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뚫는 기후의 역사 - 1만 1700년 기후 변화의 방대한 역사를 단숨에 꿰뚫다
프란츠 마울스하겐 지음, 김태수 옮김 / 빅퀘스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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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변화를 인간과 지구의 역사로 풀어낸다

기후 위기는 결코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문제가 아니다. 해수면 상승, 빙하의 감소, 북극곰의 서식지 파괴 등의 뉴스는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지만, 대개 그 순간만 주목받고 곧 잊히곤 한다. 나 역시도 그런 뉴스들을 ‘남의 일’처럼 느끼며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날씨만 보더라도 변화는 이미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우리의 기후 특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고,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대신 여름과 겨울이 더욱 극단적으로 길고 강해지고 있다. 마치 동남아 지역의 열대성 스콜을 연상케 하는 폭우 현상도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가 단기간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프란츠 마울스하겐의 『기후의 역사』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날씨와 기후가 지구 생태뿐 아니라 인류 문명, 사회 구조, 국가 간 관계에까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폭넓게 다룬다.

예를 들어, ‘영거 드라이아스기’의 빙하기 말기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온 시기로 생태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 기후 변화가 인간의 농경 혁명을 촉진시켰다는 해석.
로마의 멸망은 초기에는 따뜻하고 습한 기후로 곡물 생산이 활발했으나, 점차 기후가 냉각되고 건조해짐으로인해 농업 기반이 약화, 자원 남용, 전염병 확산 등이 겹치며 로마 쇠퇴에 영향을 주었다는 해석.

바이킹의 몰락 역시 기온 상승과 함께 바다코끼리의 상아와 생선을 통해 식량과 교역을 유지하다 기온 하락으로 환경이 악화되자 정착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
이처럼 세계사의 주요 전환점 뒤에는 종종 기후 변화라는 배경이 존재했다는 점은 놀라웠다.

기후 변화는 단지 자연 생태만이 아니라 전염병, 화폐 가치, 인구 증가, 해상 무역과 같은 정치·경제적 요소들에도 긴밀히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특히 20세기의 온난화가 지난 2000년간 있었던 여러 온난화보다 세 배 이상 강력했음을 강조한다. 이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산업화로 인한 화석연료, 석유, 가스, 원자력의 무분별한 사용은 기후를 빠르게 변화시켰고, 자원 확보의 불균형은 경제 위기와 정치적 갈등을 낳았다. 더욱이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워 기후 협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은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생각된다.

결국 기후위기는 지구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며, 어느 한 국가나 세대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부와 권력은 지구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며,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보전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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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오키타 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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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도 드문 마녀와 마법사들 가운데, 마녀 스이는 종달새 마을에 자리를 잡고 마법 상점을 열었다.

그 상점을 찾아온 사람들은 과연 간절한 소원을 이룰 수 있었을까?

🌱 봄이 깃든 흉터

메이의 왼쪽 팔에 남은 화상 자국은 초등학교 불꽃놀이 사고 당시, 절친 유토를 무의식중에 감싸 안으며 생긴 것이었다. 그날 이후 유토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메이를 더욱 지켜주려 했지만, 오히려 메이는 그런 유토의 행동이 부담스러웠다.
흉터를 지우고자 마녀 스이를 찾아갔지만, 스이는 “네 안에 망설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고작 흉터 하나 지우는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메이와 유토는 과연 어떻게 될까?

서로를 배려한 마음이 오히려 서로의 상처가 되었고, 말하지 않은 진심은 전달되지 않았다.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있다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 보자. 봄날의 싱그러움처럼 풋풋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 여름 바람의 행복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시한부 선고를 받은 미노루는 곁에 남은 고양이 쿠로를 그리기 시작했고, 마지막 개인전을 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마지막으로 한 점을 더 그리려 했고, 그 과정에서 결국 몸이 악화되어 쓰러지고 만다.

정신을 차린 곳은 병실이었고, 곁에는 마법 의뢰를 받았다며 마녀 스이가 서 있었다. 도대체 누가 그녀를 불러낸 걸까?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앞에서, 우리는 아픔보다도 행복한 기억이 더 많기를 바란다. '떠난 후 후회해도 소용없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처럼, 함께 있을 때 서로 웃고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그때의 기억이 죽음의 문턱에서 “행복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따뜻한 대답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 가을비의 이정표

책을 사랑하는 할아버지 덕분에 글을 좋아하게 된 하루코는 오랜 도전 끝에 작가로 등단했다. 단행본 7권, 문고본 15권을 출간하며 왕성히 활동했지만, 점점 출판사의 요구가 짙게 반영된 글을 쓰게 되며 글쓰기에 대한 괴로움만 남았다.

