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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평점 :
<이 책은 고전이 될것이다. 절대소장각!!>
이 책은 소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으쓱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것도 초판으로... 심지어 가제본도 있다.
자손들에게 물려줄 돈은 없고(내가 다쓰고 죽을꺼다), 이 책을 가보로 물려주고 싶다. 이 책은 길이길이 남겨져 고전에 남을 법한 책이다.(고전에 반감있으나, 이 책은 인정한다)
소설에 나온 질병에 증상이나 대상자들이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런데 이 작가는 실화이며, 표현력이 미쳤다. 너무 알겠는데, 너무 리얼한 표현에 배꼽이 빠지면 안되는데, 배꼽이 빠진다.
가장 허리를 확인시켜주는 부분은 수술방법에 대한 설명과 비행기 탑승(피드참조)에 대한 것이다.
.159 triple-ostomy
‘트리플 오스토미’는 좀 더 학술적으로 돌리는 용어를 쓰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내가 하루 전날 생각해낸 조어였다. 적어도 ‘배관공사’보다는 설득력이 있을 터였다.
“ostomy는 인공항문이나 방광을 만드는 수술을 말한다.”
책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으나 실제로 ostomy는 인공 항문 성형술, 즉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항문이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어, 인위적으로 몸 밖에 항문의 기능을 할수 있게 하는 개구부(열리는 부분)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피드 참조)
위장관과 배설계를 하나의 배관으로 만들어버리는 위트에 엄청 웃었다. 사실 이렇게 위장관을 설명할 때 나도 이렇게 설명하기 때문에 그 설명방식을 책에서, 그것도 소설책에서, 확인 할 줄은 몰랐다. 진짜 이것은 해부를 정확하게 이해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다.
진짜 똑똑한 사람은 다르구나 생각하는데, 책 초반에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인하는 부분이 있다.
.50 하나는 타고난 머리 덕분에 적어도 존재 자체는 받아들여지던 내가 ...
진짜 좀... 너무 짜증나는데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캬캬캬
어떻게 하면 머리가 타고날 수 있는지, 그 느낌은 어떤 것인지 묻고 싶으나, 그는 이미 없다.(급 숙연)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더 정확하게는 (생존을 하기 위한, 아닌 )생물학적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수술을 디자인 하고, 수술을 이루기 위해 경제적인 부분까지 해결하는 것이에서 마치 내가 피터가 되어 해결한다고 느끼고 싶을 만큼 설레었다. 반대로 힘든 시기에는 나도 같이 애간장이 녹았다. 책에는 통증이나 자신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굉장히 가볍게 서술되어 있지만 그 병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병을 이해하기 위해 학부때 영상을 꾀나 봤었기 때문에 그의 유쾌함은 승화로 느껴져, 울다가 웃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피터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는 게이로 그 시대를 살아왔고,
그 누구나 할 수 없는 역행, 고행을 인생의 옵션으로 여겨왔을 것이다. 그런 인생의 흔적이 희귀병 앞에서도 기존의 의학이 반응하던 방식을 벗어나 자신의 전공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랑과 삶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낸 것으로 보인다.
(중략)
기존의 인간의 삶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앞으로 인간이 살아갈 삶의 태도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철학’이면서
현재의 ‘로봇과학’, ‘의학’, ‘간호학’, ‘병원의 시스템’을 파학 할 수 있는 ‘과학’이며
‘유머’라는 장르는 승화라는 작업을 거쳐 나온 문학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분야로
자신의 감정을 ‘문학’적으로 유머로 표현하는 승화된 ‘문학’이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빛이 바래지 않도록 배우자와의 만남부터 현재까지 이야기를 오묘하고 절묘하게 녹여낸 공상과학 영화같은 실화의 이야기면서....
아니 에르노를 읽으며 배운 자전적 소설이라는 단어를 여기에 쓰기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 어떤 것에도 명명하여 이 글을 묶어 놓고 싶지 않다. 피터의 글로 사랑한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주의하기 바란다.
문뜩 빵 터졌다가 문뜩 막 감정이 쏟아져 나오다가 문뜩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게 고전이지 다른 게 고전이겠는가!!
58년 개띠 피터가 남긴 이 이야기는 반드시 소장하여 (소장품은 비닐에 꼭 싸더라고...)
대대손손 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