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근본주의자
모신 하미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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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싶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책의 소개글로 9.11 사태이후 외국에 나갔을 때, 중동사람들에 대한 이중입국절차를 밟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 생각나서 였는지도.

이 이야기는 주인공 찬게즈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그는 파키스탄 사람으로 미국 프린스턴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분석가로써 언더우드샘슨에 취직해 꽤나 높은 월급을 받는다. 에리카라는 여자친구와 잘 사는 친구들로 미국 상류층 사회로의 진출을 꿈꾼다. 일종의 아메리칸 드림이랄까… 
 그는 자신이 미국인이 되어 간다고 생각했던 것같다. 그래서 파키스탄의 자신과, 미국에서 자신간의 괴리감에 묘한 이상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
 하지만 9.11 사태 이후, 미국 내에서, 회사내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달라진 시선을 느낀다. 또한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에서 미국이 제 3세계를 대하는 행위로 인해 파키스탄의 가족들이 점점 위험해지는 것을 듣고 보면서, 스스로도 미국 안에 있는 이방인으로써 불편함이 생겨난다.

“누군가가 그렇게 가시적으로 미국의 무릎을 끓렸다는 사실에 그랬던 거죠.” P.74


찬게즈의 이 말은 미국의 상류층을 꿈꿨던 자신, 하지만 9.11 사태를 바라보며 이방인으로 미국에 대한 이상한 적대감에 대한 양가적 감정의 직접적 표현이다. 저 앞의 말이 9.11을 두고 
"어째서 나의 일부가 미국이 해를 입는 걸 보고 싶어했을까요? p.74" 이다. 전화를 받지 않는 여자친구가 혹시나 저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함께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기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에리카와 찬게즈의 관계다. 찬게즈는 에리카를 사랑했지만, 에리카는 전 남자친구 크리스를 잊지 못하면서도 찬게즈를 사랑한다. 하지만 에리카는 죽은 크리스에 대한 감정을 여전히 놓지 못하기에 스스로 어쩌지 못해 우울증이 더 깊어진다.  이런 두 사람은 그저  남녀의 애정관계에 얽힌 이야기쯤으로 보인다기 보다, 둘의 관계를 통해 미국을 대표하는 인물 에리카와 외국인 찬게즈의 차이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결코 섞일 수 없는 무엇을 보여주는 느낌...?

“나는 만약 이것이 우리 인간이라는 종한테 최우선적이라면, 그런 살인자들과 같은 땅에 사는 우리들의 목숨은 어쩔 수 없는 민간인 희생이라는 것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깨달았죠.” p.170

지금 트럼프의 미국이 보이는 행위는 only 미국이다.  현재도 오로지 미국은 과거의 영광(Great America again!) 이라는 구호아래 미국과 비 미국 이렇게 이분법으로 미국이 아닌 대상을 바라본다.
  그렇기에 미국에서 예니체리로 살았던 찬게즈의 독백은 슬프기도 하면서, 그의 말속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은 한편 이해가 되는 바이다. 나 역시 비미국인이니까.

그렇다면 작가의 의도는 뭘까? 찬게즈의 말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면서도 정확한 그의 의도,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상대의 직접적인 의도는 책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갈 수록 찬게즈가 누구지? 상대는 누구지?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찬게즈는 파키스탄에서 대학강사로 일하며, 미국의 9.11 사태를 통해 이라크 공격을 공식화하며 민간인 수백만의 목숨을 앗아간 행위를 정당화 하는 것에 대해 공공연히 비판하는 사회학과 교수였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을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을 때, 내가 맨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의 찬게즈는 없다. 화자인 찬게즈가 만난 이와 찬게즈의 대화가 진짜 누구지?라는 의문이 더 크게 다가오게 만들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인도 미국인도 아닌 제 3의 눈으로 바라보는 두 나라간의 관계. 그것도 평범한 시민이였던 찬게즈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미국은 결코 “정의”는 아니였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라고 분명한 기준이 있을까 누가 선인지 악인지 모르는 복잡한 세상.

역자의 말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서구와 제 3세계의 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을 담고 있어서 더욱 좋다 p.186“

이 말에 아마도 내가 이 책을 통해 미국을 바라보는 이 양가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조금 알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읽다가 그만두게하기보다는 차라리 두번 읽게 만들고 싶었다는 의도는 성공한 듯. 묘한 느낌의 이 책은 다시 첫장을 펴게 만들었으니까. 그 첫장은 처음 읽었을 때의 첫장이 아니다.


