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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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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마트 안에 신상 기계가 들어왔다. 뭔가 허접하게 생겼는데 내 DNA를 체취해서 기계를 돌리기만 하면 내가 "될 수 있는" 최대의 가능치를 보여준다고 한다. 단돈 2달러에!!!! 과연 나는 그 기계를 돌려볼 것인가?

1. 면봉으로 볼 안쪽을 문지른다.
2. 두 손을 모아 행운을 빈다.
3. 내 인생의 가능성, 내 신체와 정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의 결과를 알아본다.
(내 진짜 운명을 알 수 있다!!!)

간단한 이 기계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지금까지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던 허버드 부부와 쌍둥이 형 토비의 죽음 이후로 자기 앞에 펼쳐진 이상하고 의문의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된 제이컵의 시선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전개에 책에 눈을 뗄 수가 없어서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어느새 결말에 도달한다.

처음에는 고작 그런 기계가 알려주는 내 진짜 운명에 과연 나는 얼마나 흔들릴 수 있을까 깊게 생각도 안했었다. 내가 만약 그 기계를 사용하게 되면 어떤 운명이 나올까 호기심은 동했지만, 그리고 분명 나라면 당장 그 기계 앞으로 달려가 2달러를 투입했겠지만 (아니 한 10달러 정도...) 그로 인해서 벌어지게 될 일들이 얼마나 내 인생에 영향을 주겠냐, 우습게 생각하기도 했다.

내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면 지금의 현실을 비참하고 따분하게 여길 수 있게 될 것이고,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온다면 웃고 넘어가긴 쉽지 않을 것이다. 만족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 해도 지금의 내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는 운명의 결과가 나온 사람들 역시 말 못할 허무감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참.... 사람들의 심리란 그런 것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또 오로지 DNA로 인한 결과지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과학적인" 그 결과만 믿고 자만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평화롭던 마을 사람들에게 이 복권과도 같은 이 기계가 가져오게 될 내면의 심리 변화와 미묘하게 이어진 서로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깨질 수 있는지 또는 이어질 수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재미나게!!! 정말 재미있고 기발한 이 책! 참!! 애플 TV 드라마 방영이 확정됐다고 하니 또 어떻게 표현됐을지 기대되는 마음🖤

당신의 운명을 2달러로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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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내가 살고 있는 삶은 어떤 삶인 거지? 이런저런 일자리를 전전하고, 집안일을 하고, 일요일이면 십자말풀이를 하며 잡담을 나누느라 여태 미뤄왔던 꿈은 뭐였지? 그런데 살면서 이루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일들을 과연 꿈이라고 말해도 될까? 인생이 반이나 지나갈 때까지 자신에게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그런 꿈이 숙명이 될 수도 있을까? 나의 진정한 소명은 뭘까?

202. 지금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고작 이게 내 최선이라고? 나와 함께 이 진창을 헤쳐나간다면, 당신이 살게 될 삶도 이게 최선이라고? 여태 준 것들 말고 더 줄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다고? 아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절대로 안 된다. 그래서 그는 아내에게 전화하는 대신 여태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했다. 아무도 받지 않을 줄 알면서도 집으로 전화를 걸어 자동웅답기에 대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257. 우리가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추억하며 웃으면 되잖아. 삶을 그런 방식으로 바라보는 건 애초부터 우리가 원한 게 아니지 않나? 기계가 우리의 운명을 알려주다니. 우리의 인생이 이미 정해진 거라니, 한꺼번에 정해진 거라니. 말도 안 되지 않나? 실망스럽지 않나? 차마 상상하기도 싫지 않나?

470. 테스트 결과 중 대부분은 말도 안 되잖아요. 다들 자기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예요. 다들 그저, 자기가 아닌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거잖아요.

476. 때로 우리는 그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단다.

494. 그래서 오랫동안 그가 고민했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할까 하는 질문은 뒤로 물러나고 새로운 질문이 그 자리를 채웠다. 나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은가?

