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이 싸운 바다 한려수도 - 개정 증보판
이봉수 지음 / 새로운사람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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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순신이싸운바다 - 위대한 업적을 찾아떠나는 여행


“4월 28일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 100명에게 물으면 한 두 어명 답할 수 있을까? 4월 28일은 빨간 날도 아니라 사람들은 기억조차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그날은 아주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바로 왜놈들로부터 망해가는 나라를 구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인 것이다.

 얼마전 남해바다 섬들을 연결해 만들어진 연륙교를 지났다. 이순신 장군이 수군을 이끌고 전쟁을 치루었을 그곳, 지나치면서도 이곳이 역사적 현장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맛있는 회집만 찾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책을 읽는 내내 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책은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던 조선 수군과 왜군이 싸웠던 전장이 어디인지 자세하게 묘사해 주었다. 우리가 관광으로 지나쳤을 곳에서 역사를 바꿀 전쟁이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흔적을 찾아 어렵게 찾아간 그곳 전투에 나서기 위해 훈련했던 수군본영 등이 이제는 그 흔적조차 남겨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사람들 사이에선 잊혀 진 옛 이야기를 기억하고 계시는 어르신들, 의병으로 활동하던 백성의 후손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의 역사의 기록은 이어져 왔던 것이다. 그렇기에 조선 수군의 전쟁터와 이순신 장군의 행적을 기록하는 저자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공감하게 되었다. 아직도 그 피해자가 두눈을 뜨고 있는데 위안부는 스스로 원해서 했던 일이라는, 백두산이 중국땅이라는 이런 망언과 역사왜곡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위대한 업적이 조금씩 기록에서 사라져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스스로 역사를 포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3년 중 매년 4월 28일만 되면 진주에서 사천까지 행군을 해야 했다. 이순신 장군탄신일을 맞아 호국이념을 가슴에 새기자는 의미로 시작된 행군,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이걸 왜 하냐’며 푸념도 늘어놓았지만 완주했을 때의 뿌듯함은 지금도 기억속에 남아있다. 평생 동안 4월 28일은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날이며 나 역시 고통의 길을 걸으며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며 호국정신을 기리는데 동참했다고 마음속 깊이 기억할 것이다.




 얼마 전부터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 재방송을 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하고 있다.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능력을 중시했고, 정치와는 무관한 오직 나라와 백성만을 생각하며 병법에서 말하는 유비무환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었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속 깊이 새겨져왔으며 책 속의 격전지의 지도를 보며 어떤 전술을 사용했을 지 유추해 보기도 했다.




 자주 찾아가는 다대포 몰운대에 녹도만호 정운의 죽음을 기리는 비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 수군과 육군이 연합작전으로 수군의 상륙작전이 최초로 시도되었음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순신이 백의종군하는 사이 목숨을 잃은 원균. 한 목 없는 장군의 시신을 묻었다는 곳에는 풀만 가득하고 그 진위조차 알 수 없다는데 아직도 원균의 혼은 남해바다를 떠돌며 적을 살피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발굴 작업을 통해 넋을 기리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신에게 전함 12척이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하여 싸우면 아직도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전함은 적지만 신이 죽지 않았으므로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가슴이 찡해온다. 자신의 목숨보다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고 병든 몸을 이끌고 나아가 12척으로 300척이 넘는 일본 함선을 맞아 대승을 거둔 명량해전은 가슴 벅차며 백성과 군 모두가 하나 되어 이루어낸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병법에 이르기를 전쟁에 임하여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 살길만을 찾고자 하면 죽는다. 必死卽生 必生卽死라 했다. 한명의 병사로도 길목을 지킨다면 천명의 적도 두렵게 할 수 있다 하였으니 이것은 곧 오늘의 우리를 두고 한 말이다.”



