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상을 탐하다 -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지음, 전미숙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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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짧은 독서에세이 여러 편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 사이사이에 흑백으로 된 사진들이 하나둘 씩 끼여 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물론 독서나 책과 관계된 사진들이다. 글과 사진이 함께하는 에세이인 셈이다.

 

각각의 에세이는 대여섯 장을 넘지 않는 분량이다. 이 짧은 글에서 글 쓴 이들은 책에 대해, 책읽기에 대해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어떤 이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또 어떤 이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나 자신의 개인적인 독서 체험에 대해 말한다.

 

글을 쓴 이들 중에는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글 쓰는 일과 관련된 업종에서 일 하는 일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이들 29인이 지닌 공통점이라면 책읽기, 독서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는 단 한 가지다.

재능 있는 책 도둑은 아무 책이나 훔치는 게 아니라 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훔친다. 다른 것이 아닌 책을 훔침으로써 문명과 역사에 대한 안목을 넓히며 지식과 감성의 이종교배로 유전자를 개량할 수 있다. 훔친 책은 가슴을 뛰게 하는 긴장이 부작용처럼 곁들여 지고 잘 읽히고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나보다 수준 높은 책 도둑의 서고에서 동굴 속의 알리바바처럼 넋이 나가 서 있던 적도 두어 번 있다. 그 정선된 보물을 다시 훔침으로써 우리 책 도둑들은 시대정신을 공유한다.

책을 훔치면서 알게 된 진리가 하나 있다. 훔친 책은 언젠가는 도둑질을 당한다는 것이다. 군대에 갔다 왔더니 어떤 녀석인지 그동안 내가 피땀 흘려가며 훔쳐 모은 책만 골라 가져가버렸다. 샀거나 물려받은 책은 귀신처럼 알고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pg 45-46, 성석제 책 도둑의 변명에서)

       

현실 속에서 만난 사람은 상처를 주고, 영상매체나 음성매체 속의 이야기는 스쳐 지나갈 때는 강렬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막연한 인상밖에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책은 날것의 현실과 체험을 문자의 그물로 사로잡아 단단한 의미와 심상으로 가공해서 내게 건네주었다. 시간이 지나도 책에 담긴 언어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를 상처 입히지 않을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나를 매료시킬 만큼 견고하고 아름다운 보석이었다.

(pg. 56, 송경아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고?’에서) 

   

소설가 이명랑 씨의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을 찾아가던 어린 시절 이야기도 인상 깊었고, 장영희 교수님의 문학과 책읽기가 왜 아직도 유효한가에 대한 글도 좋았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은 항상 다른 이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하고 그들의 독서생활에 호기심을 느낀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 책을 좋아해서 꾸준히 독서를 하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나 같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간 목적과 의도를 밝힌 부분을 발췌해서 덧붙인다.

      

, 세상을 탐하다는 이러한 청유형의 독서문화 캠페인의 일환으로 집필된 글들이다. 이 글들은 책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말하고 있다.

(중략)

이 책의 유별난 점은 이 책의 인세 수입을 대한민국의 독서 문화와 도서관 문화를 북돋는 데 쓰기로 모든 필자 분들이 마음을 모으고, 그 인세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에 기보하기로 하였다는 점이다.

(pg. 203-204, 안찬수 책은 아름답다에서)

  2013413일에  종이책으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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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휴가
김경미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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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분이라 오래 전부터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태평양 건너 이 먼 곳에 있는 한 공립도서관 한국도서 칸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냉큼 집어와 바로 읽기 시작해서 반나절 만에 다 읽어버렸다.  

     

대한민국 특무국은 검·경찰의 수사권과 영장 청구권, 군대의 무기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막강한 비밀조직이다. 특무국 비밀요원들은 해외에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국내에서는 경찰과 검찰이 손댈 수 없는 사건들을 맡는데 그 요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들에게는 화랑의 칭호가 주어진다.

세계를 떠돌며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는 화가 후 리(Hoo Lee), 이진후의 숨겨진 또 하나의 신분은 대한민국 특무국 비밀요원 염화랑’. 암호명처럼 한번 타오르면 주변을 모든 것을 채워버리는 다혈질을 지닌 진후는 모처럼 휴가를 맞아 그림에 몰두할 작정으로 미국 뉴욕에 있는 자신의 거처로 돌아온다. 휴가 첫 날, 지인의 전시회에 참석한 진후는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군수 산업의 제왕, 콘웰 그룹의 회장 카를로스 콘웰을 만나게 된다.

