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시간을 설거지 하듯

계절의 잔해가 모인다

살아온 죄로 허리가 잘려

나란히 포개 층층이 눕는다

 

퇴비장은 무덤

삶과의 거리는 꼭 한 길 높이다

내년 봄

과일 나무 밑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2

백년은 지난 고분이 되었다

누그러진 날을 잡아 뒤집어 준다

마지막 호흡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수직 콧대 세웠던 풀줄기

오만한 심을 녹이는 오체투지 중이다

너무 서두르는 걸음은 뒤섞어

발맞추라 한다

목마른 육신들 마지막 한 잔은

물뿌리개로 촉촉한 음복

 

검은 비닐 제단에서 올리는 번제

육신을 태우는 뜨거운 김이 오른다

향유 없이 소신공양하는데 필요한 온도는

섭씨 600

 

3

푹 삭은 거름은

낮의 무지개를 품은 밤의 색

복추, 추희, 초하, 은풍

홍로에서 양광까지

생명을 잉태한 마법의 재료다

 

4

이승을 살아온 시간은

편도가 아니고 항상 왕복이다

귀향의 포실한 맨발을

쇠스랑으로 삼태기에 옮긴다

 

난향이

찰나 가슴에 스친다

 

5

과일 향이 왜 달콤한지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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