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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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는 우리가 많이 들어 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만화로 옮긴 책이다. 만화는 시리즈물로 1편은 인류의 탄생, 2편은 문명의 기둥, 3편은 인류의 통합, 4~5편은 과학혁명을 주제로 한다. 해당 도서는 2편으로 '농업혁명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으며, 문명은 어떻게 가능했는가?'의 부제를 달고 나왔다. 필자가 읽은 감상을 더붙여 이 책을 소개하자면 '생각보다 재밌고 쉬운데 은근히 병맛이기까지 한(?) 인류사 속 농업과 문명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종강 직후의 체력으로 하루이틀 만에 다 읽을 정도였으니까 말 다 했지 않을까.

총 4개의 목차로 나뉘어 있는 구성인데, 첫 번째 목차에서는 농업혁명으로 인해 인간이 노동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두 번째 목차에서는 넓은 개념의 신화를 설명하며 법, 인권, 신, 국가, 기업 돈 등의 상상의 질서를 통해 문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 번째 목차에서는 그런 상상의 질서가 수천 년 동안 유지되어 온 방법, 네 번째 목차에서는 카스트 제도나 기존의 남성우월주의같은 잘못된 상상의 질서가 만들어지고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살펴보며 인간사회의 문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은 통해 뻔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허구'라는 문명의 특성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책에서 농업혁명과 문명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 필자가 특이하다고 느낀 것은 농업혁명을 부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과, 문명의 형성을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필자가 여태 봐 온 농업혁명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농업으로 인해 인류의 식량 공급이 더 수월해지고 정착생활을 하며 문명을 형성할 수 있었다는 식의 긍정적인 관점에 기반한 것이었다. 하지만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농업혁명 이전의 수렵채집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었고, 탄수화물을 비롯해 단백질, 다양한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었던 수렵채집생활에 비해 농업이 시작된 후로부터는 탄수화물만을 주로 섭취해서 인간에게 영양소가 더 부족해졌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농업을 위해 모여 살게 되면서 전염병이 돌게 되었고 더 잘 살기 위해 노동의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책 속의 캐릭터인 사라스와티 생물학 전문가를 통해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독립선언문>을 다시 분석하는데, 기존의 독립선언문과 수정한 독립선언문의 비교를 통해 인간이 평등하다거나 존엄하다는 것은 모두 인간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허구임을 깨닫게 한다.

요약하자면 '기둥을 세운 조상들에게, 그리고 더 나은 조상이 되어야 할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빅 퀘스천을 던지는 책이었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만들어 낸 질서 중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지배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많고, 우리가 그것을 바로잡아 더 나은 조상이 되어야 함 함을 시사하기 때문에 <사피엔스>가 이 시대의 필독서가 된 것 같다. 만화로 구성되어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지만 전달하는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아서 좋았다. 추천사에도 '아직도 그 유명한 <사피엔스>를 읽지 않았다면, 원작의 핵심만 추려 새롭게 나온 만화 버전을 추천한다'는 언급이 있는 것처럼, 필자 또한 원작을 읽는 데 진입장벽이 높아 아직 읽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필자는 이 책을 계기로 원작 읽기에도 도전해 볼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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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의 종말 -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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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Ritual[리추얼]’은 ‘예전’, ‘의식’ ‘잔치’, ‘축제’ 등의 공동체적 성격을 지닌 말로, 한국 도서에서는 주로 ‘반복적으로 행해져 마음의 안정과 생활의 리듬감을 불러일으키는 개인의 일상적 습관’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한병철은 리추얼을 ‘집단적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윤리로서, 지속적이고 거주 가능한 삶의 양식’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그러한 리추얼이 사라져간 역사를 조명하고,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의 리추얼을 제안한다. 공동체의 소멸과 집단적 나르시시즘이 현대사회의 문제점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은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한 점으로 귀결된다.

필자가 이해하기로, ‘리추얼’은 놀이다. 리추얼은 자기를 벗어나 세계를 인지하게 함으로써 자기 착취로부터 보호 장치의 역할을 한다. 현재 무너진 형식의 우위를 복원함으로써 회복 가능하고, 그 회복 과정은 신자유주의의 체제에서 자연스레 이뤄지는 흐름에 반(反)하는 의식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외의 설명도 많았지만, 필자는 이 책에서 ‘리추얼’의 핵심을 이 정도로 파악했다.

