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이이치로의 사고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2013년 3월 26일 종이책으로 읽다.

    

이 책은 추리 단편 모음집이다. 어찌 보면 사건이라기보다는 해프닝에 가까운 여덟 편의 이야기들이 시종일관 가볍고 유쾌하게 펼쳐진다. 연쇄 살인사건과 무거운 분위기, 복잡한 복선과 반전이 주를 이루는 장편 추리 소설들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 책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곤충, 화석, 구름 등을 주로 찍는 전문 사진작가인 아 아이이치로는 귀족적이고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어디를 가나 남녀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사람들은 완벽한 외모와는 대조적인 그의 어리숙하고 얼빠진 행동과 말에 모두 경악하게 된다. 게다가 이 남자, 소심하고 겁도 많다. 빼어난 외모에 반해 그에게 호의를 보이던 젊은 여자들은 모두 학을 떼고 그를 외면하게 된다.

하지만 존재 자체가 반전인 아 아이이치로는 그 어리숙한 언행 뒤에 뛰어난 관찰력과 천재적인 추리력을 갖추고 있다. 직업상 주로 학자들과 작업을 하는 그는 우연히 묘한 사건들에 휘말리게 되고 그때마다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그가 무언가를 깊게 생각할 때의 버릇인데 이거 진짜 웃겼다-진실을 밝혀낸다.

 

특이했던 것은 여덟 편의 이야기 모두가 주인공인 아 아이이치로가 아닌 세 삼자의 시점에서 서술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다른 이들의 시점에서 펼쳐지고 이들의 입장에서 관찰되고 묘사된 주인공 아 아이이치로의 행동과 말들이 진짜 웃긴다.

 

시리즈: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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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천재가 된 홍대리
이지성.정회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13년 3월 25일에 전자책으로 읽다.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다.

사실 난 이지성 작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주로 쓰는 자기계발서를 그리 즐기지 않는 내 개인적인 취향 탓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그가 출연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느낀 거부감 때문이다.

 

작년에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책을 출간한 후, 이지성 작가는 한 지상파 방송과 EBS에 출연해서 강연을 했었다. 주된 강연 내용은 새 출간작에 대한 이야기들로 짧게 요약하자면,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두뇌를 바꾸면 천재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EBS 강연에서는 자녀를 천재로 만들고 성공시키고 싶어 하는 엄마들이 주로 방청석을 차지하고 있었고, 이지성 작가의 강연 내용도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영재 교육에 중점을 뒀다.

일단 난 왜 모든 아이들이 어려운 책들을 읽고 천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모르겠고, 과연 그런 획일적인 성공(?)이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고, 그가 주장하는 대로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서 누구나 그런 영재 내지 천재가 될 수 있다고도 믿을 수 없었다. 이후에 나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나의 거부감은 더 커졌다. 책의 주장은 일관적이었고 그 근거는 너무 약하고 비약이 심했다.

 

독서나 책이 주제가 된 글들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후 독서멘토로 유명한 이 작가분의 책들에는 관심을 끊었다. 그러다가 지난 달 우연히 2012년에 책 분야에 새로 파워블로거로 선정 되신 분의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흥미로운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

네이버 블로거 빛살무늬 님은 지난 한 해 동안 1365권 독서프로젝트를 실천하고 그 독서 후기를 모두 정리해서 올리셨다. , 대단하시다. 학생도 아니고, 출판 쪽 일을 하시는 분도 아니신 것 같은데 어떻게 이토록 꾸준히, 치열하게 독서를 할 수 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분 말씀이 이 긴 독서프로젝트를 하게 만든 책이 바로 이지성 작가의 독서 천재가 된 홍 대리라는 것이다.

책이 궁금하면 나는 봐야 한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한 사람의 일생 중 일 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투자하게 만든 것일까.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잘 보지 않는-난 아직도 손에 잡히는 종이책이 너무 좋다-이북을 구입해서 읽었다.

******  

아직까지 나는 자기계발서류의 책은 한 번도 리뷰를 써서 블로그에 올려보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런 책의 경우 지금까지의 리뷰 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겠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에세이 경우에는 감상이나 느낌이 위주가 되어야겠지만 자기계발서, 인문서적, 전공서적 등은 그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는 것이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혹시나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지성 작가는 이 책에서 세 가지 독서 유형이 있다고 말한다.