읽을수록 의문만 남는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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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안전가옥 오리지널 27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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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애작가님 중 하나인 조예은 작가님. 아. 역시 허를 찌르는 한방이 있었다. 웬 인형이 도끼를 들고 있지.. 했는데 오...

2000만원을 모아야하는 화영은 야무시 변두리 레인보우 아파트에서 월세를 산다. 소형단지의 아파트인데, 그 작은 집에서 월세를 사는 이들은 다들 화영과 같은 청소년들이다. 영진은 그런 아이들을 모아다 월세로 돈을 벌고,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가차없이 월세를 올린다. 
그러던 어느날 영진이 불법 '낚시'를 제안하고, 화영은 거절한다. 어떤 일인지 아니까.
하지만 운수좋은날이 그러했을까. 다니던 모든 알바에서 쫒겨난다. 거짓말했다는 점이 들통나서. 한곳에서는 신분을 속여서, 한곳에서는 나이를 속여서.
결국 영진의 낚시를 받는 수 밖에.
화영은 2000만원을 모아야하니까.

남자를 꼬득여 설탕이라는 약물을 넘기고 영진을 부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였는데, 나간 곳에서 화영은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남자는 영진과 이미 짜고 화영을 자신의 욕구 대상으로 삼으려한다. 그곳에서 화영은 탈출하기 위해 가져갔던 모든 호신구를 꺼내지만 실패. 그런데 갑자기 남자가 쓰려졌다. 뭐지?
화영이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하지만 버려졌던 어느 쓰레기 더미에서 주은 테디베어가 도끼로 남자를 내리찍은 것.
꿈인가.

도하는 자신의 형을 넘지못해 자격지심으로 똘똘뭉친 아버지 밑에서 끊임없이 사촌인 도현과 비교당해야했다. 도현은 약했지만 공부를 잘했고, 잘생겼고, 어디서나 인기가 많았다. 노력했지만 도하는 도현을 넘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악몽같던 아버지와 엄마가 살해당했다. 누군지 모를 이가 보낸 떡을 먹고,
같은 떡을 먹고 도현과 도현네 가정부도 사망했다.
부모를 잃은 나를 큰아버지 정혁은 입양했다. 왜지? 늘 벽같은 사람이였고,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던 사람이였는데.. 그리고 입양후에도 그는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교통사고가 났고, 당시의 기억을 잃은 채 눈을 떠보니 테디베어 속에 있었다. 그렇게 버려진 나를 화영이 안아준것.

왜 테디베어 안이였을까? 그리고 그럼 진짜 도하의 몸에 들어있는 것은 누구일까?
화영의 복수와 도하의 몸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야무시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가난하고, 아프고, 외면 받던 이들이 학살로 죽어야했던 구덩이가 있던 곳. 전염병에 걸렸다고 죽어야했고, 아프지 않음에도 돌봐줄 이가 없어서 죽어야 했다. 약자이기에 살고 싶어도 죽어야 했고, 심지어 그곳에서 버티고 버텨 살고자 올라와도 결국 다시 죽어 떨어져야했다. 죽어서도 벗어날 수 없던 깊디깊은 구덩이. 그 안에서 셀 수 없는 시간을 보내며 억울함을 풀지 못한 혼들은 결국 악령이 되었다.
슬픔을 분노로 만들고,
그 모든 분노는 죄없는 타자들에게 향했다.

그렇게 죽어간 이들의 혼 역시 악령이 되었다.

결국 가장 높고 아름답고 모두가 고개를 쳐들고 부러워했던 그곳은 악령들이 떠나지 못한 구덩이 였던것.
그런 악령들은 누군가의 열패감을, 화를, 슬픔을 먹고 더욱더 커져갔다. 
하지만, 그 악령들의 속삭임보다 살아있는 이들의 욕심이 더 무섭기도 한 책이다.
오로지 돈을 위해 아이들을 팔아넘기고,(어찌될줄 알면서도)

오로지 돈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당연했고,
내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죄없는 이를 죽이고도 이유를 묻는 아이에게 내 아이의 부활을 위해 그것은 정당했다는 개소리를 시전하고, 형에 대한 자격지심을 아들에게 푸는 그 편협함 가득한 인간 군상들. 소름이..

어렸을 때는 귀신이 더 무서웠는데, 지금은 사람이 더 무섭다. 이 모든 정말 거지같이 몸서리치는 상황 속에서 

도하는 자기 몸을 찾았을 수 있을까.
화영은 원하는 걸 이를 수 있을까.