어느새 1년 가까이 작품 활동이 끊겼고, 출판사들의 연락도 뜸해졌다. 소설을 쓰고 싶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하루코는 종달새 언덕의 마녀를 찾아간다. 과연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 겨울이 끝나면

사랑하는 연인 유카를 떠나보낸 뒤, 형은 모든 감정을 잃고 웃음만 남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형을 위해, 동생 도키오는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유카의 1주기에 그녀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오르골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고, 수리를 맡기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스이는 그것이 ‘마법이 깃든 오르골’이라고 말해준다.
떠나는 이가 남은 이를 위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마법—오르골의 소리에 형은 1년간 꾹 눌러둔 슬픔을 쏟아냈다.
죽은 이는 산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까?

그렇지만 때로는 떠난 이가 남은 이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남겨진 이들이 겪는 슬픔과 애도는 삶의 방향을 바꾸고, 한층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그렇게 보면, 죽음조차 마법처럼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사계절을 담은 이야기들은 상실, 위로, 희망, 극복의 감정을 차분히 풀어낸다.
죄책감을 덜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싶어, 자신의 꿈을 지키고 싶어서… 사람들은 마법을 원했고, 마녀 스이는 그 소원을 들어주기도,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법 상점을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결국 마법은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의 마법사나 마녀는 곁에 있는 누군가였을지도.
사람들은 기적 같은 일을 두고 “마법 같다”고 말한다. 그것은 간절함 끝에 다다른 마음의 답이 아닐까.

당신이라면, 종달새 마법 상점을 찾아가 어떤 소원을 말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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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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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주인공 틸다는 수학 석사 논문을 쓰는 대학생이다. 여유로운 캠퍼스 생활보다는,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와 어린 동생
이다를 돌보는 일로 채워진다. 자유롭고 무념한 마음을 만들고 싶지만, 현실은 늘 발목을 붙잡는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수영장에서 ‘스물두 바퀴’를 헤엄치는 시간이다. 그 순간만큼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잠시나마 세상과 단절된 평화를 누릴 수 있다.

🔖p.56 “나는 이다가 언제나 구원의 순간을 그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아름답고도 슬프다.”

이다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늘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아가지만, 언니 틸다를 통해 점점 단단해진다. 그녀가 그려낸 ‘구원의 순간’은 두 자매가 처한 현실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든다.

엄마는 술에 취해 아이들을 힘들게 한 다음 날이면 늘 계란후라이를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그것은 사과의 표현이지만, 그 음식은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속에 상처가 켜켜이 쌓였다는 증표처럼 느껴졌다.

틸다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 마들렌의 태도에 화가 나는 감정 역시 충분히 공감된다.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 쉽게 내뱉는 말은 때로는 칼처럼 날카롭게 상대를 아프게 할 수 있다.

🔖p.105 “나는 요란하게 웃고, 이제 내가 울지 않아서 기쁜 이다는 미소를 짓는다. 나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지만 큰 소리로 웃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다가 있다. 이다에게는 내가 있으니까.”

가족이란, 때로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틸다는 이다의 방학을 맞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선택지를 주고, 이다의 의견을 존중하며 함께 결정한다. 그 모습은 단순한 자매애를 넘어 어머니와도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p.167 “이 나이 작은 손이 내 손을 잡는다… 나는 슬프면서도 행복해서, 행복보다 슬픔이 더 큰지, 아니면 슬픔보다 행복이 더 큰지 모른다.”

박사과정을 위해 멀리 떠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이다는 언니를 진심으로 응원하지만, 두 자매는 서로의 슬픔을 감추려는 이 장면에서 나 역시 그 감정을 함께 삼킨 듯, 마음이 뭉클했다.


🔖p.222 “고열을 통해 정말로 뭔가 잃어버리거나 작별한 것처럼 왠지 모르게 더 가벼워졌다. 배 근처에 언제나 존재하던 무서운 것이 사라지고 없는 느낌이다. 무거웠던 그 느낌을 금방 다시 떠올릴 수 없다. 사라졌다. 정말로 사람 졌다. 이제 더 많은 공간이 생긴 배 안으로 가을 공기를 끌어들인다.”

틸다는 심한 고열에 시달리며 혼미한 정신 속에서 오랜 고통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모습이 스스로를 회복 해가는 모습으로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돌보는 이다의 모습에서는 점점 어른스러움이 묻어난다. 메모를 들고 꼼꼼하게 장을 보는 모습에서는 대견함마저 느껴졌다.

틸다에게 찾아온 빅토르는 그녀가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이별을 통해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며, ‘작별’이 반드시 끝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너무 어린 나이에 홀로 서야 했던 틸다는, 가정을 탓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런 언니가 있었기에 이다 역시 걱정을 뒤로하고 단단하고 현명하게 자랄 수 있었다.

