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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2.겨울호 - 76호
장우석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12월
평점 :
<미스터리 속의 수학>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완전 빵 터져서 혼자 키덕거리면서 웃었다. 정말 책은 혼자 읽은게 맞다. 만화책도 아니고 미스터리물 들고 혼자 카페에서 키덕거렸다면... 캬캬캬 재미있었을 것 같다.
고딩때 수학을 왜 배워야하는지에 대해 수학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런 2차, 3차 함수 이런거 사회나가면 못해도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사실 필요없는 분야가 더 많다. 그럼에도 너희가 수학을 배워야하는 이유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논리적 사고는 모든 분야에서 예술에서도 필요한 것이거든”
그리고 진도를 눈썹이 휘날리며 빼셨다.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만나니 머리에 녹색불이 켜지는 듯 짜릿했다.
수학은 마치 학창시절 절친을 만난 듯 늘 반갑지만, 나의 치부를 다 아는 듯 불편하기도 한 분야다. 그래도 머금어 지는 미소는 어쩔수 없다.
특히 이번호의 경우에는 <검은 눈물>이라는 수상작이 기대가 컸다. [미스터션샤인(이하, 미션)]에서
“복수는 스스로 하는 거야”
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서 복수를 합법적으로 가능한가? 얼마 전에
작가 김은숙과 배우 송혜교가 다시 손을 잡은 [더글로리]를 보고 惡은 만들어지는 것인가? 발생하는 것인가? 惡의 기준은 무엇인가? 를 생각했다.
<검은눈물>에서 가해자가 자멸해가는 모습은 [더글로리]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검은눈물은 피해자가 아빠, [더글로리]에서는 주인공(동은) 역시 자신의 생을 다 바쳐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해자를 파멸(?) 시키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파멸(破滅).... 내가 생각하는 파멸은 검은 눈물의 것과는 다르다.
<스포>
[파혼]
[연예계 퇴출]
[한쪽 눈 실명]
[퇴사]
이들이 겪은 일들에 ‘고작’,‘겨우’,‘애걔’, ‘기껏’ 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 어떤 짓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이 복수에서는 사이다는 없을 것 같다. 아이가 현재 부모의 품에 없으니깐...
얼마전 학폭위원회를 하고 온 부모의 입장으로 만약 내 아이가 <검은눈물>과 [더글로리]와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어땠을까? 생각만으로...
사람들은 그 아이만 괴롭히는 것이라고 생각 할 수 있는데, 단연코 아니다.
그 아이, 그 아이의 형제, 그 아이의 친구, 그 아이의 부모, 그 아이 뒤에 있는 모두를... 그리고 결국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자신의 형제, 친구, 부모... 가족을 괴롭히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 영화에서 “복수는 잔인하게...”라는 말을 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복수는 냉정하게... 극악의 냉정함, 인간이 인간을 벌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간이 아닌 것을 대상으로 하는 복수이기에, 복수를 하는 사람 역시 인간이 아닌 수준의 냉정함을 가지고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검은눈물>의 아빠가 왜 치매가 걸린지 알 것 같다. 얼마나 지우고 싶을까... 분명 알 것이다. 자신이 복수한 사람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꽤나 정리가 잘 된 노트를 본 느낌이었다.
이 느낌을 심사평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뿌려놓은 모든 단서를 깔끔하게 회수하는 마무리...’
미스터리 북토크에 미스터리는 이 단서를 적절하게 잘 뿌리고 그것을 잘 거둬들이는 것만으로도 완성도는 높아진다고.
‘뿌리고 거두기...’
북토크에서도 부분이 꽤나 인상깊었는데,
그것이 나의 느낌엔 <잘 정리된 노트>처럼 느껴져, 단서를 회수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그런데 이 작가가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뒤에 인터뷰에서 나온다. 작가의 직업은 현직 ‘검찰수사관’이다. 역시는 역시다. 얼마나 많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직업인가...
연암 박지원은 여기저기 다니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글로 썼다고 하는데, 이 작가는 작가의 직업 자체가 플랫폼처럼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다. 그것도 구구절절한 사연과 극악무도한 잔인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재고...를 가지고 말이다.
<스포>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꽤나 무서웠으나, 뒤로 갈수로 아프고, 뜨끈했다.
이것이 이 작품이 수상하게 된 이유가 결정적인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반전]
(중략)
뒷 부분에도 더 할 말이 많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에 관한 시론>에 나온 문구로 갈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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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그냥 읽으세요. 아주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