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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죽이는 사회 - 삽질하는 사람들 ㅣ 프로젝트 저항
정수근 지음 / 흠영 / 2024년 10월
평점 :
저자 정수근은 환경운동가이자 ‘낙동강 지킴이’로 불리는 활동가로, 오랫동안 낙동강과 주변 지류의 환경 보호에 힘써왔습니다. 국가의 무분별한 개발 정책과 환경 파괴에 반대하며 현장을 지켜온 그는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개발 관행과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합니다.
낙동강은 대한민국의 주요 하천 중 하나로, 우리나라 남부 지역의 생태계와 수질을 책임지는 중요한 강입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포함한 여러 개발사업으로 수질 악화, 녹조 확산, 생태계 파괴 등의 심각한 환경문제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개발과 환경 보호의 균형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때, 이 책은 우리가 강을 어떻게 대하고 보존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정수근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낙동강이 직면한 환경적 위기를 폭로하고, 이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국가적 폭력으로 규정하며 독자들에게 저항의 필요성을 호소합니다. 강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생명과 생태계가 깃든 살아있는 존재임을 일깨우고, 이를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을 멈추기 위해 강과 연대해 함께 싸워줄 것을 촉구합니다.
낙동강의 상류부터 중하류까지, 제련소의 중금속 오염과 인위적인 개발이 야기한 심각한 녹조 현상, 개발 논리에 밀려 훼손되는 자연 서식지 등이 조명되며, 이 모든 문제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는 자연을 지키려는 간절함이 배어 있습니다.
책에서 고발하고 있는 환경 문제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강은 공사판이 되어버렸고, 강물에는 독성이 떠다닌다”는 표현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진실입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녹조와 함께 공기 중에도 퍼져 있다는 것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녹조로 오염된 물과 농작물이 주민의 식수로, 공기로, 농작물로 스며들며 이 지역 사람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상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설상가상 이 남조류는 치명적인 독을 지니고 있다. 그중 하나가 마이크로시스틴이다.”
저는 이 대목에서 최근의 환경 문제들이 단순히 자연에 대한 오염을 넘어 인류의 건강과 안전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환경의 문제는 곧 우리 삶의 문제라는 사실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저자는 녹조가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독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낙동강에 매년 발생하는 녹조 현상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발암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포함되어 있어 장기적으로 간, 폐, 신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강이 갖는 본래의 흐름은 자연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낙동강에 들어선 인위적인 댐과 보는 자연의 흐름을 차단해 강을 생명력 넘치는 공간에서 오염물질과 독소가 쌓이는 ‘침전지’로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자연적인 흐름을 유지할 때 강은 스스로 오염물질을 정화하며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책에서 다루는 4대강 사업의 유산은 강의 생태적 균형을 망가뜨린 사례로서, 우리에게 개발과 환경 보호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력하게 일깨워 줍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강의 본래 모습으로의 회복과 생명력의 재생은 단순히 강을 되돌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의 회복이자,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임을 역설합니다. 책을 통해 저자가 바라는 것은 강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살아가는 강의 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낙동강 상류 협곡에 어떻게 이런 규모의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지 무척 의아할 따름이다.”
낙동강 상류의 중금속 오염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합니다. 봉화 석포리의 제련소에서 배출되는 아황산가스와 중금속은 강 생태계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공장과 산업시설이 밀집한 낙동강 유역은 더 이상 깨끗한 물의 흐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로, 낙동강의 물고기와 서식지 생물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환경 파괴가 단순히 현지 문제로 그치지 않고, 수질 오염과 대기 오염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 큰 경각심을 갖게 됩니다.
📌“강의 부활이 눈앞에 있음에도 다시 죽음의 강으로 돌아가려 하는 위기가 닥친 것이다.”
금호강이 재생의 기미를 보이던 중 다시 “르네상스 개발 사업”과 보도교 공사로 위기를 맞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를 느끼게 합니다.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금호강은 산업화의 희생양이었고, 되살아나는가 싶었던 강이 다시 개발의 칼날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 무책임한 개발의 대가를 지금, 혹은 앞으로도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경고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이 땅에서 지금 이 순간 벌어지는 비극을 우리가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국가 주도의 개발과 공사판으로 죽어가는 낙동강과 지류들의 아픔을 기록한 생생한 고발서입니다. 정수근 작가는 직접 발로 뛰며 낙동강 일대에서 일어나는 환경 파괴 현장을 기록해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녹조와 중금속에 오염된 강, 고사한 나무와 죽어가는 생물들은 피해를 넘어 “국가 폭력”이라는 강력한 표현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방관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강 죽이는 사회"는 비판을 넘어 자연과 생명의 편에 선 저항의 기록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죽어가는 강과 생명들의 아픔을 ‘우리와의 연대’라는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낙동강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파괴와 인간의 생존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통찰하게 합니다.
강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이 개인의 문제에서 벗어나 사회적 의무라는 점을 이 책은 분명히 합니다. 환경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공공의 문제’이며, 개인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무언의 경고로 다가옵니다. 우리의 생활이 강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이와 같은 파괴에 침묵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환경 문제는 ‘자연 보호’라는 이상적인 목소리로 그칠 수 없습니다. 이는 미래를 위한, 현재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기도 합니다. 낙동강의 녹조, 석포리의 제련소, 공사판이 된 금호강은 단순한 환경 오염을 넘어 사람들의 삶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성물질이 에어로졸 형태로 퍼진다는 것은 무서운 현실입니다. 이것이 건강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부인하기란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 공기와 물이 우리의 잘못된 선택으로 오염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습니다. 환경 문제를 개인적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것에서 벗어나, 이와 같은 불합리한 개발을 멈추기 위한 정책적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할 때입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처럼, 우리의 강이 더 이상 ‘죽음의 강’이 아닌 ‘생명의 강’이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