향유하는 독서 (지금까지 나의 주된 독서)

지식을 얻는 독서 (때때로 내 전공이나 업무분야에 관계된 독서)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

 

그는 또한 세 단계의 독서가 있다고 말한다.

Pro-reading 자기 분야에 관한 책 100권 이상 읽기

Super-reading 1365일 자기 개발 독서 프로젝트로 성공자의 사고방식을 갖기

Great-reading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리더로 거듭 나기

 

이 책은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Pro-readingSuper-reading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 홍 대리, 홍준수는 가상의 인물이다. 하지만 홍 대리의 이야기 속에는 이지성, 정회일 두 작가의 실질적인 경험담이 녹아있다.

 

우리 주변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 홍 대리는 어느 날 기획팀에서 밀려나 마케팅팀으로 좌천된다. 이대로라면 마케팅팀의 자리에서도 언제 밀려나 회사를 나와야 할지 모르는 형편이다. 얼마 전 부친의 사업 실패로 집안은 빚에 쪼들리고 있고 애인은 일방적으로 결별을 선언한다. 일찍 성공해서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던 동문 선배가 정리해고 된 후 폐인이 된 것을 목격한 홍 대리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친구 명훈이 독서야말로 진정으로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며 독서멘토 정해일을 소개한다.

 

절실하게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막연하기만 했다.

 

홍 대리의 이 말이 내 가슴을 쳤다. 우리 모두 변화를 원한다. 끊임없이 성장을 갈망한다. 하지만 그 변화와 성장의 구체적인 내용과 모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람마다 원하는 삶은 다 다를 거예요. 하지만 멀리 강 건너까지 닿는 다리를 놓기 위해선 우선 내 눈 앞의 돌 하나부터 움직여야 해요. 이상만 바라보다가 해야 할 일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죠.”

눈앞의 돌 하나?”

, 아무리 높은 빌딩도 한 층 한 층 올리는 법이잖아요. 어떤 일이든 과정이 필요해요. 요령도 배워야 하고 성공 마인드도 몸에 익혀야 하죠. 절실한 마음이 우선이지만 생각만 해서는 다리를 놓을 수 없어요. 몸을 움직여야 해요. 매일 책을 읽어 길러야 하는 독서 습관은 몸으로 책을 읽는 진짜 공부를 하기 위한 기초공사에 해당되고요. 다리든 빌딩이든 이상적인 나의 삶이든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건 없잖아요. 설마 씨를 뿌리지도 않고 열매만 거두시려는 심뽀는 아니시겠죠?”

 

이후, 홍 대리는 독서멘토 해일과 친구 명훈의 도움을 받아 몇 가지 독서프로젝트와 자기계발 프로젝트에 순차적으로 도전하게 된다.

 

독서 습관을 만들기 위한 <100일 동안 33권 읽기>

 

성장을 위한 <자기 업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1100권 독서>

 

여기서 거론되는 독서의 세 가지 유형이 흥미로워 옮겨 본다.

T형 독서 이것저것 읽다가 어느 한 곳에 관심이 생기는 때. 처음엔 한 점에서 시작해서 수평적 책 읽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작가든 주제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이라면 깊게 파고 들어가게 되는 독서법.

H형 독서 다른 분야나 책들로 넘어가 또 하나의 T를 만들고 나중엔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통섭이 일어나 이어지는 부분이 생기고 그 때 두 개의 T가 연결되면서 H형 독서가 됨.

X형 독서 몇 개의 T가 섞이고 모이면 X형이 됨. 수많은 X들이 모여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자유자재로 넘나드며 사유하게 되면 달인의 경지.