#MO월시 #빅도어프라이즈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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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치킨쇼 - 2022년 제28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106
이희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비룡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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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다. 치킨 빠진 기념일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데...그 치킨들 중에서도 최고의 치킨에게 수여되는 명예의 "황금닭"이 되기 위해 여기 백한 마리의 닭들이 오디션에 참가한다.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이야기를 키득키득 웃으면서 따라 읽어가다보면 마냥 웃고만 있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닭들의 세계도 인간 세계 못지 않게 치열하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여기까지 온 금수저 닭들과 이름도 모를 시골 촌구석의 열악한 환경에서 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지내온 닭은 언뜻 보기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한국의 불타는 교육열에 자신의 뜻도 없이 그저 주어진 대로, 시키는 대로만 해내면 성공이 보장된다고 믿는 부모와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천하제일 치킨 쇼에서 제일 두각을 드러내는 '일공일호' 닭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는 간단하고도 중요한 진실은 바로 스스로 원하는 꿈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목적도 없이 휘둘리지 말고 내가 가고자 하는 진실한 꿈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꿈에 다가선 순간이 눈앞에 왔다고 해도 그 순길은 나의 상상 속 시간들과는 다른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원했던 모습의 성취가 아닐 때 그때 또한 과감하고 용기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해 주는 책이다.

자신의 의지와 최선의 노력이 합쳐지면 뭐든 못해낼 일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치킨을 먹어본 사람이 되고 싶은 자칭 '치킨왕' 염유이와, 오디션에 참가한 백한 마리 닭들이 펼쳐내는 익살스럽고 스펙타클한 이야기에 가슴 찡한 감동까지 느껴볼 수 있는 [천하제일 치킨 쇼] !!!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이렇게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 넘치는 동화책이라니! "제 28회 황금 도깨비상 수상작"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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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아빠, 그럼 나도 바삭바삭한 사람이 될래. 프라이드치킨처럼 기본이 훌륭한 사람!

🔖37.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는 법. 늘 준비되어 있어야지. 인생은 전쟁터야. 전쟁의 제 1 규칙,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으려면? 강한 체력은 기본.

🔖48. 들어주든 안 들어주든 외치고 또 외쳤지. 그렇게 열 번, 스무 번 외치면 한두 개는 이뤄졌어. 삶은 투쟁이야. 쉽게 가질 수 있는 건 없어. 너희처럼 온실에서 자란 닭들은 모르겠지만.

🔖69. 우릴 위해 이렇게 큰 행사도 만든 분인데. 대한민국, 아니
세상에서 이렇게까지 닭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봉원 회장님뿐일 거야. 우린 그 믿음에 보답해야해. 맞아. 회장님은 항상 계획이 있어. 엄격하지만 다 우릴 위해 그런 거라고. 우린 그저 프로그램대로 하면 돼.

🔖118. 보통 치킨은 뜨거워야 맛있지? 그런데 닭강정은 식어야 바삭하고 고소해. 세상에 정해진 일 따윈 없어. 섣불리 판단하고 낙심할 필요도 없지. 어떤 상황에 처했든 시간을 조금 두고 지켜봐. 슬픔은 꽁꽁 얼렸다가 천천히 녹여 먹고, 기쁨은 뜨겁게 튀겨서 후후 요란하게 먹고, 분노는 찬물에 식혀서 쪼끔만 먹는 게 좋아. 뭐든 체하지 않게.

🔖136. 오븐구이 통닭은 전통 요리야. 끈기를 가지고 불속에 온몸을 던져야 돼. 그래야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최상의 결과물이 나와. 밑에 기름 쫙 빠진 거 보이지? 저게 다 성공을 위한 피, 땀, 눈물이라 이거야.

