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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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나서 두께를 보고 "헉" 했었다. 이걸 언제 다 읽나 싶던 마음이 완독을 하고 나니 아쉽다. 읽기 시작하면 속도가 붙어 금세 읽을 수밖에 없게 된다. 두 권 합쳐 1100페이지 정도 되는 묵직한 책이지만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아쉽기만 하다. "좋은 책은 다 읽어버린 걸 후회하게 만드는 책이야.(p.499/2권)"라는 작가의 말대로라면 이 책은 백 프로 좋은 책이다.

글을 이끌어가는 화자는 첫 작품으로 대성공을 거둔 후 다음 작품을 써야 하는데 갑작스런 백지공포증이 찾아와 단 한 글자도 써내지 못하는 유명 작가 마커스 골드먼. 마커스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 준 대학 교수이자 [악의 기원]이라는 책으로 평생을 존경받는 작가로 입지를 굳힌 해리 쿼버트를 찾아간다. 해리와 마커스는 아빠와 아들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지지하며 한 때를 보내지만 해리 쿼버트의 정원에서 33년 전 실종되었던 놀라 켈러건의 유해가 발견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해리가 수감되는데... 사실 33년 전 서른 넷인 해리 쿼버트와 열다섯 살의 놀라 켈러건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한다! 남들의 시선에 당당하게 사랑하지 못했던 둘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축복받지 못하는 금단의 사랑과 해리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소설 [악의 기원]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가. 마커스가 해리 쿼버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이야기가 두 권에 펼쳐진다.

플롯이 치밀하고 빈틈이 없어 읽는 재미가 황홀하다.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사건과 반전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나는 작가의 의도대로 이리 흔들렸다, 저리 흔들렸다 무한반복을 해댔다. 생각보다 속도감이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지만 초반 몰입이 강렬했고, 2권에 접어들면서 속도는 배로 붙었다.

여러 캐릭터의 등장으로 여러 상황이 펼쳐지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보여지는 일련의 순간에서조차 실은 모든 상황이 복잡다단하고 미묘하게 얽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놀라의 유해가 발견이 되고 살인자를 찾는 과정에서 살인의 원인이 어느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결과에 담겨 있는 누군가의 오해, 질투, 욕심과 어긋난 타이밍.

캐릭터 각각의 이야기가 너무 뜬구름 잡지 않아서도 좋았다. 개연성 없이 자극적인 이야기만을 끌어냈다면 읽기 불편했을 텐데 모두가 어찌나 긴밀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결말을 보고는 경탄했다. 범인일 거라 예상했던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면서도 페이지가 한참 남아있어 혼란스럽던 경험 역시 즐거웠다. 또다른 반전이 나오며 또다른 인물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무수한 반전 속 책을 읽는 독자는 속수무책이 된다. 책 속의 책이라는 구성까지 완벽했다.

마커스는 해리의 무죄를 완벽하게 입증하고 새로운 작품으로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을까? "조엘 디케르" 현상을 일으켰다는 이 책은 마커스 골드먼 3부작의 첫 시작이라고 한다. 다행히 나는 이 책으로 조엘 디케르를 처음 접했고 순서대로 독파할 예정. [볼티모어의 서], 그리고 마지막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까지. 나 벌써 신나. 책이 좋으면 출판사 이미지까지 향상되는 부분이 있는데 밝은세상 출판사의 추리는 실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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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난 후회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 나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1권)

🔖126. 인생은 기나긴 추락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 잘 추락하는 방법을 아는 건 무엇보다 중요해. (1권)

🔖133. 이기고 지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네가 1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공 소리와 마지막 라운드를 끝내는 공 소리가 울리기까지 링 위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냐는 거야. 시합 결과는 관객을 위한 하나의 정보에 불과해. 자네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한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인생은 달리기 경주와 같아. 자네보다 빠르거나 느린 사람들이 있겠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네가 인생이라는 코스를 달리는 동안 절절한 열정을 쏟아부었다면 삶의 성패와 관계없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거지. (2권)

🔖343. 책이 결말 부분에 다다르면 독자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마지막 반전이 필요해. 독자들에게 끝까지 숨 돌릴 틈을 주지 말아야 하니까. 카드놀이를 생각해봐. 마지막 승리를 위한 카드를 끝까지 지니고 있어야 하잖아. (2권)

#조엘디케르 #해리쿼버트사건의진실 #밝은세상 ​
#추리소설 ​#스릴러소설 #베스트셀러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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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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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나서 두께를 보고 "헉" 했었다. 이걸 언제 다 읽나 싶던 마음이 완독을 하고 나니 아쉽다. 읽기 시작하면 속도가 붙어 금세 읽을 수밖에 없게 된다. 두 권 합쳐 1100페이지 정도 되는 묵직한 책이지만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아쉽기만 하다. "좋은 책은 다 읽어버린 걸 후회하게 만드는 책이야.(p.499/2권)"라는 작가의 말대로라면 이 책은 백 프로 좋은 책이다.

