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달걀 요리
쓰레즈레 하나코 지음, 가케히준 그림, 조수연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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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아마도 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질리지 않아하는 정도가 아닌 사랑하는 재료 중 하나 인 달걀.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간다고 엄마는 많이 먹지 못하게 했지만, 그래서인지 더 감질나게 그리웠던  달걀.(이제는 그 오해가 사라지긴 했지만) 그런 달걀을 주제로 한 요리책이기에 더 궁금했던 책!


책은 요리와 함께 주인공과 달걀의 간단 만화가 삽입되어 있다. 첫장은 아이돌로 데뷔한 달걀이 조연으로 서브로 취급받아 슬퍼하다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대해주는 주인장 하나코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달걀은 조연이 아니다! 주연이다에 나는 한표!

책의 첫머리를 넘기고 나면 달걀로 만드는 요리가 나열된 차례가 나온다. 와.우. 달걀을 내 일생동안 사랑했지만 부끄럽게도 이렇게 많은 달걀요리가 존재하는 줄은 몰랐다... 달걀이 주인공인 요리부터 반찬까지. 수천년간 인간의 중요 식자재로 이용된 달걀이다보니 더 그러한듯. 

그렇게 우리가 달걀을 다루는 첫번째, 이동부터 섞기와 풀기의 차이, 깨는 방법, 삶은 시간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로 시작한다. 깨는 방법에 따라서 달걀 껍질이 요리속에 들어갈수도 있다고하니, 첫장은 꼭 읽고, 그 다음부터는 원하는 요리법을 찾아 읽는 방법을 추천하는 바이다. 


재밌던 부분은 삶은 달걀위에 올라가는 다양한 재료에 따라 밥반찬이 되기도, 샐러드가 되기도, 심지어 술안주가 되기도 한다.ㅋ (술안주가 제일 맛있어보이는건 안비밀)

오믈렛 역시 들어가는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이 가능하고, 계란 노른자는 그 무엇보다 맛있는 소스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간단식 심지어 카레와도 잘어울리는.. 달걀은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으로도 응용이 가능해보인다. 아니지, 벌써 그렇게 이용해서 먹고 있지 않은가ㅋ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간식인 떡볶이와 함께하는 달걀, 김치볶음밥에 토핑으로 올라가는 달걀, 물론 스타일은 서니사이드업이어야지. 그 밖에도 뭐 달걀이 안들어가는 요리가 있을까? 새해 첫날 먹는 떡국부터 달걀과 함께인데~


아, 오늘 저녁은 푹익은 묵은지 꺼내다 종종썰어 찬밥 털어넣고 김치볶음밥해서,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튀기듯이 흰자는 익히지만 노른자는 살려 볶음밥위에 얹어 노른자 톡! 터뜨려서 먹어야겠다~(계란은 기름을 충분히 써야 맛나요, 책에나온 팁ㅋ)

계란 좋아하시는 분, 아이가 있으셔서 계란요리를 자주하시는 분 모두모두 추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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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2
유지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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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이라는 제목과 얼굴에 얇은 천을 쓰고 키스하는 연인의 그림이 신기해서 읽은 책이다. 알고보니 웹 소설로 유명했던 책이라고,, 


킬러로 살아가는 수현, 그가 어느날 극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고, 만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게된다. 만성이라 치료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죽고자 한다. 그런 그에게 의사는 미술치료를 권하는데,,, 


희주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작은 공방을 열고, 미술치료를 시작한다. 희주는 돌아가신 엄마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공방에서 엄마의 죽음을 파헤치기위해 흥신소에 엄마의 죽음과 관계있던 인물을 찾아달라 의뢰한다. 그들을 죽이기위해. 

그리고 희주의 엄마 고 유혜경화백의 살인이 유일한 미제사건이였던 형사는 죽기전 자신의 아들들에게 이 사건을 해결하는 자식에게 유산을 주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경찰이였던 아들 정우성은 희주를 통해 그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다.


수현은 흥신소를 통해 자신을 찾는 여자 희주, 그가 자신의 미술치료사라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조사하기위해 공방을 찾고 미술치료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내면에 있는 진실을 찾기시작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이끌리는 두사람.

수현이 청부살인업을 시작하게된 사건은 그의 첫 살인이 있었고, 그 첫 살인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던 순간을 함께 했던 누나 시현이 있었다. 누나 시현의 사건 이후 급속도로 파괴되기 시작한 수현의 삶. 엄마의 죽음이후 누구도 자신의 범주안에 들이지 못하고 홀로 사는 여자 희주.


둘이 마주하게될 진실이 무엇인지가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들의 사랑이 안타까웠고, 결국 그들의 잘못이 아니였음에도 그렇게까지 망가질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슬펐다. 같은 상황속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하는 마음이 있지만, 사실 그 상황 속에 놓였을 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단언을 어찌 하겠는가. 하지만 어쩌면 그 또한 어쩌면 용기다. 그 상황을 분노로써 풀고 가겠다는. 하지만 그게 풀리지 않는 분노이기에 잘못된 방법이였다는 점이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깝고 아쉬웠다. 그들의 사랑이 깊어지는 만큼. 