책을 읽으며 동의하는 부분도,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자아가 너무 강화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우울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필자도 ‘자유의지와 열정으로 자기를 착취하여 결국 붕괴’되는 번아웃에 빠져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너무 집중하다보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지우고, 자신 밖의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없게 된다는 걸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에 이제는 본인에게도 집중하되 사회 속에서의 본인의 삶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리추얼이 규정하는 사회에서는 우울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의문이 들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그러므로 공동체와 개인주의에 대한 지향을 균등하게 유지해야만 ‘함께 잘 사는 개인의 삶’이 유지되리라 생각한다.

책 전반에서 리추얼을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으로 설명하고, 매 꼭지마다 상징적인 개념이 등장해 한 번에 이해하기는 조금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펜데믹으로 인해 개개인이 더욱 고립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다루기에, 어렵지만 읽어보면 좋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진정으로 온전한 개인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책의 궁극적인 메시지가, 흐려지던 우리의 눈을 깨우는 중요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덧붙여 200쪽 안 되는 분량에 가벼운 마음으로 선뜻 책을 집어 들었다가 내용이 어려워 당황하게 된다면, 부록으로 실린 <엘문도>와 <엘파이스> 인터뷰를 먼저 참고하기를 추천한다. 책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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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의 바탕에 놓여 있는 것은 너무 빡빡하게 조여진 자기관련이다. 우울에 빠진 사람은 자기에게서 벗어나 세계로 건너갈 능력을 완전히 잃고 자기 안에 은둔한다. 세계는 사라진다. 고통스러운 공허감 속에서 그는 고작 자기 주위를 맴돌 뿐이다. 반면에 리추얼은 자아가 자기라는 짐을 내려놓게 해준다. 리추얼은 자아를 탈심리화하고 탈내면화한다. (25-26p)

- 오늘날 나르시시즘적 장애들이 증가하는 것은 우리가 자아의 경계 바깥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감각을 점점 더 잃어가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즘적 ‘호모 프시콜로기쿠스(심리적 인간)’는 자기 안에, 자신의 뒤틀린 내면성 안에 갇혀 있다. 그의 세계 결핍은 그를 고작 자기 주위만 맴돌게 한다. 그리하여 그는 우울에 빠진다. (35p)

- 삶의 솜씨란 심리를 죽이고 자기로부터 헤어나와, 또한 다른 개인들과 더불어, 어떤 이름도 없는 본질들, 관련들, 질들(Qualitänten)을 산출하기다. 이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삶은 살 가치가 없다. (73p)

- 오늘날 삶이란 그저 생산하기일 따름이다. 모든 것이 놀이의 영역에서 생산의 영역으로 옮겨 간다. 건강과 최적화와 성과의 독재에 굴종하는 삶은 한낱 생존과 다를 바 없다. 그 삶은 어떤 찬란함도, 어떤 주권도, 어떤 집약성(강렬함)도 없다. 로마의 풍자 시인 유베 날리스는 이를 다음과 같이 매우 적절하게 표현했다. “Et propter vitam vivendi perdere. 삶에 머물이 위하여 삶의 의미를 포기하기.” (73-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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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박주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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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공포를 이야기할 때 헌신을 이야기하는 것,
모두가 혐오를 이야기할 때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모두가 단절을 이야기할 때 공존을 이야기하는 것.
이제 이 시점에서 언론들이 가져야 할 자세는
‘신속·정확’ 이런 것보다도, 어쩌면
‘휴머니즘·인간애·상생의 지혜’
이런 것들일지도 모릅니다.

저자인 박주경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다. 책에서도 언론사 기자이자 앵커로 일하며 자신이 접한 사회의 각종 사건들을 통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 휴머니즘을 얘기한다. 전체적으로 코로나19가 발병한 뒤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며 여기까지 왔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1장에서는 인간애에 초점을 둔 이야기, 2장에선 분노를 유발했던 사건·사고들에 대한 이야기, 3장에선 상실에 대한 이야기, 4장에선 코로나19 때문에 우리가 겪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매 꼭지의 끝에 저자가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두어, 여러 사건·사고를 통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방향의 갈피를 잡을 수 있다.

