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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정벌 - 기획에서 병탄, 패전까지 1854~1945
이상각 지음 / 유리창 / 2015년 8월
평점 :
일본이란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용서를 구하는 대신 자신들을 정당화하기에 바쁜 이들, 여전히 남의 나라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자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생을 망가뜨렸음에도 망발을 남발하는 후안무치의 인물들이 다스리는 나라. 그렇기에 도저히 가까워지기 어려운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이런 인식의 일본은 역사상 가까우면서도 먼 이웃이었다. 특히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등의 시기에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일본은 이 전쟁들을 어떻게 준비했을까? 전쟁을 준비한 인물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조선정벌–기획에서 병탄, 패전까지 1854~1945>이다. 이 책은 시인이며 역사 저술가인 저자 이상각은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자국 영토 주장, 군사대국화 등을 외치는 일본과 소위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단체와 학자들이 과거 일제의 행적을 비호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며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하는 의도로 집필한 책이다. 저자의 말 한 마디가 가슴 깊이 다가온다.
성찰하지 않고 대비하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이 책에는 조선의 망국과 병탄 시기에 활약했던 일본인 19명의 행적이 담겨있다. 19명의 인물 중에는 신화 속 인물을 역사적 인물로 조작하고 정한론을 구체화한 요시다 쇼인, 태평양전쟁은 일본의 성전이라고 외치며 조선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몬 고이소 구니아키, 식민의 문명의 전파라고 외친 니토베 이나조, 명성황후 시해를 구상하고 배후 조종한 이노우에 가오루 등이 있다.
처음 들어본 이름도 있고 익히 알고 있던 인물들도 있지만 이들의 행태는 똑같다. 한국인으로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결코 잊을 수도 없는 인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니토베 이나조가 기억에 남는다. 지식인의 잘못된 행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고, 특히 기독교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이들처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이들도 있지만 이들과는 또 다른 행보를 보인 일본인들도 있다. 조선의 문화를 지키고자 했던 야나기 무네요시, 사랑하는 아나키스트 박열 의사와 함께 제국주의 일본에 정면으로 맞섰던 가네코 후미코 등등.
오늘날의 일본은 어떤 인물들이 권력을 잡아 행세하고 있는 걸까? 눈에 보이는 아베 정권의 모습은 결코 용서 못할 자들의 행적을 뒤쫓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행보에 반대하며 거리에 나선 일본인들도 적지 않다. 과연 일본의 참 모습은 무엇일까?
분명한 사실은 그들의 진심어린, 특히 권력 중심에 있는 이들의 진심어린 반성이 있지 않는 한 한일 양국 관계는 결코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코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잊지 않고 있기에, 결코 잊지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저자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성찰하지 않고 대비하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