이아이들은 악령에게 먹히지 않을 수 있을까.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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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독서 교양 100그램 1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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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공부에 관한 글을 요청받았지만 직군별로 이미 공부법이 많이 나와 있기에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한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쓰신게 요 책이다. 개인적으로 김영란 작가님의 책을 좋아한다. 책에 대해 쓴 여러 책들을 읽어보며, 법관의 시선으로 본 차분하면서도 자신만의 세계가 있었기에 그랬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띈 제목은 "작은 아씨들"이였다. 앵?
작은 아씨들? 사실 제목보다는 미국에서 방문한 곳에서 작은 아씨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영어를 잘 못했음에도 그 책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아들을 수 있으셨다고한다. 근데 신기하게도 남자들은 그 책의 이야기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알고보니 남자는 이 책을 하나도 모르고, 여자들은 거의 다 아는 책이였단 이야기. 순간 번쩍. 아니 어떻게 이 책을 몰라?! 싶었는데 책 한권에서 이렇게 뚜렷히 남과 여가 나뉠줄은 몰랐다...

그리고 나온  토니오 크뢰거.
작가님은 이 책이 어렸을때 읽을 때와 지금이 느낌이 다르다고했다. 그리고 그런 책이 꽤 많다고,,(사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법관은 역시 다르군.. 했달까.. 나는 어렸을 때 어떤 느낌으로 읽었는지 기억이 거의 안나서;;사실 읽은 책인지도 모르..)작가님 자신이 토니오 크뢰거의 한스가 아니라 토니오 크뢰거 같은 사람이 였다고한다. 재밌네. 소설의 화자인 토니오가 좋아하고 동경하는 한스. 하지만 나는 그런 세상에 속해 적응한 이가 아니라 그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다.라는 것. 이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과연 내가 '한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분법에 대한 책이라고 하셨지만, 나는 이 글만 보고는 느낌이 너무나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스의 시점에서  한스는 정말 자신이 '건전한 평범성'을 가진 인간으로 여겼을까?! 이 책이 정말 궁금해지는 순간이였다.

그리고 "시적정의" 
법률서를 제외하고는 직업적인 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작가님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p.57"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공평한 관찰자는 '자신이 목격하는 사건에 개인적으로 연루되지는 않지만, 그들을 염려하는 친구로서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다(160면)" p.60
이런 마음을 애덤스미는 공감이라고 말했고, 시적정의의 저자 누스바움은 공평한 관찰자의 감정이라고 말한다 했다.
적어도 장발장 처럼 배고파 훔친 빵 1개에 19년 감옥형은 내려지지 않아야 한다는 그들의 사정을 돌아봐줄 수 있는 재판관이기를 바라는 국민의 법감정의 눈높이를 헤아려줄 수 있는 공평한 관찰자의 마음을 저자는 책에서 배워왔다고 한다.

  이 파트를 읽으며 얼마전 보았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강연이 생각났다. 당신이 보아온 훌륭한 법관중에 경찰대 출신들이 많았다고,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들은 경찰로써 가장 힘든 이들의 사정을 보고 겪으며 그것을 체득한 사람들이 였기에 보다 지혜로운 판사로 보였다는 그 강연이..
 한 인간이 모든 인간의 삶을 경험 할 수는 없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경험한 것 외의 새로운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워짐을 느낀다. 그런 우리에게 책은 차츰 아주 천천히 스며들듯 타인의 삶을 체험시켜주는 좋은 수단이 되어 준다는 것을 이 챕터를 읽으며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달까. 

이밖에도 어슐러 르귄은 책들 <빼앗긴 자들>, <오벨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등 SF 이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있고, 이념간의 대립 붕에 우리가 취한것과 잃은 것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등은 지금의 우리가 돌아봐야 할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했다. 소수자의 삶과 같은.

역시, 
책은 타인이 다 만들어놓은 것을 보기만 하는 수단은 아니다. 같은 이야기를 읽고도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고, 체득하는 것도 다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이로움을 주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적어도 마이너스는 아니겠지.

