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언니와 나를 차례로 본다, 진지한 눈빛으로. "나 아주 어릴 때, 우리 엄마가 떠나기 전에 중요한 얘기 해줬어. 애자야, 너 알아야 돼. 사람 전부 속에 좋은 면, 나쁜 면 있어. 그런데 가끔 인생의 슬픈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좋은 면 잊어. 그런 사람한테 나쁘다고 이야기하지 마. 그러면 더 나빠져. 대신 좋은 면 기억하게 해." - P107
"어쩌지?" 언니가 왜 그런 걸 묻지? 언니들은 답을 알아야지. 언니들은두려워하면 안 되지. 두려워하기는 동생 몫이고, 언니는 동생을안심시켜야지. ‘괜찮아, 내가 달이 될게.‘ 해야지. - P109
호랑이는 거칠고 통제할 수 없는 법. 진실을 말하고 세상을 집어삼키고 언제나 ‘더‘ 원하지. 반면에 인간 여자아이는 원해서는안 된다고, 남을 도와야 한다고, 조용해야 한다고 배웠어. 때로 호랑이 소녀는 그 두 갈래 삶이 헷갈렸어. 느껴서는 안 되는 감정들이 적당치 않은 때 느껴지곤 했거든. 인간 여자아이치고는 너무 많은 감정을 느꼈고, 호랑이치곤 너무 많은 두려움을 느꼈어. 차라리 둘 중 하나로 살아가는 게 훨씬 쉬울 터였지. 더욱이 그 비밀 때문에 호랑이 소녀는 외로웠어. 호랑이와 사람 양쪽 모두에 친구와 가족이 있었지만 그 아이의 진실한 내면은아무도 몰랐거든. - P176
"저는 여태껏 불평 없이 살았지만, 이젠 제 딸을 위해서 청합니다. 제 딸만은 저처럼 살지 않게 해 주세요. 제 딸의 마법을 없애 주세요. 제 딸과 저를 모두 사람으로 만들어주시고, 호랑이 쪽 절반은 밖으로 나오지 않게 가두어 주세요." - P177
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정보가 쌓이고 세상이 여러 다른 관점으로보이지. 그러니까 사람이 자기 스스로한테 하는 이야기들도 자연히………… 변화할 수 있지." - P235
할머니는 쌀과 잣과 약초를 사서 마법을 부리고, 영혼들에게음식을 주고,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을 믿는다. 할머니가 사는 곳은 담쟁이덩굴에 뒤덮이고 창문들이 눈 깜박이지않고 바라보는 언덕 꼭대기 집이다. 할머니는 이야기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마을을 내려다보는마녀다. 할머니는 정상이 아니다. - P240
"할머니 때문에 창피하다고 느낀 적 있었냐고, 어릴 때." 엄마가 부드러워진다. "당연히 있었지. 누구든 가족 때문에 부끄럽다고 느낄 때가있을 거야. 그런데, 그 부끄러움에 비교가 안 될 만큼 자랑스러움도 많이 느꼈지. 네 할머니 참 대단한 분이시니까. 안 그래?" 기 - P253
"지금 해야 해, 릴리. 일을 나중으로 미루면 끝내 안 하게 돼. 더 어려워지고 더 겁나고, 그러다 어느 날 시간이 다 가 버렸구나 깨닫는 거지." - P261
"내 맘 같아선 아무리 계속 함께 있고 싶어도, 누군가를 그냥보내 주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 - P268
"시간이 지나면 나아져? 슬픔이 가셔?" 내가 묻자 언니는 앞을 빤히 보며 대답한다. "슬픔은 희미해져. 응, 결국에는 그런데 그리움……… 시간이 지난다고 없어질 수 있는 건지 모르겠어."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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