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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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평북 방언으로 쓰인 시라서 이해하며 읽기가 쉽지 않았다. 백석을 좋아하는 사람이 선물해준 책이라 그 사람 생각을 하며 읽었다.
마음에 드는 시 두 편을 기록해둔다. 원래 알고 있던 시였는데도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는 새롭게 아름다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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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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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50.

처음 읽은 건 20대 때였는데, 주제 사라마구의 죽음의 중지를 친구에게 추천받아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읽었다. 그때는 대단한 흡입력에 서사 자체에 집중하느라 작가의 철학적인 소견들을 음미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최대한 느리게 읽으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훑어볼 수 있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역시나 다르구나 싶다. 관객 모독을 쓴 패터 한트케가 어쩐지 아쉬워지기까지 했다.

물론 이렇게 서사가 많이 담긴 글은 문학성보다는 대중성에 기울여지기 마련이며 삶을 바라보는 자세보다는 흥미와 재미에서 끝나는 수도 있을텐데 여기에서는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통해 실명에 의해 도덕관념이 해이해지는 상황이라거나 그런 상황에서조차 권력을 잡으려는 무리에 대한 이야기, 여전히 종교를 찾는 사람들 등 여러 주제를 담으려 작가가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뒷부분에는 조금 지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종교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벨문학상에 긍정을 하게 된다.

20대 때 읽을 땐 삶을 낭만적으로 보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츠지 히토나리나 에쿠니 가오리 등의 몽글몽글한 글을 읽기도 했고 그런 상황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눈먼 자들의 도시는 아주 불쾌하기 짝이없는 글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낭만보다는 오히려 이 책에서 나오는 극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사랑을 찾아야할까 라는 물음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낭만과 사랑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눈이 먼 노인과 검은 안대를 쓴 여자의 이야기를 마냥 늙은 남자가 젊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단순한 이야기로 끌어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마음 속의 고요한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람일테니 말이다.

실명이라는 크나큰 상실의 순간에서 인간성이나 주체성을 가지고 가는 일은 이 소설의 내용처럼 어렵다. 실명이 전염되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으나 그런 상실의 순간에 우리를 우리답게 잡아주는 버팀목을 미리 만들어놓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가난했던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때때로 가난이 내 존엄을 깎아내린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공부를 하고 일기를 썼던 것 같다. 공부를 한 건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은 아이가 해낼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었을 것이고 일기는 지금 생각해보건대 어려운 순간을 극복하라고 스스로를 응원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한 편으로는 정 말 로 실명을 하게된다면 어떠할까를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그런 상상력이야말로 미래의 시간만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것이다.

옮긴 이인 정영목님의 글을 읽고 싶은 마음에 다시 읽기도 했는데 역시나 글이 쏙쏙 잘 읽혔고 좋은 작가와 좋은 번역가의 조합은 늘 옳다.
조만간 갈 여행에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한 권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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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김민준 지음 / 자화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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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책을 읽는동안 흠칫흠칫 놀랐다. 몇몇 구절들이 내가 과거에 적은 일기와 너무 비슷해서. 글을 쓰면 감정이 과잉되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마음이 들었는데, 그러면서 상처를 스스로 끌어다가 받는 사람의 글은 모두 닮아있나보다 라는 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앞부분, 한 125쪽 정도까지는 읽으면서 꽤나 좋았는데 뒤쪽은 앞쪽의 반복같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특정 글은 그 안에서 좋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한 장을 들여 반복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종이를 늘린다는 것 외에(그래서 더 두꺼운 책을 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좋은 구조는 아닌 것 같다. 좋다고 생각했던 구절조차 몰입이 깨지는 기분이다.
뒤까지 끌고갈 힘은 좀 부족해 보인다. 꾸며진 말은 화려한데 알맹이는 적어서 포장이 예쁜 알사탕을 까먹는 느낌이다.(나 스스로를 비판하는 기분이 들어 좀 슬프다ㅠㅠ)
에세이보다는 그가 쓴 시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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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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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올해는 단편소설집에 5점짜리 별점은 주지 못하겠다고, 혹은 주지 않겠다고 묘한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어쩐지 별점을 너무 잘 주면 신빙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니까. 신유진 작가의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라는 단편집이 너무 좋았고 그래서 단편소설집에 또 5점을 주지는 않겠지, 했다. 그런데 단편소설도 아닌, 손바닥 소설집인 이 책에 내 마음을 뺏길 거라고는 책을 빌리는 순간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쿨럭쿨럭 기침을 하느라 제대로 듣고 있냐고 욕먹는 주인공을 볼 때쯤부터였던 것 같다. 김금희 작가에게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순간이.

내가 쓰고싶은 글은 이런 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는 너무 구질구질하고 눈물나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답답해죽겠는 마음을 쏟아붓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세상 모두가 피해자고 세상 모두가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글을 쓰는 일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사건도 없고 정말 별 것도 없는 인물들이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할뿐인 이야기들인데,
반주를 하며 모기보다 못하다고 자기를 탓하는 사람의 대사와 모기는 모기고 자네는 자네라고 위로하는 다른 사람의 대사에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언젠가 그런 위로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단 생각도.

Yes기준으로 별점을 보니 8.8밖에 안 되는데. 그런 별점 따위가 우리의 사랑을 가로막을 순 없다. 너무 좋아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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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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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0월에 읽던 것을 이제야 마무리한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이 소설이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박상영, 김봉곤, 이미상 작가의 글이 인상깊었다. 때로는 시간에 쫓겨 혹은 금방 내려야할 장소에서 언제 책을 덮어야할까 불안해하며 책을 읽는다. 어느 정도의 습관이 쌓여 꽤 안정적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때때로 불안하다. 그러나 좋은 글은, 정말 잘 쓰인 글은 어떤 때건 어디에서건 어떤 마음 상태이건간에 정말로 좋고 빠져나올 수가 없다. 아주 가끔 내릴 곳을 놓치기도 한다. 좋음의 증폭이 다를뿐이지 좋은 것이 싫은 것이 되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건 그리 좋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나는 내 생각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내 행동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좀 더 좋은 소설을 읽고싶다. 더 좋은 글을 써주기를 기대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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