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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씨와 말씨
오소리 지음 / 이야기꽃 / 2023년 10월
평점 :
"문을 열어준 고마운 너에게"
가까운 친구 사이인 개씨와 말씨.
둘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요.
만나자는 약속을 잡으며 들뜬 마음 가득합니다.
친밀한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잡고
그날이 얼른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은
어느 누구한테나 설레고 기대되는 시간이겠지요.
서로에게 챙겨줄 것이 뭐 없나 살피게 되고,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미리 생각도 해놓고,
어떤 옷을 입고갈까 이리저리 궁리도 하면서 말이죠.
그러다 앞선 마음이 몸을 이끌어 내어
약속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도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개씨와 말씨는 얼른 만나고 싶은 마음 가득했지만
그로 인해 사소한 오해가 생겨 기분이 상했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요.
누군가를 많이 좋아하게 되면
작은 일에도 실망하고 속상해져요.
내 마음은 아주 큰데 상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을 때,
섭섭함을 느끼고 토라지기도 합니다.
친구가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 나타나지 않을 때,
문자나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을 때,
카톡을 했는데 1 이 지워지고도 답이 없을 때,
다들 그런 때가 한 번씩 있지 않나요?
최근에 저한테도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아끼는 후배가 집 근처까지 차로 태워다 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주말 잘 보내라는 안부카톡을 보냈는데
1이 사라진 후에도 감감무소식인 거예요.
바빠서 그런가보다 하고 다음날까지 기다려봐도
여전히 후배한테서는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마음 속은 마치 거미줄을 옴팡 뒤집어쓴듯
답답하고 거북하고
또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어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떻게 아직 답장을 안주지?'
온 몸을 휘감은 거미줄같은 섭섭함은 점점 마음을 조여와요.
'혹시 그날 집에 가다가 사고가 난건 아니겠지?
그래서 아직까지 답장을 못하고 있는건가?'
화로 가득찼던 마음은 걱정으로 다시 꽉 채워졌어요.
'안되겠다. 전화를 해봐야지.'
후배는 그날 너무 피곤해서 답장을 깜박하고
다음날 아침에 보내려고 생각 했는데
아침에 병원에 다녀오고 아이 학원 보내고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답장을 못했던 거라고 합니다.
'휴, 다행이다. 다친 게 아니었구나.'
나의 이런 마음에 후배는 미안함과 감동을 함께 느꼈다며
앞으로는 꼭 답장 바로 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섭섭함과 서운함으로 바뀌기 전에
서로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그 자리를 채워 넣어요.
그렇게 솔직하게 각자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오해했던 부분을 대화로 푼다면
속상했던 일들이 오히려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거예요.
개씨와 말씨의 이야기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