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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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둔 사람들은 한 해를 돌아보곤 했나보다.

스크루지 이야기도 크리스마스 밤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이 책 <일생일대의 거래>역시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한다.

크리스마스가 한해의 마지막에 있는 휴일이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날이기 때문일까?



이 책에서는 돈을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한 주인공이 나온다.

아이가 어리던 시절 내내 출장을 다니며 모든 시간을 일에만 바쳤고

학교에 데려다준 적도, 손을 잡아준 적도, 생일 촛불을 끌 때 옆에서 도와준 적도, 침대에서 책을 네 권째 읽어주다가 같이 잠든 적도 없었다.

그래서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나'를 떠났다.

이렇게 삶의 모든 것을 바쳐 부를 일궈낸 나는 옆 병실의 꼬마아이가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미 어긋난 아들과의 관계를 돌이킬 수는 없었다.


부가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아들을 매일 먼 발치에서 바라볼 뿐..


그리고 이 시점에 암에 걸리고 옆 병실의 꼬마아이를 지켜보며 관심을 갖게 된다.

아들에게 못해줬던 사랑을 옆 병실 아이에게 쏟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그 아이가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신 일을 하는 여자와 거래를 한다.

다만 죽음을 죽음으로 맞바꿀 수는 없고

목숨을 목숨으로 맞바꿀 수만 있다고.



목숨을 목숨으로 맞바꾸는 것이 궁금해 소설을 빠르게 읽었다.

이 그림처럼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애당초 존재한 적 없는 사람이 되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것.

사랑하는 아들은 다른 사람의 아들이 되고, 내가 이룬 업적은 다른 사람의 것이 되는 것.


그제야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아이의 관심은 절대 되찾을 수 없어.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기, 그 시기가 자나면. 그 시기가 맨 먼저 지나가 버리거든."-p88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좋은 부모란 어떻게 될 수 있는 것일까?


모든 부모는 가끔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5분쯤 그 안애 가만히 앉아 있을 거다.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가는 숨막하는 부담감을 달래며.

모든 부모는 가끔 열쇠를 들고 열쇠구멍에 넣지 않은 채 계단에 10초쯤 서 있을 거다.

그저 숨을 쉬고, 온갖 책임이 기다리고 있는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갈 용기를 그러모으면서. -p34



책 표지에 있는 추천사들이 너무나 거대해서 무슨 내용일지 가늠이 안되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다 맞는 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삶의 모든 결정과 우선순위에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는 것도.

세번이나 연거푸 읽었으므로, 이 책은 나에게 300페이지짜리 소설이라는 것도.


동화처럼 색연필로 그린듯한 그림과

종이의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글

그리고 얇은 양장본.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프레드릭 배크만답게 무거운 내용이 담겨있었다.


부모되기 교육을 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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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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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지로만 알던 보라보라섬

그곳에도 사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신혼여행처럼 평생을 살아갈까?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image&sm=tab_jum&query=%EB%B3%B4%EB%9D%BC%EB%B3%B4%EB%9D%BC%EC%84%AC





뒷표지 날개에 있던 말처럼

섬은 꿈꿔왔던 것만큼 완벽하기만 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딘가에 산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낯선 세계가 숨겨왔던 표정을 발견해나가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시시콜콜한 오늘을 나누는 일.

우리를 괴롭히는 사소한 일들에

다시 사소한 위로로 맞서는 일.

이건 그 사소함에 흔들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라보라섬은 여행지로 유명하지만 어딘가에 산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처럼, 여행지의 숨겨왔던 표정을 발견해나가며 살아가는 작가의 삶을 그린다.

그리고 작가가 이 섬에서 혼자 살아가는게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온 남편과 함께 살아가기에 새로움과 낯섧, 그리고 숨겨져있던 것을 발견하는 묘미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개의 쪽글 중 마음에 와닿았던 몇편들.

일단 남편과의 친구스위치가 와닿았다.

한 사람이 요청하면, 아내나 남편의 역할은 모두 내려놓고 친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절대 객관저긍로 판단하거나 충고하지 않고, 집중해서 들어주고, 격하게 공감해주며, 무조건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것.

