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유광선 외 옮김 / 와일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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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 적에 어린왕자에 대한 책을 읽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왜냐하면 워낙에 어린왕자의 이야기는 많이 들려왔고 그 여부를 기억하기에는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읽어보자! 하는 마음에서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이야기 순서대로 조종사 그가 어린왕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어린왕자가 들려준 이야기, 그리고 이별까지 각 내용별로 의미있는 글귀를 따로 언급해놓았다. 그냥 읽었다면 넘어갔을 것들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 역시도 인상적인 글귀를 토대로 서평을 작성해볼까 한다.


내가 소행성 B612의 자세한 배경과 그 별의 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순전히 어른들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합니다. 만일 어린 여러분이 어른들에게 새 친구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그들은 본질적인 건 하나도 물어보지 않을 겁니다. 이 대목에서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수 많은 정보가 가득한 이 세계에서 참과 거짓이 이리저리 활보를 치는 가운데에서도 진실만을 찾고자 하는 노력 중에 하나가 바로 숫자이기 때문이다. 슷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배웠으니까 숫자를 가지고 정보를 분별해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통계에 대해 배웠을 때 더이상 숫자는 제가 알고 알고 있던 숫자가 아니었다. 숫자는 기호에 불과했다. 하나의 기호, 도구를 가지고 이제는 지식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접목하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요즘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MBTI가 무엇인가요?" 물론,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지라도 MBTI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왕자가 했던 말처럼 본질적인 것에서부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사실 본질적인 질문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 사람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어린왕자의 별에는 끔찍한 씨앗이 있다고 한다. 바로 바오밥나무이다. 여기서 바오밥나무는 어떻게 보면 다양한 동물들에게 수 많은 영양분을 제공하는 아주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허나 어린왕자의 별에서는 매우매우 작았기에 바오밥나무는 커다란 재앙에 불과했다. 여기서 나무 이야기에서 그칠 수 없었다. 최근,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만 하고 아무것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저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가져다 주었다.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인데 특히 만약에 만약에를 너무 좋아했다. 그렇게 해서 쌓였던 물건은 개별적으로는 너무나도 소중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 물건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차지해 저의 몸둥아리를 훨씬 넘어섰을 때에는 하나의 거대한 짐이 되었다. 구매를 하기 전에는 어린왕자가 말했던 것처럼 대지의 비밀 속에서 잠들어 있는 것이다. 좋은 풀인지 나쁜 풀인지 구별하는 능력은 어쩌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별해내는 능력과도 같다. 그래서 미니멀을 실천하고자 했던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을 찾기 위해서. 어린왕자는 이미 그것을 실현하고 있었다.


어린왕자가 자신만의 하나뿐인 꽃을 만나서 떠날 때 해줬던 이야기가 있다. 그 꽃의 말이 아닌 행동을 봤어야 했다.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주고 빛나게 해주었다. 그 꽃의 안쓰러운 속임수 뒤에 가려진 상냥함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대목은 아직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꽃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었다. 꽃이 하는 수 많은 말들 속에서도 그는 그냥 눈감았다. 이전에 어린왕자가 그것을 누렸어야 했다는 말에서 이해가 조금씩 가기 시작했다. 꽃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꽃을 사랑하는 그 순간을 느끼지 못하고 그 찰나를 눈앞에 있는 것들에 사로잡혀서 그 순간속의 우리를 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냈다. 연애도 그렇고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주고 받거나 자존심으로 차마 말하지 못한 말들이 공중에 떠다니다가 헤어지고 나서 자꾸 목에 걸리고 눈가가 가려워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 부분은 다양한 의미가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절대군주, 왕이 있는 별의 이야기는 정말인지 너무나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말은 되게 그럴듯하게 보이면서도 막상 그 모순되고 쉽게 변질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어린왕자가 흥미를 잃고 떠나겠다는 말에 그대를 나의 대사로 임명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에서 웃음을 자아내었다. 어떻게든지 자신의 말이 맞다는 것과 통제하려는 그 태도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누군가가 떠오른다.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하면서 마음 속에 굳게 다짐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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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의 별에서의 사업가와 많이 닮아있는 제 자신에 놀라곤 한다. 은행에 넣어두고, 별의 개수를 작은 종이에 적고 그 종이를 서랍장에 넣은 뒤 자물쇠를 걸어두는 걸 의미한다는 말. 은행에다가 돈을 넣고 나중에 여행가겠다는 말만 하는 제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실제로 경험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면서도 그 두려움을 깨지 못하고 하염없이 종이에만 적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엄청난 효율에 이거와 비슷한 이야기로는 지리학자가 사는 별의 이야기이다. 지리학자는 아직 알아낸 것이 많지 않았다. 사실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는 그저 탐험가들이 해준 이야기로 책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지식이 될 수는 있어도 진실이 될 수는 없었다. 결국, 사업가도 지리학자도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한발짝을 떼지 못해서 생기는 일들이다. 이 말은 사업가와 지리학자, 그리고 나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하다.


