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고 싶다는 마음과 살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나 동시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작가 천희란. 


단 하나의 생각만으로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새벽이 있다. 오로지 죽고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꽉 들어차 눈물을 줄줄 흘리던 새벽. 어째서 살아야하는지, 죽지 말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이지, 오로지 죽음에 관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던, 절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새벽.


죽고 싶은 이유, 죽어야하는 이유는 너무나 커다랗고 비참하게 다가오지만, 살아야하는 이유,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계기는 너무나 사소하고 작다. 별 것 아닌 일들에 우연히 의미를 찾아내고 그 의미가 내게 소중히 다가올 때, 나는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큰 파장을 일으키며 나타나지 않고, 조금씩 모여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듯이.


그럼에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자신 역시 죽음만을 통과하는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면. 상대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고, 그 마음을 차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아도 선뜻 어떤 말을 내밀어야할지 어려울 때, 그럼에도 조심스레 건네는 문장은 진심을 담은 말이 된다.


내가 가진 것은 오직 설명할 수 없는 고통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내게 고통이 되어 돌아온다. 그런 내가 무엇이든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면, 나 자신의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 외에 무엇을 쓸 수 있겠는가. 그 고통이 넌무나 압도적이어서 내 모든 상상력을 고갈시키고, 오직 그 고통의 현현에만 전념하도록 만든다면. 그러나 당신은 아주 조금은 이해한다. (p.96)



내가 가진 것은 오직 설명할 수 없는 고통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내게 고통이 되어 돌아온다. 그런 내가 무엇이든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면, 나 자신의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 외에 무엇을 쓸 수 있겠는가. 그 고통이 넌무나 압도적이어서 내 모든 상상력을 고갈시키고, 오직 그 고통의 현현에만 전념하도록 만든다면. 그러나 당신은 아주 조금은 이해한다. - P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