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중독
저드슨 브루어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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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바빴던 어느 날, 자려고 누웠는데 다음날 일찍 학교를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온갖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도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밤을 새기로 결심하고 이 책을 펼쳤다.

<불안이라는 중독>은 불안을 습관으로 보고, 습관의 작동 원리인 보상 기반 학습 체계에 기반하여 우리가 불안을 통제하는 법을 3단계에 걸쳐 알려준다. 브루어는 우리가 각자의 불안 습관고리를 풀어내고(1단 기어), 행동의 결과에 주의를 기울여 행동보상 기반 학습 체계를 조작한 후(2단 기어), 대체 행동을 찾아 오래된 습관 고리에서 빠져나오라고 한다(3단 기어).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실생활에서 쓸 있는 불안 통제 방법까지도 함께 소개한다. 불안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기회다.

책 전반에서 심리학과 신경과학과 관련된 여러 개념적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가 불안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여러 사례들을 함께 얘기해주어 이해가 쉬웠다. 거의 매 챕터마다 사례가 나와서 뒤로 갈수록 지치는 느낌도 받았지만 이해가 된 개념에 대한 사례를 건너뛰고 읽으니 흥미를 잃지 않고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촉발인자-행동-보상(결과)'의 습관 고리를 나의 불안 습관에도 적응시켜볼 수 있어서 내가 가진 불안 시스템의 체계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불안과 좋은 성과는 실제로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7장과 '행동경향설문'을 통해 자신의 행동 유형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9장이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나도 불안과 스트레스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착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이 좋은 성과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행동경향설문'을 통해서는 예상한 대로 내가 회피 유형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고,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과도하게 비판적이거나 정확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의를 기울일 대상이 무엇인지를 알고 나니 노력해야 할 방향이 보였다.

불안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잘 다스리지는 못할 것이다. 만성적으로든 가끔씩이든 불안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삶의 질이 낮아진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되는 뇌의 작동 원리를 통해 자신이 가진 불안의 습관 고리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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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p. 마음챙김은 우리의 경험을 구성하는 생각과 감정을 바꾸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과 감정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바꾸는 것이다.

126p. 우리는 정신적 습관 고리와 자신을 과도하게 동일시한다. 그래서 그 고리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자신, 즉 정체성이 된다.

147p. 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이 클수록 습관은 더 강하게 굳어진다.

165p. 보상 가치에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하라. 즉, 특정 기간 동안만 유효하며 그 이후에는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오래된 습관이 여전히 도움이 되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186p. 계획은 초콜릿과 같다. 조금은 맛이 좋지만 너무 과하면 역효과를 일으킨다. 일이 잘못된 경우에 대한 불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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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변론 - 미래 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위하여
강금실 지음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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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와 잦아진 이상 기후로 지구의 위기를 더욱 실감하는 요즘이다. 봄에 에코 미션을 함께하는 독서모임을 시작하고부터 환경과 자연에 관심이 많아진 나는, 지금 지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좀더 공부해보고 싶었다.

<지구를 위한 변론>은 자연과의 비인간 중심적 관계에 기초해 인간의 삶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는 '지구법학'에 대한 이야기다.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경각심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지구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윤리에 대해 알려준다. 이런 책이야말로 이 시대의 필수 교양서라고 말하고 싶다.

지구법학이라는 학문은 이 책에서 처음 들어봐서 낯설었지만 생태학, 환경학, 지질학, 사회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구의 역사와 미래에 접근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깊은 시간'과 '인류세', '생태대³', '행성 경계', '지구헌장' 등의 개념을 통해서도 인간이 지구의 시간을 이미 넘었음을, 인간이 급속도의 발전을 이루면서 공간의 한계를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구를 간과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ESG(Environment환경 Social value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논의도 함께 다뤄준 덕에, 그 둘에도 '환경의 능력에 미치는 한계'의 개념이 빠져 있다는 한계점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자연과 환경의 차이에 대해서도 이 책 덕분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지칭하지만, 환경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을 이야기하는 거였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 둘을 구별할 수 있었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느라 그게 그거였던 거다. 나또한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 자연의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걸 마음으로 느낀 계기다. 아무리 사고의 전환을 한다 해도, 인간이기에 무의식적으로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상호 의존적인 존재로 서로 연관되어 있고 연속되어 있다. 그 중 일부인 인간에 의해 지구가 이 위기에 처했다는 건 앞으로 우리가 하기에 따라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회는 지구의 온도가 티핑 포인트인 1.5도를 넘기 전까지, 이대로 간다면 8년도 채 안 남았다. 지구를 구성하는 생명 공동체로서, '지구의 공간적 한계 안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함께한다면 막을 수 있다.