카를로스는 어린 시절 콜롬비아에서 게릴라 반군에 의해 부모를 잃고 용병들에게 구출되어 정글에서 생존을 건 싸움을 배우며 자랐다. 그런 그를 싸움터에서 구출해 새로운 삶을 준 대부 알렉 콘웰 장군이 뉴욕 한복판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그 살인 현장에서 카를로스는 진후와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그 후, 호기심에 주위를 맴도는 진후와 그녀에게 끌리는 카를로스에 의해 두 사람의 만남이 거듭되고 살인범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둘의 관계도 점점 복잡하게 얽혀 간다.

      

여자주인공이 비밀요원이라는 특이한 설정과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돋보인다.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들과 개성 강한 두 주인공의 감정선이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시리즈: 어긋난 휴가

 

2013년 4월 5일에 종이책으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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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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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일에 종이책으로 읽다.

    

저널리스트이자 평론가인 다치바나 씨는 일본에서 대단한 독서가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이 분의 직업을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탐사 저널리스트나 리서치 저널리스트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의 책읽기와 공부는 자신의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그 영역이 정치, 사회, 첨단과학을 넘나든다. 그는 이 책에서 독서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습득을 위한 방법론에 대해 주로 이야기 한다. 많은 독서에세이들이 주로 교양을 위한 책읽기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반해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꽤 특이하고 흥미로웠다.

******

I 나의 지적 호기심

 

다시 말씀 드리면, 저는 공부하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젊었을 때는 왠지 창피하기도 해서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0대까지만 해도 영화를 보러 가거나 파칭코를 하러 가거나 친구들과 만나 잡담을 하며 지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거의 그런 일이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즐거움으로 삼고 있는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재미있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놀고 싶은 욕구보다도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훨씬 강한 것이지요. (pg. 18-19)

 

이 장에서 저자는 자신의 일과 그 배경이 되는 본인의 지적 호기심과 동기에 대한 이야기하고 그 화제를 인류의 일반적인 지적 욕구에 대한 것으로 확대시켜 나간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인류학적, 뇌과학적인 근거들을 가져와 설명하고 결론적으로 모두에게 평생 공부, 탐구를 권고한다.

 

그런데 지적 욕구의 수준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오토마톤 현상에 만족하여 곧 학습에 대한 의욕을 상실합니다. 새로운 것은 이제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으며, 자신이 지금까지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는 오직 여러 가지 육체적 쾌락을 즐기거나 맛있는 음식에 탐닉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TV를 보면서 실없이 웃으며 살아가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는 나지만, 30대 정도가 되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집니다. 반면, 지적 욕구의 수준이 높은 사람은 어떤 것이 오토마톤화 되고 나면 자신의 의식을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 다음에는 이것을, 그 다음에는 저것을 학습하려고 찾아 나섭니다. (pg. 35-36)

 

II 나의 독서론

 

두 번째 장에서 저자는 인류의 지의 총체를 향한 도전으로서의 자신의 독서와 본인인 경험을 통해 습득한 독특한 독학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가지 주제가 정해진 후, 서점 순례를 통해 여러 종류의 책을 구입해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방법, 그 분야의 최첨단 정보를 얻기 위한 저자만의 방법론 등이 서술되어 있다.

 

자연과학뿐만이 아니라 본래 고전에는 인류의 지가 가장 원시적인 단계에 있을 대 탄생한 작품만이 포함됩니다. 저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과거의 지의 총체라는 것은, 인간의 지의 운용을 하나하나 계통수로 그렸을 때 막다른 골목으로 접어든 것은 제거하고, 현대의 지와 직접 관련되어 있는 주류만을 선별하여 그것에 대한 최신 보고서를 읽어야만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무의미하게 고전만을 고집하게 되면 현대의 지와 직접 관련된 주류를 간과할 우려가 무엇보다도 크기 때문입니다. (pg. 56)

 

III 나의 서재·작업실론

 

이 장은 저자의 일과 관련된 소소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원하는 책상을 찾기 위해 쏟은 노력들, 매일의 작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한 서고 안의 책장들과 책들의 배치 등. 하나, 재미있게 읽은 글은 나의 비서 공모기였다.

