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잃어버린 도시의 헌터스

잃어버린 도시의 헌터스
칼리 월리스 지음, 박창현 옮김 / 그래비티북스 / 2023년 8월

환상적인 모험 소설로 오래간만에 책 읽는 재미를 쏠쏠히 느꼈습니다.

[서평]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에세이 #못생긴서울을걷는다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허남설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십여 년을 넘게 살던 동네가 재개발이 되고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단독주택과 가파른 골목길, 낡은 가로등이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와 커다란 도서관, 유치원이 들어섰다. 더 넓어진 도로에는 지금도 공사가 한창이다. 누군가는 재개발로 더 살기 좋아진다고 하지만, 정작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떠나고 없어지자 왠지 쓸쓸하고 낯설게만 느껴진다. 이번에 읽어본 책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는 서울의 재개발, 도시 재생에 관한 책으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생각하며, 어떤 내용이 실려 있을지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경향신문에서 사건사고, 대중문화, 정당정치, 도시행정, 보건복지 등을 취재하고 있는 허남설 기자이다. 저자는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일을 했지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건축가의 꿈을 접고 기자가 되었다고 한다. 2023년부터 시사 뉴스레터 <점선면>을 발행 중이며, 틈틈이 브런치 스토리 등 온라인 플랫폼에 건축과 도시관련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정부가 재개발 재건축을 촉진하며 부동산대책을 쏟아내던 때에 국가적 차원의 거시적 흐름이 아래로 내려와 동네에서는 어떤 미시적 흐름을 만들어내는지를 궁금해하던 저자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재개발이냐 도시재생이냐’는 프레임에서 가장 논쟁적인 현장을 주요 행선지로 정하고 직접 발걸음을 옮겨 찾아다니며, 약 10년동안 기자로 일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 놓고 있다.

책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일컬어지는 백사마을 이야기로 시작한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후반 용산, 청계천, 안암동 철거민들이 허허벌판이던 곳에 모여들어 형성된 마을이다. 이곳은 2008년 1월 그린벨트가 해제되며 재개발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2021년 2월에 노원구청이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하여 현재 입주민의 90%이상이 이주한 상태라고 한다. 저자는 발길이 끊긴 텅 빈 마을을 돌아보며, 백사마을의 지난 과거에서부터 현재의 상황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삽입된 사진을 보며 정겨웠을 옛 마을의 아련한 옛 정취와 함께 현재의 쓸쓸함이 진하게 느껴진다.

백사마을에 이어 천막촌, 판자촌, 빌라촌이 난립했던 동대문 옆 창신동 이야기로 이어진다. 서울 구도심의 중심을 관통하는 종로 동쪽 끝에 자리한 창신동은 위치상으로는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낙산공원 성벽과 연결되는 특유의 가파른 언덕 지형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고 노후 건축물 비율이 90%에 달하는 다세대 주택들이 모여 주거 지역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 또한 오랜 세월 재개발이 논의된 서울의 낙후 지역 중 하나다. 행당동, 신림동, 다산동 등과 세운재정비 촉진지구, 예지동 시계골목에 얽힌 이야기들 또한 흥미롭게 읽혀진다.

마을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핏 시간은 마을을 쇠퇴시키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서는 작지 않은 잠재력이 영글고 있습니다. 하지만, ‘20년’을 기준으로 삼는 제도는 마을에 그리 많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마을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뿌리를 들어냅니다. 심지어 이미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은 마을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재개발은 마을기업이 태동할 가능성을 없앨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지역 경제를 허물어 버리기도 합니다. P139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고 했는데, 살던 동네에 익숙한 사람이 떠나고 지형마저 바뀌니 동네에서 좋았던 기억마저 이제는 흐릿해 지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재개발과 도시재생에 대해 그리고 도시개발에 있어서 이익과 효율성보다는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 제목인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를 보며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저자는 ‘어떤 때는 못생긴 도시가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집이 되어준다’는 말로 이 책을 끝맺는다.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서울의 모든 동네가 빈부귀천에 구분되지 않는 조금 더 인간 친화적이고 정감 있는, 살기 좋은 도시로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100자평]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허남설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도시 재개발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서평] 손 안에 갇힌 사람들 #사회과학 #손안에갇힌사람들

