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비 교차로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현숙 옮김 / B612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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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가 좋아하는 ‘시그널맨’이 수록되어 있다고해서 호기심이 생긴 <머그비 교차로>를 처음 펼쳤을때, 갑자기 교차로의 악마가 생각났습니다. 교차로에서 악마에게 제물을 바치도 악마를 부르면, 악마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는 교차로의 악마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설마, 머그비라는 악마가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싶어 악마를 기다리며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악마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금 무례한 사람이 나올 뿐이었죠.

<머그비 교차로>는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전반부와 후반부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전반부의 4개의 단편은 찰스 디킨즈의 이야기이며, 후반부의 4개의 단편은 앤드류 할리데이, 찰스 콜린스, 복음전도 작가 헤스바 스트레튼, 그리고 소설가이자 여행 작가이며 이집트학자로 유명한 아멜리아 에드워즈가 철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박스 브라더스’의 이야기는 초반 너무 철학적이고, 비유적인 내용이 많아 다소 지루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그널맨’을 기대하며 읽다보니 ‘머그비 소년‘부터 흥미로워집니다. 유쾌한 유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닥터후의 오랜 팬으로써 ’시그널맨‘이 가장 기대되었습니다. ‘시그널맨’은 유명한 작품으로 수많은 연극과 영화, 뮤지컬로 각색된 작품입니다. 실제 사건인 1861년 발생한 클레이튼 터널 열차 충돌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매우 미스터리한 작품으로 <머그비 교차로>가 왜 크리스마스 특별판인지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역시, 크리스마스에는 유령이야기가 딱입니다. 악마는 안나옵니다. 유령에게 괴롭힘을 당한 불쌍한 신호수가 나오죠.

사실, 단편집이라 하면, 짧게 읽을 수 있어 틈틈이 시간이 날때마다 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이 이어지지 않아 빨리 결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로 킬링타임용으로 읽곤 합니다. 하지만, <머그비 교차로>는 조금 다릅니다. 초반부를 찰스 디킨즈가 담당하고 있어서일까요...초반의 지루함을 견뎌내면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5명의 작가들이 마치 퍼즐조각처럼, 각자의 이야기가 모여 거대한 큰 그림을 만든 느낌이 듭니다. 아, 이래서 당대 최고의 작가라는 칭호가 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머그비 교차로>는 우리에게 아주 친근한 교통수단인 철도를 배경으로 5인의 당대 최고의 작가들의 유머와 반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머그비 교차로>는 크리스마스 특별판으로 출판되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라도 읽어도 흥미로우니 한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로 머그비 교차로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입니다. 일곱개의 갈림길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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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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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우연히 ‘우생학’을 주제로 한 유투브를 보았었다. 그때 나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큰 충격을 받았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집단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사람을 우성과 열성으로 나누고, 열성은 사회에 필요없는 존재이니 죽여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생학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주장을 믿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죽임을 당했다. 진짜 충격적인 것은 부모들도 자신이 낳은 아이가 열성이라 판명되면,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들을 죽였다고 한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죽인다는 죄책감이 아니라, 열성을 낳았다는 죄책감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우연히 본 유투브의 내용을 아직까지도 기억하는 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악의 유전학>도 이 ‘우생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참고로 <악의 유전학>은 러시아를 배경이지만, 임야비 작가님은 서울출생이시다. 놀라운 건 의대을 졸업하고 연출일을 하시다가 지금은 글을 쓰신다. 신은 불공평하게 재능을 몰빵하셨다...


천재가 잘못된 신념을 가지면 악마가 되는 것일까. 리센코는 천재였다. 그것도 아주 자존심이 쎈 천재였다. 그는 오랫동안 획득 형질의 유전에 심취해있었고, 자신의 이론을 증명해내고 싶었다. 그는 호기롭게 본인의 이론을 증명해줄 500명의 실험체들을 모아 연구하기 시작한다. 오갈곳이 없던 어린 고아들이 보호의 이름 아래에서 실험체가 되어 목숨을 잃어갔다. 하지만, 실험체들은 실험인지도 모르고 고통을 견뎌내야 했고, 그의 이론은 단한번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그는 증명해내지도 못했다. 그 쯤에서 본인 틀렸음을 인정하고 실험을 멈추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리센코는 끝까지 본인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고 점점 더 악마가 되어간다. 그의 실험은 점점 더 비윤리적으로 악독해졌고 실험체들은 죽어나갔다. 그래도 리센코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저 시간이 부족할 뿐이라 생각했다.

