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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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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서의 공지영의 말투는 너무나 좋았다. 자신의 진짜 딸에게 쓴 편지를 토대로 만든 책이라 그런지 너무나 자연스러운 말투. 진짜우리엄마같은 그런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역시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해도, 가상의 인물이 되어 쓰는 것과 본인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아마, ‘사랑후에오는 것들‘을 먼저 읽은 후에 ‘네가 어떤 삶을-‘을 읽었더라면 오히려 더욱더 감동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이유로 츠지 히토나리의 책이 공지영의 책보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공지영과 맞추어서 쓰려다보니, 같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너무 일부러 짜맞춘듯한 부분도 있긴했지만-)
만약 그 이유가 아니라면, 츠지 히토나리의 호흡이 짧은 글이 맘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공지영의 글이 여러가지 감정을 글에 담은 것이라고 한다면 츠지 히토나리의 글은 그냥 감정을 바로바로 토해낸 느낌이다.
살면서 무슨 일이 닥쳤을 때, 그 때 그 사람이 생각하는 감정은 복잡한 감정이 아닌 아주 단순한 감정이다.
싫다,좋다,두렵다,걱정된다,보고싶다.
그도 아니라면, 어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야말로 그냥 멎어버리는 그런 감정. 그 감정이 구체적이고 복잡하게 드러나는건 나중에 그 때의 일을 회상할때인것 같다. 이러이러한 점이 싫었다,좋았다,괴로웠다 라고.
정작 그 일이 일어나는 순간에는 어떤 이유로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없이 그냥 좋고 싫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난 츠지 히토나리의 글이 더 좋았다.
먹먹한 느낌, 표현할 수 없는 느낌.
준고가 홍의 앞에서 먹먹해지듯, 나도 그를 따라 먹먹해지는 느낌.
아무 말을 할 수없고 그를 따라 나도 멍해지는 그런 부분.
빠른 속도로 읽어가다가 나도 그를 따라 어느 순간 멈추게 되는, 그 점이 참 좋았다.
두 작가가 함께 공동으로 작업을 하는건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듯 하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이 책을 반드시 두 권 다 읽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둘 중 한권만 읽는 것과 둘 다 읽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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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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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하면 말이야. 그 사람이 고통스럽기를 바라게 돼. 다른 걸로는 말고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고통스럽기를, 내가 고통스러운 것보다 조금만 더 고통스럽기를...

p95


어렸을 때 읽은 동화에 그런 말이 나왔었다. 꿈속에서 우리의 영혼은 마음껏 이 세상을 떠돈다고. 만일 당신이 꿈속에서 누군가와 만났다면 그건 그 사람의 영혼도 밤새 당신을 만난 거라고 말이다.

p100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p109



나는 자신이 있었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온 우주의 풍요로움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문제는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게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p112



나는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이 호수가 둥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그니까 이렇게 앞으로 뛰어가면 다시 그가 서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그에게 멀어지면서 다시 그에게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원의 신비였다. 그러니 이 원에 들어서 버린 나는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어찌 되었든 모두가 그에게로 가는 길이다.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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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의 밤
신유진 지음 / 1984Books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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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5층 아파트 창문을 여니, 밤이 고요하고 평온한 얼굴을 하고 나를 불렀다. 너의 애씀이, 안달이, 비루한 오늘이 무엇을 위한 것이냐고 물었다.(p.11)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 아니면 구입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고민도 없이 책을 산 것은 순전히 서문에 적힌 저 문장 때문이었다. 저 문장을 온전히 내 것으로 소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책을 구매했고 그 문장은 내 방에 자리잡았다. 별점이 5개인 이유 또한 저 문장 때문이다. 책을 펼쳐 서문을 읽을 때 아마도 나는 첫사랑에 빠진 기분이었던 듯 하다. 한순간의 직감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문집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좋아하는 카페를 오랜만에 찾아갔다. 이 책과 함께 재즈를 들으며 커피를 마셨는데 그 순간이 오롯이 나의 것이라는 행복감에 벅차오르던 느낌을 기억한다. 산문집이 아니라 시를 읽는 기분이 든다. 책의 제목이 ‘밤’에 대한 것이라 그럴 수도 있고 작가의 담담한 어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처럼 쓰여진 산문이라니. 시를 잘 읽지 못하는 나로선 여러모로 감격스러운 책이었다.

언젠가부터 가족에 대한 글을 읽으면 괜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뒤섞인 풋내나는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위안이 되었다.
책 속 M이 말하듯 ‘누구나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권리가 있다’.
그 문장에 위로받았으니 한동안은 침잠히 불행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책 선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땅히 선물하고 싶은 책이 없어서 그러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내게도 선물하고 싶은 책이 생겼다. 쓸쓸한 위로가 담겨 있어 위안이 된다.
밤에게 잠을 뺏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28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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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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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강신주의 두 책을 감명깊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만큼의 즐거움은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이과생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해서 그런 면도 있으리라. 친구들과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다보면 기다림의 순간을 버티지 못하고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고 말하게 되는 경우가 어렸을 땐 자주 있었다.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이과생의 마인드와 기다림에 취약한 급한 성격 덕분에 시와 자연스레 멀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돌려말하지 않고 숨김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시는 정말 좋아한다는 거ㅎㅎ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고등학교 시절 줄줄 암기하고 다니던 최애 시다.
다음에는 아예 시만 써 있는 시집을 읽어야겠다.
시는 해석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읽어나갈 때 더 빛나는 것 같다.

* 언젠가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던 최불암의 말처럼,
“누구나 가슴에 시 한 편 품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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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박물관
아라리오뮤지엄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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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실연한 사람들의 물건을 전시한다는 박물관.
그 물건들과 사연이 기록되어 있는 책이다. 순수하던 시절 잊지 못한 첫사랑의 기록과 자신을 정신병자로 만들어버린 남자, 남편의 죽음 후 남은 자동차, 유학시절 쓰던 한 벌의 수저, 먼저 떠난 할머니에게 적은 할아버지의 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가 남기고 간 패딩조끼 등 소소한 실연부터 가슴 아프고 절절한 사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얕고 깊은 이야기가 대중없이 섞여 있어서 마음이 물결치듯 오르락 내리락한다. 그런 재미가 좋았다. 사랑이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직업이든 매 순간의 만남과 이별에 충실해지고 싶어졌다. 그것이 실연으로 종결되어 내 마음 속 실연의 박물관에 전시되게 되더라도 순간에 행복했다면 아름다운 추억쯤으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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