손 안에 갇힌 사람들 -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은 이제 손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온 지가 20년도 채 안 되었는데, 이로 인해 개인의 생활방식이 바뀌고, 사회 또한 변화되었으니 혁신의 아이콘으로 전혀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지나친 사용은 일상 생활이나 사회적 상호작용과 업무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또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다가 해야 할 일을 바로 하지 못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듯하다. 갈수록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습관적으로 화면을 보게 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스마트폰의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조금 더 디지털 기기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에 이 책 『손 안에 갇힌 사람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니컬러스 카다라스(Nicholas Kardaras)는 미국 최고의 중독 전문가이자 임상심리학자로 하와이 마우이 리커버리, 텍사스 오메가 리커버리의 CEO이자 최고 임상 책임자이다. 그는 전 뉴욕 스토니브룩 의과대학의 임상교수로 신경심리학을 가르쳤으며, 타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뉴욕포스트, 폭스뉴스 등의 매체에 글을 쓰고 있으며, 미국 ABC 굿모닝 아메리카, CBS 이브닝 뉴스 등에 출연했다. 그는 청년기에 중독 문제를 겪고 죽음 직전 혼수상태에서 살아난 독특한 경험이 있으며, 고대 철학에서 삶을 바꾼 강력한 가르침을 발견하고 중독 문제나 심리적 위기에 처한 환자들에게 그 해법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이 책에서 저자는 기술에 대한 집착과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과 젊은 성인에게 끼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회사의 수익을 위해 사용자에게 극단적인 감정, 의존성, 우울감을 유발하여 어떻게 고립으로 이끌도록 설계되었는지를 밝힌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거대 기술기업 집권층에게 동기 부여가 되는 탐욕과 권력을 향한 굶주림 뿐만 아니라 신이 되려 한다는 것을 언급하는데 조금 섬뜩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디지털 광기’에 맞설 고대 철학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책은 3부 1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56여 페이지 분량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어떤 그림이나 도표 없이 글로만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읽기 부담스럽게 느껴 졌었다. 하지만, 일단 첫 장을 읽고 나니 모든 것이 기우였고, 매우 가독성 있게 순식간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평소에 생각하던 디지털 기기 및 스마트폰에 관한 문제들과 저자의 주장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지혜의 말은 정말로 가슴깊이 공감이 되고 도움이 되는 말들이었다.

책을 읽고 나니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도구가 된 스마트폰은 적절한 사용과 관리를 위해 개인의 의지와 관리 노력도 중요하지만, 거대 기술기업이 공정한 방식으로 모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의무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고의로 질병 증가의 원인을 제공하는 거대 기술 기업의 순전한 탐욕과 비인간성은 다소 충격적이다. 현재 문화에서 기술이 어떻게 우리의 근본적인 인간성을 파괴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 중국 폭스콘 등 기술 식민주의의 사례들과 세계 코발트의 60%를 생산하는 콩고 등 제삼 세계의 착취 사례 또한 불공정하며 불의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마지막에 우리가 더 자연스럽고 안정된 삶을 살고자 하는 건강비법으로 플라톤과 피타고라스가 전하는 건강의 지혜를 알려준다. 조용히 사색하거나 명상하는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라, 매일 저녁 몇 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그저… 경탄하라, 매일 30분에서 40분간 신체 운동을 하라,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될 수 있으면 매일 한 명 이상의 사람들과 직접 적극적으로 토론하라 등등 생각해보면 실천하기 어렵지 않은 매운 인간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일정시간 화면을 끄고, 디지털 새장에서 벗어나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지혜의 시간을 마련해야겠다. 이 책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슬픈 현실은 우리 대부분이 전자 기기에 너무 빠지거나 정신이 팔려 -중독이라고 말해도 될까?- 우리의 정신적 육체적 악화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너무 너무 편안하게 무감각해져서 변화를 알아차리지도 신경을 쓰지도 못한다. 아직 메타버스에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P24

