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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히스토리 -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
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6월
평점 :
체르노빌. 사실 체르노빌원전 사고를 크게 받아들여본적이없다. 어렸을때, 눈이 펑펑오던 어느 겨울,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눈을 맞으면 동네골목에서 놀고있을때, 동네 친구중 한명이 우산을 쓰고 달려나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거 체르노빌폭파 먼지쌓인 눈이래. 니네 얼른 집에가!" 무슨소리지?했는데, 이상하게 뭔지도 모르면서 이 한마디와 그 친구의 우산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러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문제, 미드 체르노빌을 통해 원전이 주는 위험성을 조금 알았달까. 사실 원전 그 자체보다 사고수습에 대한 40년전 러시아나 현재의 일본이 너무나 똑닮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원전의 위험성보다 더 두렵게 다가왔다.
이 책은 2차세계대전이후 냉전관계속에서의 당시 러시아의 상황, 체르노빌원전을 짓게 된 경위, 그 속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의 체르노빌을 설명한다. 꽤 두꺼운 책이고, 당시 소련을 둘러싸고있는 공산주의 국가간의 이해관계, 공산주의VS자본주의 대립으로인해 소련이 행했던 여러 프로파간다 등등을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읽고있다보면 인간 참 한심한 존재구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아마 국가간 경쟁 관계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체르노빌 원전은 그냥 그 자체가 문제였다.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가동을 시작했고, 이런말을 해도 될진 모르겠으나 언제간 나도 날 사고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더 무서웠던 것은 사고가 있기 몇년전에 레닌그라드원전에서 유사한 사고가 있어 문제가 있었음에도, 심지어 그 사고가 있을 당시의 담당자였음에도 체르노빌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것이다. 그래서 소련은 물론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를 비롯 유럽 전반을 위험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바람의 방향이 반대였으면 그 피해에 우리나라도 직격타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하니 끔찍했다.)
부품부족, 전문성부족, 목표량 달성에 맞춰진 목표로 인한 기한 부족, 안전성 불감, 부품 불량, 관료주의 등등등 체르노빌은 지어질 당시부터 총체적 난국이였고, 그런 체르노빌 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였다. 당시 전문가들 및 관료들. 그리고 다른 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체제. 잘못 진행된 터빈시험으로 4호기 원전은 폭팔을 했지만, 그 폭팔이후의 처리도 원전 시작 때만큼이나 개X이였다.(정말 책을 읽으면서 욕을 안할수가 없다.) 원전 폭팔 이후의 사람들의 모습을 책은 이렇게 썼다.
"모두가 마음속으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믿기를 거부했다. ... 중략... '스트레스가 너무나 컸고 원자로는 폭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도 매우컸다.'라고 세르게이 파라신은 몇 달 후 당시 상황을 요약하며 말했다. '이는 집단 환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분명히 보았지만, 본 것을 믿지 않았다." p.165
당시 사고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이리 생각했고, 그러기에 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보고가 있은 후에 관료과 당시 소련의 당 서기장인 고르바초프는 우방 및 서방 모두에게 이 사실을 숨기기 급급했다. 오로지 정치적인 이유로 말이다. 그래서 체르노빌의 주민 소개도 늦었고, 주민소개를 위해 파견된 이들에 대한 안전성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으며, 외부적 과시를 위해 건재하다는것을 보여주기 위해 근처 키에프에서 페스티발을 열었다. 수많은 아이들을 대동하고서 말이다. 방사능 분진이 날리고 있었는데.
아무 위험성도 듣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헬리곱터 조종사, 의료진, 의대생, 광부, 잠수부 등등 그들은 그대로 방사능에 노출되어야했다. 그래놓고 최고 당서기라는 인물은 사고후 3년이 지나서야 체르노빌을 방문했다니 와.. 분노가... 체르노빌 사고에 대해 조사하여 제대로 발표한 레가소프는 소련으로 돌아와 모든 분야에서 배척당하고 결국 자살했다. 이밖에도 체르노빌 원전에 대해 밝히고자했던 인물들은 KGB에 의해 잡혀가고, 구금당해야 했다. 오로지 하지 말아야할 말을 하고 알지 말아야할 것을 파고들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결국 이 사고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피해보상, 탈 원전 운동이 일어났고, 그 결과로 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당시 연방국중 2위) 그러나 체르노빌 피해보상과 원유가격 하락등으로인해 힘든 시기를 보냈고, 체르노빌의 나머지 3기의 중지를 약속했지만, 당장 전기가 문제가 되어, 서방과의 끊임없는 협상으로 2000년이 되어서야 체르노빌 원전 전체가 중지될 수 있었다니, 참 아이러니하단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았겠지.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일이였을테니... 우리나라도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에는 다수의 국민이 동의하나 탈원전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지 않나 싶었다. 책을 통해 알았지만 당시 체르노빌 원전에서 가동중이던 전체가 다 폭팔했다면, 지구의 생명체 자체가 사라졌을 것이라니... 읔.....
국가적 재난상황이 발생한 원인과 그 이후의 수습과정을 우리가 왜 눈 부릅뜨고 봐야하는지.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편안함은 곧 우리 목숨이 담보인건 아닐까?!
체르노빌에 대해 다른 작가가 쓴 책에서 읽은 말이 이 책을 읽은 후에도 귓가를 맴돈다.
"나는 과거에 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