좋은 책.
어슐러 르귄은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누스바움의 시적정의
아.. 또 장바구니가 쌓이는구나.ㅎ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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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르의 거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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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 무언가가 있다” 아. 여름엔 호러물이지. 재밌는 점은 신화, 생물학, 호러, 의학 모든 장르가 있다는 책의 띠지다. 호러에 먼 장르가 다 있지? 꽤나 두꺼운 책이지만, 걱정마시라. 한숨에 읽게된다. 일본 신화. 모두가 출입을 꺼려하는 황천의 숲. 그곳에 들어가면 모두 죽는다는 신화가 있는 숲을 어느 회사가 개발을 시작한다. 그리고는 곧 모든 인부가 처참하게 도륙당해 죽었다. 경찰은 불곰의 짓이라고 판단, 대규모 불곰 포획을 시작한다. 불곰이 아니고서 성인 남자를 한번에 그렇게 죽일 생물은 없으니. 하지만 죽은 인부의 부검 중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죽은 이들의 내장에서는 불곰의 유전자가 발견되었으나, 불곰이 죽였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예리한 자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은 불곰의 소행으로 단정짓는다. 이 사건을 접한 아카네. 아카네는 7년전에 해당 숲에서 가족이 실종되었다. 이 사건과 자신 가족의 일이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 불곰 포획작전에 포함된 지인인 가지와 함께 숲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발견된 아이. 사람의 능력이라 보이지 않는 아이의 행동들..2m를 가뿐이 뛰어오르고 죽은 곰의 내장을 먹는다. 겨우 아이를 진정시켜 병원으로 데려왔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알수 없는 행동을 하고, 아이의 자궁에 있는 종양이 아이의 이상행동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는 담당의의 결론에 따라 조직 절제를 결정. 외과의인 아카네가수술에 참여한다. 아이의 수술에서 발견된 이상조직. 분명 마취중이였던 아이가 갑자기 깨어나고, 조직도 암조직 같지 않다. 마치 태반같달까. 점점 알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이메르의 거미”는 오래동안 황천의 숲으로 전해지는 신화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왜 갑자기 사람들이 실종되고 사라지는 것일까. 아이의 몸속에서 발견된 그 조직은 무엇일까. 신화에서 시작해 호러로 들어가 지금부터는 생물학이다. 대체 죽은 이들의 몸의 날카로운 자상은 무엇일까. 책의 중반까지 무수한 의문으로 존재하는 이야기는 중반 이후부터 하나씩 던져두었던 떡밥을 회수한다. 시신에서 발견된 야광빛을 내는 거미. 그 거미와 다른 무언가와 섞인 수평생식. 거기에 더해 밝혀진 수많은 유전자들. 자연의 유전자 전달은 수직을 통해서만 이뤄나는데, 수평생식이라니. 그게 끝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는 다름아닌… XX다. 여기서 이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스릴러의 정석! ’아무도 믿지말라…아.무.도.’ 황천의 숲에 들어가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은 옳았다. 신화가 과학이 되고, 호러가 되어도 어른들의 말은 옳다. 신화가 증명된다고해서 경고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말의 의미를 아마 끝까지 읽는다면 알게될 것이다아!! 마치 고대에서 시작해 현대로 넘어가 미래까지 이어지는 요 요상한 호러물은 이런 케이스가 정말 있을지도 모르는 오싹함을 자아낸다. 으흐. 여름엔 이맛에 호러를 읽는 것이지. 재밌다. “하프 음색과 같은 노래와 함께 ‘사람‘의 입에서 어렴풋이 반짝거리는 자잘한 결정이 쏟아져 나왔다. 인간은 결코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선율과 푸르스름한 빛을 아카네와 오코노기는 황홀한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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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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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한국은 불시착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김영민 작가님은 그날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아마도 그날의 일로 김영민 작가님이 대한민국에 대해 썼던 글들과 새로 쓴 글들을 모아서 이 책을 내신거 같았다.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하여.

면면에 대한 짧은 글들의 모음집이지만 작가님의 글은 읽고 있다보면 허를 찔리는 느낌이다.
웃기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뜨끔..하기도 하고,
어떤 글은 아.. 싶은 탄성을 자아내기도 하는.

과거 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글은
단군 신화 였다. 사실 나는 단군 신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고조선이라는 나라 그러면서도 단군 신화 속의 "신"의 등장이 왜 인지에 대해서. 작가는 그것을 중국이 우리를 바라보는 식민 사관에 대항하여 등장한 것이라 말한다. 중국황제마저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권위. 그것은 곧 '신'이다. 환인의 서자 환웅을 통해 하늘신의 이름으로 '홍익인간'의 가치를 내세워 '신'이라는 존재가 세운  홍인인간의 나라라는 것. 고조선이라는 것이 허망인 것이 아니라, 고조선에 씌워진 '신'이라는 의미가 그렇다는 것이다. 

