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절판
튀르키예 문학. <이브의 세딸> 사실 튀르키예 문학이 처음이기도 하고, 동서양이 섞여있는 터키의 지정학적 특성이 어떻게 돋보일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소설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묘했다.
알라신을 믿지만, 맹목적이지 않은 아버지, 동일하게 알라신에게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믿음을 보이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딸 페리. 페리는 어렸을 때부터 어린 아이를 본다. 푸른색이기도 하고, 보라색 이기도 한 아이를. 그 아이는 실제가 아니나, 페리가 위험에 쳐했을 때 보이기도 했고, 잠을 자던 중 보이기도 한다. 그런 페리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페리는 더이상 그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다. 페리는 알라신을 믿는 이슬람이지만, 아버지 쪽에 좀더 가깝다. 종교가 평화를 말하고 있지만, 왜 늘 분쟁, 전쟁이 끊이지 않는지, 신은 사랑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고통속에 있는지, 정말 신은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인물이다.
비록 이슬람이지만 남녀의 차별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란 페리는 태어나고 자랐던 이스탄불을 떠나 옥스퍼드로 향한다. 아버지의 지지와 어머니의 떨떠름한 허락이였지만, 그동안 보아왔던 환경을 떠나 보다 자유로운 세계로 나온 페리. 그곳에서 페리는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그곳을 떠나야만 했던, 그래서 무신론자가 된 쉬린, 그리고 반대로 알라신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보이는 모나를 만난다. 그리고 '신'이라는 주제에 대해 페리가 품어왔던 의문과 생각에 대한 답을 열어주는 열어주는 교수 아주르를 만난다. 옥스퍼드는 페리가 어렸을 적부터 가졌던 질문에 대해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도, 옥스퍼드와 이스탄불의 문화적 차이에 더 방황할 수 밖에 없는 페리를 보여주는 장소이다. 옥스퍼드에서도 이스탄불에서도 여전히 중간자적 입장인 페리.
이 책은 '신'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놓고,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는 두명의 딸과 그 중간에 또 한 명의 딸 페리, 그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게 하는 교수를 통해 해당 주제의 양극에 서있는 사람과 그 중간에서 끊임없는 의심을 하는 인물을 통해 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지를 묻고 있었다. 심지어 중간에 있는 사람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그 생각의 간극에 대해 말이다. 보편성에 대해 양극단의 화자, 중간자적 화자를 통해 그들은 서로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까. (좁힌다는 말 자체가 가능은 한것일까..) 그리고 과연 중간에 서있는 이의 소리없음은 어떤 의미일까. 중간자의 묵음은 양극단의 소리보다 나은 것인지도 작가는 묻고 있는것 같았다.
그저 동서양의 문화가 모두 공존한다는 터키에서 보여지는 세 딸의 성장기 정도로 생각하고 읽었던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물론 주제는 '신'이지만, 이것을 현재 각 사회가 보이는 어떤 이슈를 대입시킨들 다르겠는가. 남녀갈등, 장서갈등, 정치적 이해갈등, 난민이슈 등등등. 그 어느 사회보다 서로에 대한 혐오로 날선 표현이 어떤 필터링도 없이 보여지는 지금, 책이 던지는 질문은 무거웠다. 나의 절대적 공감이 나의 생각과 다른 누군가에게는 혐오로 표현되고, 그 표현은 타인을 향하는 날선 칼이 되어버렸다.
그 간극의 이유를 페리의 16년의 끝자락, 아수르와의 통화에서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어떤것도 집착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그 집착이 독단을 불러온다고. 그것은 광기를 만들고 우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그것은 모든 관계에서 동일하다고. 그렇게 페리는 중간자의 묵음을 털고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각자의 생각을 가졌지만,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다. 누군가의 생각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설득당할까봐 두려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주장을 나의 논리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중간자여도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개진할 수 있어야, 우리의 문명은 더디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재밌다. 동시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한 책. Good!!
"내 말은, 이 나쁜 자식이 말을 하게 놔두라는 거네. 사상에는 사상으로 저항하는 것이지. 책에는 더 좋고 더 믿을 만한 책으로 대답하는 것이고, 유머에는 유머로.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그 사람들을 거부해서는 안되고, 입을 막아서도 안되네. 그렇게 하면 정작 우리가 파시스트가 되는 걸세. 연사들을 못들어오게 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라는 말이지. 특히 대학에서는. 자유로운 생각과 다원주의를 억압해서는 안되네.." p. 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