분노의 근원을 서로를 통해 알았음에도 그 사랑을 멈출수 없었던 희주와 수현의 사랑이 남은 시간은 빛나기를. 이제는 얇은 천조각을 벗어던지고, 각자의 가장 말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며.


재밌다. 역시 소설은 이런 맛이야!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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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1
유지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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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이라는 제목과 얼굴에 얇은 천을 쓰고 키스하는 연인의 그림이 신기해서 읽은 책이다. 알고보니 웹 소설로 유명했던 책이라고,, 


킬러로 살아가는 수현, 그가 어느날 극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고, 만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게된다. 만성이라 치료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죽고자 한다. 그런 그에게 의사는 미술치료를 권하는데,,, 


희주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작은 공방을 열고, 미술치료를 시작한다. 희주는 돌아가신 엄마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공방에서 엄마의 죽음을 파헤치기위해 흥신소에 엄마의 죽음과 관계있던 인물을 찾아달라 의뢰한다. 그들을 죽이기위해. 

그리고 희주의 엄마 고 유혜경화백의 살인이 유일한 미제사건이였던 형사는 죽기전 자신의 아들들에게 이 사건을 해결하는 자식에게 유산을 주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경찰이였던 아들 정우성은 희주를 통해 그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다.


수현은 흥신소를 통해 자신을 찾는 여자 희주, 그가 자신의 미술치료사라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조사하기위해 공방을 찾고 미술치료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내면에 있는 진실을 찾기시작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이끌리는 두사람.

수현이 청부살인업을 시작하게된 사건은 그의 첫 살인이 있었고, 그 첫 살인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던 순간을 함께 했던 누나 시현이 있었다. 누나 시현의 사건 이후 급속도로 파괴되기 시작한 수현의 삶. 엄마의 죽음이후 누구도 자신의 범주안에 들이지 못하고 홀로 사는 여자 희주.


둘이 마주하게될 진실이 무엇인지가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들의 사랑이 안타까웠고, 결국 그들의 잘못이 아니였음에도 그렇게까지 망가질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슬펐다. 같은 상황속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하는 마음이 있지만, 사실 그 상황 속에 놓였을 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단언을 어찌 하겠는가. 하지만 어쩌면 그 또한 어쩌면 용기다. 그 상황을 분노로써 풀고 가겠다는. 하지만 그게 풀리지 않는 분노이기에 잘못된 방법이였다는 점이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깝고 아쉬웠다. 그들의 사랑이 깊어지는 만큼. 

분노의 근원을 서로를 통해 알았음에도 그 사랑을 멈출수 없었던 희주와 수현의 사랑이 남은 시간은 빛나기를. 이제는 얇은 천조각을 벗어던지고, 각자의 가장 말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며.


재밌다. 역시 소설은 이런 맛이야!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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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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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내가 어머니를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서 그녀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가 보다." p. 41


엄마와 딸. 그 관계는 그 관계속에 놓여보지 않고서야 마음을 어찌 이해한다 말할 수 있는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그 관계속에 있어서. 더 그렇다. 이 책은 노벨문학상 작가 아니에르노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쓴 책이다. 얇은 책인데, 작가는 이 책을 꽤 오랫동안 썼다. 아마도 자신이 기억하는 어머니가, 더이상 이 세계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기에 그랬던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가 이 책을 써야 했던 이유는 작가로써 그녀가 어머니를 가장 그리워하는 방법이지 않았을까.


그녀의 어머니는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를 만나 전쟁통에 그녀를 낳았다. 그녀만큼은 자신처럼 살지 않게 하기위해 어머니는 그녀에게 참 많은 것을 주려했다.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게 보이기 위해, 상점에서 물건을 팔던 어머니는 <먹고 살게 해주는 손님 p.52> 들을 위해 웃음을 짓지만, 그들이 보이지 않으면 금방 표정이 변했다. 그들은 언제라도 더 싼곳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기에. 

그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어머니는 그녀가 좀더 품안의 자식이길 바랬다. 그래서 그녀와 어머니는 많은 사소한 것들로, 둘의 서로 다른 차이로 다투었고, 그녀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이였던 어머니를 점차 떠나보낸다. 대부분의 사춘기 아이들이 그렇듯. 


"이 글을 쓰면서 때로는 <좋은> 어머니를, 때로는 <나쁜> 어머니를 본다." p.62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이 참 많이 와닿았다. 내가 태어나 가장 오래 내 곁에 있던 사람임에도 나는 온전히 엄마를 모르고, 엄마도 온전히 나를 모른다. 그러기에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엄마는 나에게 항상 <좋은> 엄마는 아니였다. 반대로 나도 항상 <좋은> 딸은 아니였듯이. 작가는 그런 엄마와의 관계를 말한다.