글을 이끌어가는 화자는 첫 작품으로 대성공을 거둔 후 다음 작품을 써야 하는데 갑작스런 백지공포증이 찾아와 단 한 글자도 써내지 못하는 유명 작가 마커스 골드먼. 마커스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 준 대학 교수이자 [악의 기원]이라는 책으로 평생을 존경받는 작가로 입지를 굳힌 해리 쿼버트를 찾아간다. 해리와 마커스는 아빠와 아들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지지하며 한 때를 보내지만 해리 쿼버트의 정원에서 33년 전 실종되었던 놀라 켈러건의 유해가 발견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해리가 수감되는데... 사실 33년 전 서른 넷인 해리 쿼버트와 열다섯 살의 놀라 켈러건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한다! 남들의 시선에 당당하게 사랑하지 못했던 둘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축복받지 못하는 금단의 사랑과 해리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소설 [악의 기원]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가. 마커스가 해리 쿼버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이야기가 두 권에 펼쳐진다.

플롯이 치밀하고 빈틈이 없어 읽는 재미가 황홀하다.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사건과 반전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나는 작가의 의도대로 이리 흔들렸다, 저리 흔들렸다 무한반복을 해댔다. 생각보다 속도감이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지만 초반 몰입이 강렬했고, 2권에 접어들면서 속도는 배로 붙었다.

여러 캐릭터의 등장으로 여러 상황이 펼쳐지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보여지는 일련의 순간에서조차 실은 모든 상황이 복잡다단하고 미묘하게 얽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놀라의 유해가 발견이 되고 살인자를 찾는 과정에서 살인의 원인이 어느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결과에 담겨 있는 누군가의 오해, 질투, 욕심과 어긋난 타이밍.

캐릭터 각각의 이야기가 너무 뜬구름 잡지 않아서도 좋았다. 개연성 없이 자극적인 이야기만을 끌어냈다면 읽기 불편했을 텐데 모두가 어찌나 긴밀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결말을 보고는 경탄했다. 범인일 거라 예상했던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면서도 페이지가 한참 남아있어 혼란스럽던 경험 역시 즐거웠다. 또다른 반전이 나오며 또다른 인물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무수한 반전 속 책을 읽는 독자는 속수무책이 된다. 책 속의 책이라는 구성까지 완벽했다.

마커스는 해리의 무죄를 완벽하게 입증하고 새로운 작품으로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을까? "조엘 디케르" 현상을 일으켰다는 이 책은 마커스 골드먼 3부작의 첫 시작이라고 한다. 다행히 나는 이 책으로 조엘 디케르를 처음 접했고 순서대로 독파할 예정. [볼티모어의 서], 그리고 마지막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까지. 나 벌써 신나. 책이 좋으면 출판사 이미지까지 향상되는 부분이 있는데 밝은세상 출판사의 추리는 실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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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난 후회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 나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1권)

🔖126. 인생은 기나긴 추락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 잘 추락하는 방법을 아는 건 무엇보다 중요해. (1권)

🔖133. 이기고 지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네가 1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공 소리와 마지막 라운드를 끝내는 공 소리가 울리기까지 링 위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냐는 거야. 시합 결과는 관객을 위한 하나의 정보에 불과해. 자네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한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인생은 달리기 경주와 같아. 자네보다 빠르거나 느린 사람들이 있겠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네가 인생이라는 코스를 달리는 동안 절절한 열정을 쏟아부었다면 삶의 성패와 관계없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거지. (2권)

🔖343. 책이 결말 부분에 다다르면 독자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마지막 반전이 필요해. 독자들에게 끝까지 숨 돌릴 틈을 주지 말아야 하니까. 카드놀이를 생각해봐. 마지막 승리를 위한 카드를 끝까지 지니고 있어야 하잖아. (2권)

#조엘디케르 #해리쿼버트사건의진실 #밝은세상 ​
#추리소설 ​#스릴러소설 #베스트셀러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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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흑역사 - 이토록 기묘하고 알수록 경이로운
마크 딩먼 지음, 이은정 옮김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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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뇌가 고장난다면? 뇌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기이하고 이상한 실화들을 다룬 책. 단지 실화에만 초점을 둔 게 아니라 뇌의 기능적이고 진화론적인 측면에서의 다양한 설명들까지 너무 좋았다.

