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음짓말

얼음이 녹지 않아

함박눈마저 사납게 내린다

건너 양짓말에는

진달래 철 벌써 지나 도화 지천인데

해동(解凍)의 발걸음이 엉켜

물은 흐르지 못한다

 

해 지고

달마저 구름에 가렸을 때

문득 자란 밤의 냉기

바람처럼 멀리 날려 보내지 못하고

수천만 년 쏟아진 버럭처럼

왜 골짜기에 쌓아쌓아 두었을까

얼음의 깊이는 아무도 모른다

 

여기 음짓말

동족을 잡아먹는 육식동물의 썩은내

제 살을 찢는 안으로 굽은 발톱

심장에서 썩어 터진 탄저병 검은 무늬

혼자여서 더 사나워지는 송곳니

설표의 울부짖음이 골짜기를 어슬렁거린다

 

여기 음짓말

설겅대는 얼음 자갈밭을

밤마다 헤매는 설표는

꿈도 잃고 갈 곳도 진작에 잊어버린 채

지나온 제 발자국만을 쫒으며

탈출구 없는 미로를 걷고 또 걷는다

 

여기 음짓말

스스로 눈이 멀어버린 짐승

누구도 길들일 수 없는

모진 맹수가 사는 곳

해동을 잊어버려

꽃이 필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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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 2016-08-2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누구에게나 마음 그늘이 있죠 숨기고픈
그러나 미워하는 마음은 사라졌음해요 어렵지만
두 번째로 글 올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