보라보라섬이랑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보통의 가족끼리도 필요한 스위치인 것 같다.


그리고 엄마와의 시간도.

의외로  엄마와의 대화가 제일 새로웠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한가지 생각이 더 분명해졌다. 나는 엄마를 몰랐다. 물론 엄마도 나를 몰랐다. 이제는 엄마를 안심시키기보다, 진짜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엄마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새로운 땅이어서 그랬을까. 모르겠다. 다만 내가 솔직해질수록 엄마는 더 당황했다. 말을 돌리기도 했고, 상처받은 표정이 되기도 했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엄마는 곧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건 곧 내가 엄마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뜻이고, 엄마가 내게 무척 실망할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언가를 진자로 쌓아가려면 일단은 허물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슬프고 무척 기쁜 마음으로 엄마가 내게 실망할 그날을 기다린다.-p189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할머니께 보낸 편지도, 이 짧은 글을 읽고 이렇게 울컥할 수 있나싶을 정도로 슬펐다.

할머니.

미안해.

아빠는 내가 많이 사랑할게.

 




이렇게 멋진 글을 많이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짧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글.

보라보라섬에 대한 묘사는 없지만 보라보라섬을 알 것 같은 글.

작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작가와 작가의 가족들에 대해 알 것 같은, 그리고 좋아하게 되는 글.

정말 멋진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내가 살고 싶은 삶이기도 하다.


정전이 되면 아무래도 불편한 것들이 생겼다. 인덕션이 안켜지니 요리를 할 수 없었고, 아이스크림, 냉동만두, 냉동과일 같은 냉동고의 음식들이 금세 녹아버렸다. 와이파이도 사라지고, 핸드폰 자체의 신호도 거의 안 잡혔다. 하지만 윌는 정전이 되는 걸 내심 반가워하기도 했다. 비로소 보라보라의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었다. 아주 느린, 그래서 심심한.

심심한 건 좋은 일이었다. 무언가가 하고싶어지니까. 핸드폰만 들여다보던 나는 고개를 들어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남펀은 미뤄두었던 분갈이를 하자고 했다......-p249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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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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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만 봤는데도 마음이 쿡쿡 찔리는 이책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하는데>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일기라고 하니

하찮은 체력에서 너무 와닿는다

그리고 내가 매일 생각하고 있는 말 

오늘'은' 운동허라 가야하는데.....

어제도 안했고 그제도 안했지만 오늘만은 해야한다

내가 이렇게 운동을 안 할 줄 모르고 이번주 토요일에 마라톤을 하기로 했으니까!!!!

하루에 1km도 안걷는데 10km를 어떻게 뛰나....

작년에 나이키 마라톤때는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기초체력도 있는 상태였는데 지금은 버스를 타려고 조금만 뛰어도 버스에서 내내 축 쳐져있다...



사실 이 마라톤도 나에게 잘 맞지는 않은 운동이다

관절이 안좋은 사람에게는 보통 아스팔트로 되어있는 마라톤 코스를 달리는 것이 무릎에 무리를 준다고...

작년 봄에 열심히 하던 마라톤은 연골이.부었다는 판정을 받고, 이 연골 100살까지 쓰셔야하는데 잘 생각해보세요. 라는 말을 들으며 그만 두었었다.

복싱도 마찬가지이다. 계속 스텝을 밟아야하는 킥복싱도 나의 발목에는 무리였나보다. 7년전쯤 도전했던 킥복싱은 나에게 비오는 날 시큰거림을 남겨두고 날 떠났다.

관절이 안좋아서 시작한 수영은 가방속에 웅크리고 있는 축축한 수영복들은 사물함에 던져놓고 나와버림으로써 해결했지만 여름철이 되면 레인의 절반이 차도록 늘어나는 수강생때문에 포기, 겨울되면 추워서 포기, 결정적으로 유연하지 않아서 접영을 못해서 포기......

그래서 작가는 체험해본 댄스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음치, 박치, 몸치인 주제에는 헛된꿈이라고...

뚝딱거리는 나의 모습은....

