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도시에서는 신나는 새싹 205
줄리 다우닝 지음, 이계순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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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저녁에 주문한 물품이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보니

문앞에 어느새 배송되어 와있다.

내가 쿨쿨 자는 한밤중 동안에도

누군가는 열심히 일을 해주시고 계셨다는 증거.

 

밤에 일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낮에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 텐데도

누군가는 또다른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밤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도시의 밤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밤늦게까지 도시를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들로

도시의 한밤중은 쉬이 잠들지 못한다.

병원에서,

호텔에서,

박물관에서,

소방서에서,

경찰서에서,

그리고 도시 곳곳을 환히 밝히며

안전하고 깨끗하게 가꿔주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그 속에 숨어 있다.

우리의 낮이 편안하게 시작될 수 있도록

자신의 밤을 기꺼이 내준 이들 덕분에

어제도 또 오늘도

감사하고 든든하게

생기있는 하루를 또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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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씨와 말씨
오소리 지음 / 이야기꽃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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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어준 고마운 너에게"

 

가까운 친구 사이인 개씨와 말씨.

둘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요.

만나자는 약속을 잡으며 들뜬 마음 가득합니다.

친밀한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잡고

그날이 얼른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은

어느 누구한테나 설레고 기대되는 시간이겠지요.

서로에게 챙겨줄 것이 뭐 없나 살피게 되고,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미리 생각도 해놓고,

어떤 옷을 입고갈까 이리저리 궁리도 하면서 말이죠.

그러다 앞선 마음이 몸을 이끌어 내어

약속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도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개씨와 말씨는 얼른 만나고 싶은 마음 가득했지만

그로 인해 사소한 오해가 생겨 기분이 상했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요.

누군가를 많이 좋아하게 되면

작은 일에도 실망하고 속상해져요.

내 마음은 아주 큰데 상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을 때,

섭섭함을 느끼고 토라지기도 합니다.

친구가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 나타나지 않을 때,

문자나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을 때,

카톡을 했는데 1 이 지워지고도 답이 없을 때,

다들 그런 때가 한 번씩 있지 않나요?

 

최근에 저한테도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아끼는 후배가 집 근처까지 차로 태워다 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주말 잘 보내라는 안부카톡을 보냈는데

1이 사라진 후에도 감감무소식인 거예요.

바빠서 그런가보다 하고 다음날까지 기다려봐도

여전히 후배한테서는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마음 속은 마치 거미줄을 옴팡 뒤집어쓴듯

답답하고 거북하고

또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어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떻게 아직 답장을 안주지?'

온 몸을 휘감은 거미줄같은 섭섭함은 점점 마음을 조여와요.

'혹시 그날 집에 가다가 사고가 난건 아니겠지?

그래서 아직까지 답장을 못하고 있는건가?'

화로 가득찼던 마음은 걱정으로 다시 꽉 채워졌어요.

'안되겠다. 전화를 해봐야지.'

 

후배는 그날 너무 피곤해서 답장을 깜박하고

다음날 아침에 보내려고 생각 했는데

아침에 병원에 다녀오고 아이 학원 보내고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답장을 못했던 거라고 합니다.

'휴, 다행이다. 다친 게 아니었구나.'

나의 이런 마음에 후배는 미안함과 감동을 함께 느꼈다며

앞으로는 꼭 답장 바로 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섭섭함과 서운함으로 바뀌기 전에

서로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그 자리를 채워 넣어요.

그렇게 솔직하게 각자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오해했던 부분을 대화로 푼다면

속상했던 일들이 오히려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거예요.

개씨와 말씨의 이야기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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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위로 사전 - 나를 들여다보는 100가지 단어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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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말놀이 동시집,

그리고 <아홉살 마음 사전>으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두드린

박성우 시인의 새 책, <마흔 살 위로 사전>을

창비 서평단으로 감사히 만났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면 보인다.

