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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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팔리는 범죄소설의 10%를 차지하는 작품. 그 작품은 바로 이언 랜킨이 쓴 존 리버스 컬렉션이다. 리버스 형사를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 컬렉션은 첫 작품 <매듭과 십자가>에 이어 이 책 <숨바꼭질>로 이어지고 후속 작품은 <이와 손톱>이다.

 

컬렉션의 두 번째 작품이기는 하지만 앞 작품과의 연계성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인다. 별개의 작품으로 전작을 읽지 않아도 사건을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전작을 읽었다면 리버스의 성격이나 사건 해결 방법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빠르기는 하겠지만.

 

숨바꼭질(HIDE AND SEEK)이라는 제목이 이미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숨는 자와 찾는 자.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숨는 것일까? 찾는 자는 당연히 사건을 해결하려는 리버스 형사일 테고.

 

빈민가에서 발견된 마약중독자의 시체. 신고를 받은 리버스 형사는 새로운 파트너 브라이언 홈스와 함께 수사를 시작하지만 모든 것이 모호하기만 하다. 단 하나의 단서는 피해자가 죽기 전에 외친 숨어(Hide)”와 최상위층들만 출입한다는 클럽 하이드. 이제 하이드를 둘러싸고 이를 숨기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의 숨바꼭질이 시작되는데..

 

전체적으로 다이내믹한 느낌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잘 짜인 추리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리버스 형사의 매력이 소설 전반을 아우르고 있기에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특히 리버스 형사가 온 몸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조금은 더 인간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마약, 비밀클럽, 카지노 등 불쾌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여 사실감을 더욱 높여준다.

 

다만 추리소설을 읽으며 생각지도 않았던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너무 많은 것을 아우르려고 했다는 느낌의 단서들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오늘날의 많은 작품들과 비교해 상당히 적은 분량이지만 물 샐 틈 없는 이야기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존 리버스 컬렉션의 다른 작품들을 읽지 않았는데 그 작품들에는 어떤 리버스의 모습이 담겨있을까? 지금은 잊힌 무언가를 떠올리게 아날로그적인 그의 매력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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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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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친구 집에서 놀고, 먹고, 자고 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다보니 친구의 부모님들을 자주 보았기에 잘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친구들과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보면 내가 아는 친구네 부모님과 친구가 말하는 부모님이 전혀 다른 분이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결국 내가 아는 친구네 집안은 그저 겉에 드러난 모습이었지 깊숙이 담긴 이야기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이 전하는 부분도 바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평범하지 않은 또한 결코 알지 못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였을까, 책 띠지에 담긴 글도 이런 뉘앙스를 풍긴다.

 

3세대, 100년에 걸친 언뜻 보면 행복한가족 이야기

 

언뜻 보면 행복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행복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라는 것인가? 아니면 언뜻 보는 외부인들은 그저 행복한 부분만 본다는 이야기라는 것인가?

 

소설은 3세대가 함께 사는 야나기시마 일가의 이야기이다. 오래된 서양식 대저택에서 사는 이 가족의 구성이 굉장히 특이하다. 일단 할머니가 러시아인이다. 지금이야 외국인과의 결혼이 별다른 일은 아니지만 60년대 후반이라면 아무리 일본이지만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집안의 특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3대가 함께 사는 것이야 당연히 수긍할만한 상황이지만, 이모와 외삼촌까지 함께 산다? 또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소위 홈스쿨링을 한다. 내 주변에서도 초등학교까지는 대안학교다 홈스쿨링이다 해서 정규 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님들이 있었지만 중학교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 제도권 학교에 보내는 게 현실인데, 이들 가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학교에 가려고 시도했던 아이들이 결국 몇 달 못 다니고 학교를 그만두어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또한 아이들 4명 중 두 명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르다. 물론 이런 일은 적지 않은 가족들이 겪었던 일이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우리 할아버지 시대에는 어쩌면 드러내지 않았을 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일은 쉬쉬거리며 숨기기 바쁜 일인데 이들 집안의 사람들은 그러지도 않는 것 같다. 정말 평범하지 않은 집안이다.

 

그렇지만 시간을 오가며 화자를 오가며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상하기만 이 모든 일들에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만 우리가 어쩌면 가족들조차도 그런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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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픽션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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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픽션>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페이크라는 단어도 그렇고, 픽션이라는 단어도 그렇고 모두 거짓, 가짜라는 의미인데 저자는 이 두 단어를 사용해 제목으로 사용하였다. 무슨 의미일까? 가짜와 가짜가 만난 진짜 가짜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소위 말하는 강한 반어법적인 의미로 결코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저자의 의도가 담긴 장치일까?

 

소설을 모두 읽고 나자 제목이 주는 느낌이 새롭게 다가왔다. 저자가 말하듯이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니라 페이크 픽션이라는 느낌이. 어쩌면 모두가 거짓이라고 말하며 잊어버린 이야기가 가짜 소설로 진실에 더욱 다가갔다는 느낌이.

 

영화감독이라고 말하기에도 그런 3류 영화감독이지만 영화를 향한 꿈만은 그 누구보다도 큰 황 감독. 프로듀서와 후배에게 시나리오를 빼기고 제대로 입봉도 못한 그가 드디어 영화를 찍는다. 하지만 결코 기뻐할 일이 아니다. 연인인 성숙의 빚 대신 사채업자의 제안대로 액션영화를 찍기로 한 것이다.

