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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사는 법
고태희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평점 :
이 책을 보고 앉은 자리에 단숨에 읽어내려갔네요
제목부터 힘이 빠지는 말입니다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그런데 이 말이, 사실은 우울증을 잘 설명하는 말이에요
그리고 우울증을 가진 사람 주변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랍니다
이 책 소개를 보고 진짜 우울증은 맞긴 맞을까? 했는데
읽다보니 '조울증', 하지만 작가는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더라구요
작가는 이 책의 대부분을 할애해서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그려냅니다
상담실에서 정신과의사에게, 혹은 심리상담가에게 하듯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요
내가 얼마나 열심히 잘 살았는지
'서울대'를 몇 번이나 쓰길래 서울대를 나온줄 알았더니
석박사를 한 거네요. 물론, 거길 들어가서 아빠의 인정을 받아서 나름 강조하고 싶었나봐요
어쨌거나 '나는 서울대 박사야'라는 게 너무 자주 나와서..
메세지 전달에 오히려 방해가 돼요
아마도 아직도 인정받지 못하면 불안한 심리상태를 반영한 거겠죠
팽팽하던 고무줄이 끊어지듯 열심히 잘 살다가 우울해지고
그러다 자해를 하고, 또 1층 필로티지만 뛰어내려
정신병원, 그것도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됩니다
거기서 일주일만에 퇴원을 하고..
예비약까지 약통의 약을 14알 삼켰다는데
이 부분은 의아해요
심한 자해까지 했고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했던 환자한테
예비약이라고 14알을 한 번에 준 의사가 정신이 나간 게 아닌지
아무튼 책 중간에 자해하는 묘사가 좀 섬뜩해서
굳이 썼어야 했나 했지만 어차피 개인의 기록을 담는 에세이니까..
그렇다고 작가가 조울증을 극복했냐, 그건 아니에요
책의 후반부까지도 조울증으로 여러가지 힘들고 답답했던 상황을
채워나갑니다
사실 외국에서 일한다고 남편과 전화로 통화만 하는 상황이 제일 답답하네요
혼자 두면 좋아지는 건 불가능할 거에요
그래서 책의 마지막도 참 불안불안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한 가지,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은 있었어요
진짜 우울증이라면.. 힘내라는 말은 오히려 절망하게 만든다는 거에요
나가서 산책좀 해, 운동해, 잘 챙겨먹어... 이것들을 머리로 알아도
움직일 수 없는 게 우울증이에요
이 책은.. "내가 우울증 같은데" 하는 사람들한테는 권하고 싶지 않아요
주변인이, 내 친구나 가족이 우울증인 것 같은 사람들한테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그리고 꼭... 그들 곁에 있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작가분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