요가 역시 유연하지 않아서 동작을 따라하기가 너무 힘들고

집근처 요가원의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이라 애매해서 포기

암벽등반은 재미있고 좋았으나 너무 멀어져서 포기

헬스는 혼자서 하자니 심심하고, pt를 받자니 시간이 안맞고 못미더워서 포기



이래서 책날개에 있는 체크리스트를 다 채웠나보더

모든 운동을 3개월 이상 해본 적이 없다 체크

아침에 일어날 때 너무 힘들오서 지옥엣서 눈을 뜨는 기분이다 체크

헬스클럽에서 운동화찾아가세요라는 문자를 받아본 적이 있다 체크

그마저도 찾으러 가기 귀찮아서 운동화를 버린 적이 있다 체크(샴푸도

.)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하는데..라고 말하면서 넷플릭스를 본다 체크

퇴근하고나면 피곤해서 가족에게 짜증이 난다 체크ㅠㅠ

운동하기 싫어서 온갖 창의적인 핑계를 만든다.'컨디션이 별로 안좋아, 오늘 가스점검하러 온다고 했는데, 선생님이랑 나랑 잘 안맞는듯' 체크

겨우 운동하러 가면 10분마다 한번씩 시계를 본다 체크

다음 생은 그냥 나무늘보로 태어나고 싶다 체크





그렇지만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특히 나는 서른도 안되었는데 체력이 떨어지는게 느껴져서

살려고 운동을 하는 편이다.

그마저 얼마 안가지만...

체력의 중요성, 건강의 중요성을 내 몸을 통해 느끼지만

내 몸에 맞는 운동은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와닿았다.

결국 작가는 필라테스라는 자신의 운동을 찾아낸 것이니까.

나도 이 책에 나온 다른 운동들을 도전해보며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야겠다.

아쿠아로빅, 제대로된 PT, 제대로된 필라테스, 스쿼시, 홈트, 배드민턴, 폴댄스 등

그리고 원래 해보고싶던 검도도.





아직 내가 도전해보지 않은 운동은 많으니 열심히 운동 유목민 생활을 계속해보아야겠다.

국민체력측정100도 해봐야지!

그래도 평균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늘은 집에서 안나가고싶으니 홈트라도 하자!



*출판사에서 제공한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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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를 걷다 - 생텍쥐페리가 사랑한 땅
주형원 지음 / 니케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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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가 사랑한 별과 사막

둘을 담은 사하라 트레킹 여행에세이

사하라 사막의 모래언덕의 사진이 담긴 띠지와

금빛 별이 박힌 하늘색의 표지가 감성을 더해준다.




사하라를 걷는 여행에서 느낀바를 담은 에세이인데

생소하게 느낄 수 잇는 사막의 사진을 많이 담아

사막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만큼 별사진도 많은데,

작가처럼 텐트 없이 완전한 대자연 속에서 밤을 보내고 싶게 한다.

프랑스 어로 '아름다운 별에서 잔다'는 뜻을 가진

벽도 텐트도 없는 야외에서 하늘 보며 자기

우리말로는 노숙. 비박도 우리말인줄 알았는데 독일어 biwak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비바크가 표준어라고...



그런 진귀한 경험을 사막에서의 첫날부터 하다니

역시 여행자이다!

난 몽골에서 추위가 무서워서 하지 못했는데

다양한 사막 여행사 중에서도 현지여행사를 택하고

일반적으로 자동차나 낙타로 하는 여행이 아닌

'사막의 유목민'이라는 인적이 드문 길의 트레킹을 하다니.

오랫동언 사막 유목민들이 양떼를 데리고 걸어다니던 길을 따라 모래 언덕과 오아시스를 사이에 두고 약 일주일간 걷는다거나

잠도 유목민처럼 사막 한가운데서 텐트나 아니면 텐트도 없이 쏟아지는 별 아랴서 노숙한다거나

사하라 문화를 보호하고, 공유하고자 초대한다는 말은 매력적이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아무것도 없는 사막으로,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사막으로 인저깅 드문 길을 택해 간다는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떠난 작가 덕에 우리는 별이 쏟아지는 사막에 서있는 낙타를

사막의 모래언덕을 걸어가는 가족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생텍쥐페리가 사랑한 땅이라는 부제가 붙은 덕에

아직 읽어보지 않은 <인간의 대지>를 부분부분 접하며

생텍쥐페리의 사막 사랑을 느껴 함께 사막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을 함께한 이들의 다양한 여행법과 삶을 만날 수 있었다.