책에서 수많은 사건·사고들을 소개하지만, 그를 통해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사람 때문에 고통 받지만 사람 덕분에 산다는 것이었다.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며 적대와 혐오도 만연해졌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을 구원하려는 손길도 많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잠입취재를 통해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 대학생 시민기자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심각했을 때 자원해서 출장을 와준 여러 의료진들, 그 외에도 홍수나 화재현장에서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나서 준 여러 시민들까지. 이런 사례를 통해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람들이 도움과 손길이며, 지금까지 그 덕에 이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야가 조금 넓어지니, 재난의 상황만 직시하느라 차가워진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책에서 언급한 사건·사고는 모두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이었는데도 필자가 잘 몰랐던 사건들이 꽤 많았다. 학교생활에 치여도 뉴스는 종종 보는 편이라 나름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며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깨달았다. 사회에 일어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를 느꼈다.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필자처럼 사회에 더 관심을 갖고. 다 같이 잘 살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저자를 비롯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결집한 이 책을 계기로, 서로에 대한 돌봄과 구원이 일상이 되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


<인용>
- 우리는 한두 다리만 건너면 도움으로 얽히는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 우리는 언제고 한 번은 누군가를 도왔고 혹은 도움을 등에 업고 살아왔다. 이것이 하나의 DNA처럼 우리 핏줄을 타고 흘러왔을지도 모른다. (35p)

- 용기에도 여러 종류의 용기가 있겠지만, 무서운 상대와 맞서 싸우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자신의 오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이다. 그러므로 참회와 고백에 적극적인 사람은 진짜로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77p)

- 지금 우리 시대에는 개인의 존엄을 해치는 구조적, 환경적 요인들이 너무나 많다. 따지고 보면 그러한 것들도 일종의 사회적 재난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그것이 대중이 겪는 보편적 증상으로 자리 잡으면 그때는 사회 공동의 질환이 되기 때문이다. (114p)

- 모든 재난재해는 어느 한 가지 문제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라, 여러 병폐들이 쌓이고 맞물리다가 어느 임계점에 이르러서 극단의 형태로 분출되는 것일 테다. (135p)

-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귀하게 여겨왔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 수준을 떠나, 구석진 곳에서 이 사회를 ‘돌봄’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우리는 지금이라도 귀함을 깨우쳐야 한다. (295p)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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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 넘겨짚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는 71가지 통찰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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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통계자료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람, 국가, 기계•설계•장치, 연료와 전기, 운송과 교통, 식량, 환경이라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숫자의 의미와 맥락'을 통해 현실을 파악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나에게는 '통계자료로 보는 지대넓얉' 같은 느낌이었다.

저자 말처럼 '깊고 넓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었지만, 빌 게이츠가 평한 것처럼 '가장 방대하지만 가장 쉬운' 책이다. 읽기 전에는 숫자가 많이 나올까 봐 겁먹을 수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매 주제마다 통계자료가 나올 뿐이며 그 통계자료도 저자가 모두 분석해주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71개의 글이 서로 큰 관련성이 없어서, 순서대로 읽지 않고 그때그때 읽고 싶은 부분을 뽑아 읽기 좋다. 다만 광범위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통찰력을 제공할 정도로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더 알고 싶은 주제라면 따로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겠지만 가볍게 읽기에는 딱 적당한 깊이다.

처음에는 '인간의 기대 수명은 정점에 이른 것일까?' '왜 실업률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을까?' '전기 자동차는 정말 친환경적일까?' 같은 주제에 관련된 통계자료는 제시할 수 있어도 그것을 통해 세상을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읽고 나니 그 말에 대해 반 정도는 공감하게 됐는데 이 책이 더 나은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더 나은 뱡향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트리거(trigger) 역할은 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 분야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최고의 지표는 GDP가 아니라 유아사망률'이라는 꼭지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GDP가 높다고 모두 잘 사는 게 아닌 이유는, 계층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나타나도 한쪽 집단이 정말 잘 살면 GDP는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아 사망률은 '전반적으로 훌륭한 의료 수준, 위생적인 생활 조건, 취약 가정을 위한 사회적 지원, 이용 및 접근에 유지되는 사회 기반 기설, 소득, 정부와 개인의 적절한 지출에 근거한 조건을 겸비하지 않고는 낮출 수 없기 때문'에 삶의 질을 나타내는 강력한 지표가 되는 것이었다. 나라의 복지 수준을 파악하려면 그 나라의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면 된다는 말이 이제서야 완전히 이해가 됐다.

