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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2월
평점 :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 궁금했다. 운명이라 불렀던 것들. 그것은 우연이였을까? 필연이였을까?
책은 우리가 우연을 다루는 생각에서 시작한다. 우연. 참 모호한 의미다.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우리는 우연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말일까? 생각해보면 많은 우연의 사건들에서 우리는 필연성을 찾는다. 온갖 음모론까지 동원하면서까지. 그 원인을 찾는것이다. 마치 그것은 나에게 필연이였던 근거를 찾듯. 책은 그런 인간이 가지는 사고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 그러는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책은 총 4가지 챕터로 이뤄져있고, 우리의 착각, 그 우연이 만들어낸 세계, 우연이 두려운 이유, 그런 우연이 만들어낸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는 방법으로 구성되어있다.
재밌던 부분은 우리가 우연을 운명이라 믿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면접 부분이였는데, 첫인상이라는 것이 결국은 직무상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근거가 아니라, 나와 잘 맞는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라 한다. 생각해보면 첫인상 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실은 별로 없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업무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아니라 나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첫인상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이 왜 흥미로웠냐면, 몇년전부터 등장하는 AI 때문이다. 최근은 chatGPT가 일상의 AI 도래 또는 인식의 판도를 바꾸는 것으로 말하는데, 그런 AI를통한 면접에 대해 이야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AI면접이 일상화 된다면, 해당 회사와 면접자에게 결과로 나타날지가 궁금해졌다. 두 관계자에게 모두에게 원하는 결과일까? 여전히 이해되지 못한 결과일까?
인간의 발전은 우리의 세상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우연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발전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동의한다. 과거에는 우연 또는 신의 뜻이라고 믿어 증명되지 못했던 것들이 현재는 과학기술을 통해 증명되고 예측되고 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우연은 우연일 뿐이라고도 말한다.
엄청난 참사들, 9.11테러에 희생된 희생자들은 우연이 거기 있었을 뿐이고, 해당 테러로 살아남은 이들 역시 우연이다. 살아남을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테러 희생자들 역시 희생당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어떤 음모론이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육이라는 측면에서 아이들은 부모가 그리는 모습으로 자라지 않는다.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부모가 어떤 행동을 하든 아이는 아이의 의지와 환경과 기질로 인해 스스로의 모습을 갖는다는 사실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부모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으로 아이가 자라기를 여전히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도록 조종하려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모든 행동이 의미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부모는 어떤 존재여야 할까? “자녀에게 적절히 고무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신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되도록 많이 주는것” p.189
“여러분은 자녀에게 자기 자신이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를 여러분과 똑같이 만들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생명은 뒷걸음 치지 않으며 어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p.189
우리는 태어남 부터 우연이였다. 하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는 목적 지향적으로 행동한다. 불확실함은 우리가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니까. 우리가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지금을 만들었지만, 그 노력에 결과는 재미있게도 오롯한 인간의 의지는 아니다. 그 발전의 결과 역시 우연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계획에 따른 진화는 업그레이드된 타자기를 선사할지는 몰라도 컴퓨터를 선사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기껏해야 약간 더 세련된 잠자리를 만들어 낼 뿐 파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p.127
그렇다면 이토록 우연으로 가득한 불확실한 세상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결국은 스스로에게 돌아온다. 내가 내리는 결론에 대해 선택의 절차를 만들고, 선택으로 인한 실수는 저지르는 용기가 필요하며, 우연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에 대처하기위한 적절한 긴장 상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점점더 복잡해져가는 사회 속에서 단순함을 찾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맞는 말이지만, 참 어렵기도 하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인간이 가지는 본능은 어떠면 우연의 상황에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대처능력중 하나였을까?
만약 더 먼 미래에 인간 행동의 근거를 과학적으로 완벽히 증명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모든 우연은 사라질 수 있을까?
어렵네. 우연은.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