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채비부터 한다

미처 앉기도 전에

숨 간질이며 다가오기에

손 벌려 맞이했더니

품에 안기는 찰라

 

너의 자취는 그저

차가운 눈물 한 방울

혈류를 타고 가슴을 찌르는 한기

어리석게 움켜잡지만

사그라지는 잔상

 

시퍼렇게 언 손인 채

넋 없이 지켜보는 칼바람 풍경

수직 뻗친 외줄 가지 끝에

혼백처럼 걸쳐 우는

젖은 새 한 마리

 

서산 건너 빛살은

회색 장막에서 찌른 자객의 비수

대지의 심장에 깊이 꽂히고

식어가는 계절은 낙엽 굴려

신음 맞울림

 

한 칼씩 베일 때 마다

홀로 맞서 온 살얼음 강변

별이 뜨기 전에

떠날 채비를 해야지

발자국은 눈에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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