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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5 - 사과와 링고
이희주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평점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제부터 이효석 문학수상작품집을 읽기 시작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해부터인가 수상작품집을 보는게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렸는데, 그 시간이 참 신기했다. 해가 거듭될 수록 나는 (그저 나이만 들어가는..) 같은 자리에 머무는 듯한데, 단편이지만 소설 속 이야기 주제는 매번 확 바뀌는 느낌이랄까. 굉장히 버라이어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맛에 읽는지도.
올해의 대상수상작 “사과와 링고”
그저 K장녀의 이야기인가 싶었던 이야기는 끝으로 갈수록 (내 생각에는)고구마를 백만 개쯤 먹이는듯한 답답함을 주다가 갑자기 입 속 고구마가 사라지며 뒤통수를 확 치는 느낌!
“죽었다는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다 p.9”
이 이야기의 첫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데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주인공 사라는 말그대로 K장녀다. 한없이 연장만되는 비정규직 직장을 다니며 5500원짜리 회사밥을 먹는. 그것을 만찬이라 부르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지만 늘 그 돈들은 허공에 뿌려진다. 동생 사야의 ”빌려달라는“ 말한마디에.
동생 사야는 소위 한량의 삶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아르바이트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며, 자신이 가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조차 관심이 없다. ”가서 배우면 되지뭐..“마인드랄까. 아.. 속터져. 그러다 돈이 필요해지면 언니 사라에게 ”빌려“달라한다. 그리고 가져간 돈의 10%정도만 갚는 동생.
언니 사라의 독백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자신이 믿지 않았으니까. 왜 내 환상인데 내게도 각박한 것일까. 내가 남에게 각박하기 때문인가“ p.36
사라와 사야의 관계 속에 나는 놓여본적이 없어 모른다. 아니면 내가 대문자T인지도모르겠으나, 나라면 진작에 인연을 끊었을 동생이다.
결국 파국으로 맞이하는 결말은 사라가 끊어내지 못하는 자신의 어떤 미련에 대한 각성일까. 언니에게 매번 기대는 동생에 대한 분노 일까.
작품평에서 ”교환“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사라에 대해 “권력적 관계이다. 무력한 타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동시에원할 때면 언제든 그 권리를 회수할 수 있는 권력” p.115 이라고 평론가는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 때 끊임없이 ‘사라‘는 을의 위치였다. 동생 사야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모두가 너아니면 누가하니라는 말뒤에 숨어버리고 소위 뒤치다꺼리는 사라에게 떠넘기는. 하지만 해결을 하는 사라는 가족에게 그 내가 당신들에게 베푸는 행위는 언제든 멈출 수 있음을 말할 수 있는 권력이 있다. 그렇기에 딱 그만큼의 등가교환이라는 평을 읽으며, 글쎄... 싶었다. 왜냐면 실제 그것은 실제 휘두를 수 없는 권력이지 않나 싶어서. 실제로 결국 그녀의 파국은 동생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표출되었으니까.
가족은 참 유전자 하나 공유했다고, 너무나 복잡한 무엇으로 이어진 신기한 관계이긴 하다..
다른 작품들도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김남숙 작가님의 “삽” 이 인상 깊었다. 학원 선생과 학생사이의 '성폭력 무고'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결국 무고 였지만, 그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무고당사자는 무방비로 사회의 폭력적 시선 속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감옥안에 갖혀버린 한 개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역시 결말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번 이효석 문학상을 읽으며 든 생각은 시선이었다. 나는 책을 비판적으로 읽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작가가 써놓은 스토리의 감정선을 따라서 딱 그만큼만 이해하며 읽는 꽤나 단순한 독자이지만, 이번 편을 읽으며 ”시선”이라는 의미를 생각케했다. 내가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주인공의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 내가 이 이야기속에서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시선에 대해 말이다. 대상작을 읽으면서는 사라의 시선에서 보았지만, 내가 사야라면. 언니 사라를 어떤 눈으로 볼것인지. 샆에서 내가 재구를 바라보던 원오브 뎀의 선생 중 하나라면 재구를 어찌바라볼지. 함윤이 작가님의 <우리 적들이 산에오를 때>를 읽다보면 화자인 선화가 바라보는 종교집단의 <선화> 집단속 <선화>가 바라보는 또다른 <선화>에 대해서 말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상대와 나사이의 관계 안에서 전개된다. 근데 왜 이번 편을 읽으면서는 그 관계와 관계 속에서 내가 놓이는 위치에 따라 너무도 달리보이는 이 시선을 떠올렸는지는 모르겠다. 너무나 극단적으로 갈라져 각자의 말만을 하는 지금 사회가 나의 시선을 그 방향으로 이끌고 간건지도..
뭔가 잔잔한 이야기같은 작품같으면서도 각 인물의 감정은 꽤나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들. 눈을 뗄수 없었고.
뭣보다 진짜 재밌었다!
2026년 수상작품집을 기다리며.
으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