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학 (10만 부 기념 골드 에디션)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 지음, 이지연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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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이 많다. 

코로나 때 자영업자를 위해 많은 돈을 풀었는데,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증가하여 미국 3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8.5%라고 한다. 미국 고용 시장은 좋은데, 인플레이션 문제로 인해 연준에서 금리를 올리고, 국채를 매도함으로써 시중에 있는 돈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을 진행한다고 한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고, 일본의 엔저 현상으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는 시점이라서 한국의 저성장이 주 40시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소부장 경쟁력 강화로 일본에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있는 마당에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나타난다. 


자본주의에서 돈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왠지 돈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 돈만 밝히는 사람인 거 같았다. 주식에 관심 보이면 투기하는 개미라는 느낌을 받았다. 누가 뭐라 한 것이 아니고, 그냥 혼자 생각이다. 주식에 관심을 멀리했다. 그저 저축, 집, 그리고 연금 정도만 생각했다. 


이 책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돈이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는 데 도움을 많이 주었다. 돈은 창피한 것이 아니고,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고,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이다. 


외제차에 관심이 있어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방문하면 간혹 하차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승차감은 차를 탔을 때 편안함의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라면, 하차감은 내릴 때의 느낌일 것이라고 대략 추측할 수 있다. 외제차에서 내릴 때 남들이 나를 부러워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느끼는 기쁨이 하차감이다. 외제차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싶은 소망이다. 외제차와 나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외제차에 대한 부러움이 곧 나에 대한 부러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외제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볼 겨를이 없다. 외제차를 구경하고, 해당 외제차를 가지고 운전하는 자신을 상상할 뿐이다. 요즘 외제차도 많아져서 웬만한 외제차에는 시선을 두지 않는다. 남들이 관심을 안 가지는 하차감 때문에 카푸어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차는 이동 수단일 뿐이다.


저축을 왜 해야 할까?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서, 집을 구입하기 위해서, 은퇴 후 살아가기 위해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모두 맞는 말이다. 나 또한 중고차로 시작해서 새 차를 살 때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지급했고, 분양을 받았을 때도 일정 부분 중도금을 저축한 돈으로 지불했다. 은퇴 후 살아가기 위해서 연금저축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저축은 틀렸다. 

저축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래에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에 발생할지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저축을 해야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해야 한다. 내가 소유하고 싶어서, 소유한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저축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저축은 투자를 포함한 개념이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자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5년, 10년 경제 계획도 세워보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자산도 관리가 용이하도록 정리를 했다. 만약, 20대, 30대에 좀 더 경제를 이해하고, 자산과 자본의 차이를 공부하며, 경제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예측은 무의미하다. 

인생의 전반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니 나에게 아직 기회는 있을 것이다. 


경제적 독립, 즉 부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것을, 원하는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 위함이다. 그리고,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살아 가는 것은 다르다.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복권 당첨이 이후의 인생을 부자로 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자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확률을 조금 높여줄 뿐이다.


이 책은 한 번 읽을 책은 아니다. 옆에 두고, 인생을 함께 보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인용할 만한 내용은 많았지만, 귀차니즘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정독을 추천한다.


2022.04.29 Ex. Libris HJK


대학 시절 LA에 있는 어느 고급 호텔에서 주차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의 이야기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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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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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이다.

북유럽에 살고 있는 형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꺼운 책이지만, 읽는 내내 몰입감이 있었다.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계속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으니 기본적인 소설의 재미는 있다고 볼 수 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살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고, 사고로 위장하는 과정을 읽으며 새삼 인간의 잔혹성에 무서움을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 가족을 위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하나의 사상, 이념, 기득권을 위해 잔혹해지는 인간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가족을 위해 끝없이 잔인해지는 인간을 보았다.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야.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 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로위. 다른 모든 사람 앞에서 가족이 뭉쳐야 한다고. 알았지?" (P.13)


넷플릭스 미드 YOU(너의 모든 것)가 생각난다. 시즌 2, 시즌 3으로 가면서 막장으로 치닫지만, 시즌 1은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자신을 정말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이 사실 자신을 스토킹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하고, 나를 위한다고 다른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무 일이 없듯이 지낼 수 있을까? 이것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에게 정말 잘 해주는데, 나만을 위해 산다고 하는데,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킹덤>은 반대로 나를 위해서 저지르는 범죄를 묵인하고, 동조하는 이야기이다.


읽는 동안에 재미있었다. 지루한 부분이 별로 없었다. 연속된 사건 속에서 궁금증이 계속 생겼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모든 기대가 깨졌다. 화가 났다. 짜증이 났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 700Km가 넘게 달려왔는데, 목적지에는 아무것도 없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세요라는 표지판만 본 느낌이었다. 


2022.02.03 Ex. Libris HJK

개가 죽은 날이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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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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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제대로 된 유서를 쓰기 위해 죽지 못하고 버티는 한 여자와 제주도 산속에서 은둔하면서 살아가는 한 여자가 등장한다. 이 두 명은 친구이고, 제주도에서 사고를 당한 여자를 위해서 서울에 사는 여자는 자살을 잠시 미루고, 제주도로 떠난다. 

 

가끔 '나는 자연인이다'와 '건축 탐구 집'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본다. 볼 때마다 한적한 곳에 나만의 집을 짓고,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과 함께 할 수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자녀에게 함께 하자는 것은 이기적이고, 아직까지 와이프와 뜻이 맞지 않는다. 물론, 내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접 살아보면 온갖 불편을 견디지 못해 후회할 수도 있으니 실천을 못하고 있다. 

눈이 내리면, 전기가 끊기고, 읍내 가는 버스도 끊기고, 난방도 안되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어쩌면 홀로 아픔을 견디기 위한 방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자연인이다'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다. 