 

이 외에도 홍 대리는 스터디그룹을 조직해서 이끌고 성공한 CEO 열 명을 인터뷰하며 배움을 책 너머까지 넓혀가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감을 얻고 한 개인적으로, 또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직장인으로서도 점점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홍 대리는 마지막으로 정통 자기계발서, 리더십에 관한 책을 읽어 성공하는 사람의 뇌로 바꾸는 <1365권 읽기>에 도전하게 되고 여기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

이렇게 살펴보면 그리 특별할 게 없는 내용들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독서에 대한 많은 내용들은 뻔하다면 뻔하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이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뻔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을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행동계획서로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해 주는 점 말이다. 이 책은 파급력이 강하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적극적인 독서를 시작했다는 글들을 온라인상에서 여러 번 보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두 작가의 경험을 통해 얻은 확신과 열정이 이 글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약 2천 여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자 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면의 부정적인 사고방식과 씨름하던 사람에서 그 반대의 사람으로, 꿈의 성취를 믿고 싶어서 발버둥 치던 사람에서 꿈의 성취를 확신하는 사람으로, 나는 소위 성공자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완벽하게 변화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내 꿈은 현실이 되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길은 책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것임을. (이야기를 마치며, 이지성)

 

이 모든 변화는 첫 번째, 독서하고 두 번째, 생각하며 세 번째, 실천으로 옮기며 이루게 된 것이다.

내가 읽고 실천하면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여 이제는 많은 이들의 꿈이 되신 내 스승님의 노하우들, 또 우리가 직접 만난, 책으로 인생을 변화시킨 이들의 이야기들을 소중히 정리하여 이 책에 담았다.

글자를 보지 말고 글을 통해 마음을 비춰보길…….

책은 마음의 거울입니다. (저자의 말, 정회일)

 

책 뒤에 ‘5인의 1365권 읽기 성공 후기가 부록으로 붙어 있다. 각자 다른 나이 대에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짧지만 진솔한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 닿으며 감동을 준다.

 

책 내용 중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이 일상에 젖어 무기력하게 생활하던 나에게 변화와 성장의 욕구를 일깨워 주고 배움의 열정을 다시 불태우게 해준 것만은 확실하다. 타성에 젖어 있던 나의 독서 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독서는 공부처럼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독서 경험을 통해 홍 대리는 책만 읽는다고 저절로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책을 많이 읽더라도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사람이 돼버린 경우도 있었다. 마음을 터놓고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처럼 떠벌이거나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 없는 독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태도로 책을 읽는가였다.

홍 대리는 책을 읽는 주체로서의 나를 잊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나는 책을 통해서 무엇을 변화시키고 싶은가?

 

지금까지 소설, 에세이를 중심으로 즐기기 위한 독서를 주로 해오던 나에게 이 책은 공부를 위한 독서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 주었다.

 

책은 읽어보면 알고 사람은 만나보면 아는 법이지.”

   

책의 앞에 나온 이 글을 보며 교만한 태도로 이 책을 처음 대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책은 읽어 보기 전에는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앞으로는 조금 더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독서에 임해야 겠다.

 

시리즈: 독서 천재가 된 홍 대리 2-성공을 현실로 만드는 책읽기 프로젝트, 이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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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야
방은선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2013년 3월 23일 종이책으로 읽다.

 

이 책은 읽기 전부터 참, 기대가 컸다. 개인적으로 워낙 판타지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연재 때 큰 인기를 끌었던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연재글을 읽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이 책의 출간을 기다린다는 글들을 연재 사이트 게시판에서 몇 번이나 봤었다. 그러다가 연재가 끝나고 꽤 긴 시간이 지나서야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 흑야는 이 작가분의 전작 우로의 시리즈로 네 요신 (요괴의 신?) 중 하나인 염화흑야와 그의 반려인 금사작 요괴인 은로의 이야기다.

전작처럼 이 글도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와 설정이 흥미롭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특이한 소재와 설정, 느낌은 좋은데 이야기가 이어지질 않는 것 같다. 감정선도 뚝뚝 끊어지거나 갑자기 비약하기도 한다. 같은 문장이 이중으로 반복되는 경우도 여러 번 있고-물론 의도적인 장치로 인한 부분은 빼고-217쪽에서 218쪽 사이는 이야기가 뚝 끊어진다. 파본인 줄 알고 몇 번이나 확인했다.

 

기대가 너무 컸었나 보다출간된 지 얼마 안 되서 3쇄까지 증판이 된 걸 보면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게 분명한데 나와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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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휘의 비 1
최은경 지음 / 해우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2013년 3월 20일 종이책으로 읽다.