현지 주민들조차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이순신 장군의 전쟁터였고 조선의 마지막 등불인 조선 수군이 쉬었던 장소임을 알지 못한다.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혀 져 가는 역사를 옛 문헌과 지도 그리고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 상세한 전술을 덧붙여 흥미롭게 만든 이 책은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주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를 우리 손으로 지워버릴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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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 2009-06-0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영 한산도 제승당, 세병관, 착량묘 등을 다녀오며 추천받은 책이었습니다~
리뷰를 보며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디오스 2009-06-09 11: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잊고 있었던 우리의 역사를 다시금 깨우쳐주는 책이었습니다.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 선집 2
체 게바라 지음, 홍민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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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 달 전까지 이 불쌍한 여자는 헐떡거리는 심장을 끌어안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했다. 하지만 이제는 환자가 되어 가족의 원망의 대상으로 전락되어버렸다.”

 

  남미를 여행 중이던 체 게바라가 한 마을에서 진찰 활동을 하는 동안 가난에 찌들려 고통스러움을 참으며 가족을 부양하던 한 여자가 이제는 더 이상 가족부양을 하지 못하자 가족들에게서조차 적의가 가득한 부정적 요소로 취급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체 게바라가 프롤레타리아계급의 거대한 비극적 삶을 이해하게 되는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체 게바라는 쿠바 해방운동에 나서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해방혁명을 성공시키고 아프리카 콩고, 남미의 볼리비아등지에서 해방 운동을 하다 볼리비아 군에 의해 숨진 혁명가다.

 최근 상영 중인 영화의 원작이기도 한 “체 게바라의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체 게바라가 혁명 전선에 뛰어들기 전인 23살의 의과 대학생시절 남미를 여행하며 자신이 겪은 삶과 문화의 다양성, 그리고 인간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3살의 열혈 청년 체 게바라, 그의 젊은 시절 여행에 대해 “나는 가난, 기아, 질병 그리고 가진 게 변변치 않아 치료 할 수 없는 사람들과 밀접히 접촉하면서 연구자가 되거나 의학발전에 어떤 중요한 기여를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바로 그들을 돕는 것이었다”고 그는 훗날 말한다. 

 

  아직은 혁명가로서의 길을 들어서지 않은 체 게바라의 모습, 젊은 나이에 세상의 진실을 알고 싶다는 목적 하나로 포데로사라는 오토바이 하나를 타고 망설임 없이 자유롭게 떠난 그의 여행은 훗날 그가 혁명가로서 가지게 될 정신적 틀이 이 시기에 갖추어 짐을 알 수 있다.

   체 게바라가 나병환자 촌에서 나환자들을 돌보며 그들이 감사의 표시로 손가락이 없는 손으로 들려주는 작별의 세레나데에서 체 게바라는 세상 그 어떤 곳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받는다.

 남미를 여행하는 동안 페루의 잉카 유적, 유장한 안데스 산맥 등 거대하고 아름다운 남미의 자연을 보며 자유와 젊음을 만끽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서는 대주주의 횡포에 땅을 잃은 가난한 부부, 하루벌이에 목을 빼는 탄광 노동자, 평생을 뼈 빠지게 일했으면서도 약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노인, 손발이 뭉개진 나환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따스한 민심 그리고 그와 상반되는 현실적인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들이 여행객의 눈으로 세상에 대해 눈 떠가는 젊은이의 시각에서 묘사되고 있다.

 

  저항적이며 자유로운 영웅 체 게바라, 그의 젊은 시절은 한 대의 오토바이와 친구와 떠난 여행에서 세상을 알고 그의 혁명가적 기질을 키우기 시작한다. “체 게바라의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체 게바라의 혁명가가 되기 전 세상을 순수한 젊은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의 순수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을 매혹시킨 영웅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에 빠져드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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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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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이는 파도소리, 'GoGoGo'를 외치는 중대장의 목소리, 장갑차의 문이 열리고 노르망디해변에 첫 발을 디디는 순간 저 언덕위에서 날아오는 기관총 탄환들 그리고 독일군이 외치는 '그라나데(막대수류탄)'소리,  바로 옆의 병사가 총탄에 맞아 쓰러진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그 참혹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내 전쟁의 참혹함에 놀라야 했던 사람들. 그러나 이제는 PC방에만 가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죽어도 3초 후 다시 살아나 돌격을 외치며 싸우러 간다는 모습만 다를 뿐.