 

마음의 등을 가만히 어루만져주면

가만가만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프롤로그 중

 

아홉살의 마음을 읽어주었던 시인은,

마흔 살의 마음에 위로를 건넨다.

정성스레 고른 100개의 마음 낱말말들과 함께.

 

각 마음 낱말들은

원래 사전적 의미 위에

박성우 시인이 입혀준 새 의미 덧입고

마음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와

내 곁에 조심스레 앉아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고,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그렇게 마음 곁에 또다른 마음 하나

툭 하고

내려놓아준다.

 

향기롭다는 것은, 어렴풋하게나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아간다는 것.

-멀리 떨어져 있어도 너의 냄새가 여전히 짙게 남아 있을 때.

-모처럼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들꽃 가득한 들판을 걸어보게 될 때.

-'무슨 음악이 좋을까?' 제철 과일을 먹고 차도 한잔하면서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때.

숨을 최대한 깊고 길게 들이마시며 지금을 기록해둔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 모르는 향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두에는 자두꽃 냄새가 들어 있고

사과에는 사과꽃 냄새가 스며 있다.

고유한 냄새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자두는 자두꽃을 피우던 시절부터

자두 냄새를 키워왔고,

사과는 사과꽃을 피우던 시절부터

사과 냄새를 늘려왔다.

자신만의 냄새를 몸 안으로 들이며 하루하루 익어갔다.

자두를 만진 손에서 자두 냄새가 난다.

사과를 만진 손에서 사과 냄새가 난다.

이렇게 달달하고 향긋한,

그리고 진한 위로가 있을까.

견디기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삶의 정답을,

내 마음속 이정표를,

다시금 찾아줄 수 있는 사전.

든든한 친구가 생겼다.

오늘의 내 마음 사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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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는 꿈 그림책 숲 32
서유진 지음 / 브와포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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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는 동물원에 가지 않는다.

<해리엇>이나 <긴긴밤> 같은 동화책을 읽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한다.

갇혀있는 우리를 보며 너는 행복하냐고

슬프게 바라보는 눈들을 차마 마주볼 수 없게 되었다.

지구의 지배자가 되어버린 인간,

인간이 아닌 생명들은

인간을 위해 소비되어야 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요즘엔 동물권에 대한 이슈들도 전해지긴 하지만

인간이 끝없이 소비하고, 탐욕하며

희생을 강요하는 이상

그들에게 더이상 편안히 꿈꿀 곳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들이 되어본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밤에는 우리 모두

'네가 되는 꿈'을 꾸어 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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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로 가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피터 H. 레이놀즈 그림, 마크 콜라지오반니 글, 김여진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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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나요?

걱정하지 말고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아요

마크 콜라지오반니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걱정과,

의심과,

두려움과,

좌절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일이 잘 풀릴 때보다는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고,

'난 잘 하고 있어'라는 느낌보다는

'이게 아닌데?'라는 불안이 찾아올 때가 많고,

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먹거나

이미 발을 담근 채로 엉엉 울어버리고 싶기도 하며,

시도때도 없이 귓가에서 속삭이는

후회와 자책의 말들에 휩싸여

자신감을 잃어버린 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될 대로 되라지' 하고

앞에 놓인 모든 일들에 어깃장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계속 제자리를 돌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고

내가 들고 있는 나침반과 지도가

믿을 만한 것인지 의심하면서 주변을 흘긋댄다.

인생은 어쩌면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묵묵하게,

꾸준히

나의 길을 찾아내어 가는 여정이 아닐까.

비록 같은 자리에서 뱅뱅 돌고 있을지언정

뭐 어떤가.

아니다 싶으면 뒤로 돌아서

곧장 앞으로 쭈욱 직진하면 될 것을.

불안과 두려움으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떼지 못하는 것보다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훨씬 더 값지고 빛나는 순간이 될 거라고 믿는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어때?

길을 잃으면 어때?

잘 해내지 못하면 어때?

괜찮아

'다른 길로 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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