두 자매는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자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나와 내 동생이 떠올랐다.
삐뚤어지지 않고 잘 자라줘서 고맙고 수고했다.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dasanbooks @ekida_library 감사합니다.

#장편소설 #성장소설 #독일소설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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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 유럽 편 - 5,000년 유럽사의 흐름이 단숨에 읽히는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저스티스(윤경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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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종교, 철학, 정치가 하나로 얽힌 유럽 역사의 큰 흐름을 밀도 있게 풀어낸 책으로 로마 제국의 확립과 몰락, 십자군 전쟁, 종교개혁, 르네상스, 산업혁명, 대항해 시대, 미국 독립까지 방대한 사건들이 놀라울 만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전쟁은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니었다. 로마는 전쟁을 통해 제국을 세웠고, 십자군 전쟁은 신앙의 이름으로 벌어졌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목적과 부의 추구가 뒤섞인 복합적 전쟁이었다. 그 과정에서 교회는 면벌부를 팔아 재정을 확보했고, 이는 결국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이어졌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억압적인 신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삶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예술과 과학, 문학이 꽃을 피웠다. 이어진 대항해 시대에는 유럽이 아시아와 아메리카로 팽창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갔다. 스페인은 필리핀을 거점으로 삼아 무역을 확대했고, 영국은 해상 무역과 산업화를 통해 세계 강국으로 도약했다.

청교도 박해를 피해 북미로 떠난 이민자들은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고, 영국의 과세에 반발해 미국 독립 선언으로 이어졌다. 모든 흐름 속에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의지가 존재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모든 역사가 ‘과거’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도 전쟁 중이고, 냉전과 이념 갈등 속에 살고 있다. 정치와 종교, 철학은 여전히 우리 삶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는 단순히 역사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배경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과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다른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만든 책.

덧) 유명한 전투(살라미스 전투)라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윈앤원북스 @onobooks
#주간심송 @jugansimsong @luvrite_zzyn 감사합니다.

#세계사책추천 #역사#세계사
#전쟁과종교 #역사는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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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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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우리의잃어버린심장
#셀레스트잉 #비채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을 잊지 말자❞

PACT는 미국의 가치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미국답지 않은 생각을 처벌하며, 위기를 외부 특히 중국탓으로 돌리는 정치 선전으로 인해 아시아계 사람들이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국가주의, 정치적 선동, 언론 통제, 인종차별이 교묘히 엮인 사회 속에서 인간의 도덕성과 공동체 의식은 점차 사라져 간다.부모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모든 걸 바꿔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되는 일마저 발생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던 마거릿 미우는 이선을 만나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시를 쓰게 되었고, 그녀의 시는 도시 속 혐오의 잔재가 조금씩 가라앉아 회복의 기운이 도는 시점에 출간된다. 그러나 그녀의 시가 저항 운동에 사용되며 다르게 해석, 왜곡되어 결국 감시 대상이 된다.

아들 버드를 지키기 위해 그녀는 가족을 떠나고, 도망자처럼 살아가며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모은다. 남겨진 버드는 조용히 살아가던 중 어머니로부터 온 편지와 새 친구 새디를 통해 어머니의 과거와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그는 마침내 어머니를 찾아 나서고, 그녀가 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글을 읽으며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시기가 떠올랐다. 독재 정권 시절, ‘빨갱이’라는 낙인은 단지 개인에게 그치지 않고 가족 전체를 감시와 차별 속에 몰아넣었다. 노동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체제에 반하는 존재로 간주되어 억압받았고, 그 주변인들 역시 숨을 죽이고 살아야 했다. 이처럼 민족 내에서도 체제가 만들어낸 억압과 감시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체제 안의 침묵과 복종이 만들어낸 상처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마거릿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모았고 사람들에게 전했다. 그녀가 아들에게 남긴 말과 사람들에게 전한 이야기는, 그 어떤 억압과 감시 속에서도 결국은 모두에게 닿을 것이다. 그것은 부당함을 고발하는 진실의 힘이자, 부모와 자식 사이를 이어주는 사랑의 힘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과거, 팬데믹으로 인한 단절, 인종과 체제를 둘러싼 차별을 떠올렸고, 결국 이 이야기 또한 우리의 이야기임을 실감했다.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를 지우고 있는가?”
“그 침묵에 무관심하지 않았는가?”

다시 생각해 본다.

#현실과픽션 #혐오 #표현의자유 #검열
#비채서포터즈3기 #장편소설 #북리뷰
#인꽃바람이어가기 #같이성장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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