로버트 카파, 카파이즘, 종군기자, 포토저널리즘의 한 획을 그은 인물 등 다양한 문구로 그를 표현하지만 이 한권의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조차 몰랐다. 도서관에서 무심코 선택한 책을 읽는 순간 그의 매력에 그리고 전쟁의 참혹함에 몸을 떨어야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카파는 전투비행단에서 카메라를 든다. 같이 비행을 나간 전우들이 죽고 불에 탄 채로 불시착한 비행기의 곁에서 있는 조종사를 렌즈에 담던 중 카파는 “이것이 당신이 원하는 사진인가?”라며 경멸하는 군인의 말에서 종군기자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파파라치들의 열띤 취재와 분명 죽음의 모습을 찍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러나 카파는 이겨낸다. “장의사나 해야 할 일을 내가 하는 것 같아 역겨운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병사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장면은 빠뜨린 체 그저 한가하게 비행장 주변에 앉아있는 모습만 찍은 사진은 사람들에게 진실과는 동떨어진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전사자와 부상자까지도 여과 없이 찍은 사진을 보여줘야 한다.”며 스스로 다짐을 한다.

 “14일 동안 독일군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다 숨진 어린 나폴리 아이들 모자를 벗고 카메라 렌즈를 오열하는 어머니에게 맞추고 영원히 잠든 아이들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는 그의 말에서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살아서 연합군을 외치는 마을 주민보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어야 했던 저 아이들의 모습이 더 소중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카파의 사진에는 전쟁의 참혹함이. 언제 무엇이 나와 덮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때로는 적과의 만남, 점령군과 지역주민의 평화로운 모습까지 생존에 대한 두려운 순간과 평화의 순간이 아찔하게 나타나 있다. 하지만 그의 글 속에는 따스한 인간미가 그리고 전쟁을 통해 총칼을 겨누고 있는 군인이 아닌 제 3자의 눈으로 묘사해 더욱 전쟁의 현실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긴장된 작전상황, 피 터지는 전장에서도 그는 다른 군인들이 총에 총알을 장전할 때 자신의 무기인 카메라를 어떻게 쏠 것인지(담을 것인지)만을 고민하고 모든 상황을 자신의 유머로 표현했다.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자기 앞의 동료가 내는 발자국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을 때 마다 군화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공포감은 위장을 작은 공 크기로 오그라들게 했다. 얼굴에서 흘러내린 땀이 이른 새벽의 이슬과 뒤섞였다. 그때부터 편안한 집이 사무치게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전쟁의 한복판, 그곳에 카파가 있었다. 군인들과 같이 잠자고 같이 카드놀이를 했고, 같이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렸고, 같이 울기도 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노르망디 상륙작전, 영화 라이언일병구하기의 처참한광경이 카파의 사진에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도 죽을지 모르는 상황. 당시 신문은 그의 사진을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로 표현했다. 독일군에 동조한 여인들이 삭발당하는 장면, 언젠가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이다. 유명한 작가 헤밍웨이가 작전사령관이 되어 전장을 누비는 모습.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피어나는 국경을 초월한 사랑까지....


 자기희생과 위험을 무릅쓴 취재 정신을 일컬어 카파이즘이라 한다. 전장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쟁의 참상을 사진으로 고발한 로버트 카파의 기자정신을 기린 말이다. 한국전쟁 당시 죽은 23명의 외신기자. 그러나 그 속에 한국인 기자는 없었다. 지금은 이라크전쟁에도 동원호 피랍사건 현장에도 종군기자들이 달려가 현지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대중 매체의 한계가 있었던 시절. 로버트 카파의 사진과 기사는 유럽인들의 눈과 귀가 되었을 것이며 전쟁의 생생한 모습을 후대에 전해주는 역사적 자료가 되었을 것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지뢰를 밟고 사망한 로버트 카파의 죽음에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지금도 로버트 카파와 같은 죽음의 현장에서 취재 중인 종군 기자들의 모습을 보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랑하는 연인을 떠올리며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며 취재했을 로버트 카파의 모습을 그려본다.

