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은 한국사 - 왜 한국사는 세계사인가?
안형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역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면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바람을 타고 최근에 숨겨진 우리의 역사에 관한 책들이 발간되고,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

 

KBS 기자 출신에 현재는 단국대 교수로 재직중인 안형환 교수의 <국경을 넘은 한국사> 또한 이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라 볼 수 있다. 왜 한국사는 세계사인가? 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에는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의 조상들이 일궈냈던 자랑스런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안형환 교수는 한국인들의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 특히 과거의 모습에 대한 한국인들의 자부심은 어떠한가 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 그 스스로도 어려서부터 우리나라는 약소국가이고 수백 번의 외침을 받았으며 늘 변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학교에서 배워왔고, 그래서 국사를 배울 때마다 마음이 어두웠다고 머릿말을 통해 고백한다.

 

비단 그 뿐만일까. 비슷한 시대에 국사교육을 받았던 사람들, 그리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대륙과 해양세력 사이에 끼인 약소국가의 운명을 지닌 것이 우리 역사라 배웠다. 엄청난 외침에 시달리면서도 단 한차례의 침략 행위를 하지 않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다소 해괴망칙한 논리까지 역사 교육을 통해 머리에 주입시켜야 했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오류이자 왜곡이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어떤 민족, 국가들도 화려한 역사의 이면에는 부끄러움과 치욕의 역사도 늘 함께 있었다. 지금까지도 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국가들은 일본의 역사 왜곡 못지않게 수많은 조작과 왜곡을 통해 그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숨겨왔고, 자랑스런 역사만 부각시켜 후손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다.

 

저자의 진단은 이렇다. 우리가 왜소해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화권의 존재 떄문이었다고. 근세 150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인류 문화의 최선두에 있었던 나라가 중국이었지만, 이런 중국에 맞서 동화되지 않고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해 온 대단한 민족이 바로 우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국경을 넘은 한국사>를 통해 우리 공동체의 기억 가운데 가장 융성하고 화려했던 순간들을 뽑아내 펼쳐놓았다. 이런 취지에서 그는 한국사의 최고 전성기를 뽑아 나열했는데, 그 대표적인 시대가 8세기 신라, 11세기의 고려, 15세기의 조선인 것이다.

 

그런 목적의식과 취지를 가지고 쓴 책이기에 고구려의 시조 주몽은 시베리아의 코리족 출신이라거나, 동북 9성의 위치를 추적한 결과 골의 동북 영토는 고구려 보다 넓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런 얘기들은 비단 이 책에만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소재들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역사는 과연 사실이었을까. 그것은 아무도 단언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사서를 통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100% 진실로 믿을 수는 없다. 역사라는 것은 철저히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되기 때문에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기술되었다면 과거의 진실이 그대로 전해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적 진실에 충실히 접근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거두지 않아야 한다. 단편적인 역사에 몰입되어서는 균형감 있는 실체에 가까이 갈 수 없다. 자랑스런 역사 뿐만 아니라 치욕의 역사 또한 우리의 역사다. 그리고 그 치욕에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두려워 해야 할 것은 지나간 역사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머지않아 마주하게 될 미래의 역사인 것이고, 후세에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드는 것은 지금 우리 세대의 몫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치유하는 여행
이호준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의 여러 미덕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치유'가 아닐까.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속으로 꽁꽁 싸매두었던 상처가 덧나고, 스트레스로 점철된 일상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때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 보는 것도 좋겠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면, 그 치열한 현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길들이 보이는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치유의 길이기도 하다. 무엇을 굳이 고치려, 다듬으려 들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한적한 길을 홀로 걸으며, 마주 오는 바람에 내 몸을 온전히 맡기노라면 구석구석의 생채기들이 마치 연고를 바른 듯 아물기도 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여행작가이자 시인, 이호준 작가가 새롭게 펴낸 책, <나를 치유하는 여행>에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치유가 될 듯한 이 땅의 보물 창고같은 여행지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름난 여행지들도 많지만, 조용히 나를 내려 놓고 '진짜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고요와 평온의 여행지들이 대부분이다.

