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음짓말
얼음이 녹지 않아
함박눈마저 사납게 내린다
건너 양짓말에는
진달래 철 벌써 지나 도화 지천인데
해동(解凍)의 발걸음이 엉켜
물은 흐르지 못한다
해 지고
달마저 구름에 가렸을 때
문득 자란 밤의 냉기
바람처럼 멀리 날려 보내지 못하고
수천만 년 쏟아진 버럭처럼
왜 골짜기에 쌓아쌓아 두었을까
얼음의 깊이는 아무도 모른다
여기 음짓말
동족을 잡아먹는 육식동물의 썩은내
제 살을 찢는 안으로 굽은 발톱
심장에서 썩어 터진 탄저병 검은 무늬
혼자여서 더 사나워지는 송곳니
설표의 울부짖음이 골짜기를 어슬렁거린다
여기 음짓말
설겅대는 얼음 자갈밭을
밤마다 헤매는 설표는
꿈도 잃고 갈 곳도 진작에 잊어버린 채
지나온 제 발자국만을 쫒으며
탈출구 없는 미로를 걷고 또 걷는다
여기 음짓말
스스로 눈이 멀어버린 짐승
누구도 길들일 수 없는
모진 맹수가 사는 곳
해동을 잊어버려
꽃이 필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