사실, 우생학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맞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어떠한 이론과 가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본인들이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떠들며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며, 권력이 있는 자들은 그것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리센코가 실험 도중에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다면, 실험자들 속에 섞인 열성인자때문에 실험이 실패했다고 여기지 않았다면 무고한 희생자들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악의 유전학>의 표지를 보고, 연쇄살인마의 아들이 아버지의 살인 유전자를 받아 아버지보다 더 잔인한 살인자가 된다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뭐, 아버지보다 잔인한 사람이 나오기는 한다. 그보다는 더 흥미로운 이야기이며, 미친 광기를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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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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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뱀파이어가 나오는 작품은 안읽래야 안읽 수 없다. 그래서 기대감을 안고 <어리석은 장미>을 읽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장미>는 나오키상·서점 대상, 최초 동시 수상 작가 온다 리쿠 작가님이 14년동안 연재한 작품으로 뱀파이어와 SF 세계관이 합쳐진 또하나의 새로운 세계관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와쿠라 마을은 특별한 마을이다. 해마다 14살 전후의 어린 소년,소녀들을 모아 캠프를 연다. 그냥 단순한 캠프가 아니라, 변질이 되는지 안되는지 일종의 실험을 하는 캠프였다. 변질이되면, 허주를 타고 외해로 나가게 된다. 나치 또한 이 캠프에 참가하게된다. 나치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애초에 변질이 무엇인지, 허주가 뭔지 정보가 없었던 나치는 혼란스러웠다.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은 허주에 타길 원하고, 나치는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며 피를 토했다. 그러던 어느날, 시로타의 집앞에 멧돼지 머리가 걸린다...도대체 이 마을은 뭐고, 허주는 뭐고, 외해는 또 어디이며 변질이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란 말인가.

사실, 처음 책의 두께를 보고 생각보다 너무 두꺼워서 살짝 놀랬다. 하지만, 순식간에 책속으로 빠져들었고 읽는 것을 그만둘 수 없었다. 뱀파이어와 SF 세계관이 합쳐진 <어리석은 장미>의 세계관은 독특하고 새롭다. 기존의 뱀파이어 세계관이 식상하니 새로운 세계관을 만나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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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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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책의 제목만 보고 한겨울에 눈에 덮인 외딴 산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반전이라면 반전일까. 진짜로 눈에 덮인 외딴 산장은 아니였다.

일곱명의 무명의 연극배우들은 극단 '수호'의 연출가 도고선생의 오디션에 합격하여 어느 한 외딴 산장에 모이게 된다. 일곱명의 배우들은 오디션에는 합격을 하였지만, 도고선생의 어느 작품의 어느 배역에 배치될지는 몰랐다. 더 좋은 배역을, 원하는 배역을 따내기위해 외딴 산장에 모이게 된 것이다. 도고선생은 작은 쪽지 하나를 보내 이 곳은 눈에 덮인 외딴 산장으로 즉흥적인 연기를 할 것을 요구한다. 일곱명의 배우들은 새로운 오디션 방식에 감탄하며, 오디션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여배우 한명이 사라졌다. 아, 물론 연기다. 사라진 여배우는 피해자 역할에 배치된 것이고, 남은 여섯명의 배우들은 더 좋은 배역을 위해 매소드연기를 펼치면 된다. 그런데 두번째 여배우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살인이 더 생길 것 같다...그런데 왜? 이상한 느낌드는 걸까...

반전의 반전. 정말 반전의 신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이야기의 결말까지 아주 완벽한 작품이었다. '눈에 갇힌 외딴 산장'은 2024년도 봄에 영화로 개봉될 작품으로 개봉전에 책으로 먼저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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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열림원 세계문학 1
헤르만 헤세 지음, 김연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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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전보다는 매끄러운 번역으로 '이게 진짜 데미안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싱클레어는 친구들 사이에서 돋보이려고 거짓말을 하다가 큰 위험에 빠진다. 그런데 싱클레어가 하나도 불쌍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도 바보 같아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본인이 밝은 세상에 있어서는 안되는 어둠이라며 본인이 잘못한 것이라 여기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병이 날 정도로. 정말로 악은 프란츠가 아닌가. 왜 빨리 가족들에게 고백하지 않는 것인가. 그러던 중 운명처럼 데미안이 나타났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밝음과 경이로움은 모두 하느님의 것이며, 출산을 포함한 모든 어둠과 불결한 것은 악마의 것이다. 카인은 그저 조금 더 우월한 인간일 뿐이다. 사람들이 카인을 무서워 카인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일수도 있다. 이러한 데미안의 해석은 종교적 고정관념 속에 살고 있는 싱클레어에게는 마치 독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싱클레어가 이사를 간 후, 데미안이 편지를 보내지 않자 유흥에 세계에 빠진 것일까.


진짜,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성장일기가 맞다. 본인의 자아정체성을 찾기위해,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반항하고, 때로는 상처를 받는 순진한 한 소년이 본인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여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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