뇌의 각 영역의 역할이 중요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뇌 구역 간의 네트워크적인 측면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함을 이야기한다. 너무도 당연하게 일상 생활을 하고 평온함을 누리는 내 상황은 모든 신체와 정신의 기능적인 이상이 없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복잡다단한 현실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여러 증후군으로 이름 붙여진 듣도 보도 못한 사례들에 혀를 내두르며 푹 빠져 읽던 며칠이었다. 외상이나 종양, 감염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나에게도 생길 수 있을 이런 모호한 상황들을 상상하며 소름이 돋기도 했다. 여전히 연구 중이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뇌 속에 있을 것이다.

* 자신을 죽었다고 인지하는 코타르증후군
*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손(발)으로 고통받는 외계인손증후군
* 버리지 못하는 강박에 시달리는 저장강박증
* 하루아침에 천재가 된 후천적서번트증후군
*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공유정신병적장애
* 쓸 수 있지만 읽을 수 없는 순수실독증

외에도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뇌의 손상을 입는 사고 이후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던 피아노를 유창하게 친다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를 누르지 못하고 천재적인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뇌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애초에 잠재되어 있던 능력인 건지 생각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후천적 서번트 증후군)

또 한 가지 "공유 망상"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적잖이 놀랐다. 엄마와 딸이 윗집 소음과 밤낮 울려대는 음악 소리로 불면에 시달리고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도움을 요청했던 사건에 사실 소음도, 음악도 없었다는 이야기에서 소름. 응? 엄마도 딸도 들었다면서요. "공유정신병적장애"는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인 영향력에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뇌는 사실, 가끔, 진실을 왜곡하고 옳은 판단을 뒤집기도 한다. 사회성을 따르는 뇌는 그렇게 진화가 되어 왔던 합리적인 생존 방식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밑줄 좍좍. 새롭고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다 옮겨 쓰지도 못할 만큼 밑줄을 많이 그었다. 나에겐 너무 유익하고 즐거웠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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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우리는 예기치 못한 하나의 사건이 나의 정체성, 그리고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삶을 살아간다.

🔖129. 성도착증의 신경과학적 논의도 쉽지 않다. 소아성애와 같은 문제 있는 성적 행동을 신경생물학적 이상의 탓으로 돌린다면 충동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에게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소아성애자가 자신의 행동을 뇌종양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이들은 행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

#마크딩먼 #뇌의흑역사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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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오늘은 안전하십니까 - 재난안전을 넘어 삶의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
윤재철 지음 / 작가와비평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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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 전문가가 돌아보는 삶의 회고록. 재난안전 분야에서만 10년 몸담은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은 어떤 모습일까?

보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재난 사건들은 늘상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다. 그 누구도 재난안전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과 구미 불산 누출 사건,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와 세월호, 이태원 압사 사고, 그리고 코로나 19 사태까지. 저자 윤재철 박사님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재난 사고들과 그에 대한 설명, 그 뒷이야기까지 수록되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재난 사고는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만 보다가 안전 전문가의 입장과 상황에서 보는 사건 자체와 수습 후 책임자들의 시선 역시 뒷맛이 씁쓸했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 또한 명확히 밝히는 게 맞지만 그로 인해서 재난관리 부서에의 기피 현상이 생긴다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였다.

재난안전 사고에 대한 기록뿐 아니라 중한 업무를 맡으며 평생을 지낸 전문가가 깨닫고 느낀 삶의 이치를 들어보는 글들도 많아서 좋았다. 재난 이야기로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살짝 밝혀줬달까. 한 분야의 전문가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각각 다른 모습이듯이 그런 모습으로 살아보지 못한 내가 책을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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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다만 이러한 징벌 조치가 공무원들의 재난안전 부서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업무량은 많고 재난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까지 물으니 견디기 힘든 것이다. 2023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재난안전 부서를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 있는 공무원이 맡아야함에도, 현실은 기피 부서가 되었고 초심 보직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부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재난안전부서 근무를 기피하는 한, 전문성 있는 재난 대응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100. 나무숲에서 명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차기 전에 버리고 덜어내야 지혜로운 사람인데, 과도한 욕망을 추구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파멸에 이르는 것이 현대인이다. 만족하는 것이 세상의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자주 숲에 가서 산책 명상을 통해 마음에 달라붙은 욕심을 내려 놓자.

🔖142. 우리는 흔히 과거에는 낭만도 있었고 가난해도 행뵈했었는데 지금은 낭만도 없고 물질적 풍요 속에 오히려 불행하다고 한다. 반드시 그럴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지금도 낭만이 있고 세상 사는 재미가 과거처럼 다 있는데, 과거에는 그것을 느낄 시간이 있었고 지금은 바빠서 못 느낄 따름이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가 사람들을 바쁘게 살게 만든 것이다.