바람의 노랫소리에 귀기울이며, 사막의 나무에서 나는 바람의 노래는 숲에서 나무가 내는 바람 소리와는 또 다른 것 같다고 하는 샤샤의 엄마 솔렌.

아이를 갖는 순간 더이상 이런 여행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 작가에게, 아이와 함께한 여행은 아이를 이해하게 해주어 엄마가 되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말해준다.


사막의 하늘을, 바람을 닮은 뮤지션인 하리파.

사막에서 사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며, 돈을 벌기 위해 하고싶지 않은 일을 하고, 살고싶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이거 대부분인 사회에 사는 작가, 그리고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으며 그의 삶은 자유롭고 평화롭다고 말해준다. 


이러한 삶을 듣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사막에 대한 로망이 더욱 커져간다.

원래도 사막을 동경해 호주에서 몽골에서 사막을 찾았지만 이 책을 보니 사하라의 사막을, 작가처럼 느껴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p135.침낭은 생각보다 아늑하고 따뜻했으며, 심지어는 조금 더운 느낌까지 들었다. 신고 있던 양말까지 멋었다. 이 정도면 잘 만 하다고 생각했다.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에는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덕컥 겁부터 났다.이 아름다운 별 아래서 나를 덮친 건 추위가 아닌 갑작스러운 공포였다. 매일 저녁 좁은 방에서 천장과 벽을 사이에 두고 잠을 자다가 이 광활한 사막에서 하늘과 별 아래에 온전히 홀로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다.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하기도 전에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이 두려움에는 이름이 없었다. 고요한 대자연 속에서 더없이 움츠러드는 나 자신을 보며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은 벽도 천장도 아닌, 나 자신이 만들어내고 있는 두려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를 얽매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는 순간 해방감보다 공포가 먼저 나를 덮진다는 사실을. 나 스스로가 충분히 단단하지도 자유롭지도 못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이와 비슷한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잠에서 깨었을 때 밤하늘의 웅덩이밖에 볼 수 없었다.

나는 팔을 좌우로 벌린 채

저 별들의 웅덩이를 향해 언덕 위에 누워 있었다.

그 깊이를 미처 가늠하기도 전에 나는 현기증에 사로잡혔다.

그 깊이와 나 사이에는 붙잡을만한 뿌리 하나 없고,

지붕이나 나뭇가지도 없어

나는 다이버처럼 기댈 곳을 잃은 채

추락에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깊이 공감됐던 두 구절.

p190. 나는 떨어지는 것이 두려웠다.

발이 푹푹 빠지는 300미터 사막 경사를 오르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어서 숨을 헐떡거리며 간신히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래로 이뤄진 산 하나를 탄 것 같았다. 내려갈 때는 경사길이 아닌 측면으로 스노보드를 타듯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만만치 않은 높이에 현기증이 났다. 밑에서 나를 기다리던 일행들은 달려서 내려오면 더 빠르다며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외쳤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모래는 침대 매트리스보다 더 푹신해서 떨어져도 결고 다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떨어질까봐 조심하며 내려가고 있었다.


p196. 흙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집 소파에 누워 쉬는 것만큼 편했다. 아니다. 어쩌면 집보다 더 편했는지도 모른다. 파리의 아파트에서 누워 쉴 때면 내 손에는 가끔 책이, 그리고 그보다는 더 자주 휴대폰이 쥐어져 있었다. 휴대폰으로 정보도 찾고, 영화도 보고, 전화통화도 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상태다. 집에서 휴실을 취하면서도 난 단 한번도 바깥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본 적이 없었다. 나 자신과도 온전히 연결되지 못했다. 하지만 자연이라는 거대한 집에서, 소파가 아닌 모래 바닥에 누워 휴대폰 대신 하늘과 구름 그리고 별을 볼 때면 나와 내가 속한 이 세상이 완벽하게 연결된다고 느껴졌다.