 

몇해 전부터 부지런하게 발품을 팔고 다닌 덕분에 대부분은 이미 내가 다녀온 곳들이다. 같은 곳이지만 다른 사람의 글과 사진을 통해 바라보고 음미하는 맛이 색다르다. 여행작가로 잔뼈가 굵은 작가의 글에서 오랜 연륜과 삶의 지혜가 오롯이 느껴진다. 그는 여행작가로서의 삶을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에게 여행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었기 때문에.

 

감히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행이란 가고 싶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떠날 수 밖에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여행은 습관이기도 하거니와, 한편으론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거창하게 떠벌리고 싶어질 때도 있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쌓일수록 그 숙명의 늪은 점점 더 헤어나오기 어려워 지는 모양이다.

 

"여행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스스로 익명이 되어 익명의 세상으로 나를 던져 넣는 행위다. 허세로 꾸며진 포장을 벗어던지고, 발가벗은 나와 만나는 순간"이라고 여행작가 이호준은 여행을 정의한다. 굳이 여행에 대한 그럴듯한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다. 각자에게 여행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며, 그 효용 또한 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여행의 끝에서 만나는 풍경은 제각각이겠지만, 사막처럼 삭막했던 우리의 마음에 파릇파릇한 이파리들이 돋아나는 경험을 해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스팅을 남긴 지 한달이 훌쩍 흘렀다. 돌아보니 한달 남짓한 시간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신없음에 제대로 된 내 삶의 싸이클을 놓아버린 무책임함이 더욱 크다.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빴던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그저 핑계일 뿐이니 그저 심기일전해서 다시 일상의 궤도로 복귀하는 것이 급선무다.

 

원주라는 도시에 와서 처음으로 읽은 책이 <걷는 듯 천천히> 라는 에세이다. 1962년 도쿄 출생의 영화감독이자 TV 프로듀서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사람이 썼다. 보통의 에세이란 것이 다 그렇겠지만 이 책 역시 작가 개인의 소소한 일상과 추억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책 속에 담겨진 글을 통해 지은이의 삶을 유추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단지 그 사람이 쓴 글만으로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마흔을 넘긴 사람의 얼굴에 그가 걸어온 삶의 흔적이 담겨있듯 중년을 넘긴 사람의 글에는 온전히 그이기에,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 인생이 녹아 있기도 한 것이다.

 

그는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그의 작품들을 단 한편도 보지 못했기에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글을 통해서 어렴풋하게나마 그의 영화와 TV 다큐멘터리가 지향하고 있는 어떤 포인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솔직히 책은 그저 그랬다. 처음은 괜찮았지만 뒤로 갈수록 흥미를 잃었다. 아마도 보는 눈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내가 알기 어려운 배우 이야기들, 영화 이야기들은 딴 세상 일처럼 멀게 느껴졌다.

 

멈춰 서서 발밑을 파내려가기 전의 조금 더 사소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것. 물 밑바닥에 조용히 침전된 것을 작품이라 부른다면, 아직 그 이전의, 물속을 천천히 유영하는 흙 알갱이와 같은 것을 그는 에세이라 부른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에세이가 내 뇌리에서 자꾸만 흘러 내린 것인지 모르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6-02-1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순한 글이지요. 그의 영화처럼‥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최갑수.장연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처럼 읽게 되는 최갑수의 책이다. 색다를 것 없는 여행 에세이지만, 이번에는 장연정 작가와 함께 한 1년의 세월이 사진과 글로 담겨져 있다. 그의 글에 익숙해지다 보니 새로움에 설레는 마음은 없지만, 알고 지내던 친한 친구의 일상을 책을 통해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편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인데다, 워낙에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다 보니 손에 잡은 지 몇 시간만에 뚝딱 다 읽었다. 무슨 의미일까를 한참 곱씹어 봐야 하는 어려운 책이 아니라서 좋다. 굳이 사진이 뜻하는 바를 머리 아프게 유추해 볼 필요도 없다. 그저 보이는 대로, 읽히는 대로 내 마음 가는 대로 읽으면 족하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해외의 오지 여행기도 아닌, 1년이란 일상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도 뛰어난 능력이다. 누구나 1년의 세월 동안 맞이하고 또 헤어져야 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에서 분명 최갑수와 장연정은 나와 다른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을 사진과 글로 표현해 냈다.

