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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ㅣ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5
전아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평점 :
고품격 로맨스 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의 다섯 번째 작품 <미인도>. 로맨스 소설에 대한 시각을 바꿔준 시리즈라 이번에도 기대감이 컸다. 게다가 이 책을 쓴 사람이 바로 전아리 작가였기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전아리 작가의 작품들은 늘 신선하고, 새롭고, 유쾌했기에 과연 그녀가 어떤 내용의 로맨스 소설을 쓸지 무척 궁금해졌다.
<미인도>.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미인을 그린 그림에 얽힌 내용인가 생각했는데,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미인도는 미인들이 사는 섬이다. 어떻게 보면 수많은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한 그런 섬(물론 나는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사건의 발달은 이렇다. 어느 날 한 노인이 길에서 쓰러져 숨을 거둔다. 그런데 이 노인의 지갑에서 나온 실종 대학생의 신분증. 지문 검식 결과 노인과 일주일 전에 사라진 황종민이라는 대학생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런데 현대 과학으로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이 사건에 대한 전말을 들려주겠다는 노인이 있었다. 해장국값 대신으로. 노인은 자신이 죽은 황종민의 친국라고 말하며 미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동차 사고로 정신을 잃었던 성우가 눈을 뜬 곳은 바로 황종민이 말한 미인도. 아리따운 여성들이 사는 이곳에서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은 섬에서 사는 여성과 합궁을 하는 것뿐이라는 말은 들은 성우는 꿈결에서 느낀 여인의 손길을 기억하면서 그녀가 바로 월화라고 생각한다. 그녀를 향한 마음이 커져가는 도중에 알게 된 사실. 그녀의 남자가 바로 자신과 고등학교 동창인 황종민이라는 것. 그녀를 취하기 위해 반란을 꿈꾸는 가희와 손을 잡고 섬에 사는 여성들의 그림을 그려준다.
한편 섬에는 사랑하는 여인의 곁을 떠나지 못해 소경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이 있고 노파들이 사는 숲의 초입에 무녀 매영의 집이 있다. 그녀를 찾아간 성우는 자신으로 인해 섬의 여성들이 죽음에 대해 알게 되면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하면서 ‘문을 두드리면 둘이 죽고, 그냥 돌아서면 하나가 죽는다’라는 묘한 말을 듣는다.
성우가 꿈속에서 느낀 손길의 여인은 정말 월화인 걸까? 친구의 여자인 월화는 과연 그와 이어지는 걸까? 미인도에 있던 황종민과 박성우는 어떻게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 걸까, 그것도 노인의 모습으로?
역시 전아리 작가의 작품이다. 끝없이 빨려들어가는 이야기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성우가 그리는 여인네들의 그림에, 월화를 둘러싼 사랑 이야기에, 미인도의 권력을 가진 수영에게 맞서는 가희의 음모에, 무슨 까닭인지 소경이 되어버린 남자들의 모습에. 로맨스 소설에는 이런 매력도 있구나,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