이 신테크노크라트는 세계를 지배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는 것과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고 생각하고 투표하는지를 통제하면서 삶에 관한 데이터를 캐내고 있다. 디지털 지배자에게 우리는 그들의 알고리즘을 위한 수많은 데이터일 뿐이며 다수 제품과 플랫폼의 소비자일 뿐이다. …… 전자기기는 그들이 우리(그리고 우리의 데이터)르 잡기 위해 사용하는 미끼에 불과하다. P43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혹은 완전히 기술에 의존하게 되었다. 중독적 갈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것이기에 이러한 기술 의존은 우리를 온갖 종류의 중독에 노출시켰고, 우리를 약하고 병들고 중독된 …… 가엾은 존재로 바꿔 놓았다. P62

우리는 공허함을 채워주는 디지털 습관을 필요로 하고 사랑하도록 속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디지털 새장과 사랑에 빠져 우리가 그 안에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우리를 중독시키고 노예화 할 뿐만 아니라, 감시하고 세뇌할 수 있으며 우리의 성장과 번영을 막을 수 있는 세계적으로 연결된 작은 스크린 감옥들에 갇혔다는 개념이 없다. P63

호모 사피엔스에게 해로운 이 움직임 부족 -기술에 의존해 살아가며 화면을 응시한 채 지나치게 오래 앉아 있는 상태- 은 고통을 겪는 병든 사회의 모든 징후, 즉 암, 심장 질환, 비만, 당노병의 급속한 확산으로 직접 이어진다. P72

무관심과 따분함 외에,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디지털 시대는 젊은이들에게서 인내의 기술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 또한 빼앗았다. 이 기술을 발달시키지 못하는 것은 한 개인에게 극히 해롭다. 충동성이 약물 주옥과 같은 미래의 부정적인 결과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가장 심오한 목적의식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대개 획득하거나 달성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P77

그들은 외부의 영향을 쉽게 받는 젊은이들을 겨냥한 과하게 꾸며진 고가의 제품으로 자존감에 굶주린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감쪽같이 지위를 만들고 있다. P99

인기있는 유투버 게시물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무의미하면서도 헛된 내용으로 가득하다. 모두가 고급 예술을 즐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많은 젊은이가 정신을 마비시키는 콘텐츠를 너무 반복적으로 탐욕스럽게 소비하고 있다. P103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력적인 이미지에 너무 둔감해져서 이제 매일의 고통과 폭력을 그저 일종의 오락물 보듯이 본다. P151

언어가 사고를 형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과 인터넷이 언어에 영향을 끼치고 그에 따라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도 영향을 받는다. P179

신테크노크라트는 사상 최대의 물질적 부를 쌓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십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생각과 욕구 행동을 만들고 통제할 수도 있다. 우리 시대에는 이것이 진정한 힘이다. P206

페이스북은 선거를 조작하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형성하고, 무력한 입법자들을 무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부보다 더 강력한 단일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은 다소 모호한 법률을 통과시켜 거개 기술 기업이 탐욕스러운 독점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운 자들이 바로 그 입법자들이라는 사실이다. P233

기업의 독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대 기술기업을 공정한 방식으로 모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는 수도 철도 회사와 같은 공공 사업체로 취급하고 규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점 금지 위반과 관련하여 거대 기술기업에 가해진 의미 있는 제한이나 처벌은 없었다. P238

“완전한 인공 지능의 개발은 인류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도약하고,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자신을 재설계할 것입니다. 느린 생물학적 진화의 제한을 받는 인간은 경쟁 상대가 안 될 것이고, 결국 대체될 것입니다.” 스티븐 호킹 P263

실제로 -개인과 사회 모두- 우리가 앓는 많은 신경증의 근본 원인은 대지와의 단절이다.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자연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연과의 연결이 끊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낄 뿐 ‘자연결핍장애’라 부르는 것으로 고통받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회복에 중요하다. P281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100자평] 손 안에 갇힌 사람들

손 안에 갇힌 사람들 -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좋은 정보와 건강의 지혜를 전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