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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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오영제에게서 느꼈던 아쉬움이 해소된다. 타고난 악과 제멋대로의 어린시절을 보낸 오영제가 자기 뜻대로 타인을 교정하려고 한다는 설정이 개연성은 있지만 그게 바로 나일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도 주변 사람들이 내 맘같지 않을때 짜증이 나지만 그게 폭력으로 이어지진 않으니까.


그런데 이번 종의기원은 아이러니하게 오히려 폭력의 수위가 더한 살인에서, 그럴 수도 있단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거다. 주인공 한유진의 타고난 악과 억눌린 어린시절의 결과로 충동적으로 나타난 살인과 이를 방어하기 위한 살인은 더 공감이 간다. 충동적 실수, 되돌릴 수 없는 후회... 죄책감과 양심보다 이제 내 인생은 끝났다는 두려움과 어쩔래 하는 자포자기.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정말로 한유진의 살인은 모두 DNA에 의해 결정된 걸까? 혹시 나도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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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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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어진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영화보다 더 천천히, 내 마음대로 조절해가며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악역 오영제가 조금만 더 복잡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아니면 내가 너무 사이코들에 익숙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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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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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였는지, 문제집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고등학교 때 수능 언어영역 지문에서 처음 접한 김승옥. 문학 선생님은 "서울 1964년 겨울"에 대해 한참 설명했고 다른 지문들에 비해 이해도 잘 되고 그 짧은 지문안에서도 울림이 전해졌었다. 시대에 비해 세련되었다는 느낌으로 남은 김승옥을 이제서야 제대로 책으로 만났다. 김훈 라면을 끓이며에서 잠깐 언급되었는데, 맞다! 하고 읽어봐야지 싶었다. 


그런데 정말 1960년대에 쓰여진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고민들과 "부끄러움"이 왜 이렇게 2016년 지금을 살아가는 내 모습을 콕콕 찌르는 걸까... 명작이란 이런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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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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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집 천장에는 형광등이 없고, 화장실 바닥에는 배수구가 없단 사실을 몰랐다. 출국하기 몇 주 전에 리징오피스 직원과 이메일로 주고받아 계약해둔 아파트에 도착하고 나서야 집이 왜이리 어둡냐부터 시작해, 여긴 다른 나라라는걸 알게되었다.

내가 1년이란 시간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보낸 뒤 우리 엄마는 나의 아기를 봐주시러 미국에 오셨다. 영어도, 운전도 못하는 우리 엄마에게 미국은 그냥 산골 오지보다 더 지독하게 외로운 곳이었다. 딸이 공부하러 차를 몰고 가버리고 나면 엄마는 아기랑 둘이 집을 지켰다. 내가 오후 늦 게 돌아와 함께 장보러 가는 시간이 엄마의 외출/ 미국구경/ 레저활동이었다. 홀푸드에서 온전한 생선을 보고 반가워하며 나더러 한마리 주문해달라고 옆구리를 쿡쿡 찔렀던 엄마. 무를 썰어 넣고 간장에 졸여 식탁에 올리며 한국 그 맛은 안난다며 웃던 엄마.. ˝센 아주머니의 집˝을 읽으며 잊고 있었던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떠올랐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단 전화를 받고 베란다 쪽에 엎드려 울고 있던 엄마를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몰라 대한항공 왕복편 항공권만 예약해드렸다. 교수들에게 얘기하면 기말고사쯤 아무 상관없었을텐데.. 난 왜 엄마를 혼자 보냈을까. 비행기 안에서 울다 쉬다 하셨을거다. 줌파 라히리 글의 섬세하고 정확한 감정 진단이 과하지도 않고 딱 우아하고 그랬다.

˝섹시˝도 좋았고, ˝일시적인 문제˝, ˝진짜 경비원˝도 좋았다.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내가 한번쯤 느껴봤던 감정같고, 인물들이 다 친구같고, 뒷 이야기가 있다면 또 들려달라고 조르고 싶어지는 단편들이었다.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때˝를 읽을 때는 영국에 연수받을때 알게된 파키스탄 출신 박사님이 떠올랐다. 일주일 연수를 마치고 만찬자리에서 내가 우리 직장에서 박사들 많이 뽑으니 한국으로 오지 그러냐는 말을 장난 반 이상 가볍게 말했을때 사람들은 한국 날씨가 어떻냐 등 가벼운 관심을 보였다. 말없이 식사하던 그 사람은 갑자기 ˝종교적 자유는 어떻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좀 불쾌한게 공격이나 모욕받은 기분이 좀 들었다. 한국에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다 있고 안싸우고 잘 산다 라고 대충 답했는데 솔직히 왜 묻는지 잘 이해가 안갔다. 에구, 파키스탄이 어떤 나라인지 전혀 몰랐다. 나의 무식한 대답에도 딱딱하지만 예의바르게 올드보이 영화가 재미있었다고 수줍게 얘기했던 그 아저씨가 꼭 피르자다씨 같단 생각이 들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벌써 이렇게 재미난 책을 접하게 되어 행운이다. 추천해준 지인이 새삼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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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2-1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국에서 공부하면서 육아까지 해내려면 무척 힘들겠군요. 그래도 잘 해내시겠지요. 또한 힘내시라고 응원 보냅니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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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랑한다고 말할 때, 우리가 깨닫게 되는 몇 가지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행위를 나이트클럽에서 플로어에 올라가 자신의 추한 모습(?)을 먼저 용기 내어 보이는 행위에 빗댄 부분이 있다. 나도 너도 정체성이 불분명한 현대에서 그래, 나는 이정도야, 근데 니가 좋다. 넌 어느 정도니 라고 물어보는 행위, ˝사랑해˝라고 말하기.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인데 누가 내가 접고 싶은 이 부분 모서리를 접었다가 도로 펴 놓은 자국이 있다. 그 손이 누군지 궁금하다가도 그러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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