 

연인의 빚도 갚을 수 없는 그에게 제대로 된 장비가 있을 리 없다. 휴대폰을 이용해 영화를 찍기로 한 그는 주인공으로 냉면집 배달원 삼룡을 캐스팅한다. 액션 신을 찍기 위해 철거촌 현장에 삼룡을 투입한 황 감독. 그런데 삼룡은 철거민의 비참한 현실을 본 후 그들의 편에 서서 용역업체에 고용된 이들에 맞서 싸우고 황감독도 철거민들에 대한 동영상을 찍어 유투브에 올린다. 그러다 폭발사고가 나면서 삼룡은 행적이 묘연해진다. 5년의 시간이 흐른 후 철거와 관련된 사람들이 연이어 테러를 당하는데..

 

소설은 제목처럼 모든 내용이 가짜 소설이라고 하면서 지나간 이야기를 다시 우리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그 가짜 소설에서 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가짜 소설, 즉 진실일까? 어쩌면 진실은 여전히 묻혀있는지 모른다. 가짜 소설이라는 이름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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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선택 - 니체의 행복철학 강의
펑마이펑 지음, 권수철 옮김 / 타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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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철학자를 꼽아보라고 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니체를 말하지 않을까 싶다. 니체에 관한 책도 많이 나왔고 다양한 인사들이 니체의 삶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왜 니체일까?

 

일자리가 없어 일하지 못하는 청년들, 나이가 들어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난 어르신들, 끝없이 어려워지기만 하는 경제 상황, 그저 자기들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는 정치인들. 이런 모습들을 보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절망감에, 상실감에 젖어 살아가는 시대적 상황이기에 니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져가는 것은 아닐까 싶다.

 

니체라고 하면 왠지 암울하고 어두운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다. 니체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희망과 미래를 얘기하였다. 고통과 고난에 처하더라도 이를 계속해서 이겨내는 초인의 모습을 그린 니체는 우리에게 행복을 전달하고자 했던 선구자였다.

 

최근에 출판된 니체 관련 서적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니체의 삶, 사상을 올바르게 전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저자 펑마이펑은 철학자 니체가 아닌 감정을 가진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니체를 보여주고자 한다.

 

각 꼭지마다 니체가 전하는 핵심 사상을 제시한 후 그와 관련된 니체의 삶을 들려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니체의 사상뿐 아니라 니체라는 인물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전기적 성격도 강하게 드러난다.

 

각 꼭지의 마지막 부분에는 행복한 삶을 위한 제안이라는 코너를 통해 니체가 말한 행복의 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마음속에 간직해야 할 조언임에는 분명하다.

 

평생을 병마와 싸우면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던, 아니 오히려 고통 속에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던 니체의 모습은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절망에 빠진 패배자가 아닌 행복한 삶을 살아간 고독한 현자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런 니체가 전하는 행복의 길이 담겨있다. 우리 모두가 지금은 잊고 있지만 분명히 걸어갈 수 있는 그런 행복의 길이 담겨있다. 니체의 삶을 보고 그의 생각을 이해하고 따르는 것, 절망의 시대에 이 보다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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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의 시세계와 기독교적 상상력
금동철 지음 / 연암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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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나 시인 혹은 예술가의 삶을 살다간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은 결국 그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서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일은 평범한 독자가 시도하기에는 상당히 힘에 버거운 일이다. 우리네 평범한 독자들은 때로는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삶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현승이라는 시인이 남긴 작품들을 철저히 분석하여 그의 정신세계가 어떠했는지를 알려주는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특히 그의 시 세계가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어떤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단순히 김현승의 시 세계를 칼로 도려내듯이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에 주목하여 독자가 김현승의 시 세계 전체를 그려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또한 그의 시에 나타난 기독교적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추적하여 그의 신앙이 작품에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시의 주제, 창작의 방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여 들려준다.

 

저자가 그려낸 김현승의 시 세계를 보며 그의 삶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대째 기독교 신앙을 지켜온 가정에서 태어났고, 기독교 재단의 학교를 다녔고, 나이가 들면서 깊은 신앙의 길을 걷기보다 습관적인 신앙생활을 이어나가면서 하나님보다는 세상을, 사람을, 친구를 더욱 의지하였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긴 이후의 삶에서 나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나 역시 새롭게 신앙을 찾게 되었지만.

 

이렇게 비슷한 삶의 궤적 때문일까, 그의 시가 들려주는 속삭임이 결코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친숙한 느낌이 들어 왜 이전에는 그의 시를 제대로 감상하지 않았는지, 아니 그의 시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던 시절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다.

 

게다가 고독이라는 하나님과 단절된 시기에 발표한 시들 속에 나타난 주제도 나 역시 오랜 시간동안 비슷한 생각을 했기에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했고, 특히 삶을 근심 혹은 병으로 바라본 점에서는 나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김현승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이 만남이 그의 세계에, 그가 보여준 기독교적 세계관에 더 깊이 빠져드는 첫 걸음이 될 것 같다. 그의 시 세계는 결코 한 번에 도착할 수 없는 곳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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