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것들 달달북다 6
김지연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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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 게시물은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완벽한 형태의 것이 아닌 사랑도
여전히 아름답고 의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달달북다 시리즈

김지연 작가는 2018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후, 꾸준히 다양한 형태의 여성 서사를 조명해왔습니다. '조금 망한 사랑', '마음에 없는 소리' 등에서 희미하고 나약한 감정들에 주목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연애의 미묘함과 가능성을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지나가는 것들"은 퀴어 로맨스라는 틀 안에서 사랑의 미래를 섬세하게 펼쳐 보입니다.

‘달달북다’ 시리즈는 로맨스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로, 로맨스×퀴어라는 키워드를 통해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조명합니다. 퀴어 서사는 여전히 한국문학에서 소수적이지만, 점점 더 다양한 목소리와 시선이 작품에 담기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 흐름 속에서 사랑과 존재의 진실성을 말합니다.


📌“사실 난 아직 잘 모르겠어.”

작품 속 주인공 ‘나’와 영경의 관계는 서툴고 모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으로 나아가는 사랑을 보여줍니다. 소설 속에서 사랑은 한없이 위태롭고 불완전한 형태로 등장합니다.

주인공 ‘나’는 “모두가 버리고 간 서늘한 빈집에 들어가 불을 켤 때면 오롯이 혼자인 걸 들키는 기분이 들어 더 외로워지곤 했다”라고 고백하며 고독하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러던 그가 영경을 만나며 처음으로 미래를 감각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영경의 존재는 주인공의 삶에 예측할 수 없던 파문을 일으킵니다. 영경이 “촉이 좀 좋아”라며 예언하듯 말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는 미묘하고도 중요한 순간입니다. 영경의 이 발언은 농담처럼 들리지만, 주인공의 감정과 미래를 움직이게 만드는 상징적 순간으로 읽힙니다.

그렇지만 영경은 쉽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방어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녀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주인공에게 혼란과 상처를 남기지만, 동시에 그 불완전함 속에서 사랑의 진정성과 자기 발견의 과정을 드러냅니다. 사랑은 결코 완벽하거나 확실한 감정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때로는 “지나가기 전에는, 지금은 함께 있고 싶었다”라는 소박한 바람으로 귀결됩니다.


‘나’의 기억 속에서 지희 이모의 존재는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습니다. 지희 이모는 “쇼트커트, 워커화, 오토바이, 술 담배, 문신, 도장공”처럼 그 당시의 규범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갑니다. 이모를 보며 ‘나’는 “되는구나, 되는구나, 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이는 억눌려 있던 욕망과 가능성에 대한 해방의 시작이었습니다.

비로소 ‘여자가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경험한 순간은, 주인공이 사랑을 마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줍니다. 이 장면은 작가가 로맨스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지는” 지점을 뚜렷하게 제시합니다.

📌“지금은 함께 있고 싶었다.”

소설은 또한 ‘나’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사랑이 가진 해방과 두려움을 동시에 조명합니다. 사랑은 ‘나’에게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탈출구가 되지만, 동시에 그 감정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의 요소로 작용합니다.“어차피 이 모든 시간은 지나가버릴 것이고”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지금’이라는 순간을 선택하려는 주인공의 마음은 결국 우리 모두가 사랑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용기의 경계를 보여줍니다.

영경의 사랑 방식은 📌“죽을 것 같으면 죽기 싫어서 먼저 죽은 척하는 사마귀처럼”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위장술에 비유됩니다. 영경은 자신의 감정과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지 않은 채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며 관계에 선을 긋습니다. 이 모습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결국 상대방에게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이런 영경의 태도는 주인공과의 관계를 통해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나’ 역시 이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함께하는 ‘지금’에 집중하며 사랑의 미래를 만들어갑니다.


소설은 사랑이란 누구에게나 자유롭고 솔직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영경의 위장된 태도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진정한 사랑은 결국 상대방에게 솔직하고 정직하게 다가갈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사랑은 다 같다. 크기와 표현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말처럼, 사랑은 그 순간의 진정성에 달려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비록 사랑이 불완전하고 순간적일지라도, 그 ‘지금’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깨달음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나’와 영경의 이야기는 지나가는 파도처럼 덧없이 사라질지언정, 그 파문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사랑과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할 것입니다.

삶과 사랑에서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가능해지고, 일시적인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함축하여 제목이 "지나가는 것들"이라 지으신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깨달음은 영원히 남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사랑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3개월간의 서포터즈를 통해 느낀 것이지만 얇고 많지 않은 글밥에서 여러 감정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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