 

수많은 하루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1년의 시간. 최갑수는 언제부터인가 하루가 소중해졌다고 한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들고 싶었으며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간 하루는 못내 아쉬었단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소중한 하루를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는 날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

 

습관처럼 '똑같은 하루가 지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웬지 찡해지곤 했다는 장연정의 고백은 우리 모두에게도 유효하다. 포커스를 맞춰 흘려보내지 말고 기록해 두자고 결심한 그녀처럼 우리도 각자의 하루를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겨두면 어떨까. "내 하루의 여기저기에 포커싱을 하다보니 고맙게도 나의 하루가 눈에 들어왔다"는 그녀처럼 집중해보면 똑같아 보이는 일상에도 작은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최갑수가 쓴 여행 에세이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던 것 같다. 오래 보아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의 글과 사진에 길들여진 듯 하다. 최갑수 덕분에 처음 읽게 되는 장연정의 글도 마음에 든다.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정감이 느껴져서 좋다. 짧은 이야기와 눈빛 속에서도 공감할 것이 많은 인연을 만난 것처럼, 어느 무더운 여름날 조각난 수박을 나눠먹던 청량감이 내 몸을 휩싸고 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흔에 살고 싶은 마당 있는 집 - 아파트 전셋값으로 도심 속 단독주택 갖기 프로젝트
이종민.이승헌 지음 / 인사이트북스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러브 하우스'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우중충했던 집이 온기 넘치고 화사한 새 집으로 변신하는 기적을 본 적이 있다. 집의 모양과 분위기에 따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집의 변신이 안겨 주는 따뜻함에 감동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길 기대하기도 했다.

 

그 기적같은 변화의 주인공이 내가 된다면 어떨까? 판박이처럼 닮은 아파트 라는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에게도 마당이 있어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고, 따스한 온기가 넘치는 거실에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저녁이 있는 풍경을 만들어 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지 않은가.

 

여기 그런 소망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는 책이 있다. <마흔에 살고 싶은 마당 있는 집>에는 오래된 단독 주택을 리노베이션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소개되어 있다. 리노하우스를 통해 기존에 죽어 있던 공간을 어떻게 살려 냈는 지, 막연히 품고 있던 꿈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한 세세한 정보까지 들어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집 짓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이종민과 이승헌, 이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리노하우스 프로젝트는 '아파트 전셋값으로 도심 속 단독주택 갖기'를 그 모토로 내걸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전셋값과 대출 이자에 전전긍긍하는 2030세대에 삶의 여유와 자유를 선물하고 싶은 그들의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층간 소음 걱정없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 이웃과 친구들을 불러모아 마당에서 즐기는 소박한 바비큐파티를 꿈꾸었던 이들에게 리노하우스 프로젝트는 분명 관심을 기울여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또한, 리노하우스 프로젝트를 통해 재탄생한 단독 주택들은 기존에 비해 훨씬 높은 경제적 이익까지 안겨준다고 하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작업 전과 작업 후의 사진을 대비시켜 줌으로써 리노하우스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오래되어 칙칙한 느낌, 지금의 생활패턴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편한 구조물로만 인식되었던 단독주택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집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즐겁다.

 

물론, 리노하우스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편의성을 보완한다 하더라도 단독 주택이 아파트의 편리함을 완벽하게 쫓아가기는 어렵다. 철거부터 시작해 새로운 집의 설계와 시공, 그리고 인테리어까지 이르는 지난한 과정들에 오롯이 함께여야만 제대로 된 나의 집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리노하우스는 하나의 선택지일 뿐, 저절로 삶의 여유와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되리라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