유아 사망률에 관한 꼭지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아서 인상 깊었다면, 공감할 수 없어서 인상 깊었던 꼭지도 있다. 환경 분야의 '왜 인류세라는 명칭이 시기상조일 수 있는가?'라는 꼭지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대'의 기간이 표기된 통계자료를 활용해 각 시대 사이에는 상당히 많은 텀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질학적 시대를 인류세로 판단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달에 읽은 『지구를 위한 변론 』과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티핑 포인트에 관한 여러 자료를 본 나로서는 2040년에 지구가 1.5도의 티핑 포인트를 넘겨 망하게 생겼는데 도대체 무엇을 천천히 서두르라는 건지 되묻고 싶었다.

이처럼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는 통계자료를 보며 새로운 사실을 깨닫고, 또 의문을 가지며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넓혀갈 수 있는 책이다. 숫자나 통계와 친하지 않은 사람은 처음에 마주하게 되는 숫자라는 벽 하나만 넘는다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통계 분석에 익숙하거나 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숫자를 통해 세상의 흐름 이면을 읽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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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p. 우리는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힘든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불확실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18p. 이런 놀라운 숫자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되고, 그 결과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를 폭넓게 고려하게 된다. 개별적인 숫자이든 복잡한 통계자료의 일부이든 수많은 숫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과학적 문해력과 수리 감각이 있어야 한다.

407p. 생각이 곧장 결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어떤 생각이든 힘을 얻으려면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런 객관성을 강력한 수단 중 하나가 숫자이고 통계자료다. 때로는 수학적 계산을 해낼 수 있어야 하고, 통계자료를 왜곡하지 않고 앍어내는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 지식을 갖출 때 비로소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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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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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려워하기'를 시작하게 될까 봐 두렵다. 지금껏 그런 감정 따위에 져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24p)"

『내가 늙어버린 여름』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며 홀로 살아가는 여성의 늙음에 관한 고찰이 담긴 책이다.

책의 저자인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은 프랑스와 미국 두 나라에 살면서 이중 정체성을 갖게 되었고, 학창시절 페미니즘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서 프랑스 문학과 여성 문학을 가르친 여성이다. 이자벨의 '늙음에 관한 고찰'은 그가 살아온 배경의 지대한 영향 속에서 표현된다.

나이 듦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고 꾸밈없이 쓴 글은 처음이다. 이전에 봤던, 나이 듦을 주제로 잡은 에세이들은 밝고 쾌활한 할머니로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그렸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늙어가면서 느끼는 고독, 불안, 두려움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로선 아직 느끼지 못하는, 나이 든 여성이 노화로 겪는 솔직한 감정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옛날의 저자처럼 나도 노화가 아직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여태 엄마나 이모들이 얘기하는 나이 듦의 고충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엄마나 이모가 했던 '이 바지 입으면 살이 너무 없어 보이지 않냐,' '나이 드니까 이제 저 글자가 잘 안 보인다', '전이랑 다르게 자꾸 깜빡깜빡한다' 같은 말이 생각나면서 그런 이야기가 그들에게는 진지한 고민이었으며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겠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나와도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레 생각하게 됐다.

저자의 개인적이지만 결코 개인적이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술술 잘 읽혔다. 글씨도 크고 분량이 많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가 느끼는 늙어감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는 중점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그저 나이 든 여성이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이 듦을 느끼고 있는 사람, 노화로 인해 변화를 겪는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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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p. 늙는다는 두려움, 병드는 데 대한 두려움. 어울리지 않는 이들과 동행하느니 차라리 홀로 고독한 편이 더 좋다고 큰소리치던 나였는데, 독신으로 남지 않으려 정서적 타협을 받아들인 사람들을 우습게 알던 나였는데, 그런 내가 이제는 고독이 두렵다.

42p. 나는 그 무렵의 내가 슬픔으로 약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일이 있은 지 60년이 지난 지금에야 상실, 그러니까 소중한 존재든 좋아하는 어떤 장소든 상관없이 하여간 모든 형태의 상실과 연관된 감정을 어느 정도까지 철저하게 억압하고 살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45p. 비관론은 상실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이자 상실을 길들이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황당함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88p. 늙는다는 것은 이미 구태의연해진 논리 속에 다시금 몸을 던지지 않고, 대신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줄 아는 것이기도 하다.

122p. 문학은 늘 나를 지탱해주었다. (...) 이야기를 구성하는 소중한 말들 덕분에 나는 꾸역꾸역 우직하게 장애물들을 넘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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