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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평점 :
3년 전에 이사하면서 많은 물건을 정리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집안에 잡동사니가 또 가득하다. 간결하고 단순한 삶,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지만, 나의 결핍된 마음은 무언가를 계속 채우고 붙잡으려 한다. 이제 다시 하나씩 불필요한 것을 버려야 할 시기이다. 무언가를 소유하고 채우려는 나의 욕망과 그 물건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던 중에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물질적인 것에 대한 애착과 심리적, 사회적 경향을 더 잘 이해하고 비움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왜 끝없이 탐하고, 끝내 버리지 못하는가?‘
인간의 비이성적 본능, ’소유욕‘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

이 책의 저자는 실험심리학자이자 발달인지신경과학 전문 철학자인 브루스 후드(Bruce Hood)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하버드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브리스톨대학교 실험심리학과 교수 겸 동 대학 인지발달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경력 초기부터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알고 있는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 『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 등의 저서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이 같은 욕망은 무분별한 소비를 촉진하며 유한한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시킨다. 이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사회적으로 불만, 반란, 폭동, 혁명 또는 전쟁의 불씨가 된다. 이런 욕망과 집착으로 인하여 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과 후손, 나아가 지구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소유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동기를 부추기는지, 소유하는 일이 아니어도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이 우주에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것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충동에 휩싸인다. 왜냐하면 많이 소유할수록 더 훌륭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P7
심리적 소유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에 정서적 애착을 갖는, 사회적 진화의 결과물이다. P155
책은 전체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에서 신체, 가치관, 아이디어, 정보 등의 법적 소유권과 심리적 소유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음 장에서는 소유의 심리적 차원을 탐구하며 이런 충동들이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이 물음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다루며, 이어 인간의 마음속에서 구성되고 아동의 발달 과정을 통해 구체화 된 소유권의 개념과 그 지각의 기원을 살펴본다. 저자는 우리의 소유욕적 행동에 관련된 진화적 기원, 문화적 영향, 그리고 인지적 과정을 여러 가지 사례와 근거를 제시하며 세세히 설명한다.


본문의 내용은 매우 흥미롭게 읽혔고,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가 왜 우리의 소유물에 애착을 갖게 되고, 그것들이 어떻게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지에 대해 과학적이고 심리적인 관점에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난 후 물질적인 것에 대한 나 자신의 애착을 되돌아보며, 나 자신의 소유욕에 대해 조금 더 자각하고 자유로워진 느낌이 든다.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는 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가하는 약탈행위와 같다. 앞으로의 삶은 지금보다 조금 더 단순하고, 소유물에 대한 애착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우리는 더 현명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 제한된 자원을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면 더 만족스러운 삶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삶의 만족과 행복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적정 수준의 소득에 도달한 후에는 재산이 늘어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 물건을 구매하든 체험을 구매하든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뭔가를 찾는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지위를 알리고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P221
우리는 소유의 힘을 통해 우리의 개인적 자아를 세계에 확장하고, 소유물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 ········ 우리의 비합리적 행동은 우리가 우리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생긴다. ········ 이것은 우리에게 더 큰 성공의 느낌을 선사할지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이 축적할수록 만족감은 점점 더 떨어진다. P291
이 책은 자신의 삶을 단순화하고 물질의 욕망에서 벗어나 마음을 챙기고 행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또한, 소유욕의 심리적 측면을 이해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많은 정보와 흥미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 책과 함께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프랜신 제이의 『가볍게 살고 있습니다』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들은 미니멀리즘적인 생활방식을 수용하고 변화시키는 것에 관해 더 많은 동기를 부여하고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물건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의 진가를 깨닫는 시간이다. 기술의 도움으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벗어나야 하는 것은 수그러들지 않는 물질적인 소비문화의 굴레이다. P304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