    

꽤 한정된 독자들만이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 같다. 그나마 근래에는 몇몇 로맨스 소설들이 드라마의 원작이 되고 그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면서 독자층이 좀 넓어졌다. 참 반가운 변화다.

국내 로맨스 소설들이 본격적으로 출간되고 장르소설의 하나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약 십여 년 전부터다. 그 사이 많은 출판사들이 나타났다 사라졌고, 그보다 더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다 종적을 감췄다. 그런데 개중에 오랫동안 꾸준히 글을 써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익숙한 작가들이 있다. 국내 로맨스 소설을 좀 읽었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쓴 최은경 작가의 책을 한두 권은 읽어봤을 것이다.

 

무휘의 비는 구 년 전에 출간된, 이 작가분의 초기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들을 꾸준히 써내는 이 작가분의 시작을 엿본 듯해서 반갑고 기뼜다.

 

이 글은 여자주인공 최은영는 백조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를 둔 평범한(?)-빼어난 미모와 두뇌, 뛰어난 운동신경, 예지력 등만 빼면(^^;;)-고등학생이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나날을 보내던 은영은 어느 날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고구려 시대로 넘어가 선녀로 추앙 받고 젊은 왕 무휘를 만나게 된다. 정복 왕인 무휘는 신분이 미천한 자신의 연인 아진을 후궁으로 들이기 위해 반강제로 은영과 혼인한다. 원치 않았지만 무휘의 왕후가 된 은영은 시간을 넘어 오면서 더욱 강해진 신통력과 치유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가고 모두의 사랑을 받는 왕후로 자리 잡아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휘는 은영에게 점점 빠져들고 사랑하게 되지만 아진을 무휘의 조강지처로 여기는 은영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리고 세 사람의 삼각관계와 역사로맨스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궁중 음모가 얽히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순정만화 같은 이야기 전개와 인물 설정 등은 조금 식상하기도 했지만 또 그런 재미 때문에 이야기에 빠져 끝까지 읽었다. 이분의 최근 출간작들에 비하면 어설픈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이 말은 다른 의미로 이 작가분이 지난 구년 동안 그만큼 이글보다 더 좋은 글들을 많이 써왔다는 뜻일 것이다.

 

글을 읽는 내내 오래 전 처음 로맨스 소설의 재미에 푹 빠졌던 때가 떠올라서 무척 반가웠다. 나날이 더 좋은 글들을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이 작가분의 노력에 감사와 응원을 보내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글을 통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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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 상 - 개정판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두 해 전에 이 책을 처음 사서 읽었다. 그때의 내 느낌은, 글쎄 뭐랄까, 한 마디로 애매했다 

당시 나는 이 책을 역사추리소설, 즉 실제로 존재했던 시대와 인물들을 배경으로한 추리소설로 읽었고,  잘 짜진 스릴과 추리, 반전을 기대했다. 그런 부분에서 이 글은 그리 특별하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조금 엉성한 느낌마저 들었다.  

개인적으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글의 전반에 능지처참을 당하는 매설가(소설가) 청운몽이 자신의 소설들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는 해석과 살인 사건들 뒤에 정치적인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설정이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기대가 컸던 탓에 실망도 컸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한 기회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웬걸? 전혀 다르게 읽어졌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이 아닌 추리 소설을 형태를 취한 역사 소설로 읽으니 처음과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한 마디로…… 흥미진진했다.

 

18세기 말 조선의 제22대 왕이었던 정조의 시대,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배워 조선의 부흥을 꿈꾸었던 실학자들, 일명 북학파 훅은 백탑파로 불렸던 학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의 주축이 되었던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가 등장하고 무사 백동수도 모습을 보인다. 조선의 개혁과 중흥을 꿈꾸었던 이들 북학파 학자들의 글과 이야기들이 글의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그들의 뜨거운 열정과 열망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들은 시에 몰입했을 뿐만 아니라 경세의 바람까지 품고 있다. 이 나라 조선을 완전히 탈바꿈하려는 것이다. 박지원과 홍대용을 모시고 압록강 너머 연경의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도, 함께 모여 자하주를 마시며 밤을 새우는 것도, 모두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을 단 한 번의 순간을.

