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키우는 먹거리는
참으로 까다로운 녀석들이다
내 딴에는 들은 것이 있어
농약은 절대 안치고 화학비료도 없다고
큰 소리 쳤는데
초보농부의 서툰 손길을 먼저 알아본다
머리와 꼬리만 커버린 잘룩한 오이
‘오이 가시 좀 봐 너무 싱싱하네’
아내는 감탄하며 오이냉국을 만든다
뭔가가 부족해 배꼽이 상한 토마토를 발라내며
‘작아도 분이 반짝반짝해요’
벌레 먹고 꼬부라진 가지
‘아유 이렇게 고은 보라색이 있을까’
한 근도 못되는 홍고추는 햇빛에 말린다
새벽장 시세는 근당 6000원
비오면 거두고 볕 나면 뒤집는다
‘고추 때깔에다 향이 정말 좋아요’
잎만 무성한 호박 덤불 속에
주먹정도 조선호박
‘고만한 애호박이 가장 맛있어요’
이웃에 나누어도 준다
‘못났어도 된장찌개에 넣어봐요
우리 텃밭에서 난 거에요‘
남편의 초라한 수확이 부끄러워서일까
결코 우리가 키웠다고는 않한다
서툰 농부는 제 땀이 거름이 된 줄 알고
바쁘게 호미 들어 풀 뽑고 곁순을 따주지만
조그만 텃밭에도
새벽엔 저절로 이슬 내리고
한낮엔 햇볕이 따갑게 쏟아지는데
녀석들은 웃자란 키 더 세우느라
바람 붙잡으며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