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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선하게 명상하고 싶다
김태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23.24
그 열정을 배신하는 것이 미안해서 강사가 가르쳐 주는 대로 열심히 몸을 풀어주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체조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헤집어 있던 회사 생각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아무생각 없이 공기의 소중함을 느껴 보면서 호흡에만 집중했다.
p27
"꾸준히 명상 시간을 할애하는 게 최선이라니까요? 삼시 세끼 밥 챙겨 먹듯이 호흡명상을 일상화하는 것 말곤 다른 답이 없는 거예요. 저도 지난 25년을 그렇게 살아왔고요."
"예?25년이요? 아니, 지금 나이가 몇인데 25년을 말하는 겁니까? 저보다 어려 보이는 것 같은데요."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본격적으로 호흡 공부에 들었거든요."
"중학생 때요?! 그 어린 나이에 이쪽 세계에 관심을 둔 계기라도 있었던 건가요?"
"과장님이 명상에 다시 발을 들인 것하고 별반 다를 게 없을 거예요.사는 게 많이 고달팠고 삶으 의미에 대한 방황이 심한 편이었거든요. 깨달음에 대한 갈증도 절박했고요."
p31
"주변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명상에 대한 갈망이 극대치로 올라갔기 때문에 혈이 열렸을 거란 말씀인 거죠. 극과 극은 어떤 식으로든 통하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현상이 매일 어어지는 건 불가능한 겁니다. 명상이 그렇게 만만한 것도 아니고요. 밥 먹듯 꼬박꼬박 호흡 수련을 해 나가다 보면 일정 단계를 하나씩 넘어가게 되는 겁니다."
p55
강사가 말한 '조만간'은 생각보다 휠씬 빨리 찾아와 주었다. 대주천명상에 열중하다 보니 양팔과 상반신에 있는 주요 경략이 단전과 연결되면서 뜨거운 기운이 몸속을 종횡무진 뚫고 지나갔다. 중간중간 기 몸살로 며칠씩 고생은 했지만 몸살을 앓고 나면 오히려 기운이 더 잘 유통되는것 같았다.
p70.71
"무아의 세계라면..,제가 들은 바로는 무아라는 것이 정심으로 통한 고통을 깨고 나가야 간신히 얻을 수 있는 겅지로 알고 있거든요? 그 정도 수준까지 가려면 상당한 세월 동안 훈련을 하면서 호흡이 절정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씀이긴 하지만 제일 중요한 요소는 절심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중학교에 입학해 단전호흡을 배우면서부터 간간이 무념무상에 취해 들곤 했으니까요."
"그때는 빨리 깨닫고자 하는 마음밖엔 없었어요. 지옥 같은 삶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라는 생각에 호흡에만 빠져들었죠. 공부는 안 하고 하루 종일 잠자는 시간만 빼고 단전 호흡만 했으니까요. 깨달으면 하늘나라로 금방 돌아갈 수 있을 것아란 간설함 말고는 다른 어떤 잡념도 없었습니다. 호흡하는 이유는 오로지 그것 하나뿐이었죠.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명상에 들때는 그런 집념과 하늘에 대한 믿음 그리고 수련에 임하는 의지와 집중이 중요한 겁니다.
"무아에 든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겠지만 몰입하면 가능해요. 명상에 몰입하면 앞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건 아무 소리도 안 들리거든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무릉도원에 온 것과 같은 은은한 향이 몸에서 풍기게 됩니다."
"오랜 시간이 짧게 느껴지도록 연습을 하는 것이 관건인 모양이네요?"
p73
"명상은 마음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다 되는 거예요. 안 될지도 모를거란 가정은 일절 하질 마세요. 정심으로 꾸준히 호흡에 임하며 누구나 다 기본적인 선까진 갈 수 있는 겁니다."
p102.103
강사 자신도 모르게 흘리듯 내뱉는 말들 속에 내 마음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생각이란 것이 내 마음대로 조절되는 것도 아니고, 강사 말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호흡 명상밖에 없었다. 그런 집념 때문인지 단전의 느낌도 점점 더 확실해져 가고 호흡 길이도 조금씩 늘어가는 것 같았다.
"당연히 좋아지셧죠. 한데 아직까진 임계치를 넘진 못하신 것 같아요. 자동차가 아무리 빨리 달려봐야 하늘을 날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허름한 중고품이라도 좋으니 양력을 실어 줄수 있는 날개가 필요한 거지요."
