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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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국어로 번역됐군요. 전 영어로 읽었었는데 제 인생의 책 중 하나입니다. 너무 너무 좋습니다! 길지 않은 분량 속에 인생 초년에서 말년까지의 기록들이 서간, 회고록, 일기 형식의 글들로 엮여 있습니다. 한 인간으로써, 아버지, 정치가로써의 고뇌와 갈등, 회한과 슬픔이 가슴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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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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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완독: 2013년 11월 23일
제목: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지은이: 박웅현
펴낸곳: (주)북하우스 퍼블리셔스
1판 1쇄: 2013년 5월 20일
1판 9쇄: 2013년 6월 12일

 

얼마 전 책을 다루는 유일한 공중파 방송인 ‘TV 책을 말하다’가 지난 가을 개편 때 폐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목요일 밤 12시 35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대에 프로를 배정해 놓고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를 하다니……. 아무리 예능 전성시대에 시청률이 신이라는 TV 방송이지만 공영방송에서 교양프로에까지 꼭 시청률의 잣대를 대야 하는 것인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의외의 반전이 일어났다. KBS1에서 ‘TV, 책을 보다’를 시작한 것이다. 이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새 도서 교양프로다. 게다가 이번에는 나름 황금시간대인-이건 이전과 비교해서-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 배정되었다.

 


그리고 그 첫 회 강연자로 <책은 도끼다>의 저자인 광고인 박웅현 씨가 나왔다. 이 분, 글도 잘 쓰시지만 말씀도 잘 하신다. 본인이 쓴 인문교양서인 <책은 도끼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뒤이어 작은 질의문답, 토론이 이어졌다.

방송을 본 후 그 기분을 이어가서 몇 달 전에 사둔 채 아직 읽지 못한 저자의 신작 <여덟 단어>를 빼들었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부제가 붙은 <여덟 단어>는 저자 박웅현이 2012년 10월부터 두 달여 간 20, 30대 청중들에게 강연한 내용들을 모은 것이다. 젊음에,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저자는 여덟 개의 키워드를 가져왔고, 그 하나하나가 강연의 주제가 되었다. 그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어렵지 않은 이야기들을 통해 조근조근한 말투로 풀어냈다. 글 속에 구어체 어투가 그대로 살아있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저자의 강연을 직접 듣고 있는 것 같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생에서 몇 걸음 앞서 걸어가고 있는 선배가 후배에게 이야기 하듯이, 또 때로는 삼촌이나 아빠가 나이 어린 조카와 아들, 딸에게 찬찬히 이야기를 하듯 저자는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주제들을 하나씩 짚어 간다.

 

 

1강. 자존(自尊)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생마다 기회는 달라요. 왜냐하면 내가 어디에 태어날지, 어떤 환경에서 자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도 다르겠죠. 그러니까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인생에 정석과 같은 교과서는 없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pg. 33)

 

2강. 본질(本質)
“기준점을 밖에 찍지 말고 안에 찍어.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별을 만들어낼 수 있어. 강판권을 봐, 언젠가 기회가 온다니까. 그러니 본질적인 것을 열심히 쌓아둬.”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다 본질이냐? 고스톱이나 애니팡 같은 게임을 진짜 잘하는데 그럼 이게 내 본질일까?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것이냐 아니냐가 기존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치는 고스톱이, 애니팡이 당장의 내 스트레스는 풀어주겠지만 5년 후에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본질은 결국 자기 판단입니다. 나한테 진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합니다. (pg. 60)

 

3강. 고전(古典)
대부분의 것들이 시간에 굴복합니다. 그런데 고전은 시간과 싸워 이겨냈어요. 3백 년, 5백 년을 살아남았고 앞으로 더 살아남을 겁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저는 이게 정말 궁금했어요. 모든 것이 시간 앞에 다 풍화되어버리는 세상 속에 고전 작품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토록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 풍화되기보다 마치 시간에 엄호를 받고 있는 듯 날이 갈수록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인지. 그래서 고전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본질적인 것의 힘이라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pg. 79)

 

4강. 견(見)
나의 일상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던지는 말을 시청하지 말고 견문해줘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 내가 먹고 사는 나의 생업을 위해 필요한 창의력,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한 단어는 오직 ‘見’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pg. 112-123)

“여행을 생활처럼 하고 생활을 여행처럼 해봐.” (pg. 125)

 

5강. 현재(現在)
그러니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책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pg. 141)

만약 삶은 순간의 합이라는 말에 동의하신다면, 찬란한 순간을 잡으세요. 나의 선택을 옳게 만드세요. 여러분의 현재를 믿으세요.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은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겁니다. (pg. 149)

 

6강. 권위(權威)

 