•기후변화에서도 모든 것이 갑자기 균형을 깨고 일시에 극적으로 변화하는 티핑 포인트가 중요하다. 기온이 1.5도를 넘을 경우, 빙하가 녹아서 전 지구적으로 해수면이 높아질 뿐 아니라 산악지대 영구동토층이 녹아서 매장되어 있던 온실가스가 방출될 수 있다. 결정적인 위험 요소다. (53p)

•아무리 많은 과학 지식을 얻어도 과학의 이용이 초래한 결과를 알지 못하면 무지가 증가한다. (96p)

•'자연'과 '환경'은 같은 존재에 대한 두 개의 개념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유익한지를 기준으로 자연을 파악한 개념이 환경이다. (109p)

•지구법학은 생태위기에 답하기 위해 창안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법학이다. 지구법학은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지구와 인간의 상호 증진적 관계를 지향하는 지구 중심적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면서 다듬어졌다. (115p)

•모든 생명이 단일한 우주에 속해 있으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동일한 속성을 지니고 연속되어 있어서 상호 의존성과 상호 연관성을 지닌다. (123p)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면 생태학적 재앙이 발생하고 궁극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면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모두 나서서 한정된 자원을 공평하게 사용하고 한계의 압력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노력을 쏟아야만 한다. (186p)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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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헬스클럽 - 나는 운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현상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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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인들의 운동하는 삶과 그 속에 깃든 지혜를 엿볼 수 있었던 책이다. 철학 에세이가 아니라 그냥 인문 도서이고, 낯선 이름과 권투나 레슬링 같은 익숙지 않은 운동에 대해 나와 술술 읽히진 않았지만, 읽다 보니 운동(신체 단련)과 관련된 그들의 신념, 미술과 생활모습 같은 문화까지 폭넓게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책에서 '우리에게는 고대 그리스인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나도 평균적인 그리스인들을 지적인 활동에만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보다는 운동과 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는 오늘날의 대중에 더 가깝다(97-98p)'는 사실이 조금 의외였다. 그리스인들의 조각상이 왜 그렇게 근육질이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읽는 내내 운동 없이는 내가 원하는 건 오래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 부쩍 게을러진 나를 저절로 돌아보게 됐다. 코로나를 핑계로 운동을 소홀히 했던 1년 반의 시간이 조금 후회된다. "활동 없이는 즐거움이 생겨나지는 않으며, 즐거움은 또한 모든 활동을 완성시킨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또다시 운동할 의지를 끌어올리는 초여름의 어느 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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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철학은 이성적 사고 못지않게 실천을 중요시했다. 때문에 철학을 흔히 건강과 운동에 비유하곤 했다. 고대 그리스인은 지적 훈련뿐 아니라 신체 단련을 통해 미덕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18p)

🔖신체의 탁월성은 건강함이다. 그는 건강이란 그 어떤 질병에도 구속받지 않는 상태에서 신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134p)

🔖삶이 기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약간의 여유를 누리기 시작하는 순간에 문명은 태어난다. (158p)

🔖달리기는 스스로에게 부과한 고역을 통해 일상의 다른 질환과 고통을 이겨 낼 수 있게 도와준다. 고작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안팎의 달리기가 우리의 일상 전체를 정돈시킨다. (206P)

🔖"다른 어떤 경쟁 혹은 어떤 행위에서도 몸을 더 나은 상태로 준비하여 손해 보는 경우는 없네. 사람들이 행하는 모든 일에는 몸이 유용하니까. 또한 몸을 사용하는 모든 겨웅에, 몸을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는 일은 특별히 중요하다네." (260p)

🔖모든 스포츠와 훈련이 공부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육상, 레슬링, 음악, 무용, 사냥, 무기와 말 다루기. 학생의 외적 태도나 품위, 그의 사람됨을 마음과 함께 빚어 줄 것이다. (263p)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학문적 유산은 많은 부분 산책 중에 만들어진 것이다. 걷기를 두 발로 하는 사유라고 하지 않던가. 한곳에 오래 앉아 있으면 생각도 고이기 마련이다. (283p)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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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나비들 아트사이언스
벤 로더리 지음, 이한음 옮김 / 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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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나비들>

여러분은 나비와 나방의 차이, 나비와 나방이 세상을 보는 방법, 나비의 날개가 화려한 이유에 대해 아시나요? 혹시 궁금하지는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려요. 이 책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것들과 더불어 나비의 한살이, 애벌레와 성체 나비의 삶, 여러 나비과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답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별로 흥미롭지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쵸? 그래서 책 속 내용을 살짝만 말씀드릴게요. 모든 나방과 나방은 '나비목'이라는 아주 큰 곤충 무리에 속해요. 참고로 생물은 종-속-과-목-강-문-계 순으로 분류됩니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무조건 외웠던 순서이죠ㅎㅎ 나비목은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생물종의 약 10%나 차지하고, 나비목은 크게 8개의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아마 나방보다 나비를 더 많이 봐 왔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나비목 18만 종 가운데 10% 정도인 2만여 종만 나비이고, 나머지는 나방이라고 합니다. 정말 의외이지 않나요? 그 이유는 아마 나비는 우리가 활동을 많이 하는 낮에 주로 활동하고, 나방은 주로 밤에 활동하기 때문일 거예요. 이 외에도 둘을 구분하는 방법이 더 있는데, 그건 책에서 여러분들이 확인해 보시길 바라요!



