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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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할 때 근묵자흑이라는 4자 성어를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 4자성어가 던지는 뉘앙스는 나쁜 놈 옆에 있는 놈은 결국 나쁜 놈이 된다는 조금은 안 좋은 느낌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는 그렇게 나쁜 쪽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미조구치와 오카다의 관계를 보면 말이다.

 

미조구치와 오카다는 한 마디로 뒷골목 하류 인생이다. 부스지마라는 보스 밑에서 이들이 하는 일이란 게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후 합의금을 뜯어내거나 불륜 현장을 덮쳐 돈을 갈취하는 등 세상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냥 동네 양아치나 할 만한 짓들이다.

 

그렇고 그런 삶을 살던 어느 날 오카다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누군가를 울게 하는 일이라며 이제는 누군가를 웃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미조구치 곁을 떠나고자 한다. 오카다의 가슴 깊이 담겨 있던 이 말은 아무렇게나 툭 던지는 말은 아니었다. 그의 내면 깊숙이 담긴 그의 본질적인 면이었다.

 

오카다는 초등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부터 반 친구들이나 담임선생님을 보호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애쓰는 정의감이 강한 학생이었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비록 뒷골목 하류 인생을 살면서도 아버지에게 학대받는 아이를 위해 조금은 엉뚱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오카다의 마음은 어느덧 파트너인 미조구치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미조구치는 한 때 자신과 오카다가 저지른 모든 일을 오카다에게 떠넘기는 인물이기도 했지만 오카다가 사라진 후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마음을 가진 인물로 조금씩 변해갔다(물론 그가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사람의 선한 마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세상. 이것은 아마 모든 사람이 꿈꾸는 세상일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남은 날은 정말 전부 휴가인 듯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그런 세상에서의 날들이 어찌 휴가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사카 코타로. 처음 만난 작가이지만 이 책을 읽고 작가의 따뜻한 마음과 세상을 향한 긍정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가 바라는 세상이 하루 빨리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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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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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은 책을 보면서 영화를 보는 듯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이미지로 떠오르는 책이다. 글로 된 장면을 이미지로 만들어내면서 작가의 상상력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런 류의 소설이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이게이트에서 시신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된 기사에서 다룬 살인 사건의 내용이 긴장감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오호, 이 사건이 셜록 홈즈가 나서서 해결할 살인 사건인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라이엔바흐 폭포에서 이루어진 셜록 홈즈와 그의 맞수라는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의 대결로 두 사람이 죽었는지 혹은 실종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셜록 홈즈가 이 책의 주인공이 아니란 걸까?

 

그렇다. 이 책의 주인공은 셜록 홈즈가 아니다. 소설 곳곳에서 셜록 홈즈와 왓슨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들이 사건을 풀어헤치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렇지만 셜록 홈즈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와 전혀 다른 소설인 것은 아니다. 이 소설 속에는 홈즈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셜록 홈즈와 애증의 관계라고 해야 할까? 홈즈 때문에 망신을 당했지만 그 때문에 역으로 그를 추종하게 된 애설니 존스 경감. 또한 홈즈에게 왓슨이라는 친구가 있었다면 존스 경감의 옆에는 클래런스 데버루라는 미국 범죄계의 거물을 뒤쫓아 영국으로 온 프레덕릭 체이스가 있다.

 

두 사람은 영국의 범죄계를 장악하려는 클래런스 데버루를 함께 뒤쫓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 이것이 아닌가 싶다. 긴장감이 사라질만하면 다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쫓아가다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일단 책을 펼친 사람이라면 결코 한 눈을 팔지 못하도록 끝없이 새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거기에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 물론 어느 정도 반전을 기대하고 예측하고 있었지만 내 생각과는 정반대되는 반전이었다. 소설 곳곳에서 이를 알려주는 단서들이 숨어 있었는데 이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너무 아쉽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분이라면 작가가 숨겨놓은 단서로 마지막 반전을 예상해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이다.

 

아서 코난 도일 재단에서 셜록 홈즈의 작가로 지정된 앤터니 호로비츠. 앞으로 그의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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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노트 라이징
장량 지음 / 세니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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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Note Rising. 제목이 무얼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더욱 궁금했다. ‘황금의 땅 엘도라도, 맥켄나의 황금 골짜기를 발견한 사람. 종이를 황금으로 바꾸는 현대의 연금술을 완성한 사람이라는 책 소개 문구와 최불암 강력 추천작이라는 말에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소설의 내용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화폐 수집가인 정은서는 어느 날 ATM기에서 뽑은 만 원짜리와 일련번호가 똑같은 다른 만 원짜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 말은 둘 중의 하나, 혹은 둘 모두 위폐라는 의미이다. 그것도 조잡한 위폐가 아니라 ATM기에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초정밀 위폐였다. 결국 위폐를 만든 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위폐를 신고하고 이로 인해 국가적 비상사태가 선포된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사건 수사를 지켜보던 은서는 위폐를 만든 범인이 다른 극악 범죄자와는 다르기에 그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언론에다 사건의 전말에 대해 제보하고, 위폐 제조자 이선우는 결국 자수를 선택한다. 그런데 이선우가 수감된 교도소에는 초정밀 위폐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종이 제작자 김산호가 수감되어 있었는데, 과연 이선우와 김산호가 동일한 교도소에 갇힌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노린 계획인 걸까?