7강. 소통(疏通)
‘7 Words Rule’ (중략)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일곱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 건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pg. 207)
그러면 계속해서 딱 한 마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지점까지 좁혀나가죠. 이걸 생각의 증류라고 해요. 현상은 복잡하고 본질은 단순한 이 세상에서 단순한 본질을 뽑아내기 위한 증류 과정은 제가 일하고 있는 업계에서 필수적인 일입니다. (pg. 208)

 

8강. 인생(人生)
목표를 세우고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나의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표현할 줄 모르는 유머 감각에도 불구하고, 양지바른 땅에 씨앗이 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는 자존을 가지고 나의 장점을 실현해 나간다면 말이죠.
여러분은 모두 뇌관이 발견되지 않은 폭탄이고, 뇌관은 바깥이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이걸 믿으세요. 모든 사람은 때가 되면 엄청난 화력으로 터질 만큼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pg.227)

더 달리다 보면 네가 앞서가는 레이스가 올지도 모르고, 다시 뒤처질 수도 있고 그러다 앞서 달릴 수도 있어. 그게 마라톤이야. 한 번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고 한 번 졌다고 기죽지 마. 마라톤은 완주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어. (pg. 231)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뒤표지에 적힌 ‘인문학적인 삶의 태도’라는 말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지만 헉헉거리며 살아가는 숨 가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 참 좋다.

이제 또 한 해가 꽁지 빠지게 사라지고 있다. 한숨 돌리고 새로 닥쳐오는 새 해를 향해 주먹 불끈 쥐고 다시 부딪혀갈 때다. 심기일전하는 의미에서 이맘때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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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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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악의(惡意)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 양윤옥

펴낸곳: ㈜현대문학

초판 1쇄 발행 2008년 7월 25일

2012년 9월 30일에 종이책으로 읽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다카 구니히코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사체에는 뒷머리를 강타 당한 흔적이 있고 목에는 전화코드가 감겨 있었다. 처음 사체를 발견한 사람은 결혼한 지 한 달 된 젊은 부인과 오랜 친우이자 아동문학작가인 노노구치 오사무였다.

 

노노구치 오사무는 ‘친구가 살해된 이 드라마’를 글로 써서 남겨두기로 하고 수기를 쓰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노노구치 오사무의 수기와 가가 형사의 기록을 번갈아 보여주며 펼쳐진다. 이 사건을 맡은 형사 가가 교이치로는 피해자의 친우인 노노구치 오사무와 한때 같은 학교에서 선생으로 재직한 적이 있다. 그는 사건을 조사해 나가면서 노노구치의 수기를 읽게 된다. 거기서 몇 가지 의문점을 발견한 가가 형사는 결국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트릭을 파헤치고 노노구치의 자백을 받아내게 된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사건의 모든 진상이 조목조목 밝혀진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나는 잠시 책장을 덮고 확인을 했다. 겨우 책의 사분의 일 정도 분량에 이 모든 내용을 담겨 있었다. 그 시점에서 당연히 드는 의문은 책의 나머지 사분의 삼 가량 되는 분량에는 과연 무엇이 담겨 있냐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당시의 정황은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밝혀지지만 정작 그 동기에 대해서 범인인 노노구치는 입을 열지 않는다. 가가 형사는 동기를 밝히기 위해 더 깊이 사건을 파헤쳐 들어가고 그 결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피해자 히다카와 범인 노노구치 간의 비밀을 알아내게 된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진실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가 형사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그 내면의 동기에 대해 끈질기고 집요하게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반전에 반전.

 

개인적으로 나는 이 글이 작가의 또 다른 인기작 ‘용의자 X의 헌신’보다 더 좋았다. 범행에 사용된 트릭을 밝혀내고 범인을 색출하는 것 이상으로 그 범행의 밑에 깔려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이 인상 깊었다.

가가 형사는 한때 교사로 재직했던 당시 자신이 겪었던 학교폭력에서 목격한 ‘악의’를 이번 사건에서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된다. 이유도 없고 원인도 없는 타인에 대한 ‘악의’. 그 음습하고 어두운 감정의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하마오카가 학교폭력의 표적이 되었던 이유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갑자기 악령의 봉인이 떨어져나간 것처럼’ 폭력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건 요즘의 학교폭력에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피해자를 덮치는 폭력에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이다. (pg. 270)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는 직업이 작가인 인물이 꽤 많이 등장한다. 이 글에서는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작가이다. 그러면서 등장하는 글쓰기와 작가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의 생각이 엿보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노노구치의 입을 빌려 등단의 어려움,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는 작가의 고충 등을 토로한다.

   

 

작가에게 작품은 본신과도 같은 것입니다. 좀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자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사랑하듯이 작가는 자신이 창조해낸 작품을 사랑합니다. (pg. 214)

   

 

이 글은 누가 그리고 어떻게, 라는 질문에 가려진 왜, 라는 의문을 파헤친다. 한 사람이 타인의 목숨을 빼앗게 되는 그 어둡고 음습한 내면을 파헤친 글이다.