(pg. 366-367)

 

이야기는 의금부의 젊은 도사인 이명방이 매설가(소설가) 청운몽을 도성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잡아들여 처형하면서 시작한다. 이 글의 화자이기도 한 이명방은 종친으로 조선 제일의 무사로 불리는 백동수에게 무술을 배워 그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나온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으나 서얼이라는 신분의 제약으로 벼슬을 하고 뜻을 펼 수 없는 백동수는 그와 비슷한 처지인 백탑 서생들과 깊은 교분을 나누고 이명방을 그들에게 소개한다. 백탑 서생들은 청운몽과 깊이 알던 사이로 그의 무죄를 주장한다.

청운몽이 스스로 죄를 자복하고 죽임을 당한 이후에도 살인은 멈추지 않고 이명방은 백탑 서생들 중 하나인 꽃에 미친 선비 김진과 함께 사건을 재조사한다.

 

역사 추리 소설이라는 맥락 외에도 이 글은 소설에 대한 변으로-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소설로 쓴느 소설사’-읽힐 수 있다. 필사로 한정적으로 제작, 배포되던 소설들이 방각-목판에 새겨 찍어 냄-이라는 기술을 통해 다량으로 제작되고 판매되면서 크게 인기를 누리게 되자 정조를 포함한 일부 기득권층이 이 허황된 글들(?)이 사람들을 미혹하고 공맹의 깊은 글들을 멀리하게 한다고 여겨 말살하려고 한다. 이들에게 조선 제일의 매설가로 불리던 청운몽과 그의 소설들을 읽는 사람들을 둘러싼 이 살인사건은 소설의 위험성을 실증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소설의 가치에 대해 항변한다.

 

한낱 소설이 아닌가? 심심풀이로 세책방에서 빌려 읽는다면 모를까 이렇듯 애지중지 모아 둔 까닭이 무엇인가? 공맹의 가르침보다도, 노장이나 석씨의 가르침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김진이 차분하게 답했다.

작은 이야기이기 때문일세.”

그게 무슨 말인가? 작은 이야기라서 소중하다니?”

여기까지 들어오는 동안 자네가 본 서책들은 모두 성현 말씀을 담은 큰 이야기들이지. 거기엔 살아가는 데 중요한 가르침들이 있어. 그 말씀들을 가슴 깊이 아로새기면 큰 실수는 하지 않고 삶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야. 하지만 가끔은 그 옳고 옳고 또 옳은 대설보다 인간이라서 생기는 나약함이나 어리석은 실수, 검은 욕망이나 처절한 눈물을 담은 작은 이야기들이 그립다네. 이때 크고 작다는 구별은 무엇인가? 큰 것은 옳고 바르고 가치 있다는 뜻이고 작은 것은 그르고 바르지 못하고 가치 없다는 뜻이 아닌가. 가치 없는 것에서부터 가치를 발견하는 작업, 이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하다네. 그래서 자네도 소설을 좋아하는 것로 아네만……. 내 생각이 틀렸는가?”

(pg. 293-294)

 

경건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니까. 공맹이 남긴 글이 아무리 훌륭해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 가르침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네. 소설은 독자들을 바로 끌어들인다네. 그 안으로 쑤욱 들어간다 이 말이지. 주인공과 한 몸이 되어 싸우고 사랑하며 한평생을 보내다 보면, 무슨 일이든 그냥 멀리서 구경만 하지 않고 앞으로 나와서 참여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지. 이건 전혀 다른 경험이야. 소설이 아닌 어떤 서책이 그 같은 체험을 독자들에게 줄 수 있겠는가? 그 낯섦 때문에도 소설이 방각되는 석을 막을 수 없을 걸세. 막으면 막을수록 기갈은 커지는 법이니까?”

(pg. 298)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역사적 교양도 얻었다.

2013317일에 종이책으로 읽다.

제목: 방각본 살인사건 백탑파, 그 첫 번째 이야기 &

지은이: 김탁환

펴낸곳: ()민음사

11쇄 펴냄 2003715

24쇄 펴냄 201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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