사람들은 묻는다.

"사막에서 뭐해? 심심하지 않았어?"

이 질문을 받고서야 깨달았다. 사막에서는 단 한 순간도 심심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항상 그렇게 사아왔던 것만 같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그토록 동경하는 파리에 살명서 심심하다고 느낀 적이 더 많았다.

"아니, 전혀 안 심심했는데!"

내 대답에 상대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지만 사실이었다.

사막에 와서 사라진 건 지루함만이 아니었다. 시간감각도 온전히 사라졌다. 사막에서는 시간을 볼 필요도, 휴대폰을 충전할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단 한번도 시계를 보지 않게 되었다. 모든 시간 감각이 사라졌다. 어느새 내 유일한 시계는 해와 달과 별이 되었다.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지금이 몇시인지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유일하게 아쉬운 건 딱 한가지.

얼마 후면 이 행복한 시간이 끝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매 순간을 헛되이 모내고 싶지 않았다.

종종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언덕을 찾아 올라갔다. 언덕 위에 홀로 앉아 있으면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사막과 물결처럼 이어져있는 사구들이 모였다.






*출판사에서 재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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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탐사기 - 열정 가득 20대 청년의 아마존 야생 탐사 기록!
전종윤 지음 / 지오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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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탐사기라 해서 아마존을 여행하는 여행서적인 줄 알고 골랐던 이 책은 아마존이 그렇게 쉽게 여행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은 아마존에서 다양한 생물들을 조사하는 일지의 형식을 취하는데, 저자가 참여한 시기에는 아마존 두 장소의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한다. 이차림에 가까운 일차림이면서 범람원으로 비교적 습한 저지대인 너클헤드와, 일차림이면서 건토로 비교적 건조한 고지대인 바이퍼 폴스에서 각각 종을 채집하여 관찰하고 비교하는 것이다. 책의 대부분이 생물을 잡고 어떤 종인지 확인하고, 사진과 기록을 남기고, 저녁이 되면 이들을 풀어줌과 동시에 그동안 잡힌 생물을 데려와서 다음날 확인하고, 기록을 남기는 식으로 이루어져서 계속 이런 일상이 반복되는 미시적인 내용을 다루는 줄만 알았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를 통해 양서류와 파충류에게는 습한 곳이 더 적합한 서식지이며, 더 활발히 활동한다는 것을 수치로 정량화해서 확인하는 데이터 분석을 보니, 괜히 내가 다 뿌듯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책에 가득 실린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가끔의 곤충이나 다른 생물들 때문에 책장을 넘기는 것이 긴장되었는데, 계속 읽다보니 사진을 보고 어떤 종일지 함께 추론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리에 얼룩무늬가 있는 개구리는 얼룩무늬나무개구리와 점박이나무개구리 두 종이 있고, 배면에 얼룩무늬 여부로 두 종을 판별한다는 것,

둥그런 발가락을 가진 개구리는 나무개구리라는 것.

이런 소소한 지식이 쌓이는 것이 느껴지며 개구리들의 사진을 보는 것에 거부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러한 현장 연구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함께 배울 수 있어 좋았다.

 

p81. 똑같이 생긴 녀석들이 비늘의 수로 종이 나뉘는데, 그 비늘 수조차 일정치 않다고 하니 내 머릿속에서는 에 대한 개념 또는 경계가 순간적으로 아득해졌다. ‘이라는 것은 학술 연구를 위해, 그것이 아니더라도 어느 한계까지는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나비와 나방이 다르듯). 하지만 그 경계가 어디인지, 나는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정말 원시 인간의 생존과, 현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된 부분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121 방형구 조사 두 개를 하였으나 별 소득 없이 조사 구역만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말았다. 두 번째 구역은 중간에 작은 개울이 흐르는 습한 곳이라 더 기대가 되었는데 마음만 앞섰나보다... 방형구 조사 자체가 워낙 과격하게 진행되다 보니 이 정도의 자연 교란은 불가피한 결과지만, 이럴 때면 괜스레 자연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너무 과도하거나 너무 미약하지 않은, 어느 정도 수준의 교란은 오히려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데에 유리하다는 중간교란가설을 괜히 상기시키며 열심히 정글도를 휘두른 스스로를 합리화해본다.

