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허무한 존재가 살려는 의지는 왜 강한가

살려는 의지의 가장 확실한 존재인 인간이라는 유기체를 보자. 우리 몸의 체내 기관과 세포는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한기계인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 모든 기관들이 살려고 하는 의지의 완벽한 부속품으로 존재하고 있다가 그처럼허망하게 흙으로 돌아가고 그 모든 본능과 노력조차 무력하게 좌절되는 것을 보라.
그것은 인간 의지의 모든 노력이 공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같은 허무한 심정은 독일의 시인 괴테의 시에도 나온다.
"옛 성루에는 영웅의 망령만이 우뚝 솟아 있도다."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허무가 존재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그 자체가 하나의 현상이라는 뜻이다. 현상이라는 것은 참된 실재가 아니라 그림자, 혹은 환각 그 자체라는 뜻이다. 
우리가 실재적존재 그 자체라면 결코 그렇게 허무하게 
소멸될 리가 없다.
내가 인간의 삶을 착각의 파편으로 계속해서 보는 이유는 모든 존재가 끝내는 파멸되기 때문이다. 그처럼 결국은 파멸의 무로 돌아가는 존재가 왜 그토록 살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인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시인 바이런은 삶의 허무를 착각에 비유한 시를 썼다.

"드디어 그는 깨닫게 되리라.
비애의 노새가 손을 잡고 그를 죽음으로 인도했음을
그리고 오랜 괴로움을 겪어온 생애가
결론은 미궁에 빠져 있었음을!"

이 시는 나의 세계관과 일치하고 있다. 
인간은 인간이 되었다는 자체가 이미 미궁에 빠져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 그렇다면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아주 당연히 그리고 기꺼이 
받아들여야한다. 울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리이고,죽음이란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바로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 P17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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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신성했지만, 또 한때는 이교도의 땅이였던
이 도시의 현실말이야, 테오크리토스,플로티누스, 70인 역 성서 사이로 
수많은 인종들이 이곳을 차지하곤 했지. 콥트인이나 그리스인, 유대인, 이슬람인, 터키인,아르메니아인들 같은………. 내 말이 틀렸나? 이 도시는 시간 자체가 장소에 중첩되면서 이루어지고 있어. 마치 사람의 얼굴 위에인생이 쌓였다가 지워지면서 더해진 주름이 웃음으로 인한 것인지, 눈물로 인한 것인지 구분할 수없게 되는 것처럼 말이야. 인생이라는 모래밭에 경험이 배설한 지렁이 똥이랄까.………..)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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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생존이라는 문제는 전혀 다른 상황이야. 
심장 모양의 이 경작지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걸까.정말 비슷한것 같지? 난 그저 그 상황을 표현하려고 한 거야.흔히 약한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시간을 억지로 보내면서 자해와 낙심만 불러일으키지 말고, 우리 자신의 필요에 따라 시간을 조율하고 이용해야 해. 퍼스워든은 이렇게 말하곤 했지. "신은 우리 예술가들에게 결단력과 재치를 주셨다. "나 역시 진심으로 아멘을 외치곤 해.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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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을 함께하고있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덩어리에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멀리서 보면, 그것은 유성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각자 그 틀 안에 갇힌 채 그어디로도 갈 수 
없는 죄수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거죠. 
두개의 위성이 그리는 궤도가 우연히 겹칠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볼 수 있고 
어쩌면 마음을 풀어 합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잠깐의 일이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있게 되는 거예요. 
언젠가 완전히 타버려 제로가 될때까지 말이에요."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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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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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부분과 같은 사랑하는 자의 소멸(죽음또한 이별)한 후의 이야기속 주인공의 감정과 행동
말투까지 세세하게 미세한 세포까지 울린다.

소멸에 대한 어두운 감정보다는 잔잔하게 빛을 더해 어두운색은 탈색되어가는 과정속은 동화되어
부드러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죽음과 이별은 다시볼 수 없는
세상밖으로 나가버린 사람.
살아있는 이의 기억으론 존재 하지만
늘 현실이 부재중이기에 허하다

비워진 곳(소멸된곳)을
또 다른 삶으로 채워지는 과정속은
실타래같이 엮여진 삶의 사유는 희망으로 구멍난 곳에 덧입혀 온기를 채워준다

/어쩌면 그날, 그시간, 그속에서, ‘삶‘이 ‘죽음‘에 뛰어든것이 아니라‘삶‘이 ‘삶‘에 뛰어든것이 아니였을까. 2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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