가로등 별에서는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먼저, 세상이 많이 변했음에도 명령은 바뀌지 않았다. 점등인은 그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지 못하고 그저 명령에만 따를 뿐이었다. 그래도 불만 불평은 있었다. 잠을 자지 못한다는 불만. 별이 1분에 한 번씩 돌기에 잠시도 쉬지 않는다는 말에 우리 노동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일을 한다는 것은 늪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하믐 또 세상과 같이 돌아보지 않는다면 일의 늪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충분히 원하면 쉴 수 있다. 나는 항상 쉬고 싶다는 점등인의 말처럼 이번에 시간을 내서 나태하지 않게 쉬는 방법을 찾고 싶다. 그리고 세상의 변화함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도태되는 사회로 갈 뿐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어린왕자가 그렇게 많은 별들을 방문하고 나서 지구에 처음 도착했는데 자신의 꽃과 똑같은 꽃들이 많이 펴있는 들판을 발견한 그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그는 풀밭에 엎드려 울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게 바로 여행과 경험의 결과이다. 내가 알던 세계가 매우 매우 작은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어린왕자가 여우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꽃과 지구에 피어나있는 수 많은 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연결지을 수 있다. 여우의 만남에서 길들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사전적 정의로는 어떤 일에 익숙하게 하다라는 것으로 익숙함, 정은 생각보다 어마무시한 일이다. 어린왕자의 책에서 가장 심금을 울렸던 것은 바로 여우의 말에서 나왔다.


나는 네가 필요없어. 마찬가지로 너 역시 내가 필요없지. 하지만 네가 만일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너은 내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테고, 나 역시 너에게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겠지.


길들이다. 다른 말로는 물들이다가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인데 그 중에 하나가 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하나로서 인식된다는 것이다. 여우는 그런 뜻에서 친구를 찾고 있는 어린왕자에게 제발 나를 길들여줘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길들인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너는 매일 조금씩 가까이 다가와 앉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만일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봉새질 거야. 그리고 약속된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시가 되자마자 나는 불안해하고 걱정할 거야. 나는 그렇게 행복을 위해 치러야 하는 값을 알게 되겠지.


여우는 의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어느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도록 만들어 주는 거야. 만일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추러 간다면, 모든 날은 결국 똑같아지고, 나는 휴가를 얻을 수 없게 될거야."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우리의 시간은 특별하고, 또 빠른 것 같다고. 또는 왜 좋아하는 시간에는 늘 빠른데, 싫어하는 시간은 느린지. 시간이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상대적이고 시간은 늘 절대적이었다. 끝으로 여우는 떠나는 어린왕자에게 비밀을 하나 알려준다고 하였다. 마음으로 봐야만 제대로 볼 수 있어.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 그리고 장사꾼이 파는 알약에서 "나한테 53분이 있다면, 나는 천천히 샘을 향해 걷기 시작할거야."라고 하는 어린왕자의 말을 통해 조종사는 사막을 사랑했던 어린 자신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조종사와 어린왕자는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어린왕자는 떠나고 홀로 남겨질 조종사에게 수 많은 선물들을 남겨놓았다. 그리고는 죽음을 이별을 하나의 낡은 껍질에 지나지 않음을 이야기하면서 별을 선물해주었다. 최근에 주변 이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는 일을 겪었다. 모두가 슬퍼했지만, 여기서 어린왕자가 말하는 이별을 생각하기로 했다. 떠날 이와 나눌 별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의 이와 특별한 별이 만나서 다른 특별한 별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나에게도 어린왕자에게도 우리 조종사 아저씨에게도 우리 모두가 이별에서 왔고 이별로 가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쉬운 말이다.

별들이 아름다운 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이에요.

내 별은 어디 있는지 보여주기에는 너무 작아요. 그렇게에 모든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될 거에요.

모든 별은 아저씨의 친구가 되어줄 거예요.

내가 저 많은 별들 중 하나에서 살고 있을 테고, 그 별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아저씨가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마치 모든 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을 가지게 될 거예요.


어린왕자의 책은 명언의 책이라고 할만큼 글귀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가 있었다. 다시 또 읽는다면 감명깊은 글귀가 달라져있을 수도 있다. 그 만큼 아름다운 말과 의미가 담겨져 있어서 어린왕자가 어른이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다. 어른이의 동화, 어린왕자를 꼭 한 번 읽어봐서 많은 이들이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오래오래 기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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