#윤재철 #당신의오늘은안전하십니까 #작가와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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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2
단요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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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없이 접했다가 뒷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달콤한 이야기가 아닐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꾹꾹 눌러 읽을수록 더 어렵고 무거웠지만 그래서였는지 세 번은 더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덮고 다시 맨앞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중학교 3학년의 나, 현수영. 나를 챙겨주고 돌봐준 유일한 친구이자 일종의 '주인'이었던 안혜리의 곁에서 나는 어떤 악의도 없이 악을 행한다. 벗어나기 힘든 안혜리의 그늘속에서 안혜리의 '개'가 되어 친구들을 폭행하며 안혜리의 비위를 맞춘 나는 피해자이기도, 동시에 누군가에겐 가해자이기도 하다.

어느 날 학교 앞에서 케이크를 만들던 기이한 남자와의 만남은 현수영을 새로운 세계, 혹은 희망으로의 한 걸음을 내딛으려는 계기를 만든다. 살아 있는 생물체에 손이 닿으면 그 생물체가 케이크가 되고, 케이크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고통 때문에 일상을 유지할 수 없는 남자는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다. 나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생명체는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케이크 손"을 가진 남자 역시 이 세상의 피해자며, 또 역시 가해자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

가해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 "슬픈 사연만으로 면죄부를 주었다가는 세상이 무너지겠지만 그 사연이 없었더라면 죄도 없었을 것이다. 세상은 정말 앞뒤가 맞지 않은 방식으로 질서정연하다.(p.161)"

이 책은 가해자(로 보여지는 이)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라고 책 첫머리에 적혀 있다. 더럽고 추한 것은 애써 외면하고, 애초에 그곳에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그래서 불편하다. 나도 그랬었던 것 같다고 느꼈다. 나는 고고한 척, 깨끗한 척, 내가 정답인 듯 남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게 오로지 나의 잘남과 나의 밝음이 아니라 그저 좋은 환경을 만났을 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간 내 비겁함까지 까발려진 기분.

안혜리의 세상이 전부였던 주인공 현수영이 "케이크 손"을 가진 남자를 만나며 현실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로 결정한 듯해서 살짝 마음이 놓였지만 끝끝내 고통을 버티며 현수영을 맨손으로 만지지 않은 채 떠난 남자의 행방 역시 몹시도 궁금하다.

잘못된 편견과 아집에 빠지기란 얼마나 쉬운가. 누군가를 판단함에 있어 정확하고 논리적이기란 가능한 일일까? 속속들이 알지 못한 채, 혹은 알고자 하는 일말의 노력 없이 우리 모두는 늘 오해를 낳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그렇기에 더 거룩해 보이는 남자의 선택이 현수영의 마음에, 그리고 내 마음에도 작은 울림으로 피었다. 어쨌거나 다시 읽게 될 책. 단요 님의 책은 사실 처음 접했는데 [케이크 손]으로 단요 님의 다른 책을 모두 장바구니에 담았다구. 나에겐 굉장히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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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그 선생 말대로 정신을 차리면 지금 어울리는 애들을 한심하게 여길 텐데, 숨 쉬고 느끼던 모든 것을 부끄럽거나 떨쳐내야만 하는 허물로 생각하게 될 텐데, 엄마를 원망할 것이며 안혜리의 빛마저도 이내 사라질 텐데, 나는 그러기 싫다. 나는 내게 고맙고 따뜻하고 찬란한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 비록 그 따뜻함이 후회나 질병이나 죄 같은 것일지라도 말이다.

🔖92-93. 나는 때때로 무해하고 다정한 환대를 말하는 책들이 우리를 우아하게 모욕한다고 느꼈다. 우리를 매대에 올릴 만한 상품으로 소모시켜버린다고 느꼈다. 이 정도의 누추함은 감당할 누 있다는 오만을 판매하는 것이다. 어둡고 질척한 덩어리에서 슬픔과 연약함처럼 투명한 감정만 추출하고 기이함과 추함과 주먹질과 발작적인 웃음 따위는 모두 없는 척 내버리는 것이다. 쓰레기장에 핀 꽃을 보고 감동하지만 악취에는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 오로지 검댕을 이기고 핀 꽃을 보기 위해서만 쓰레기장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많았다. 그 사람들은 쓰레기 더미의 명세를 알려 하지 않았고, 해로운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도리어 치워 없애려 들었다. 그래서 비겁했다. 나는 종종 그 사람들을 제자리에서 끌어내서 내 집에, 혹은 쥐 사육장 곁에 던져 넣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단요 #케이크손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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