 

*사진출처: 세계일보 로버트카파사진전 기사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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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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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이 3개월에서 6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준비를 하세요.’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들까? 의사의 바지라도 붙잡고 살려달라고 외쳐야 할까? 아니면 나의 죽음에 슬퍼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는 멍청한 짓을 해야 할까?

죽음의 선고를 받아들이는데 “그래? 그렇구나? 뭐 별거 있어?”이런 반응을 보일 사람은 없다. 진료실을 나가는 그 순간 내 옆에 내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음에 안도하고, 길가의 풀 한포기 생명마저 소중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한없이 슬퍼지는 마음, 내가 없으면 슬퍼할 사람들에 대한 걱정 그리고 하늘을 한없이 원망할지도 모른다.

“당신의 그 모습이 나의 하루를 얼마나 즐겁게 했는지 몰라요. 인생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저자는 죽음의 선고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당신이 정말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 맞긴 한거요? 란 말을 들을 정도로 당당했다. 남은 시간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긍정적인 마음으로 가족들을 위해 시간을 쏟아 붓고자 했다. 그리고 아내와 자신의 마음의 준비가 하나둘 되어갈 때 문득 자신의 자식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훗날 자신이 없으면 아이들은 어떤 아버지로 기억할까?

 존재라는 의미. 아버지라는 존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이들에게 훗날 당당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어 마지막 강의를 기획했다. 아버지의 숭고한 사랑이 하루하루도 소중하다 못해 흘러가는 시간마저 붙잡고 심정일 텐데 그는 그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한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살아서 곁을 지켜주는 부모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원래 엔지니어링이란 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것은 제한된 자원으로 최선을 다함을 의미한다. 강의와 이 책, 두 가지 다 바로 제한된 시간으로 최선을 다하려는 나의 시도였다.”

책은 그가 병을 알게 된 이야기부터 어린 시절 꿈을 가지고 커가며 자신이 이루어낸 성취와 삶을 살아가는 조언들이 담겨져 있다. “나한테 진정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사람들이 날 어떤 식으로 기억하게 될지 그리고 인생을 빠져나오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 맞닥뜨린 거예요.”

명확한 시간관리, 분명할 때만 계획을 변경할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항상 옳은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지금 내가 가진 시간과 내 삶을 돌아본다. 얼마나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얼마나 빈둥거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한 시한부 인생을 가진 아버지는 자신의 자식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그리고 자신의 삶에 마지막 열정을 내뿜는 일을 하는데 남은 인생을 걸었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반성이 되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 헛된 망상과 아집으로 보낸 고집스러운 시간들.. 누군가 함께 할 수 있을 때 그 사람들과 내 삶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 가슴속 깊이 새겨졌다. 한 남자의 마지막 강의는 끝났지만 이 강의를 듣고 읽은 자신 앞에 놓여 진 숙제를 발견할 것이다. ‘나의 지난 인생을 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인가’ 하는 숙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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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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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여자가 중환자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흐느끼는 모습이 보인다. 멍한 시선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을 보아 너무나 놀란 가슴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다. 며칠이 지나 그 여자가 다시 보인다. 독한 눈빛에서 이전의 두려움에 떨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인가 마음의 결정을 내렸는지 두 주먹이 불끈 쥐어져 있다. 그러다 고개를 내젓는 모습이 불행한 생각, 불길한 생각이 자꾸만 드는 자신을 질책하며 그 생각들을 애써 떨쳐 버리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이 홀가분해 보였다.