앞서 나비목은 크게 8개 집단으로 나눠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각각 호랑나빗과, 부전나빗과, 네발나빗과, 팔랑나빗과, 흰나빗과, 부전네발나빗과, 미국나방니빗과입니다. 이 책에서는 8가지 과의 나비들을 세밀화와 함께 모두 다루고 있어요. 각 과의 나비들이, 또 그 과의 나비 종류마다 한살이, 식성과 서식지, 생존 방식 등이 어찌나 다르던지 같은 나비 종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세상에 이렇게 많은 나비가 있지만 우리는 단순히 '나비', '나방'이라고만 생각하고 지나가는데, 이런 책을 보고 각 종류들의 외관이나 특성을 익혀두면 자기도 모르게 자세히 살펴보게 될 것도 같아요. 그러면서 '어 이게 이 나비네?'하고 알아본다면 그것보다 큰 기쁨은 없겠죠? 앎의 즐거움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벤 로더리가 그린 나비와 나방의 세밀화들도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사진이라 해도 믿을 수 있는 그림이에요. 앞서 리뷰했던 『놀라운 동물들』에서도 놀라운 동물 세밀화를 보여 주었지만, 나비와 나방은 그보다 훨씬 작아 관찰하기 힘들었을 텐데, 나비 무늬와 솜털까지 선명하고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얼마나 많은 애정과 관심이 필요했을지 짐작이 안 갑니다. 그림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도 한번쯤 벤 로더리의 그림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런 나비와 나방은 이때가지 다양한 환경에 적응했지만, 최근 인간이 가하는 위협 때문에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어요. 인구가 늘어나며 이들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로 전 세계 날씨와 기후 조건이 바뀌면서, 나비와 나방의 이동 양상과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해요. 영국과 미국에서 지난 20년 사이에 도시에 사는 나비종의 수가 70%나 넘게 줄었다니, 얼마나 많은 위험에 처했는지 알 수 있겠지요. 벤 로더리는 우리가 나비와 나방을 돕는 가장 쉬운 방법이 '텃밭과 정원 가꾸기'라고 합니다. 창밖에 둔 작은 화분도 그들이 꽃꿀을 먹을 수 있게 해 주고, 알을 낳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기 때문입니다.

저도 올해 아보카도를 먹고 그 씨앗으로 싹을 티워 여태 기르고 있는데요, 나중에 여유가 더 생기면 반려 식물을 몇 개 더 키워 이런 나비와 나방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벤 로더리의 바람처럼 저도 우리 모두가 상생하려는 노력을 해서 지구의 놀라운 생물들이 오래오래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나비와 나방들을 함부로 죽이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 중에 하나일 거예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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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 - 광주극장 이야기 보림 창작 그림책
김영미 지음, 최용호 그림, 광주극장 외 기획 / 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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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광주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에요. 광주극장은 1935년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자본으로 건립된 문화 공간으로, 영화와 연극, 판소리, 창극은 물론 1946년 모스크바 3상 회의 지지대회, 1948년 백범 김구 선생의 연설 등 근대 역사와 문화의 기념비적 순간들이 펼쳐졌던 곳이에요. 현재 2020년에는 예술전용극장으로서 8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이 극장은 1968년에 큰 화재로 주춧돌만 남기고 불타버렸던 적이 있어요. 순식간에 타서 잿더미가 되고 만 것이죠. 이후 완전히 없어질 뻔한 위기가 있었지만, 광주극장을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극장의 원형 그대로 다시 지어졌습니다. 정말 다행인 일이죠.



이 이야기는 단순히 광주극장의 화재 사고와 재건축 이야기만 다룬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1980년 5월,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총질을 했던 5.18 군사정변, 텔레비전과 멀티플렉스 등의 등장으로 손님이 줄어든 극장의 모습 등 1900년대 후반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지만 대체할 만한 여러 장소나 여러 물건이 생기면서 사람이 드물어진 광주 극장은 고민 끝에 묘책을 내놓습니다. 이후 영화 마니아들이 찾아오기도 하며, 사람들로주터 아주 특별한 극장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합니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손님들이 다시 줄을 잇게 되었을까요? 궁금하다면 그림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기를 바라요. (표지의 그림이 힌트예요!)


광주극장 사택이 '영화의 집'으로 개관될 때 "사택이 팔리거나 허물어지지 않은 것은 광주극장을 사랑해 준 시민 모두의 덕분"이라는 말은 정말 감동적인 말이었어요. 광주극장과 광주극장 사택은 모두 광주 시민이 광주극장을, 거기에 깃든 광주의 역사를 사랑했기 때문일 거니까요. 그 옛날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곳이 몇 군데 없었을 때는 광주극장이 얼마나 가고 싶고, 신기하고, 소중한 곳이었을까요. 최용호 화가의 말을 빌려 "어두운 밤하늘 아래 반짝이는 네온사인들이 뒤섞인 그 거리처럼 마냥 들떠 있고 무언가 불안했던 시절"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한 광주극장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아름답고 멋진 예술 영화를 상영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책에서 광주극장 지킴이로 나온 고양이 '씨네'가 실제 광주극장에도 있을지 너무 궁금하네요! 만약 기회가 되어 광주극장에 가게 된다면 꼭 찾아봐야겠다는 호기심이 생기네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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