 결혼을 통해 부모로부터 독립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같이 살게 된 시간, 그리고 엄마의 독립. 그리고 엄마의 노년까지 그녀가 기억하던 엄마와의 시간은 마냥 행복하지만도 그렇다고 서로가 대면대면할 정도 먼 사이는 아니였다. 딱 어디만큼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가까이 있으면 어색한 . 하지만 그 어디만큼은 누구도 끊을 수 없는 그런 거리이다.

 그리고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돌보는 딸, 결국 돌아가신 엄마.


그녀의 글을 보며 나는 나의 어머니의 늙음을 생각한다. 

나의 엄마에게 나이듦이란 어떤 모습일까. 이미 사회적으로는 노년의 시간속에 계시지만 나는 어머니의 늙음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의 어머니에게 어떤 감정도 감추지 않고 다 쏟아낸다. 그녀가 늘 어렸을 때 보던 모습 그대로의 엄마인것처럼..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는 이러다 많이 후회하겠지..정말 많이 후회하겠지..하는 생각을 한다. 다른 이의 어머니에 대한 글을 읽으며 굉장히 담담하게 쓴 글임에도 자꾸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늙어가는 나의 엄마에대한 연민을 가지지 못하는 못난 딸이라서 그런지도.


진짜 많이 슬펐다.

그냥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 속에 있는 분이라면 특히 딸의 입장이시라면 작가의 글을 읽으며 드는 나의 생각에 많이 공감하실듯.. 아니실려나.. 나만 후회가 많이 들어 그런걸까..ㅠ


"앞으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줬던 것은 바로 어머니, 그녀의 말, 그녀의 손, 그녀의 몸짓, 그녀만의 웃는 방식, 걷는 방식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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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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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님이 최근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신간에 대한 추천이 꽤 많았다. 다만 김연수 작가님 책을 아직 읽어본 적이 없어, 신간보다 기 출간된 책 중 한권을 읽어보고싶어 선택한 책이 이 책이다.  책은 북한의 시인 기행의 이야기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기행은 시인 백석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백석이라는 인물을 잘 몰라서, 마지막에 백석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도 백석 시인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런 무지랭이..ㅠㅠ)


사실 북한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당시 남한이라고 다를 것이 있으랴 싶었다. 그저 내 안의 말들을 꺼내놨을 뿐인데, 사상 검열이니 뭐니 하면서 자백위원회에 사람을 불러다놓고 고백이 아니라 자백을 강요하던 시절의 시인은 너무도 혼란 스러웠다. 그 시대 누군들 그러지 않았으랴. 무엇이 왜 이 것이 잘못인지 조차 알 수 없던 시대인데.. 그 시대에 러시아 번역가이면서 시인 기행은 어떤 글도 번역할 수도, 내안의 글도 써내려갈 수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이념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한다. 이념이란 무엇일까. 여전히 우리는 남과 북으로 나뉘어있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그 때의 이념으로 싸운다. 서로를 적으로 대하며.


이념 :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이나 견해-네이버 사전


 그렇다면 이념은 개인마다 다른것이 아닌가. 모두의 이상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자유의지라는 것을 가졌다는 사람이니까. 같은 이념을 가지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것 또한 사람이기에 다 다르다. 경중도 다를 것이고 말그대로 문자로 표현하는 것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하나의 사상으로 만들려는 것. 그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 아닌가. 우리모두가 로봇으로 똑같이 프로그래밍 된 기계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하나의 사상을 부르짖던 시기, 시인 기행은 삼수까지 밀려나 결국 자신의 글을 쓰고, 그 글을 불태운다. 그리고는 자신의 자유를 찾는다. 그리고 독골까지 밀려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동시를 읽는 것 뿐. 


 당시의 일반인들은 시대에 동조하는 척을 했거나 , 그저 모른척 입 다물고 살아야 했었다. 하지만 시인은 작가는 무엇이든 써야했기에…. 지금을 사는 김연수 작가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했던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고뇌를... 이 소설을 통해 풀어내고 싶었던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더 먼 미래의 지금의 인물을 소설로 쓴다면 그 배경은 어떤 모습일까. 다만 누군가가 숨죽여 글을 쓰는 시대는 아니였기를 바래본다.



“하루에 일만 톤에 가까운 네이비팜탄과 칠백 톤이 넘는 폭탄이 떨어지는 등 종일토록 불비가 쏟아져 평양 곳곳이 불타오르던 순간에도 기행은 적개심 가득한 문장을 통해서만 그 잔인한 참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살던 집도 불타버리고, 빼곡히 꽂혀있던 책이며 은은하게 풍기던 커피 향내 같은 것도 모두 사라지고, 아내와 어린것들과도 떨어져 지내는 동안에도 그는 문자의 세계를 떠나지 않았다. 그 문자들을 스거나 읽을 수 있어 그는 전쟁이 끝난 뒤 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전쟁의 광기로 가득한 이 세계 속에서 자신을 구원한 그 언어와 문자들의 주인은 누구일까? 기행은 궁금했다. 그것은 자신의 것인가, 당의 것인가? 인민들의 것인가? 아니면 수령의 것인가?”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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