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들을 위한 진리 탐구 - 우주물리학과 불교가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
오구리 히로시.사사키 시즈카 지음, 곽범신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물리학과 불교.

너무나 연관 없어 보이는 두 학문이 만나 진리 탐구를 위한 대화를 한다.

워낙 철학적이거나 과학적인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주었다.

이 두 학문은 우리의 삶과 이 우주를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을까?

'절대적인 존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어떤 원인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생겼다. 원인의 원인을 밝히고 따라간다.'라는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서로 다른 방법의 연구를 한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느냐 철학적으로 접근하느냐.

첫 번째 주제는 '우주의 비밀은 어디까지 밝혀졌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 더 나아가 넓고 광활한 우주 과연 얼마큼 연구가 진행되었을까?

보통 우주가 밝혀졌다고 하면, 과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먼저 우주물리학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이해하기 훨씬 편하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고 그렇게 봐왔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과학을 배우기도 하고. 내가 이과생이라 그런 걸 수도) 이 책의 장점이라면, 그동안의 우주나 물리연구의 역사서라고 해도 될 만큼 발전 순서를 짧게 잘 써놔서 우주나 물리를 몰라도 금방 정리가 되었고 어렵지 않았다.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몰라도 대충의 개념은 알 수 있었다. 그걸 바탕으로 더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 다큐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많이 밝혀졌다고 생각한 우주나 세상의 진리들이 아직은 티끌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과학이 무엇인지, 어떤 오류를 범하면 안 되는지도 초반에 설명하고 있어 연구자로 일하는 내게 도움이 되었다.

'극대'의 세계와 '극소'의 세계를 모두 크게 확장함으로써 자연계를 탐구해왔습니다. '극대'와 '극소' 연구는 전혀 무관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무척이나 가깝습니다. 자연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과정에서, 세상의 가장 큰 세계를 탐구하는 천문학과 세상의 가장 작은 세계를 탐구하는 소립자 물리학이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p.40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어떤 것을 이해하려면 그것의 구성 성분을 알아야 하니 작은 것들을 연구해야 한다. 자연계도 마찬가지로 '물'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물 분자라는 것을 밝히고, 물 분자를 알기 위해 원자들을 알아야 한다. 또 원자를 알기 위해 원자핵을 알아야 하고... 이런 식으로 점점 극소를 향해간다. 또 '물'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이루고 있을 것이니 점점 큰 단위를 향한 연구도 가능해진다. 당연하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정말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진리란 무엇인지 같이 생각 보는 시간이 되었다.

과학자들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 우주를 밝혔다면, 과연 불교에선 어떤 방식으로 우주를 밝혔을까.

그들은 정말 철학적으로 이 우주와 인간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깨달았던 내용들 중에 현재 실제로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밝혀진 것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 옛날 당시의 석가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인간은 육감 (6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영화 같은 식스센스가 아닌!) 우리가 아는 오감 + 마음의 감각해서 6가지라고 한다. 그중 눈, 코, 입, 귀, 손, 마음 등은 인식되는 물체와 인식하는 물체 중 인식되는 물체라고 한다. 당연히 어떤 것을 인식하는 물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인식하는 것은 눈이 아니라 눈 안쪽 깊은 곳에 위치한 감각기관이라고 한다. 예전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애초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대단했다. 지금이야 당연히 눈 안쪽 시신경들이 있단 사실을 아니 쉽게 이해가 갈 테지만.

불교학자가 쓴 이 파트에서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 어려운 용어들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불교 용어들이 나온다 해도 친절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우주물리학자가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콕콕 집어 질문해주었기 때문에, 훨씬 재밌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불교를 더 알아보고 싶고 그 당시 석가의 생각들이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불교가 종교보다는 철학이라는 학문에 훨씬 가까운 것 같았다.

여기서 말하는 '대승불교'는 절대적인 존재가 있다고 한다. 이런 불교에서 파생된 대승불교를 제외하면, 철학적인 것에 훨씬 더 가까운 듯하다.

그리고 현대의 불교가 초창기 불교에 비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석가의 불교에서 대승불교로의 전환은 세계관이 변했다기보다는 세계관을 만드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보아야 할 듯합니다.

p.140

그래도 몇몇 내용에서는 불교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이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아마 과학처럼 눈으로 보이는 실험 결과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주제는 참된 삶에 대해 두 학자가 대화를 나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죽음과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과학과 종교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까지 두 학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세 번째 주제는, 작가 두 명이 자신의 분야에 대한 짤막한 강의를 한다.

물리학이든 불교든 쉽게 써놨기 때문에 술술 빠르게 읽히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불교'를 종교라는 틀 안에서 볼 것이 아니라, 철학과 인문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배울 것이 많은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리' 또한 너무 어렵다고 지레 겁먹지 않고 다큐든 만화책이든 조금씩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두 학문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나와는 멀었던 두 학문을 새롭게 입문하게 되어 기쁘다.

 

이 서평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