일을 도와줄 새로운 비서를 찾기 위해 저자는 신문에 연령, 학력 불문, 주부도 가능이라는 광고를 낸다. 생각보다도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응모를 하고 저자는 적임자를 찾기 위해 몇 가지 테스트를 하게 된다. 그의 일 자체가 워낙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다치바나 씨는 인문과 시사, 과학, 즉 문과와 이공계 모두에 기본 소양을 갖추고 흥미를 가진 사람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두 가지 분야의 기본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쪽 방면에 뛰어나면 다른 쪽 방면에는 완전히 무지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류의 지적 자산이 양적으로 늘어날수록 점점 분야가 세분화되면서 개인들의 지식이 지나치게 편중된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결과였다.

 

IV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이 장의 대부분은 책 이야기라는 잡지의 19957월 창간호 기사를 대폭 가필한 내용이다. 인터뷰를 통한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수년에 걸친 저자의 리서치 저널리스트로서의 일에 대한 전반적인 회고가 대부분을 이룬다. 매스컴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다치바나 씨의 작업실인 고양이 건물의 안과 밖의 모습도 나와 있다. 지하 일층에서부터 지상 삼층까지 모두 책들로 꽉 들어찬 작은 건물은 책을 좋하하는 이들의 꿈의 실현 같다. 부럽다.

 

다치바나 씨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성공한 사례인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일, 부러우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이 일을 위해 다치바나 씨는 한 번의 퇴직을 하고 대학으로 돌아갔었다. 4장에 실려 있는 퇴사의 변이 그가 첫 직장을 그만두면서 사내 회보에 기고했던 글이라고 한다. 이 글에서는 책과 배움에 대한 그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세계에서 내가 느낀 것은, 사유와의 피드백 과정이 빠진 관찰은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보더라도, 만약 그것이 충분한 사고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해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초인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고 초인적으로 보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은, 초인적으로 본 것을 평범한 것으로 판단하여 그것으로 정신적인 처리를 끝냈다고 결론짓는 것이며, 이미 본 것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보다 많은 것을 보려고만 하게 되어, 초인적인 눈으로 보았다고 여기지만 결국 평범한 눈으로 본 것에 불과한 결과로 나타나고 만다. (pg. 185-186)

 

V 우주·인류·

 

이 장은 원래 나의 독서일기라는 잡지 연재분 부분을 가져왔다고 한다. 원래 있던 장에 소개된 책들 대부분이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전문적인 내용이라는 이유로 저자가 특별히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 장의 뒷부분에 있는 출판에 관한 글이 재미있었다. 전자책과 종이책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예견(?)은 사실 지금으로부터 십 년도 전에 기술된 것이다. 그의 예측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맞았는지 살펴보며 흥미롭게 읽었다.

 

******

 

평소 그다지 접해 보지 못한 정보 습득을 위한 독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한두 가지 주제를 두고 직접 실험해 볼 기회도 곧 있을 것 같다. 배웠으면 해보는 거다. ^^

고전에 대한 저자의 주장에는 완전히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 지식의 총체가 커지므로 해서 개인의 지식의 편중화에 대한 이야기에는 전적으로 공감했다.

 

위에서 길게 각 단락별로 내용을 정리해 보았지만 평생 독서와 공부를 취미이자 업으로 삼아 살아온 저자의 독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라는 한 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고 가슴에 와 닿는다.

이 한 권에 기술된 독서론, 독학 방법은 모두 저자가 평생을 거쳐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스스로 쌓아오고 다듬어온 자신만의 방법이다. 앞서간 사람의 경험을 귀담아 들을 수는 있지만 결국 우리 각자는 자신만의 방법론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왕도가 아닌 각자만의 좁을 길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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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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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3일 종이책으로 읽다.

    

도쿄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들은 30대의 회사원, 43세의 주부와 53세의 고등학교 교사. 이들은 각각 교살, 액살, 둔기로 후두부를 맞아 살해된다. 피해자의 신분, 살해 방법과 장소, 그 어디에서 서로 접점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세 건의 살인 사건에는 각각 한 쌍의 유사한 숫자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경시청은 이 숫자 메시지의 의미를 해독하는데 성공하고 그 결과 네 번째 범행이 일어날 장소가 밝혀진다. 연쇄살인 사건의 다음 범행 장소는 최고급 호텔 코르테시아도쿄. 살인범과 피해자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경시청은 형사들을 호텔 직원들로 위장해서 호텔에 잠입시킨다.

