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키우는 먹거리는

참으로 까다로운 녀석들이다

내 딴에는 들은 것이 있어

농약은 절대 안치고 화학비료도 없다고

큰 소리 쳤는데

초보농부의 서툰 손길을 먼저 알아본다

 

머리와 꼬리만 커버린 잘룩한 오이

오이 가시 좀 봐 너무 싱싱하네

아내는 감탄하며 오이냉국을 만든다

뭔가가 부족해 배꼽이 상한 토마토를 발라내며

작아도 분이 반짝반짝해요

벌레 먹고 꼬부라진 가지

아유 이렇게 고은 보라색이 있을까

한 근도 못되는 홍고추는 햇빛에 말린다

새벽장 시세는 근당 6000

비오면 거두고 볕 나면 뒤집는다

고추 때깔에다 향이 정말 좋아요

 

잎만 무성한 호박 덤불 속에

주먹정도 조선호박

고만한 애호박이 가장 맛있어요

이웃에 나누어도 준다

못났어도 된장찌개에 넣어봐요

우리 텃밭에서 난 거에요

남편의 초라한 수확이 부끄러워서일까

결코 우리가 키웠다고는 않한다

 

서툰 농부는 제 땀이 거름이 된 줄 알고

바쁘게 호미 들어 풀 뽑고 곁순을 따주지만

조그만 텃밭에도

새벽엔 저절로 이슬 내리고

한낮엔 햇볕이 따갑게 쏟아지는데

녀석들은 웃자란 키 더 세우느라

바람 붙잡으며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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