    

실수를 통해 배워간다고들 하지만 생명체에 대한 실수는 그 생명체의 남은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기에 실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기도 하고, 작가의 반성, 걱정하는 마음에 공감해본다. 그리고 이러한 실수들이 책으로 나가면 지탄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보내는 작가의 솔직함에, 이러한 실수 외에는 없었을 것이며, 기본적으로 생명을 소중히여기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p246 사진을 찍고나니 녀석의 뒷다리가 펴진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정상적인 자세라면 개구리들은 항상 뒷다리를 접어두는데 녀석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그 뒷다리에는 작은 움직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내 손아귀에서 녀석의 뒷다리 고관절이 부러졌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예쁜 사진을 찍겠다는 미몽으로 한 생명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끔찍한 고통을 주고 말았다. 아무런 힘도 없이 숨만 몰아쉬는 녀석의 눈을 바라보기가 너무나 미안했다. 이제 움직임을 잃은 녀석의 눈을 바라보기가 너무나 미안했다. 이제 움직임을 잃은 녀석은 곧 쇼크로 유명을 달리하거나,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리라. 나는 이 작고 여린 녀석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다. 감각 있는 사진작가보다는 공감하는 보전생물학자가 되어야할텐데.

 

p258 그냥 내가 조금 아프더라도 애초부터 이렇게 잡아넣었으면 될 것을. 나의 경험부족과 두려움으로 괜히 녀석에게 고통만 안겨주고 말았다. 내가 조금 아플 것이 걱정되어서 겁을 먹다가는 동물들이 훨씬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간에겐 잠깐 쓰라리고 말 것을 피하려고 주저하는 순간 동물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일 수 잇다는 사실을 나는 이렇게 배우게 되었다. 내가 작은 고통조차 양보하지 못해 녀석의 꼬리를 부여잡고 있던 사이 공중에서까지 스스로 꼬리를(잘리지 않을 것만 같던) 포기한 그 녀석은 얼마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꼈던 걸까.

 

p155 카메라가 초점을 잡기도 전에 세줄독개구리는 금세 도망을 가버렸다. 원래 등에 지고 다니다 떨어진 제 새끼들도 포기해버린 채였다.(번식기의 세줄독개구리는 수컷이 올챙이들을 등에 붙이고 다니는데 이 녀석도 그런 수컷 중 하나였다. 다만 우리가 측정을 하다 올챙이들이 제 자리를 잃었다. 올챙이들이 살 수 있도록 물을 넣은 주머니에 담아두었다.) 이제 이 올챙이들은 스스로 연못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다. 올챙이들이 안쓰럽고 그들에게 마냥 미안할 뿐이다. 우리의 부족함으로 올챙이들은 아빠를 잃고 험난한 세상에 던져진 셈이니. 관련 연구가 없어 이들의 운명을 가늠할 수도 없는 게 참 한스럽기만 하다. 아빠 없이도 못 속에서 잘 살아남기만을 바라고 또 바란다.

 

여기에서 관련 연구라는 내용이 나오다니. 철저하게 연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마존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그곳에서 겪은 일, 잠깐의 여행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아마존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사진들도,

몽골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의 신비를 보여주는 천둥번개 이야기도.

 

p273 오늘밤도 하늘에는 번개가 번쩍이고 간간이 들리는 천둥소리도 요란했다(천둥소리 없이 내리치는 번개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소리가 닿지 못할 만큼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일까?). 어제보다도 더 강렬한 것 같았다. 번개가 하도 끊이지 않고 섬광이 내리치니 주변 전체가 밝아지고 땅이 흔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핵심은 생물에 대한 연구!

생물학이나 양서류, 파충류에 관심 있는 어린이들이 읽으면 이 분야를 진학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이나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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