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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오키타 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평점 :
전 세계에서도 드문 마녀와 마법사들 가운데, 마녀 스이는 종달새 마을에 자리를 잡고 마법 상점을 열었다.
그 상점을 찾아온 사람들은 과연 간절한 소원을 이룰 수 있었을까?
🌱 봄이 깃든 흉터
메이의 왼쪽 팔에 남은 화상 자국은 초등학교 불꽃놀이 사고 당시, 절친 유토를 무의식중에 감싸 안으며 생긴 것이었다. 그날 이후 유토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메이를 더욱 지켜주려 했지만, 오히려 메이는 그런 유토의 행동이 부담스러웠다.
흉터를 지우고자 마녀 스이를 찾아갔지만, 스이는 “네 안에 망설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고작 흉터 하나 지우는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메이와 유토는 과연 어떻게 될까?
서로를 배려한 마음이 오히려 서로의 상처가 되었고, 말하지 않은 진심은 전달되지 않았다.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있다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 보자. 봄날의 싱그러움처럼 풋풋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 여름 바람의 행복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시한부 선고를 받은 미노루는 곁에 남은 고양이 쿠로를 그리기 시작했고, 마지막 개인전을 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마지막으로 한 점을 더 그리려 했고, 그 과정에서 결국 몸이 악화되어 쓰러지고 만다.
정신을 차린 곳은 병실이었고, 곁에는 마법 의뢰를 받았다며 마녀 스이가 서 있었다. 도대체 누가 그녀를 불러낸 걸까?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앞에서, 우리는 아픔보다도 행복한 기억이 더 많기를 바란다. '떠난 후 후회해도 소용없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처럼, 함께 있을 때 서로 웃고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그때의 기억이 죽음의 문턱에서 “행복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따뜻한 대답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 가을비의 이정표
책을 사랑하는 할아버지 덕분에 글을 좋아하게 된 하루코는 오랜 도전 끝에 작가로 등단했다. 단행본 7권, 문고본 15권을 출간하며 왕성히 활동했지만, 점점 출판사의 요구가 짙게 반영된 글을 쓰게 되며 글쓰기에 대한 괴로움만 남았다.
어느새 1년 가까이 작품 활동이 끊겼고, 출판사들의 연락도 뜸해졌다. 소설을 쓰고 싶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하루코는 종달새 언덕의 마녀를 찾아간다. 과연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 겨울이 끝나면
사랑하는 연인 유카를 떠나보낸 뒤, 형은 모든 감정을 잃고 웃음만 남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형을 위해, 동생 도키오는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유카의 1주기에 그녀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오르골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고, 수리를 맡기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스이는 그것이 ‘마법이 깃든 오르골’이라고 말해준다.
떠나는 이가 남은 이를 위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마법—오르골의 소리에 형은 1년간 꾹 눌러둔 슬픔을 쏟아냈다.
죽은 이는 산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까?
그렇지만 때로는 떠난 이가 남은 이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남겨진 이들이 겪는 슬픔과 애도는 삶의 방향을 바꾸고, 한층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그렇게 보면, 죽음조차 마법처럼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사계절을 담은 이야기들은 상실, 위로, 희망, 극복의 감정을 차분히 풀어낸다.
죄책감을 덜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싶어, 자신의 꿈을 지키고 싶어서… 사람들은 마법을 원했고, 마녀 스이는 그 소원을 들어주기도,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법 상점을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결국 마법은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의 마법사나 마녀는 곁에 있는 누군가였을지도.
사람들은 기적 같은 일을 두고 “마법 같다”고 말한다. 그것은 간절함 끝에 다다른 마음의 답이 아닐까.
당신이라면, 종달새 마법 상점을 찾아가 어떤 소원을 말할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