은근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모든 취미 생활을 제쳐 두고 호흡만 죽어라 하고 있는데...도대체 명상이란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얄미운 소리만 늘어놓는 강사가 미워 보일 정도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으면 강사는 여지없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돌아서 버리곤 했다. 틀림없이 내 속마음을 읽고 있는 것 같았다.
p115
"기운의 세계란 것이 그 실체를 터득하기 전엔 막연한 게 당연한 거예요. 지금 단계에서 너무 조급해할 건 아니시고요. 차장님도 슬슬 기운이 트여 가고 있는 중이니까 걱정 마시고 제가 권해 드린 책부터 열심히 읽어 보세요. 책 속에 세상사 모든 정보와 인생사 길흉회복이 녹아 있는 거니까요."
기운이 트여 가고 있다는 칭찬을 받으니 흥이 솟구쳤다. 모처럼 들어보는 희망찬 소리였다. 내친김에 강사의 조언을 기회 삼아 명상과 관련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섭렵해 나갔다.
p139~141
감각을 잘 발달시켜서 최종적으로 우주의본질을 캐치해 내는것이 명상을 배우는 목적이기도 한 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각 그 자체가 공부의 척도는 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예요. 감각이라는 것이 개인적 성향이나 체질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는 거니까요."
스트레스라는 거대한 벽을 만나야 비로소 마음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기감이니 뭐니 그런거에 신경 쓰지 마시고 무심으로 호흡에 들어 보세요."
p154
깨달음이라는 목표를 향해 무지막지할 정도로 목숨 건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남들처럼 평범한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 한 점은 한이 된다고요.
제가 가출이라는 단어에 울컥해서 출가라는 표현을 해 달라고 부탁드린 기억이 있는데 가출이 맞았을 수도 있어요.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틀림없이 있었으니까요."
p172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기운의 작용이기 때문에 기색을 감지하는 자체만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어요. 생각을 잘 통제하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일 겁니다."
"생각을 내 맘대로 제어한다는 게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게 맘대로 되면 명상이니 뭐니 애초에 관심 둘 필요도 없었겠죠."
p203
"바로 그 자화상을 몸에서 분리하고 끄집어내서 태워 버리는 게 진정한 명상인 겁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직장이라는 곳이 돈벌이 수단이 기도 하지만 명상을 공부하는 소중한 터전이 될 수도 있는 거지요."
"가장 큰 가르침은 눈앞의 현실에서 나온단 소리로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정답이고 순리입니다. 전 그 이치를 너무 늦게 알아챘지만요.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진짜 공부는 그 경지를 지켜내는 일인 겁니다. 그 지켜 내는 시험대는 우리네 일상속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고요."
p212
인간의 육신이란 것이 이렇게 바루하게 느꺼지긴 또 처음이었다. 마치 그림 속 세상으로 그겨져 들어온 것처럼 내 영혼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갑갑함도 느껴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가 재인식된 것이 고맙게만 여져졌다.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몸뚱이가 얼마나 소중한 에너지 보관소인지 확실히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몸을 감싸고 있는 에너지 증이 한결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호흡도 바뀌어 있었다. 숨을 쉬는 건지 안 쉬는 건지 모를 정도로 숨이 저 혼자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맘만 먹으면 계속해서 숨을 당길 수 있을 거 같았다.
p255
하지만 인간은 절대 소외되지 않았다는 지독한 착각 속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외로움이 찾아오려는 순간 본능적으로 무언가에 심휘한다는 것이지요. 그 무언인가 인터넷을 필두로 한 다양한 유형의 중독성 진통제들일 겁니다. 진통제에 푹 빠져 있어야만 외로움을 못 느끼는 거니까요.
그래서일까요? 명상을 하다 보면 진통제 처방을 중단하는 학습 방법이 동원되고 합니다. 일정 기간을 정해 놓고 자신이 가장 중독되어 있는 혹은 가장 민감해하는 무언가에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성취감이 기 운으로 화해서 호흡에 새로운 장이 펼쳐지는 거지요.
-------------------------------------책 일부 발췌---------------------------------------
명상이라는것이 단순한 것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나도 선하게 명상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명상은 그 무엇보다 마음을 비우는 행위, 내려놓는 행위라는것을 또 한번 깨달게 되었다.
나는 글을 쓴다 왜 쓰냐고 물어보면 꽁꽁 숨겨둔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라고 말을 한다.
글쓰는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마음을 내려놓고 비우는것이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고 명상하는것이 아닌 호흡으로 인해 머리 부터 발끝까지 비우는 의미였다.
대화식의 책이여서 지루함도 없었으며 읽는 내내 내가 공중에 붕붕 떠있는 기분이 들었고 호흡을 따라하게되는 마법 같은 책이었다.
단전호흡이 어렵다는걸 알았지만 내 몸과 생각을 통찰한다는것에 꼭 한번 그 세계를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