"단군 신화는 제국을 의식한 정치 신학이다"

이 밖에도 한국의 과거에는 유교, 노비에 대한 이야기 등등. 가장 웃겼던 전염병 파트에서 킹덤이 등장할 줄이야. (킹덤 때문에 전염병 파트가 과거에 들어있는 걸까.ㅋㅋㅋ)

그리고 등장하는 현재. 현재의 첫 이야기는 "서울의 봄"이다. 쿠테타. 아마도 12.3일의 그날이 있었기에 가장 처음으로 선택된 글 이였을까. 저자는 쿠테나는 위법이 아니라 "법을 어기고 지키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권위 자체에 도전하는 것이 쿠테타의 본질 p. 137" 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쿠테타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현재 대한민국의 제일 하단을 받치는 근간을 뒤엎은 것. 
우리가 민주화 과정을 통해 지켜낸 그 근간이 다시금 시험대에 오른 것이 12.3 내란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인간"이란 무엇일까. 시민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저자는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통해 말한다.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증거.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 p.148 하는 것. 인간은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을 하는 존재이면서, 옳지 않은 일에 생존을 버리고 타인과 함께 스크럼 속으로 들어가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끝내 우리는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겠지만, 우리가 가지는 각자에 대한 믿음은 포기하지 않는 다는 작가 한강의 말을 저자의 글을 통해 읽으며 새삼 뜨거워지는 무엇을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광장 이후에 대한 "혁명을 끝내는 법".
2016년 촛불 혁명 이후 우리가 생각했던 대한민국은 무엇이였을까 무엇이였기에 그토록 실망해 다시 그 혁명을 촉발시켰던 정당의 인물을 다시 대통령에 올렸던 것일까를 다시 돌아보게 한 챕터다. 
"가두 시위라는 큰 희생을 치르고 혁명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기에, 정부에게 그만큼의 큰 보상과 관심을 요구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정치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p.156
생각해보면 혁명의 시작은 정치가  사회가 무너졌다고 생각했던 것이 시작이다. 그렇다면 혁명의 완성은 무엇일까?! 완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지금 빛의 혁명은 시작인 것일까? 아니면 끝난것일까.진행중일까.
이 질문은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을것인가"라는 챕터와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본 챕터는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나'와 함께 하는 '사회'에 대한 나의 질문이기도 하다. 
아...정말 사는거 어렵다.

미래는 
지금 사회가 가지는 이슈.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말한다. 꽤나 시니컬하게 느껴지는 글들은 미래에 어때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렇다~라는 상황과 이것이 과연 미래에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글들이랄까. 그래서 과거나 현재와 달리 내게는 다소 냉소적으로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기적이란 무엇인가"라는 챕터의 번 아웃. 번 아웃이 오는 것에 대한 글은 정말.. 와.. 내 속에 들어왔다 나가셨나 싶은 느낌이랄까. 
"잘난 사람이 되고자하는 욕구도 시들고, 잘나 보이는 사람이 되고자하는 욕구만 남는다. 잘난 사람이 되는데 실패하면 분발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잘나 보이는 사람이 되는데 실패하면 토라지는 마음이 생긴다" p.265
이 마음이 타인을 비난하며 자기 존재의 존엄을 찾으려 드는 사회가 된다는 글. 후..... 과로로 인한 번아웃이 만든 사회는 "돈"을 구걸하는 사회가 되어간다. 아이들의 꿈이 건물주라는 말은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현실이지 않은가.
아.. 미래가 정말 장미 빛이 될 수 있을까..
날씨도 뜨거워지는데, 머리도 뜨거워 열이 오르네..ㅠ


"공동체의 생멸을 생각한다" 창조되고 사라지는 것을 말하는 "생멸"
이 챕터에서 말하는 생멸의 대상은 대한민국이기도, 인간이기도, 관계이기도, 나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죽음이기도 하고 사회의 죽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라짐, 죽음의 정의는 뭘까. 지금 대한민국은 생멸해가는 중인걸까?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간다는데, 나라는 존재는 죽으면 끝나는 것일까. 나는 여기서 12.3 내란 이후 우리 공동체가 보였던 행위들이 떠올랐다. 추운날 밖에서 시위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버스. 각종 카페에 선결제. 알지 못한 이들이지만 나와 지금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믿음을 보이는 각종 행위들. 기나긴 시간을 놓고 보자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멸해가는 중이겠지만, 내가 없어도,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나의 이후에도 나를 기억하고 시대를 기억한다면 아직은 생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거 아닐까.

진짜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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