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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평점 :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도서서평 입니다.
곤도 후미에는 심리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서스펜스 소설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일본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그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사회적 통찰력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강렬한 캐릭터들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신도시는 주로 70~80년대 일본에서 급격히 개발된 지역으로, 같은 단지 내 주민들끼리 강한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이는 이 소설 속 사건과 등장인물들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배경이 됩니다.
곤도 후미에는 인간관계의 영향을 의미하는 ‘인플루언스’를 중심으로, 한 사람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 어떤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특히, 사회적 악에 무방비로 노출된 소녀들이 생존을 위해 내리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현대 사회의 책임과 윤리를 묻습니다.
"인플루언스"는 20년에 걸친 세 여자의 복잡한 관계와 세 건의 살인 사건을 통해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심리 서스펜스 소설입니다. 이 책은 사건이 인물들에게 남긴 상처와 그들의 내면을 섬세히 조명하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어릴 적 단짝은 보물이나 다름없다. 마치 애인과도 같은 친밀함과 독점욕. 친구를 잃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은 없었다."
주인공 유리, 사토코, 마호는 사회적 악에 무방비로 노출된 소녀들입니다. 유리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 사토코가 할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것을 알았지만 돕지 못했고, 그 죄책감은 그녀의 삶 전반에 걸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유리는 중학생 시절 마호를 괴한으로부터 구하려다 사람을 죽이게 되면서, 또 한 번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세 여자의 삶은 누군가의 잘못된 행동에 의해 크게 흔들리고, 이는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작가는 이러한 악순환을 통해 폭력과 학대가 개인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도, 그런 죄책감을 가지는 것도, 그런 분노와 미움의 감정을 품는 것도… 치기 어린 행동으로만 보이지만"
특히, 유리가 중학생 시절 저지른 살인 사건은 그녀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음을 강조합니다. 그녀의 행동은 '서투르고 치기 어린 행동'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어린 소녀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악에 맞설 수밖에 없었던 필사의 저항이었습니다.
📌"결국 인간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해."
세 여자의 운명을 바라보는 작가의 냉정한 시선을 반영합니다. 각자의 선택이 결국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비극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과정은 불가항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유리의 죄책감, 마호의 외로움, 그리고 사토코의 고통은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눌 수 없는 복잡한 인간 본성을 드러냅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과연 내가 이들의 상황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감정적 몰입을 유도합니다.
작품은 관계의 영향력과 그로 인한 책임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유리가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죄책감과 분노를 느끼는 과정은 '우리가 타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경종을 울립니다. 우정이 때로는 구원이 될 수도 있지만, 잘못된 선택과 맞물리면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성범죄, 학교 폭력, 가정 내 학대라는 소재는 현실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문제들로, 작가는 이러한 문제들이 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밀하게 탐구하며 피해자가 어리기 때문에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해결책이 요구되는 문제임을 일깨운다.
"인플루언스"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그 묘사는 매우 현실적이며 진지했습니다. 누구나 상처를 받지만, 그 상처가 어떻게 우리를 형성하고 삶을 변화시키는지 탐구하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한편으론 그 어두운 면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다른 한편으론 이런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