숫자에 담긴 암호를 풀어낸 경시청 수사 1과 소속 닛타 고스케 형사는 열의, 뛰어난 추리력과 행동력을 모두 겸비한 엘리트 형사다. 그는 프런트 직원으로 위장하여 호텔에 잠복하게 되는데 유능한 여성 호텔리어인 야마기시 나오미가 그의 교육을 맡아 옆에서 돕게 된다.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과 자부심을 겸비한 닛타와 나오미는 서로의 상반되는 입장으로 인해 초반에는 부딪히기도 하지만 점점 협력하여 또 다른 살인을 막기 위해 함께 동분서주한다. 여기에 닛타의 파트너인 노련한 중년의 노세 형사가 가담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각의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호텔을 찾아오고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연달아 벌이지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결말을 향해 점점 뻗어 나간다.   

 

새삼 실감하는 건데 호텔이라는 곳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에요. 이제는 다들 뭔가 딴 속셈들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그의 말에 나오미는 얼굴이 빙긋이 풀어졌다.

예전에 선배에게서 들은 말이 있어요. 호텔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손님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그걸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라고요.”

가면…….”

호텔리어는 손님의 맨얼굴이 훤히 보여도 그 가면을 존중해드려야 해요. 결코 그걸 벗기려고 해서는 안 되죠. 어떤 의미에서 손님들은 가면무도회를 즐기기 위해 호텔을 찾으시는 거니까요.” (pg. 394)

 

워낙 다작하는 작가분이라 근래에 읽은 몇몇 글이 기대보다 못해서 실망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개성 있는 인물들, 계속되는 사건들과 반전들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고-너무 식상한 말이지만 정말로-책을 읽는 내내 마치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약간 뻔한 마지막 장면까지도.

 하나,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야마기시 나오미가 내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 중에서-꽤 많이 읽었다-유일하게 비중 있는 여자 인물인 것 같다. , 물론 살인자나 피해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닛타와 노세의 콤비가 등장하는 다음 글이 벌써 정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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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Garden Promo (Puffin Classics) (Paperback)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 Puffin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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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Life and Miracle, 

Frances Hodgson Burnett <The Secret Garden>   

     

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처음 미국에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꽤 오랜 학업과 직장생활로 영어로 글을 읽는 것이 낯설지는 않다. 한문이나 한자어에 익숙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전공이나 일에 관계된 분야는 사실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쉽다. 

  

하지만 근래 들어 내 영어가 참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주변의 가까운 이들이 거의 모두 한국인들이라 평소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말을 쓰며 지내는 탓에 세월이 흘러도 영어가 일정 수준 이상 늘질 않는다. 말하고 듣는 것이 주가 되는 일상생활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읽기와 쓰기는 정말 이래도 괜찮은가 싶을 때가 있다.

난 십대 후반에 외국으로 나와 외국인학교를 다니다가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이 과정에서 나의 영어공부는 엉망이 되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영어문법이나 영작문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영어를 중학교 때부터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는데-내 때는 그랬다. 요즘은 조기교육의 열기에 훨씬 일찍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것 같지만-한국에서 겨우 영어의 기초를 배웠을 때쯤 나는 외국인학교로 전학을 했다. 그런데 거기서는 그 나이에 문법이나 쓰기의 기초 등을 배울 일이 없었다. 그쪽 교육과정에서야 이런 기초는 훨씬 낮은 학년에서 모두 마쳤으니까. 결국 나는 주먹구구씩으로 생존형 영어를 배우게 되었고 항상 스스로 영어공부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왔다.  

 

그래서 올해 초 새해를 시작할 때 계획한 것 중 하나가 영미문학을 원서로 읽어 나가는 것이었다. 제목은 들어 알고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 번역서를 읽고 정말 좋아했던 영미권 책들을 차근차근 한 권씩 읽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삼월도 거의 끝나가는 지금 드디어 첫 번째 책을 마쳤다. 책 선택을 잘못한 것인지 읽는데 한참이 걸렸다. 계획은 쉬운 어린이 책부터 하나씩 읽어 나가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내용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보니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읽는데 여러 날이 걸렸다 

  

이 계획의 시작으로 고른 책은 고전 중의 고전 ‘The Secret Garden’(‘비밀의 화원’)이다. ^^;; 난 이 책을 제목만 어디선가 주워들었지 한국어로든 영어로든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주로 6세 이상의 어린이를 위한 아동도서이지만 아동도서 치고는 분량이 꽤 만만치 않다. 시리즈에 있는 다른 책들과 비교해 보면 이 책이 가장 두껍다.  

