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일곱 살 때 처음으로 왔다
엄 영 훈
일곱 살 소년은 배나무에 얹힌 새 둥지를 털었다 할딱거리는 어린 생명을 솜 둥지 만든 종이상자에 넣었다 조바심으로 종지 씻어 샘물을 먼저 넣어주었다 밥알도 먹여보고 배추벌레도 입에 물려주었다
그것은 졸린 눈 희끄무레한 새벽빛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더라
가는 목 꺾인 채 멈춘 숨인데도 시나브로 다가오더라
시퍼렇게 날 선 칼로 가슴을 알알하게 폭폭 찌르더라
핏방울 가슴 위에 쿵쿵 떨어지며 오는 파동이더라
썰물처럼 피 쫙 빠져나간 혈관을 다시 채우는 얼음이더라
눈물로 축축하게 젖은 천으로 얼굴을 덮어씌우더라
죽는다는건몸이차가워지는건가한번날아보지도못한어린새도죽는건가죽으면다시물릴수없는건가어미를애타게찾던마음은대체어디로가는건가
그것은 떠나지 못하고 울고 있는 어미 새 부리에 맺힌 피멍울이었다 잊기를 기도하며 얼른 땅에 묻었던 차가운 눈물방울이었다 그 자리에 낙엽 다시 덮이기를 육십 번 저절로 무거워만 지는 그림자였다
그것이 썩어가며 피우는 냄새는 형사미성년자인 일곱 살 때 미필적 고의로 새 새끼를 죽였던 일곱 살 빨간 코 끝에 차갑게 묻어 처음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