 

위폐에 관련된 내용이라 상당히 신선했다. 또한 위폐를 통해 돈을 향한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을 그리면서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에서 이런 돈이 정말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여겨지기 위해서는 결국 부를 향한 기회의 균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면에서 교훈적이고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지만 재미라는 면에서는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건의 흐름도 그렇고, 결말 부분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였던지라 뭔가 2%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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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 검은 고양이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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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끼는 공포라는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아마 그 근원에는 두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두려움은 무엇 때문에, 혹은 어떤 상황에서 생기는 걸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두려움은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즉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접했을 때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한 번 상상해보자.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렇게 위대한 자연의 힘이 오롯이 자신을 향해 격렬하게 다가온다면 그때에는 어떤 느낌이 들까? 아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 어떤 것으로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공포감을 맛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밖에 또 어떤 상황에서 공포에 휩싸이게 될까? 모든 희망이 사라져버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끝없는 공포감에 사로잡히고 말 것이다. 이런 경우는 또 어떨까?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모두가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범죄 대상이 나타나 모두를 속였다고 자신했던 그 범죄가 모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 순간,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공포감일 것이다. 또한 죽었다고 생각하여 장사까지 지낸 이가 어느 날 밤 삶을 향한 쓰라린 고통의 흔적을 간직한 채 다시 나타난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전집 공포 편에서는 바로 이런 두려움들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미스터리 편을 읽으면서도 인간의 내면에 담긴 공포를 느낄 수 있었지만 이번 공포 편에서는 그 종류와 차원을 달리하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파괴적인 자연의 힘에 대한 공포,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기괴한 목소리, 그림자가 범인에게 가하는 심리적, 정신적 공포, 자신의 내면의 본 모습을 보는데서 오는 공포, 그 누구도 결코 알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상황을 듣는데서 오는 공포.

 

이런 것이 대가의 작품이라는 생각과 함께 끝없는 공포가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스티븐 킹의 공포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간직한 채로 말이다. 여름 날 밤, 온 몸을 서늘하게 만들어줄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주저 말고 이 책을 고르라. 그 밤 결코 잠들지 못하는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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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 모르그가의 살인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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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그저 가벼운 추리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장을 펼쳐 읽은 내용은 그렇지가 않았다. 왜 에드거 앨런 포를 탐정의 아버지, 추리 문학의 선구자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미스터리 편이라는 분류 하에 10편의 단편들을 모아 놓았다.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 중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라는 모르그가의 살인’, ‘마리 로제 미스터리’, ‘도둑맞은 편지는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천재적인 탐정을 등장시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요즘 작품과는 다른 구성으로 되어있기도 하지만 사건에 대한 주변의 시선, 객관적인 정황, 일반적인 상식, 거기에 더해 범인의 심리적인 면까지 모두 고려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1800년대에 이런 소설을 쓴 포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미스터리라는 분류에 따른 작품들이지만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범죄자의 심리를 묘사한 부분을 보면 차라리 공포 소설에 가까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특히 폭로하는 심장은 읽고 있는 나 역시 심장이 벌렁거리며 공포감에 젖어들 정도로 아주 세밀하게 범죄자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이런 탁월한 심리적 묘사를 겨우 9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에다 그려냈다는 점이다.

 

범인은 너다라는 단편을 읽었을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미드 멘탈리스트의 주인공 패트릭 제인이 떠올랐다. 주변이나 상황을 설정해 범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범죄를 고백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이 작품에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로서의 에드가 앨런 포가 얼마나 위대한지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포의 다방면에 걸친 전문적 지식을 경험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수학적인 부분이나 암호 해독에 관한 부분은 당연히 추리 소설과 연관될 수밖에 없지만 그 깊이 있는 이야기에 끝없이 끌려들어가는 내 자신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책에서 묘사한 내용이 어느 정도의 전문지식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말이다.

 

포의 소설 전체에서 이제 미스터리 편 한 권을 읽었다. 아직까지 읽어야할 책이 4권이나 남아있다니. 기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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