 

다 읽고 나서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역시 고전이 고전인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진한 감동과 큰 재미가 있다. 초반에는 지루해서 하루에 두어 장을 겨우 읽었지만 중반을 넘어가자 이야기에 빠져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다만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원서를 읽는 분들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백여 년 전에 써진 글이라 현대에는 잘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도 많고 배경이 영국 요크셔라서 그곳 사투리가 많이 삽입되어 있다.  

 

아래에는 이 책에 대한 나의 짧은 감상문을 영어로 적어본다. 읽기에 이어 쓰기도 연습을 해야 하기에.

******

 

This is a story about magic, love, growth and miracle.

 

Mary Lennox was born in India to British parents. Because both her parents were so wrapped up in their own lives and neglected their child, Mary Lennox was raised by Indian nannies and servants. Spoiled and not loved, Mary Lennox was an angry, rude and sour-faced child. When she was ten years old, her parents and most of servants were killed by cholera. She was discovered alone but alive in the empty house. Orphaned, she was sent to Yorkshire, England to live with her uncle, Archibald Crave at a place called Misselthwaite Manor.

In the manor, bored all by herself Mary ventured out and discovered a closed garden. And soon with a friendly robin’s help she discovered a key to the garden’s locked door. Inside the door lied a gray-colored, long abandoned garden surrounded by four walls. The garden belonged to Mrs. Craven who died ten years ago. After her death, it has been locked and forbidden to everyone at the manor. At first, everything in the garden seemed to be dead. But at close look Mary found little signs of life and determined to make it alive again. It became her secret garden.

 

But she was inside the wonderful garden, and she could come through the door under the ivy any time, and she felt as if she had found a world all her own. (pg. 90)

 

Through her maid, Martha, Mary met her brother Dickon, a twelve-year-old boy who virtually lived on the moor and seemed to communicate with animals and plants. These two children started on working on the secret garden. Under their loving hands, the garden started to come alive. And with the garden Mary herself became healed in body and mind.

One night, Mary heard someone’s crying and discovered a small boy. His name was Colin Craven. He was Mary’s cousin. Colin was sick and stayed in the bed most of his ten-year life. His mother died giving birth to him and his father could not bear looking at him overwhelmed by the sorrow of loss of his wife. Colin believed that he was crippled and dying. After their first meeting, Mary secretly visited Colin every day and talked to him about the moor in the spring, Dickon and their secret garden.

Dickon and Mary convinced Colin to go outside and see the garden himself. Surrounded by newly awakened nature Colin started to believe that he himself could recover.

 

‘You’ll get plenty of fresh air, won’t you?’ said Mary.

‘I’m going to get nothing else,’ he answered. ‘I’ve seen the spring now and I’m going to see the summer. I’m going to see everything grow here. I’m going to grow here myself.’ (pg. 251)

 

The story starts in the winter, goes through spring and summer and ends in the autumn. This natural cycle reflects changes in the secret garden as well as remarkable transformations of Mary and Colin. Like the garden the two unloved and neglected children become alive and starts to grow healthy and beautiful with love and attention.

 

When I was reading the book, it struck me odd how the focus of the story shifts from Mary to Colin. It turned out that the author’s young son died not long before this book was written. It is likely that when she wrote about Colin, she thought of her own dead son. She probably wished that what happened to Colin is what could have happened to her son. Her writing was her healing.

Finished: March 29, 2013 (완독: 2013329)

Title: The Secret Garden (제목: 비밀의 화원)

Author: Frances Hodgson Burnett (작가: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Reading level: Ages 6 and up (읽기 수준: 6세 이상)

Hardcover: 544 pages (양장: 544)

Publisher: Penguin Classics (September 28, 2010)

*‘The Secret Garden’ was first published in its entirety in 1911.

비밀의 화원1911년에 처음으로 전체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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