#이희정 #김무연 #천하제일치킨쇼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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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스전자 : 리더십 편 - 가우스의 글로벌 인재 육성법 가우스 전자
곽백수 원작, 김성호 지음 / 파지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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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는 편독하는 습관을 좀 고쳐보고자 새로운 책에도 주저말고 당당하게 손을 내밀 것이다. 웹툰이나 만화를 거의 보지 않았고 직장 생활이 소재인 책 역시 나에겐 가까이 두지 않는 책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너무 재미있었다. 2011년부터 네이버 웹툰 어플로 연재되어 드라마까지 만들어진, 회사 생활 이야기를 주축으로 펼쳐지는 직장 만화다. 이미 뭐 재미는 보장된 상황.

이번에 내가 접한 책은 [리더십 편]으로 회사를 경영하거나 인재를 육성하는 위치의 사람들이 읽기에 탁월하다. 직장 생활의 필독서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꼭 회사 경영이나 직장 생활에 속해 있는 사람들만이 아닌 일반인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무리가 없다. 처세술을 배우기 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키웠으면 한다는 곽백수 만화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챕터마다 짤막한 소제목과 함께 만화가 그려져 있고 그 내용을 중점적으로 파헤치는 글들이 소개된다. 어렵지도 않고 공감 쏙쏙, 이해 쏙쏙. 앉은 자리에서 휘리릭 읽힌다. 지금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받는 구절도 곳곳에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두려움을 감내하며 선택했던 수많은 의사 결정의 결과'로 지금의 가우스 전자가 있게 된 거고(물론 만화 속 상상의 공간이지만) '사업을 일궈내는 하나하나 쉬운 것이 없었'음에도 담대한 결정을 내리고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한 것. 누군가의 용기 있는 결단들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시작을 앞둔 지금 [가우스 전자]의 힘을 빌려 나도 용기를 내본다. 머뭇거리지 않고 담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가 되어보도록! 나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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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문제는 문제대로 인식하고, 대안은 함께 찾아야 합니다. 문제를 발견한 사람이 해결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스러운 것입니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그 경중과 시급함에 따라서 해결책을 찾아가면 됩니다. 그 중심에 리더가 자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문제를 발견한 사람에게 대안을 강요하는 것은 왜 쓸데없이 문제를 일으키냐는 비난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를 못 본 척 하거나 침묵하는 것에 일조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문제를 드러내지 않는 것보다 위험한 일은 세상에 없습니다.

111.관점이 다르면 약점을 강점으로 볼 수도 있다.

134. 직장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기업인으로서 우리 모두는 자신이 가진 본인의 독특성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습관처럼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비교하며 남의 결과물을 베끼는 행동의 이면에는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 그리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요?

223. 도전과 실험은 선택입니다. 조건이 맞을 때 당연히 나오는 반응이 아니라 당신이 대가를 감수하고도 하고자 하는 의지와 강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렇거에 도전과 실험이 소중한 것입니다. 자, 당신은 어떤 목표에 도전하고 싶나요? 당신은 어떤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싶나요?


#책 #도서 #책추천 #가우스전자 #리더십 #직장인책추천 #책구매 #추천도서 #직장인 #리더십책추천 #팀장 #팀장책추천 #곽백수 #파지트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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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너머, 여름
한윤서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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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섯 여자들의 다섯 가지 여름을 담았다. 찌는 듯한 여름 너머에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소설 속 다섯 여자들은 서로 '관계' 속에서 '각자'인 듯 '우리'인 듯 묶여 있다. 가슴 속에 상처와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 불행과 고통 없는 삶이 과연 존재할까? 밝아 보이는 겉모습 안에는 어떤 상처들을 안고 사는지 타인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구질구질하지 않은 이유는 각자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 아닐까. 어느 누구도 남탓을 하지 않고 불행을 불행 그대로 받아들었지만 지쳐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그대로 내버려두기도 하고 뭔가를 바꾸려고 하지 않음에도 불행 앞에 나 스스로 당당할 것.