소설에서 나오는 대로 제주도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올 수 있는지 미처 몰랐다. 허리까지 파묻힐 정도의 눈이 내리는 제주도라니 낯선 느낌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면서 보통 사람들은 하얀 눈이 내린다. 아름답다. 예쁘다 정도의 표현이 전부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차가 막히겠네, 도로가 미끄럽겠네라는 걱정이 더 앞설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가가 바라보는 눈은 다르다. 소설가는 하나의 대상에 대해 관찰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장갑 낀 손등에 방금 내려앉았다가 녹은 눈송이가 거의 완전한 정육각형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뒤이어 그 곁에 내려앉은 눈송이는 삼분의 일쯤 떨어져나갔지만, 남은 부분은 네 개의 섬세한 가지들을 본래 모습대로 지니고 있었다. 부슬부슬한 그 가지들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 소금 알갱이같이 작고 흰 중심이 잠시 남아 있다가 물방울이 되어 맺힌다. (P.109)


유난히 커다란 눈송이가 내 손등에 내려앉는다. 구름에서부터 천 미터 이상의 거리를 떨어져내린 눈이다. 그사이 얼마나 여러 차례 결속했기에 이렇게 커졌을까? 그런데도 이토록 가벼울까. 이십 그램의 눈송이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커다랗게 펼쳐진 형상일까? (P.111)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이는 어떤 모습일까? 아픔은 똑같을 수 있지만, 억울함이 포함된 아픔을 아픔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그 아픔을 책을 읽는다고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대할 때 그 사건의 원인과 맥락, 그 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판단하고, 생각하지만, 그 역사적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저자인 한강은 제주도 4.3 사건에 대해 과도한 설명을 배제한 채 오로지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사건과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행동, 마음을 묘사하는데 노력한다. 역사적 이유가 어떻든 억울한 피해자로서 나머지 여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를 바랐을 지도 모른다. 


역사에 대해 조그만 관심을 가지면, 인간에 대한 혐오가 생길지도 모른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잔인해질 수 있을까? 한 사람의 범죄는 그 사람 자체만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한 사회, 한 민족, 한 국가가 행한 조직적 범죄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민족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라는 말에 동조해서 앞장서서 범죄를 저질렸던 사람들을 그냥 두고 봐야만 하나? 얼마 전에 끝까지 광주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잘못을 시인 안하고, 죽은 쿠데타 주범은 여생을 편하게 살다가 죽었는데, 이게 공정과 정의로운 모습일까?


역사는 반복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맹목적으로 하나의 사상, 하나의 관념, 기득권 유지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세상을 얼마나 무섭게 바꿀 수 있는지를 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을 조장하여 권력을 잡고자 하는 이와 그 주변에 붙어서 기생하는 자들이 있음을 안다.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구성원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역사는 또다시 반복된다.


2022.01.30 Ex. Libris HJK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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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을 부탁해
헤이즐 프라이어 지음, 김문주 옮김 / 미래타임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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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인 노부인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손자를 만나고, 아버지의 선물을 기억하며 남극에 있는 팽귄 탐사기지를 방문한다. 팽귄 서식지 근처에서 팽귄을 관찰하면서 팽귄 연구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증하겠다는 마음을 가진다. 


해피엔딩으로 따뜻하게 끝나는 소설이다. 남극, 팽귄이 등장하는 이야기의 무대는 넓지만, 전반적으로 평범하다.

끝까지 다 읽었으니 재미 없는 것은 아닌데, 재미있다고 추천할 만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


2022.01.25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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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와이프 - 어느 날 나는 사라졌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에게서
킴벌리 벨 지음, 최영열 옮김 / 위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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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나는 자와 쫓는 자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한다. 영화, 드라마, 또는 소설 모두 이야기를 끝내려면 달아나는 자와 쫓는 자가 결국에 만나야 한다. 영원히 서로 안 만나면 결말을 낼 수가 없다. 달아나는 자는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도망을 치고, 쫓는 자는 어떻게 단서를 찾아 분석해서 따라잡는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베스라는 한 여자가 가정 폭력에 시달린 끝에 도망을 친다. 제프리라는 남자는 출장 후 집에 와 보니 와이프가 없어졌음을 안다. 제프리는 경찰에 신고하고, 마커스라는 형사가 실종 신고를 받아서 없어진 여자를 찾는다.  


비교적 단순한 플롯이다. 자연스럽게 나는 베스라는 여자를 응원한다. 멀리 도망쳐서 행복을 찾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잡힐 거라는 것을 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영원히 도망만 다녀서는 소설의 결말을 낼 수 없다. 


이런 종류의 소설에 항상 있는 반전이 역시 이 소설에도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중간에 반전을 예상할 수 있는 단서들이 나오고,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 많은 단서가 나온다. 반전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집중을 해야 한다.


어떻게 도망치고, 어떻게 찾는지에 대한 과정을 읽으면서 중간에 숨겨진 단서들을 유추하며 반전을 예상하고, 이것을 맞추었을 때의 쾌감 또는 전혀 맞추지 못했을 때의 충격을 느끼기 위해 심리 스릴러 소설을 읽는다. 


"디어 와이프"라는 편지에 쓰는 첫인사가 상황에 따라 섬뜩하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몰입감도 있고, 반전도 있고,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추리해 보는 재미도 있다. 심리 스릴러 소설의 전형이다. 하지만, 잘 차려진 맛있는 식사를 먹지만, 처음 맛보는 특별한 맛을 느끼지 못하는 식사 같은 느낌이다.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여자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는 인간 말종 쓰레기이다. 


2022.01.22 Ex. Libris HJK

불확실함은 우리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빛과 환희와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하죠.
그리고 우리를 희망으로 안내합니다.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확실함이 극에 달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납니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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