 20여일이 지난 어느 날. 마주친 그녀의 모습은 20년은 더 늙어 보였다. 삶의 의미를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삶의 희망도, 즐거움도 모르는 감정이 없는 인형과 같았다. 그동안 보아왔던 당당함과 끈질긴 노력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책을 읽으며 남편이 쓰러지고 깨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앞부분을 읽고 저자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아마 저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절한 삶의 싸움이 너무나 솔직하게 적혀있다. 장기 환자를 둔 가족의 자존심과 고통,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은혜를 갚지 못한 죄송스러운 마음, 내가 더 나은 삶을 살지 못한 게 후회되는 게 아니라 자존심과 내 어머니께 아무것도 못해준 딸이라는 멍에에 가슴아파하는 저자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온다.

 ‘아프다. 가슴이 미어진다’ 유독 큰 사고가 많아 병원에 자주 입원해 대 수술을 받으셔야 했던 아버지. 언제나 병원에서 병 수발을 들어야 했던 어머니. 낮에는 들녘에서 농사를, 밤에는 병원에서 새우잠을 자며 자신은 챙기지 않고 병수발을 들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심장이 좋지 않은데도 가족과 아버지와 농사일에 신경 쓰며 단 한 번도 힘들다 말하지 않으셨던 어머니. 아마 어머니도 신달자 작가의 마음처럼 지치고 힘겨웠을 것이리라. 오랫동안 뵙지 못한 어머니의 얼굴이 책속 저자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나는 고개를 오르고 다시 오르고, 맨발로도 오르고 가시신발을 신고도 오르고, 넘어지고 깨어지고 터지고 부서지고도 다시 일어나야만 했다” (p.140)

 얼마나 처절했고 얼마나 간절하게 싸웠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신불수가 된 남편을 오랜 기간 동안 수발해야 하는 힘겨움. 아이들을 키워야 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을 씻기고 먹이고, 약 달이고,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증오하면서도 마음에서부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챙겨주는 작가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왔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남편에게 바친 그녀의 인생이 안타까웠다.

 인생을 포기한 남편, 남편의 자존심과 존재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 아내의 노력에도 자살을 시도한 남편 그리고 정신 이상과 폭행, 정신병원입원 등 아내를 절망과 고통으로 빠뜨린 남편의 모습. 그리고 장기 환자를 둔 가족에게 찾아온 금전적 고통.

 “내 글 한 줄이 10원짜리 동전 하나도 되지 못한 부끄러운 나의 문학”이라는 글에서처럼 인정받지 못하고 쓸모없이 느껴지는 자신의 글에 가슴아파하는 저자의 마음이 묻어난다.

 “내가서면 남편도 설 것이다. 내가서면 아이들도 서게 될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시작해야 했으며 그대로 무너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손에 불끈 힘을 주었고 그 현실을 순응하였다.” 장애 남편,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정신 이상이 있는 남편을 버리고 도망간 아내들은 많다. 하지만 작가는 절대 무너지지 않았고 자신을 속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남편의 고통을 이해했고 고쳐 주리라 마음먹었다. “그 가슴 썩는 냄새를 나는 안다…….(중략). 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쾅하고 쏴버리고 싶은 내면의 용광로 같은 광기를 안다.... 다 안다. 다 안다” 남편의 고통을 그녀는 이해했고 자신이 삶에 고통과 절망만 안겨준 남편이 마지막 세상을 떠나갈 때 마음속에서 그동안 제발 빨리 죽어 달라 외치던 목소리가 아닌 제발 곁에 있어 달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고통과 원망의 순간에서 죽음이라는 강을 넘는 순간 모든 원망은 산화되어 아프기 전 남편과의 추억과 좋은 기억들만을 간직한 채 외로움의 그늘에 혼자 남지 않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한 여인이 겪은 고통의 시간에 같이 가슴아파했고, 잃어버린 삶의 시간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의 두 번째 농사(인생)를 준비한다는데. 두 번째 농사만큼은 외롭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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