나 혼자서라면 쉽지 않았을 불행의 무게도 나를 온전하게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각자의 무게로 힘든 한 사람이 서로의 신뢰와 관계의 에너지로 모두가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도 한다. 나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타인에게는 또다른 큰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지영은 수아에게, 유비는 할머니에게, 할머니는 손녀에게, 아니면 기억 속 덕선이에게, 힘을 받고 살아갈 용기를 얻어온 게 아닐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찌는 듯한 더위도 함께 하면 곧 지나갈 것이고 또다시 찬란한 빛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겨내는 힘,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내 안에,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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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할머니는 드러나는 면만 본다면 조용한 분이셨다. 말을 할 수 없으셨으니 당연했다. 그럼에도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마냥 조용한 분은 아니셨다. 할머니는 언뜻 달괁닉으로도 보이는 겉과 달리 깊은 활기를 지니고 계셨다. 나는 할머니의 그 조용한 대범함이 좋았다.

🔖83. 나랑 보민이는 친구인 걸까? 갑자기 들어온 의문은 황당했다. 간단한 의문임에도 오래간 고민했다. 그 끝에 나온 답은 아니다였다. 그때가 되어서야 다른 행동들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보민이 챙겨준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괴로웠다는 것. 그리고 보민은 늘 처음 만난 그날처럼 환히 웃었지만 단 한순간도 그 웃음을 보며 자신은 편한 순간이 없었다는 것. 친구를 사귀어본 적 없어도 알 것 같았다. 이런 건 친구가 아니다. 이 세상 내가 제일 소중하고 불쌍하다고 되뇌며 살아온 자신의 삶에 모순되는 일들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나는 보민의 그림자였구나. 빛이 더 밝게 빛나도록 빛 옆에 존재해야 하는 그림자. 그 그림자가 나였다. 내 인생은 불행 요소를 다 때려넣은 잡탕이라 하더라도 그 인생에서 내가 제일 소중하고 빛나게 하겠다 다짐하였는데 자신은 자신과의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였다.

🔖133. 더 이상 불행이 나를 피해가길 바라지 않는다. 불행을 마주쳐도 그 불행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

#한윤서 #여름너머여름 #메이킹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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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내가 꽤 마음에 듭니다 - 하루는 망했어도 여전히 멋진 당신에게
이지은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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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망했어도 여전히 멋진 당신에게!!!
뭐가 멋질까, 하루하루 망했는데 멋질 수가 있을까. 최근에 이런 장르의 책이 정말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다독여주고 힐링을 주고 누가 뭐라 해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며, 그러니 당신 좌절하지 말라는. 그렇다. 이 책 역시 그런 책이다.

요즘 우리는 누구 하나 나서서 얘기하지 않아도 많이 지쳐있고 계속 지쳐간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뭔지 알면서도 그 중요한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그저 행복하게만 살기란 주위의 시선을 감내해야 할 테고,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할 테니까. 그렇게 지친 나에게 우리에게 또 비슷비슷한 에세이냐 할지 몰라도 나는 이렇게 읽음으로 인해서 큰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또 깨달았다.

잡동사니 님의 예쁜 일러스트와 이지은 작가님의 글이 그랬다. 정말 힘이 되고 순간순간 코끝이 찡해져서 눈물 한 방울 흘릴 뻔했지 모야.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포현해야 할지 몰랐던 그 마음들을 정확하고도 따뜻한 눈빛으로 포착해서 다정한 글로 다독여준다. 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나 할까. 나 스스로에게, 관겨에, 일상에, 사랑에 지쳤던 순간들. 누구에게나 오는 그 시련들이 차갑지만은 않다. 이런 책이 있다면.

더이상 젊지 않은 나에게, 그래서 더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고 해내야 할 일들만 남은 것 같은 나에게 먼저 손을 건네 본다. "청춘의 소실을 겁내지 말 것. 우리는 사라지고 있음이 아니라 선명해지는 것.(p55)"

하루가 망했어도 나는 내가 꽤 마음에 든다.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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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우리가 태어날 때 목적이란 것이 있었나요. 목적이 없으니 방황하는 걸음이란 당연한 것. 어쩌면 삶이란 어디론가 도달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내는 것, 그뿐인지도 모릅니다. 굳이 닿아야만 하는 곳이 없는데 틀린 길이 있을 리가 있나요. 낯선 길에 닿는다면 반가운 여행처럼 걸어내면 되는 거지요. 문득 불안할 땐 옆 사람 손을 꼭 잡고. 그 감정마저 존중하면서.

