 이루는 가장 기본이 아닌가 싶다. 

개인의 입자에서도 그렇지만 기업이나 국가의 입장에서도 당연히 돈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원하는 수익을 낼 수 있다. 돈의 흐름이 결국 부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단순히 사업을 하는 분야의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부의 흐름에는 돈의 흐름을 포함해 경제적인 문제, 정치적인 문제,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는 문화의 문제까지 여러 이해 분야가 얽히고설켜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낸다. 

경제멘토 곽수종 박사의 <다가올 미래 부의 흐름>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바로 이 시대의 흐름이 무엇인지를 꼭 집어서 설명해주는 부의 축적을 위한 지침서이다. 저자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첫 번째 파트에서는 현재의 경제 상황과 부의 흐름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한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금리 인상 등 실제 우리가 눈으로 보고 삶에서 겪는 현상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기본적으로 한 번은 읽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두 번째 파트는 조금 더 실제적이다. 돈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에서부터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미래 산업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으로 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실제적인 내용들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현재 주식에 투자하고 있기에 주식시장의 미래를 다룬 부분에 가장 관심이 갔다. 대략 2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는데 기대했던 만큼 새로운 무언가가 있지는 않았다. 주식 트레이더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정도의 내용이라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주식 투자자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내용이기에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친구 이야기도 돌아가서 글을 맺어보겠다. 그 친구네 가족들이 여전히 금수저로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결코 무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리해서 불리는 게 아니라 가진 것을 지키는 것, 수없이 듣는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그렇기에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게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부의 흐름을 항상 짚어보면서 자신이 쌓은 부를 무너뜨리지 않는 현명한 투자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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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us Gabriel VS -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차이와 분열을 극복하는 철학,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쓰키타니 마키.노경아 옮김 / 사유와공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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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이 나와 똑같지 않다는 걸 느낄 때가 꽤 많다. 일로 만난 사람들뿐 아니라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아니, 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봐도 그럴 때가 있다. 이 때와 저 때가 전혀 다른 마음,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찬 타자임을 느낄 때가. 타자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런 생각의 차이, 삶의 차이, 신념의 차이를 좁히는 방법이 있을까? 차이와 분열을 극복하는 철학을 내세우는 독일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Markus Gabriel VS>에 그에 대한 답이 있을까?

저자는 새로운 실재론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은 독일의 철학자로 신실존주의, 새로운 계몽 등 새로운 사상을 주창한 인물로, 이 책은 일본의 출판사 편집부에서 줌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추려 그의 철학을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총 5개의 장으로 나누어, 타자의 의미, 타자를 이해하는 법, 가족과 사랑, 감정, 종교와 윤리와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타자라는 개념을 잡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기에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다. 관용, 대화, 부모의 자격, 사랑, 행복 등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모두가 부딪치는 지극히 실제적인 문제들이다. 물론 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건 별개의 문제이지만.

분명한 건 서로 간의 차이와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결국 모두가 파멸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눈앞에서 그런 파멸의 징조를 본 적이 너무나 많기에 저자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인 대화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또한 포럼(지역이든, 나라든, 성별이든, 세대이든 간에)이라는 제안도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에 지고 있는 우리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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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 고려의 흥망성쇠를 결정한 34인의 왕 이야기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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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아니,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는 알 것 같다가도 저럴 때는 완전히 낯선 이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사람의 마음은 저자의 말처럼 그 속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면의 그림자가 있어서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동연 작가의 <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은 고려시대 왕으로 고려 왕조를 뒤흔들었던 34명의 인물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마음 상태가 어떠했는지를 알아보는 책이다. 34명의 인물을 한 권에서 다루고 있기에 학술적인 내용이나 역사적인 사실들이 그렇게 많이 담겨있지는 않지만 심리학 개념들을 알 수 있는 용어나 역사적 사실들을 알려주는 단편적인 지식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책을 다 읽고 나면 은근히 심리학적, 역사적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질 정도의 내용들을 배울 수 있다. 

500년을 이어간 고려시대 역사는 그 역사에 비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건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후삼국시대를 통일한 왕건의 이야기나 무신정권과 충자 돌림 왕들의 몽골 수난사 정도나 기억에 남아있고 그 외의 사건들은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도 않는다. 기억나는 사건들이 별로 없으니 그 시대를 살아간 왕들은 더욱 기억하기 어려웠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도 참 귀하다. 태정태세문단세로 외우는 조선시대 왕들만큼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아닐까 싶어서 더욱 그렇다.

고려 시대 왕으로 살아간 이들의 모습에도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억척같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가 남들과 다른 사랑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성별, 연령,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주변 환경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요즘 대세인 MBTI로 고려시대 왕을 분석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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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12월 31일
김준수 지음 / 밀라드(구 북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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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묵상하면서 깨닫는 인간의 가장 큰 죄 중 하나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교만이 아닐까 싶다. 아담과 하와의 경우를 보더라도 하나님과 같아진다는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은 그들의 마음 밑바닥에는 하나님과 같아지겠다는 교만함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고자 했던 인간의 모습에서도 역시 교만한 인간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필선 교수도 그렇지 않나 싶다. 물론 처음부터 그의 마음이 교만으로 물들어진 것은 아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그 날을 고대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예수님이 다시 오실 그날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성경 말씀을 넘어 자신만의 생각으로 재림의 날을 특정지운 것은 결국 그 마음에 알게 모르게 교만한 마음이 싹텄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을 읽는 내내 92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다미선교회 사건이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았다. 다가올 미래라는 의미의 다미선교회는 소설 속 이필선 교수처럼 92년 10월 28일을 예수님이 다시 오시는 날이라고 주장하며 많은 이들을 미혹하였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쓴 계기가 다미선교회와 관련된 인물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생, 죽음, 재림 등의 종교적, 철학적 이야기에 더해 희재와의 이야기로 풋풋한 어린 시절 한번쯤 겪었던 아픔과 사랑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면서 사소한, 하지만 그 당시에는 결코 사소하지 않았던 이유로 헤어지는 젊은 날의 초상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면서 왠지 모를 감상에 젖게 만든다. 너무 좋았지만, 그만큼 너무 아쉬웠던 청춘의 그 날들을 떠올리게 하면서 말이다. 

작가의 글을 처음 읽는 거라 기대 반, 염려 반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차치하고 너무 예쁘게 그리려다 오히려 망친 듯한 느낌, 뭔가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보통 사람들이 평소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너무 많이 나와 예스러운 느낌을 넘어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는다(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냥 평범한 90년대의 자연스러운 말투나 어휘였다면 훨씬 더 사실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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