밀실트릭이나 알리바이에 의한 완전범죄 등, 흔한 추리소설에 식상한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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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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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그를 죽였다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 양윤옥

펴낸곳: (주)현대문학

초판 발행 2009년 6월 30일

2012년4월 10일에 종이책으로 읽다.

 

 

각본가이자 소설가인 호다카 마코토와 유명 여류시인인 간바야시 미와코의 결혼식 전날, 신랑에게 배신을 당한 한 젊은 여인이 음독자살을 한다. 그리고 다음날인 결혼식 날, 신랑인 호다카 마코토가 독살을 당한다.

형사인 가가 교이치로가 수사를 진행하자 피해자와 그 주변인물들의 감추어진 관계들이 하나둘 밝혀진다. 그리고 세 명의 용의자가 부각된다. 피해자의 약혼녀의 친오빠, 피해자의 매니저, 그리고 피해자의 약혼녀의 담당 편집자. 이들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것 외에 또 다른 애증의 관계로 서로 얽혀있다.

이 책의 구성이 참 톡특하다. 먼저, 이야기는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각각 자신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에서 서술한다. 작가는 모든 힌트를 다 주고 독자에게 스스로 추리를 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그 성공은 독자에 따라 조금씩 다를 것이라고 생각되고 그만큼 이 책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책의 결말 부분은 봉인되어 있다. 독자 스스로 범인을 추리하고 사실을 확인하라는 작가의 의도인듯.

 

호다카의 담당 편집다, 유키자사 가오리

방에 들어서자 나는 답답한 결혼식 의상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속옷만 입은 채 거울 앞에 섰다. 허리에 손을 짚고 가슴을 내밀고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발산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나는 그저 주먹만 부르쥐었다.

나는 다시 살아났다. 호다카 마코토의 손에 살해당했던 유키자사의 마음이 오늘 다시 부활했다.

나는 해치웠다.

내가 그를 죽였다-. (pg 156)

 

호다카의 매니저, 스루가 나오유키

나긴 하루가 드디어 막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나는 꼭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유리에 비친 고양이의 얼굴에 나미오카 준코의 얼굴을 겹쳐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준코, 내가 대신 복수해줬어.

내가 호다카 마코토를 죽였다. (pg 176)

   

미와코의 친오빠, 간바야시 다키히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독의 효과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준 독에 의해 그 녀석이 죽어가던 광경은 지금도 눈꺼풀에 낙인처럼 찍혀 있다. (pg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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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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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2일

제목: 요리코를 위해

지은이: 노리즈키 린타로 (본명 야마다 준야)

옮긴이: 이기웅

펴낸곳: ㈜문학동네 / 포레

초판 1쇄 발행 2012년 7월 15일

 

와우! 정말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추리소설이다. 어떤 추리나 미스터리를 읽다보면 어, 이게 왜 이렇게 됐지, 하며 앞을 들춰서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그만큼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럽고 추리의 연개성이 잘 짜여 있다.

 

어느 날 열일곱 살의 니시무라 요리코가 근처 공원에서 목이 졸린 채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이 사건을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일련의 연쇄 강간살인 사건의 하나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피해자의 부친인 니시무라 요지는 몇 가지 이유로 경찰이 딸의 살인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덮으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경찰을 믿을 수 없게 된 그는 혼자 딸의 죽음을 조사하게 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그는 요리코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상대 남자의 정체를 알아낸다.

니시무라 요지는 딸 요리코를 임신시키고 마침내 죽이기까지 한 교사를 칼로 찔러 죽이고 자신 또한 음독자살을 기도한다. 그는 뒤에 남을 아내를 위해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해서 수기로 남긴다.

십대 딸의 임신과 죽음. 딸을 임신시키고 죽인 상대 남자에 대한 울분에 찬 아버지의 복수. 뒤이은 자살.

이 일련의 비극적인, 하지만 수긍이 가는 전개에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자살을 기도했던 니시무라 요지가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교사가 학생을 임신시키고 죽였다는 추문을 피하기 위해 요리코가 다니던 명문 여학원 이사장은 추리작가이자 탐정인 노리즈키 린타로(작가의 필명과 동일)를 고용해서 사건을 재조사하게 한다. 이윽고 드러나는 진실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은 딱 적당한 분량. 교묘한 트릭도 없고, 극적인 전환도 없다. 단 한 부분도 버릴 것이 없는 정말 잘 써진 본격추리소설 한 편이다.

 

한국어로 번역된 이 작가의 작품은 이글과 다른 한편이 유일하다. 내일이라도 당장 또 다른 글인 ‘잘린 머리에게 물어 봐’를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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