40. 설렘, 들뜸, 기대, 기쁨, 행복...명도 높은 감각들이 무뎌지고 있었다. 어쩌면 전보다 쉽게 우울에 지는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라져가는 날들 속 유희의 순간들을 곱씹어 기억하는 것, 생활에 쉬이 마모되지 않는 것, 무용한 질문들을 잃지 않는 것, 이런 애씀이 필요한 시점이다.

55. 청춘의 소실을 겁내지 말 것. 우리는 사라지고 있음이 아니라 선명해지는 것.

63. "백 년도 못 살 거면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고민하더라, 넌." 참 쉽게도 잊었다. 때로는 버거울 정도로 길다 여겨지지만, 숫자로 적어 넣고 고면 아쉬울 정도로 짧은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 해보자. 해내기 위해서,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한번 해보고 싶다는 나'를 위해서.

85. 완벽하지 못한 모두, 다른 이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다만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야 말았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참 어렵지만 자꾸 노력해야 할 일이다. '진심으로'란 마음만을 다하는 일이 아니라, 정성까지 다해야 하는 일임을 잊지 말고.

108. 삶은 너무 바쁘고, 풀어야 할 과제들은 어린 시절 문제집보다도 많고, 지켜야 할 것이,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생겨났고, 물리적으로도 멀어져만 가고, 체력은 한계가 있고. 이렇게나 우스운 핑계가 많다, 이별에는. 이 핑계는 나의 것만이 아니어서 홀로 애쓴다고 달라지는 건 많지 않았다. 지금의 인연들은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온 마음을 다해야지 싶다. 언제 어떻게 멀어지더라도 추억하고 싶은 기억
몇쯤은 가슴에 진하게 남도록 . 내일 친구들을 만나는 약속이 있다. 그들의 손을 꼭 한 번 잡아봐야겠다. 다시 볼 수 없게 되어버린 미래에서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인 양, 애틋하게.

147. 누구에게나 공평히 머물렀을, 하지만 부지런히 감각한 이에게만 선물처럼 멈춰 섰을 순간들. 오늘 당신의 낭만은 무엇이었을까.

182. 풋,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런 거구나, 무조건적인 편이 되어준다는 것은. 엄마에게는 그가 뭐라 했든 더 알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엄마의 남자를 지치게 한 것, 그것만으로 그는 아주 못된 사람인 거니까.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무조건적인 편이 되어준 적이 있을까, 내 곁에는 있을까, 진정 내 편이 되어줄 이가. 아, 적어도 한 사람은 있겠다. 조건 없이 안으로 굽는 팔, 우리 엄마.

198. 낯설게 둘러본 세상엔 여전히 이름을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풀은 고사하고 나무 한 그루, 꽃 한송이조차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사랑 없이 살아간다면 세상엔 모를 것들이 참 많겠다. 사랑을 주는 만큼 나는 그 대상의 세상을 얻을 수 있다. 사랑에 져도, 공정히 주고받지 못했더라도 억울할 것이 없다. 사랑한 만큼, 딱 그만큼 넓어진 세상은 나의 것으로 넉넉히 남는 것이었으니.

242. 어쩌면 요즘은 자주 빈손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가까이 두려는 이들을 마다하지 않고 나를 찾지 않으면 또 그런 채로 기대하지 않는다. 새로운 인연에 애써 다가가지 않으며, 언젠가부터 다정한 듯 선이 분명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원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는 것을 경계하다 보니 두게 된 거리이기도 했고, 멀어진 인연들을 그리워하는 밤들이 얼마나 괴로운지를 알게 된 탓도 있겠다.



#에세이 #감성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추천 #스튜디오오드리
#이지은 #잡동사니 #그러나나는내가꽤마음에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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